[공보(제166호)]
가. 중혼의 취소청구권자를 규정하면서 직계비속을 제외한 민법 제818조(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평등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적극)
나. 입법공백상태의 방지를 위하여 잠정적용의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한 사례
가. 중혼의 취소청구권자를 규정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취소청구권자로 직계존속과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규정하면서도 직계비속을 제외하였는바, 직계비속을 제외하면서 직계존속만을 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한 것은 가부장적ㆍ종법적인 사고에 바탕을 두고 있고, 직계비속이 상속권 등과 관련하여 중혼의 취소청구를 구할 법률적인 이해관계가 직계존속과 4촌 이내의 방계혈족 못지않게 크며, 그 취소청구권자의 하나로 규정된 검사에게 취소청구를 구한다고 하여도 검사로 하여금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것에 지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직계비속을 차별하고 있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
나. 다만, 이 사건 법률조항을 단순위헌을 선언할 경우에는 기존의 중혼취소청구권자로 규정된 자까지도 중혼취소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하므로, 2011.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잠정적인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를 선언한다.
재판관 김종대의 별개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에 대한 주문은 헌법불합치결정으로 할 것이 아니고, 그 심판대상을 특정하고, 구체적인 권리구제가 가능한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직계 존속과 방계혈족을 중혼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하면서 직계비속을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결정의 형식을 취해야 한다.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
중혼상태의 실상을 보면 전혼은 사실상 해소되고 후혼이 실질적인 혼인기능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점, 민법이 중혼을 혼인무효사유로 규정하지 아니하고 혼인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중혼의 취소 여부는 중혼으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법익을 침해당한 중혼 당사자와 그 배우자의 자기결정권에 맡겨야 할 사항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민법 제818조 중 “직계존속,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중혼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한 부분은 중혼당사자의 혼인관계상의 권리와 혼인 관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민법 제818조가 직계비속을 중혼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위헌이라고 선언해서는 안 된다.
민법 제818조(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가. 헌재 1997. 7. 16. 95헌가6 등, 판례집 9-2, 1, 13
헌재 2002. 3. 28. 2000헌바53 , 판례집 14-1, 159, 165
헌재 2005. 2. 3. 2001헌가9 , 판례집 17-1, 1, 24
제청법원서울가정법원(2009즈기666)
제청신청인윤○수
대리인 변호사 배금자
당해사건서울가정법원 2009드단14527 혼인취소
2. 위 법률조항은 2011.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제청신청인의 부(父, 망 윤○근)가 1933년 현재의 북한지역에서 김○화와 혼인을 하였고, 그 사이에서 제청신청인 등이 출생하였는데, 이후 위 망인이 대한민국에서 1959년 김○화가 사망하지 않았음에도 사망신고를 하고(김○화는 1997년 사망), 이후 권○희와 혼인신고를 하여, 또 다른 자식들을 출산하였으며, 망인은 1987년 사망하였다.
(2) 제청신청인은 2009. 2. 16. 권○희를 상대로 서울가정법원에 망인과 권○희 사이의 혼인이 중혼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2009드단14527), 2009. 6. 8. 민법 제818조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였다(2009즈기666).
(3) 제청법원은 위 소송계속 중인 2009. 9. 7. 민법 제818조가 위헌이라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민법 제818조(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헌법에 위반하는지 여부로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민법 제818조(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중혼의 취소청구권자) 혼인이 제810조의 규정을 위반한 때에는 당사자 및 그 배우자, 직계존속, 4촌 이내의 방계혈족 또는 검사가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관련조항]
민법 제810조(중혼의 금지) 배우자 있는 자는 다시 혼인하지 못한다.
2. 제청법원의 위헌제청 이유
민법 제818조는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은 중혼의 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하면서 직계비속을 제외하고 있는바, 4촌 이내의 방계혈족보다 직계비속이 중혼의 취소로 인한 법률상 이익이 더 크고, 가족관계의 친밀도ㆍ부양의무의 범위 등에 비추어 가족관계등록부의 등재를 변경할 이익이나 필요성도 더 크다고 볼 수 있으므로,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중혼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하면서도 직계비속을 제외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하여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보장되어야 할 개인의 존엄을 침해하여 위헌이다.
3. 판 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연혁 및 입법형성의 범위
민법 제818조는 민법제정 당시에 “혼인이 제810조의 규정에 위반한 때에는 당사자 및 그 배우자, 직계존속, 8촌 이내의 방계혈족 또는 검사가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고, 제811조의 규정에 위반한 때에는 당사자 및 전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이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제811조(6개월의 재혼금지조항)에 따른 취소청구가 삭제되고, 방계혈족의 범위가 8촌에서 4촌으로 바뀌었다.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6조 제1항은, 인간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이 가족생활에 있어서도 보장되어
야 함을 규정함과 동시에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제도적 보장 역시 규정한다(헌재 2002. 3. 28. 2000헌바53 , 판례집 14-1, 159, 165 참조).
중혼을 금지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양성평등의 가족생활의 보장, 나아가 혼인과 가족생활의 구체적인 제도보장인 일부일처(一夫一妻)제도의 공익적 이익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중혼은 그로 인하여 또 하나의 혼인배우자, 출생된 자(子)의 신분관계를 발생시키고, 그러한 신분관계는 비록 중혼이 취소되더라도 사실상 완전히 원상회복될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하며, 특히 자(子)의 경우에 그 신분관계를 보호할 사회적 이익도 있다.
그런데 중혼의 경우는 혼인적령위반 등 다른 혼인취소사유와 달리, ① 특별히 검사를 취소청구권자의 하나로 둔 점, ② 취소청구권의 소멸기간에 대한 규정이 없는 점 등에 앞서 든 일부일처제도 등을 보태어 보면, 비록 취소할 수 있는 혼인이라고 하여도 반사회성ㆍ반윤리성이 다른 혼인취소사유에 비하여 무거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정과 다른 나라들의 입법례의 경우도 중혼에 대한 위법성을 무효로 보기도 하고, 취소사유로 보기도 하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중혼을 무효사유로 볼 것인가, 아니면 취소사유로 볼 것인가, 나아가 취소사유로 보는 경우 취소청구권자로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중혼의 반사회성·반윤리성과 혼인생활의 사실상 보호라는 공익과 사익을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의 문제로서 기본적으로 입법형성의 자유가 넓게 인정되는 영역이라고 할 것이다.
나. 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
(1) 심사기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중혼의 취소청구권자를 규정하면서 직계비속을 취소청구권자에 포함시키지 아니한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중혼의 취소청구권자를 어느 범위까지 포함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는 입법자의 입법재량의 폭이 넓은 영역이라 할 것이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원칙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의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심사하는 것으로 족하다고 할 것이다(헌재 2002. 9. 19. 2000헌바84 , 판례집 14-2, 268, 283-285 등 참조).
직계비속과 의미 있는 비교대상 집단으로는 직계존속ㆍ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직계존속ㆍ4촌 이내의 방계혈족과 비교하여, 직계비속이 중혼의 취소청구를 할 수 없는 차별취급이 합리적인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2) 합리적 이유 유무
(가) 직계존속과 비교
중혼 당사자와 가장 가까운 직계존속인 부모와 직계비속 중에 가장 가까운 자식을 비교해보면, 그 촌수는 모두 1촌으로 동일하며, 단지 부모로서의 지위를 가지는가, 아니면 자식으로서의 지위를 가지는가의 차이밖에 없다.
그와 같은 차별을 한 이유는 부모의 중혼 여부에 대하여 자식이 이를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가부장적ㆍ종법제적인 사고가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일 뿐이고, 다른 합리적인 사유를 상정하기 어렵다.
가부장적 제도 등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동성동본금혼을 규정한 구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09조 제1항에 대하여 1997. 7. 16.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동성동본 금혼제는 남계를 중심으로 한 족벌적, 가부장적 대가족 중심의 사회의 배경이 있었다는 취지의 판단을 한 바 있고(헌재 1997. 7. 16. 95헌가6 등, 판례집 9-2, 1, 13), 호주제를 규정한 구 민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78조 등에 대하여 2005. 2. 3.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조선 후기에 이르러 확산된 부계혈통주의에 입각한 가부장적 가족제도의 이념적 배경은 종법사상과 성리학이라 할 것인바, 이것이 오늘날의 우리 사회를 직접 이끌어가는 지도적 이념이나 원리라고 하기는 어렵고, 따라서 그에 기초한 가족제도 또한 오늘날 현대가족의 표준이 되기 어렵다.”고 설시하면서, “우리 헌법은 제정 당시부터 특별히 혼인의 남녀동권을 헌법적 혼인질서의 기초로 선언함으로써 우리 사회 전래의 가부장적인 봉건적 혼인질서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헌법적 결단을 표현하였으며, 현행 헌법에 이르러 양성평등과 개인의 존엄은 혼인과 가족제도에 관한 최고의 가치규범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고 판단한 바도 있다(헌재 2005. 2. 3. 2001헌가9 , 판례집 17-1, 1, 24).
따라서, 직계존속을 중혼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하면서도 중혼의 취소에 대하여 상속권 등과 관련하여 법률적인 이해관계가 이에 못지않게 크다고 볼 수 있는 직계비속을 중혼취소 청구권자에서 제외한 것은 우리 헌법이 제정 당시부터 헌법적 결단을 통하여 용인하지 않기로 한 가부장적 사고에 바탕을 둔 것으로서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나) 4촌 이내의 방계혈족과 비교
민법 제779조는 가족의 범위로 배우자ㆍ직계혈족 및 형제자매ㆍ직계혈족의 배우자ㆍ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를 정하고 있고, 반면, 4촌 이내의 방계혈족으로는형제자매ㆍ백숙부ㆍ종형제자매ㆍ조카 등이 있다.
위 조항과 이 사건 법률조항을 연결해서 보면, 가족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백숙부ㆍ종형제자매ㆍ조카 등이 가족인 직계비속은 가지지 못하는 중혼취소청구권을 가지게 되고, 직계비속보다 나이가 더 어릴 수 있는 종형제자매(4촌)는 중혼취소청구권을 가지게 되는 반면에 중혼취소를 통하여 재산상속분이 증가할 수 있고,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보훈급여금의 지급순위가 달라질 수 있는 등 중혼 취소를 구할 법률적 이해관계가 더 큰 직계비속은 그 취소청구권을 가지지 못하게 되는 불합리한 점이 있다.
한편 검사가 중혼취소청구권자의 하나로 규정되어 있어, 직계비속이 중혼취소 청구권자가 되지 못하더라도 위와 같은 차별의 불합리성이 완화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검사가 사적(私的)인 관계인 중혼의 상태를 모두 파악하고 있을 수 없을뿐더러, 직계비속이 검사에게 그 중혼취소청구권을 행사하여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절차규정도 없고, 나아가 직계비속이 검사에게 취소청구를 구한다고 하여도 이는 검사로 하여금 그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방법에 지나지 않으므로, 그러한 제도가 위에서 본 차별의 불합리성을 교정할 수는 없다고 볼 것이다.
(3) 소결론
따라서, 위와 같은 점들을 감안하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직계존속 및 4촌 이내의 방계혈족에게는 중혼의 취소청구권을 부여하고, 직계비속에게는 중혼의 취소청구권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할 것이어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
다. 헌법불합치결정과 잠정적용명령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여 헌법에 위반되므로 위헌결정을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하여 당장 그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에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정한 취소청구권자들 역시 중혼의 취소청구를 할 수 없게 되는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위헌적인 규정을 합헌적으로 조정하는 임무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할 것인데,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을 어떤 방법으로 제거하여 새로운 입법을 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직계비속을 이 사건 법률조항에 포함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고, 중혼의 취소청구권자의 범위를 평등원칙에 반하지 않게 더 좁히는 입법방식 등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어떤 방안을 채택할 것인가는 입법자가 중혼의 위법성, 실질적 이해관계인들의 중혼의 취소청구의 가능성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사정들을 감안한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하나 입법개선시까지 잠정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며, 입법자는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늦어도 2011. 12. 31.까지는 새 입법을 함으로써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적 상태를 제거하도록 함이 상당하다.
4. 결 론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하나, 입법자의 입법개선이 이루어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적용함이 상당하므로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조대현의 아래 5. 및 6.과 같은 별개ㆍ반대의견을 제외하고 나머지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김종대의 별개의견
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다수의견과 그 견해를 같이 하지만 다만 주문의 표시방법은 다수의견처럼 헌법불합치결정으로 할 것이 아니고,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직계존속과 방계혈족을 중혼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하면서 직계비속을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결정의 형식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첫째, 위헌법률심판과 관련된 심판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청구인(또는 제청법원)의 신청취지 및 관련재판의 전제된 부분에 한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제청법원이 신청한 신청취지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방계혈족 등을 중혼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하면서도 직계비속을 제외한 것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의 심판의 대상은 이 사건 법률조항 전체가 아니라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직계존속과 방계혈족을 중혼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하면서 직계비속을 규정하지 아니한 부분으로 한정하여야 한다.
둘째, 위헌법률심판은 그 계쟁된 재판에서의 권리구제가 동반되어야 한다.
평등원칙과 관련한 종래의 헌법불합치결정은 그 계쟁집단을 배제한 법률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도 그 계쟁집단은 헌법재판소의 그 결정으로서 구제되지 못하고, 입법자의 재량에 따라 추가적인 입
법을 통하여만 구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을 뿐이며, 잠정적용 시한이 도과된 후에는 기존의 수혜집단도 권리를 행사할 수 없어, 도리어 헌법적 가치질서에서 멀어지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 당해 법률조항이 위헌결정되면, 그 적용이 중지됨으로 인하여 그 청구인이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과 비교하여 볼 때, 위헌결정의 일종인 헌법불합치결정의 경우에는 권리구제를 받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은, 헌법재판 역시 재판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권리구제기능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해 사건에서 권리구제가 가능한 주문을 선고하여야 할 것인데,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직계존속과 방계혈족을 중혼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하면서 직계비속을 규정하지 아니한 것” 자체를 위헌이라고 하면, 이는 즉 직계비속이 누락된 부분이 위헌이 된다는 것인 만큼, 위헌결정의 기속력으로 인하여 당해 사건에서의 법원은 향후 새로운 입법이 개정되기까지는 직계비속도 중혼 취소청구권자에 포함되는 것으로 하여 재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주문이 입법권을 침해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입법의무는 적극적 의미에서 헌법상 명시된 입법의무와 소극적 의미에서 입법권 행사의 완결의무로 나눌 수 있고, 후자의 경우에는 헌법재판소가 그 흠결된 부분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해도 입법권 침해의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할 것이다. 입법자가 헌법상 명시된 입법의무를 해태한 것이 아닌 이상 헌법재판소가 그 진정 입법부작위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할 수 없을 것이나, 입법자가 선택한 입법권 행사에 일부 흠결이 있는 경우, 특히 명시적으로 규정된 부분이 아닌 배제된 부분에 대한 흠결이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입법은 입법자가 스스로 선택한 입법형식을 완결하지 못한 불완전한 입법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불완전한 입법은 입법권 행사의 완결의무를 불이행한 것으로 볼 것이며, 모든 입법이 헌법적 가치질서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최종적으로 심판하는 헌법재판소로서는 그러한 입법부의 입법권 완결의무를 위반하여 흠결된 부분을 특정하여 위헌결정을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와 같이 입법의 재량이 넓은 영역(혼인당사자와 검사 등으로 한정하여 중혼취소청구권자를 규정할 수도 있고, 현행 법률조항과 같이 더 넓게 중혼취소청구권자를 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에서 입법자는 그 입법적 결단으로 중혼의 취소청구권자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4촌 이내의 방계혈족까지 중혼의 취소청구권자에 포함시키는, 다소 폭넓은 범위의 중혼취소청구권자를 정하였다면, 평등의 원칙상 직계비속 역시 중혼의 취소청구권자에 포함시켰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입법자가 스스로 선택한 중혼의 취소청구권자의 범위에서 일부를 누락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그와 같이 누락된 점을 지적하고, 보완하는 한정위헌결정은 아예 새로운 중혼취소청구권자를 정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서 입법권의 기능을 침해하거나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6.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법은 중혼(重婚)을 금지하고(제810조), 중혼을 혼인취소사유(제816조 제1호)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중혼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당해 사건의 경우와 같이 북한에서 혼인한 사람이 혼자 월남하여 남한에서 다른 사람과 다시 혼인하거나, 이혼한 뒤 재혼하였는데 나중에 이혼이 무효로 밝혀지거나 취소된 경우에는 후혼(後婚)이 중혼으로 된다. 그러한 경우에 후혼의 상대방은 중혼인 줄 모르고 혼인하는 경우가 많고, 후혼이라 하여 무조건 비난하기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후혼도 부부관계와 친자관계를 형성하고 가정을 이루는 점에서는 정상적인 혼인관계와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전혼이 이혼·사망 기타의 사유로 해소되면 중혼상태도 해소된다.
중혼은 일부일처의 혼인제도에 위반되는 것인데도 민법이 중혼을 혼인무효사유로 규정하지 아니하고 혼인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중혼에 의하여 실질적으로 형성되는 부부관계와 친자관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중혼이라도 취소되기 전에는 유효한 혼인으로 취급하여 중혼의 당사자도 법률상의 부부로서 권리의무를 가지고, 중혼 중 포태된 자(子)는 부(夫)의 혼인중의 자로 추정되게 한 것이다. 그리고 혼인취소의 효력은 기왕에 소급하지 아니하므로(민법 제824조), 중혼이 취소되더라도 취소 전에 생긴 법률효과는 소멸되지 아니한다.
혼인의 취소는 유효한 혼인관계를 소멸시키는 것으로서 혼인당사자의 권리의무에 중대한 변동을 초래하는 것이므로, 혼인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여야 한다. 그런데도 민법은 중혼을 혼인취소사유로 규정하면서도
그 취소청구권자로 “당사자 및 그 배우자, 직계존속, 4촌 이내의 방계혈족 또는 검사”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중혼이 일부일처제에 위반된다는 점을 중시하여 중혼의 해소를 용이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이해된다.
그러나 중혼은 중혼의 당사자나 그 배우자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법익을 침해하는 것이지만, 그 밖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법익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후혼에 의하여 이루어진 부부관계와 친자관계도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점, 중혼상태의 실상을 보면 전혼은 사실상 해소되고 후혼이 실질적인 혼인기능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점, 전혼이 해소되어도 중혼상태가 해소되는 점, 민법이 중혼을 혼인무효사유로 규정하지 아니하고 혼인취소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중혼의 취소 여부는 중혼으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법익을 침해당한 중혼 당사자와 그 배우자의 자기결정권에 맡겨야 할 사항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중혼의 경우에 후혼당사자나 전혼의 배우자가 아닌 제3자에게 혼인취소권을 인정하려면 혼인당사자의 혼인관계상 권리를 부정하게 하여도 좋을 만큼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검사도 중혼이 일부일처제에 반한다는 이유만 가지고 취소청구할 수는 없고 중혼이 당사자나 그 배우자의 법익을 침해하여 사회질서를 해치는 지경에 이른 경우에만 취소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직계존속이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에게 중혼취소청구권을 인정하는 당위성과 합리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중혼은 반사회적이고 반윤리적이므로 근친들에게 중혼에 대한 취소청구권을 인정함이 바람직하다고 설명되지만, 중혼을 법률상 당연무효라고 규정하지 아니하고 중혼취소사유로 규정하여 중혼도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한 혼인으로 존속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이상, 중혼의 취소에 대하여 직접적인 법률상의 이해관계도 없는 직계존속이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에게 중혼의 취소를 청구하게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직계존속이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에게 중혼취소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은 중혼을 무효인 혼인과 같이 무가치한 것으로 취급하고 중혼당사자의 혼인의사와 혼인관계상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은 직계비속에게 중혼취소청구권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중혼이 중혼당사자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의 상속권 기타 재산상 권리에 영향을 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유는 중혼당사자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에게 중혼취소청구권을 인정할 사유로 삼기 어렵다.
따라서 민법 제818조 중 “직계존속,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중혼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한 부분은 중혼당사자의 혼인관계상의 권리와 혼인관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한다. 민법 제818조가 중혼취소청구권자로 ‘직계비속’을 규정하였더라면 그 부분도 역시 위헌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민법 제818조가 직계비속을 중혼취소청구권자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위헌이라고 선언해서는 안 된다.
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