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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09. 6. 10. 선고 2009노682 판결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위반·정치자금법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및 검사

검사

송규종

변 호 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나천수외 2인

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위반의 점,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도과 후에 제출된 항소이유보충서는 항소이유서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만 판단한다)

㈎ 허위의 인식 유무

피고인은 이 사건 재산신고 당시 처인 공소외 1이 차명예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였으므로, 재산신고에 관한 허위의 인식이 없었다.

또한, 금융실명제하에서 차명계좌의 예금주에 관한 법리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차명예금의 예금주는 자금의 출연자인 공소외 1이 아니라 계좌명의인인 공소외 2로 보아야 하고, 공소외 1을 차명예금의 사실상의 소유자로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 사건 차명예금은 재산신고의 대상이 아니다.

㈏ 허위사실의 공표 행위 여부

후보자재산신고서는 후보자등록과정에서 등록신청서에 첨부하는 서류에 불과하고, 일반적인 선거홍보물과 같이 처음부터 공개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며, 선거관리위원회가 법에 따라 공지하는 것일 뿐이므로,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공표하였다고 의율하는 것은 부당하다.

또한, 교육감 선거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공직선거법을 준용하고 있으나, 그 준용의 범위를 선거절차 관련 규정뿐만 아니라 형사처벌 관련 규정으로 확대하는 경우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므로, 피고인의 행위를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 으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

㈐ 결론

따라서, 이 부분에 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피고인에 대하여 원심이 당선무효형인 벌금 150만 원을 선고한 것은, 피고인의 행위나 경력, 범행 경위, 선거에의 영향, 당선무효형의 선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 교육 이념 및 방향에 대한 혼란 방지의 필요성, 피고인의 업적 등에 비추어 지나치게 무거운 형벌을 과한 것으로 부당하다.

나. 검사

(1)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정치자금법위반의 점)

피고인이 신뢰하였다고 주장하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련 법령 해석에 일관성이 없고, 피고인이 이 사건 무상차입 행위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하는 등의 절차도 거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제16조 의 법률의 착오에 해당하지 아니함에도, 이 부분에 관한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피고인의 행위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의 공정성을 해하고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을 저해하는 행위로서 사안이 가볍지 않고, 피고인이 그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재산신고 대상 여부

㈎ 법률의 규정

1) 교육감은 주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따라 선출하고(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22조 제1항 ), 정당은 교육감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할 수 없으며, 교육감후보자는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권자의 추천을 받아 선거일전 15일부터 2일간 시·도선거관리위원회에 서면으로 등록신청을 하되, 그 추천 및 등록은 같은 법 제48조 제49조 의 규정에 따른 무소속후보자의 추천 및 등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며(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22조 제2항 ), 교육감 선거에 관하여 이 법에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공직선거법’의 시·도지사선거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 제22조 제3항 ).

2) 후보자의 등록은 대통령선거에 있어서는 선거일전 24일, 국회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의원 및 장의 선거에 있어서는 선거일전 15일부터 2일간 관할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에 서면으로 신청하여야 하고( 공직선거법 제49조 제1항 ), 무소속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는 제48조 (선거권자의 후보자추천)의 규정에 의하여 선거권자가 기명·날인한 추천장을 등록신청서에 첨부하여야 하며( 공직선거법 제49조 제3항 ), 제1항 내지 제3항 의 규정에 의하여 후보자등록을 신청하는 자는 공직자윤리법 제10조의2(공직선거후보자 등의 재산공개)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등록대상재산에 관한 신고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공직선거법 제49조 제4항 제2호 ).

3)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의 장, 지방의회의원 선거의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이 후보자등록을 할 때에는 전년도 12월 31일 현재의 제4조 에 따른 등록대상재산에 관한 신고서를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고,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 등록 공고시에 후보자의 재산신고사항을 공개하여야 한다( 공직자윤리법 제10조의2 ).

4) 등록의무자가 등록할 재산은 본인,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한다), 본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다만, 혼인한 직계비속인 여자와 외증조부모, 외조부모, 외손자녀 및 외증손자녀는 제외한다)의 재산(소유 명의와 관계없이 사실상 소유하는 재산, 비영리법인에 출연한 재산과 외국에 있는 재산을 포함한다)으로 하고( 공직자윤리법 제4조 제1항 ), 그 종류는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지상권 및 전세권, 광업권·어업권, 그 밖에 부동산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는 권리, 소유자별 합계액이 1천만원 이상의 현금(수표 포함), 예금, 주식·국채·공채·회사채 등 증권, 채권, 채무, 소유자별 합계액 500만원 이상의 금 및 백금(금제품 및 백금제품 포함), 품목당 500만원 이상의 보석류, 골동품 및 예술품, 권당 500만원 이상의 회원권, 소유자별 연간 1천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는 지식재산권, 자동차·건설기계·선박 및 항공기, 합명회사·합자회사 및 유한회사의 출자지분, 주식매수선택권으로 한다( 공직자윤리법 제4조 제2항 ).

㈏ 이 사건 차명예금의 귀속주체

1) 일반론

대법원은 차명예금과 관련하여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체결하고 그 실명확인 사실이 예금계약서 등에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그 예금계약서에 예금주로 기재된 예금명의자나 그를 대리한 행위자 및 금융기관의 의사는 예금명의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보려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경험법칙에 합당하고, 예금계약의 당사자에 관한 법률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어 합리적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예금계약 당사자의 해석에 관한 법리는, 예금명의자 본인이 금융기관에 출석하여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나 예금명의자의 위임에 의하여 자금 출연자 등의 제3자(이하 ‘출연자 등’이라 한다)가 대리인으로서 예금계약을 체결한 경우 모두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본인인 예금명의자의 의사에 따라 예금명의자의 실명확인 절차가 이루어지고 예금명의자를 예금주로 하여 예금계약서를 작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예금명의자가 아닌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라고 볼 수 있으려면, 금융기관과 출연자 등과 사이에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서면으로 이루어진 예금명의자와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예금명의자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출연자 등과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출연자 등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작성된 예금계약서 등의 증명력을 번복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매우 엄격하게 인정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8다45828 판결 ).

이와 관련하여, 차명예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금의 출연자가 아닌 예금계좌의 명의인을 예금주 또는 예금반환청구권의 귀속주체로 보아야 하므로, 공직자윤리법에 의한 재산등록 또는 공직선거법에 의한 재산신고와 관련하여, 차명예금은 원칙적으로 등록 또는 신고 대상 재산에서 제외되고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등록 또는 신고 대상 재산에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금융기관과 예금계약을 체결하려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예금계약을 체결하는 차명예금의 경우에, 금융기관에 대한 관계에서 그 예금계약의 당사자(예금주)를 확정하는 문제에 관한 것으로,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의 의사 해석을 통하여 원칙적으로 계좌의 명의인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것일 뿐이고, 자금의 출연자와 계좌의 명의인 사이의 관계에서 자금의 출연자의 예금에 관한 권리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된다.

나아가, 공직자윤리법은 등록 또는 신고 대상 재산으로 “소유 명의와 관계없이 등록의무자 등이 사실상 소유하는 재산”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주로 부동산이나 예금을 염두에 두고 소유관계의 형식과 내용이 상이하여 재산의 법적 귀속주체와 경제적 귀속주체가 다른 경우에, 실질적으로 재산을 사용·수익·처분하는 권능을 행사하는 경제적 귀속주체의 재산에 대한 등록 또는 신고 의무를 규정한 것으로 해석되므로, 차명예금도 등록대상재산의 범위에 포함된다.

2) 구체적 검토

원심 및 당심에서 제출된 여러 증거들에 의하면, ㉠ 피고인의 처인 공소외 1은 2003. 12.경 친구인 공소외 2 명의로 이 사건 차명계좌를 개설하면서, 예금주의 주소와 연락처로 자신의 주소와 연락처를 기재한 예금거래신청서를 제출하고, 그 계좌의 예금통장과 인감도장을 자신이 보관한 점, ㉡ 공소외 1은 이후에 예금의 인출 등 모든 거래를 직접 처리하였고, 공소외 2는 그러한 거래과정에 관여한 적이 없는 점, ㉢ 공소외 1은 은행 직원의 권유로 여러 번에 걸쳐 계좌의 해지 및 개설을 반복하면서 공소외 2 명의로 예금의 종류를 달리하는 계좌를 개설하였는데, 공소외 2는 최초의 차명계좌를 개설할 때를 제외하고는 그러한 계좌의 해지 및 개설 과정에 관여한 적 없고, 공소외 1이 혼자 금융기관을 방문하여 업무를 처리한 점, ㉣ 차명계좌를 개설한 금융기관은 공소외 1이 평소에 자신의 실명으로 개설한 다수의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주거래은행으로서, 담당 직원이 공소외 1의 계좌 보유 내역을 비교적 상세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 공소외 2는 이 사건 계좌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 적이 전혀 없고, 공소외 1은 스스로 그 계좌의 예금이 실제로 자신이 모은 돈으로 적립한 것으로 자신의 재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차명예금은 그 명의 여하에 불구하고 공소외 1이 실질적으로 사용·수익·처분할 수 있는 공소외 1의 소유재산으로 봄이 상당하다.

3) 법률 규정의 효력

한편, ㉠ 피고인과 처 공소외 1의 재산보유내역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으로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부동산’과 ‘예금’인데, 공직자윤리법이 규정하는 “소유 명의와 관계없이 사실상 소유하는 재산”의 개념에서 ‘차명 예금’을 제외한다면, 그에 관한 법률규정의 취지는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는 점, ㉡ ‘차명예금’은 ‘명의신탁 부동산’과 함께 우리 사회에서 가지는 상징성으로 인하여 특별법으로 ‘명의신탁’ 또는 ‘차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자산인데, 이러한 자산에 대하여 입법자가 공직자의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점, ㉢ 공직자윤리법이 등록의무자가 등록할 재산을 등록의무자 본인, 배우자, 직계존속·직계비속 등 사람의 재산으로 규정하면서 굳이 괄호로 “소유 명의와 관계없이 사실상 소유하는 재산”이라는 문구를 명시하여, 혹시라도 형식(명의)과 내용(실질)의 괴리로 재산의 법적 귀속주체와 경제적 귀속주체를 달리 볼 수 있는 재산에 대하여 등록재산 해당 여부에 관한 논란을 없애려는 의도를 분명히 한 점, ㉣ 부동산이나 예금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의 대부분이 그 의미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 유형의 자산이고, 그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지 수년이 지나 부동산이나 예금의 ‘명의신탁’ 또는 ‘차명보유’로 인한 사회적 폐해의 근절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으로 보이는 점, ㉤ 그에 따라 관련 법률에서 공직후보자로 하여금 ”소유 명의와 관계없이 사실상 소유하는 재산“을 신고하거나 등록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었다고 할 때, 통상적인 지적 수준과 이해능력을 가진 규범의 수범자로서는 그 규정에서 의미하는 재산에 당연히 ‘부동산’과 ‘예금’이 포함되고, ‘사실상의 소유’라는 개념으로 부동산의 경우에는 ‘명의신탁’에 의한 권리 보유, 예금의 경우에는 ‘비실명거래’에 의한 가명 또는 차명 계좌의 보유의 형태를 떠올릴 것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등록대상재산의 개념에 관한 공직자윤리법의 규정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 소결론

따라서, 공소외 1의 차명예금은 공소외 1이 법적으로 또는 사실상 소유하는 재산으로 관련 법률에 의하여 피고인이 신고하여야 할 재산에 해당한다.

(2) 차명예금의 존재 인식 여부

㈎ 피고인의 주장

부부 사이에 상대방이 모르는 별도의 재산을 보유하는 경우도 있고, 공소외 1은 차명예금의 존재로 인하여 공직자인 피고인이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여 끝까지 피고인에게 차명예금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으며, 피고인이 공소외 1의 실명으로 되어 있는 적지 않은 금액의 예금이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굳이 차명예금이 노출되는 위험을 감수하고 차명예금을 선거자금으로 사용할 이유가 없고,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은 상당한 재력을 가진 것으로 믿은 공소외 3이 공소외 1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공소외 1의 차명예금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하였다.

㈏ 증명의 방법과 정도

피고인이 특정한 사실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의 내심의 영역에 속하고, 피고인이 내심의 의사나 인식을 부인하는 경우 직접증거에 의하여 내심의 의사나 인식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법원으로서는 적법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토대로 합리적 사고와 경험칙에 의하여 내심의 의사나 인식의 존재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경우에도 직접증거에 의하여 사실인정을 하는 때와 마찬가지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는 것이나, 여기에서 말하는 ‘합리적 의심’이라 함은 모든 의문이나 불신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칙에 기하여 요증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성 있는 의문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단순히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을 포함하는 개념은 아니다.

㈐ 인정사실

이상의 논의를 전제로, 원심 및 당심의 여러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피고인의 차명계좌 인식 여부에 관한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공소외 2 명의의 차명계좌 개설

공소외 1은 2003. 12.경 외환은행 올림픽선수촌 지점에서 자신의 고등학교 동창인 공소외 2의 명의를 빌려 공소외 2 명의로 예금계좌(계좌번호 : 외환은행 계좌번호 1 생략)를 개설하였다가, 2005. 12. 14. 위 예금계좌를 해지하고 공소외 2 명의로 엠엠에프(MMF, Money Market Funds) 계좌(계좌번호 : 외환은행 계좌번호 2 생략, 이하 ‘이 사건 계좌’라 한다)를 개설하면서 위 해지계좌의 예금잔고 285,992,778원을 인출하여 이 사건 계좌에 입금하였고, 2007. 5. 11.경 공소외 2 명의로 예금계좌(계좌번호 : 외환은행 계좌번호 3 생략)를 추가로 개설하여 이 사건 계좌와 연결시켰으며, 2008. 1. 15. 이 사건 계좌와 위 연결계좌를 모두 해지하고 예금잔고 471,224,665원을 인출한 다음 공소외 2 명의로 새로이 개설한 예금계좌(계좌번호 : 외환은행 계좌번호 4 생략)에 이를 입금하였다(이하에서는 위와 같은 공소외 2 명의의 계좌를 통틀어 ‘이 사건 차명계좌’라 한다).

2) 차명예금이 피고인의 선거자금으로 유입된 과정

가) 공소외 1은 2008. 5. 20.경 피고인의 제자로서 선거자금의 조달 등 선거사무를 주도적으로 맡아 처리하고 있던 공소외 3의 처인 공소외 4에게 선거비용으로 현금 4,000만 원을 건네주었고, 2008. 5. 28.경부터 2008. 6. 9.경까지 사이에 총 4회에 걸쳐 이 사건 차명계좌에서 인출한 돈으로 공소외 4의 조카인 공소외 5 명의의 예금계좌(계좌번호 : 우리은행 계좌번호 5 생략)에 선거비용으로 총 7,700만 원을 입금하였으며, 2008. 6. 중순경 공소외 4에게 이 사건 차명계좌의 예금통장과 거래인감을 건네주고 비밀번호를 알려주어 공소외 4로 하여금 이 사건 차명계좌의 예금을 선거자금으로 사용하도록 하였다.

나) 공소외 4는 2008. 6. 16. 공소외 1로부터 건네받은 위 4,000만 원 중 3,000만 원을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피고인의 선거비용의 수입·지출을 위한 예금계좌(농협 계좌번호 6 생략, 이하 ‘선거비용 계좌’라고 한다)”에 공소외 3 명의로 입금하였고, 2008. 6. 27. 이 사건 차명계좌에서 189,183,566원, 공소외 5 명의의 위 우리은행 예금계좌에서 8,000만 원을 각 인출하고 일부 돈을 보태어 총 2억 7,000만 원을 피고인의 선거비용 계좌에 공소외 3 명의로 입금하였으며, 2008. 8. 5. 이 사건 차명계좌에서 1억 원을 인출하여 피고인의 선거비용 계좌에 공소외 3 명의로 입금하였다.

다) 한편, 공소외 3은 선거후 선거비용을 보전받은 다음 이 사건 차명계좌에 2008. 10. 2. 1억 원, 2008. 10. 10. 195,919,720원을 각 송금하였다.

3) 피고인과 공소외 3의 관계

공소외 3은 피고인이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한 1960년대에 피고인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제자로서, 졸업 후에도 피고인과 연락을 하면서 돈독한 사제관계를 유지하였고, 공소외 4는 공소외 3의 처로서 공소외 3과 함께 피고인 부부를 만나면서 피고인의 처인 공소외 1과도 개인적으로 친분을 유지하였다.

공소외 3은 이 사건 교육감 선거에서 정식으로 선거사무원으로 신고하지 않은 채 자원봉사자의 신분으로 2008. 6.경부터 선거기획팀장 또는 선거총괄팀장의 직책을 맡아 선거자금의 조달, 선거비용 지출에 대한 계약 및 집행, 선거공보물을 통한 선거운동 등 전반적인 선거사무를 총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다가, 자신과 공소외 4의 명의로 사설학원을 운영하는 공소외 3이 위와 같이 선거에 관여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자, 2008. 7. 8.경 선거총괄팀장의 직책에서 물러났으나, 그 후에도 선거자금 조달 등의 업무에 관여하면서 피고인의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4) 공소외 3이 조달한 선거자금

공소외 3은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의 직원인 공소외 6, 7, 8로부터 차용한 6,500만 원과 자신의 개인재산으로 마련한 4,484만 원을 피고인의 선거비용 계좌에 입금하고, 2008. 7. 14.경 공소외 9로부터 3억 원을 차용하는 방법으로 3억 원을 마련하는 등 약 4억 원을 피고인의 선거자금으로 조달하였다( 공소외 9는 피고인과는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고, 공소외 3이 제3자의 소개로 그를 만나 피고인의 선거자금 명목으로 금전을 빌렸다). 공소외 3은 그 외에도 앞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4를 통하여 약 4억 원을 피고인의 선거비용 계좌에 입금하였는데, 이 돈은 공소외 1의 차명계좌에 입금된 돈이나 공소외 1로부터 건네받은 현금으로 조달한 것이다.

5) 그 밖의 피고인의 선거자금 조달 및 선거비용 보전 내역

피고인은 이 사건 교육감 선거에 비용으로 약 30억 원 가량을 지출하였는데, 공소외 3을 통하여 조달한 자금 외에는 피고인이나 공소외 1의 금융기관 대출금(매제인 공소외 10이나 동생인 공소외 11의 보증 부분 포함), 공소외 10 등 친인척으로부터 차용한 돈, 피고인의 기존의 예금, 후원자들의 격려금 등으로 비용을 마련하였다.

피고인은 2008. 8. 25.부터 같은 해 9. 26.까지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비용 보전금으로 약 29억 원을 지급받았다.

6) 공소외 1의 경력 및 소득 등

공소외 1은 교사로 재직하다가 1998. 2.경 명예퇴직하였고, 퇴직 당시 받은 1억 7천만 원 정도의 퇴직금에 2천만 원을 보태어 1억 9천만 원을 만들어 교원공제조합에 종신형으로 예탁하여 두고(위 예탁금은 이 사건 계좌에 입금된 돈과는 별개의 것이고, 피고인은 후보자 재산신고시 배우자 재산내역에 위 예탁금을 포함시켰다), 위 예탁금의 이자로 월 80만 원 내지 140만 원을, 연금으로 월 130만 원 내지 190만 원 정도를 받아 왔다(위 예탁금 중 2008. 4.경 대여용도로 1억 원을, 2008. 11.경 이사자금으로 1억 원을 각 인출하여 현재 잔액은 1,500만 원 정도이다).

7) 피고인의 경력 및 소득 등

피고인은 1957년부터 각급 중·고등학교의 교사로 재직하다가 1993. 3. 1.부터 1994. 9. 30.까지 장학관(서울특별시 강동교육청)으로, 다시 1996. 9. 1.부터 1998. 2. 28.까지 장학관(서울특별시 교육청 중등교육국장)으로 각 재직하였고, 1998. 3. 1.부터 2002. 7. 29.까지 ◎◎대학교 총장으로 재직하였으며, 그와 함께 1998. 9. 1.부터 2004. 8. 16.까지 서울특별시교육위원회 교육위원을 역임하다가 간선제에 의한 교육감으로 선출되어 2004. 8. 26.부터 이 사건 교육감 선거 전까지 서울특별시 교육감으로 재직하였다.

피고인은 교육위원을 역임할 당시 월 400만 원 내지 500만 원 정도의 급여와 월 300만 원 정도의 연금을 받았고, 간선제 교육감으로 재직하는 동안에는 월 1,000만 원 정도의 급여와 월 170만 원 정도의 연금을 받았다. 피고인은 2006년경부터는 공소외 1에게 생활비로 월 300만 원 정도를 주었고, 그 이전에는 생활비 명목으로 별도의 돈을 주지는 않았다.

8) 피고인의 재산등록 내역

피고인은 장학관, 교육위원, 교육감 등으로 재직하면서 정기적으로 공직자재산등록을 하였는데, 1998. 9. 1.부터 2008. 12. 31.까지의 재산등록현황을 살펴보면, 피고인과 공소외 1은 해당 기간 내내 같은 아파트 1채를 소유하여 가액의 변동을 제외하고는 부동산에 관한 재산의 변동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예금은 1998. 9. 1. 350,255,000원(그 중 공소외 1 명의의 예금은 263,329,000원)을 신고한 것을 시작으로 2004. 12. 31.까지는 대체로 3억 원대 후반에서 4억 원대 중반의 금액(그 중 공소외 1 명의의 예금은 2억 원대 중반에서 3억 원대 초반의 금액)으로 매년 큰 변동이 없다가, 피고인이 간선제 교육감으로 선출된 이후인 2005. 12. 31.부터는 직전 년도의 4억 1,000여만 원( 공소외 1 명의로 3억여 원)에서 5억 1,000여만 원( 공소외 1 명의로 3억 3,000여만 원)으로, 그 다음해에는 5억 5,000여만 원( 공소외 1 명의로 3억 2,000여만 원)으로, 그 다음해에는 6억 3,000여만 원( 공소외 1 명의로 3억 5,000여만 원)으로 금액이 크게 늘어났다. 그 밖에 피고인은 전세보증금 채권과 전세보증금 채무를 제외하고는 부동산과 예금 외에 별다른 재산이 없는 것으로 신고를 하였다. 또한, 피고인이나 공소외 1은 주식투자나 부동산투자 등과 같은 고위험·고수익의 자산관리는 회피하고, 주로 예금이나 신탁 등의 안전자산 위주로 여유자금을 운영하였다.

9) 공소외 1의 차명예금의 변동 내역

공소외 1은 2002. 12.경 처음으로 공소외 2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할 무렵에 약 4,000만 원을 예치하였는데, 피고인이 간선제 교육감으로 선출된 이후인 2005. 1.경부터 2005. 12.경까지 3억 1,000여만 원의 돈이 그 계좌에 입금되었고, 앞서 본 바와 같이 2005. 12. 14. 기존의 차명계좌를 해지하고 이 사건 계좌를 개설할 무렵에는 예금잔고가 285,992,778원에 이르렀으며, 2008. 1. 15. 이 사건 계좌를 해지할 무렵에는 예금잔고가 471,224,665원에 이르렀다. 또한, 공소외 1이 공소외 4에게 이 사건 차명계좌의 예금통장을 건네줄 당시에도 4억 원이 넘는 예금이 남아 있었다.

10) 피고인과 공소외 1의 예금계좌 보유 형태

피고인과 공소외 1은 이 사건 차명계좌 외에도 각자 다수의 예금계좌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 계좌들은 전부 피고인이나 공소외 1의 실명으로 개설하여 거래하고 있다.

11) 이 사건 차명계좌의 거래 형태

이 사건 차명계좌가 개설된 이후에 수십 회에 걸쳐 예금의 입금과 인출이 이루어졌는데,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우 계좌이체나 수표의 입출금 등이 아닌 현금의 입출금 형태로 거래가 이루어졌고, 1회당 거래금액도 수천만 원에 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2) 피고인과 공소외 1의 재산 관리 형태

피고인과 공소외 1은 혼인한 후에도 별도로 자신의 재산을 관리하면서 상대방의 재산에 대해서는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고, 이 사건 교육감 선거 당시에도 공소외 1은 자신의 실명으로 된 예금계좌에 약 3억 원 정도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피고인이나 공소외 1은 그 예금에 대해서는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앞서 본 바와 같이 금융기관의 대출금이나 지인·친인척 또는 제3자로부터의 차용금 등으로 선거자금을 조달하였다. 그럼에도, 공소외 1은 이 사건 차명계좌의 예금으로 약 4억 원 가량의 선거자금을 지원하였다.

13) 차명예금 보유 은폐 시도

피고인은 이 사건 교육감 선거 이후에 사설학원으로부터 거액의 선거자금을 제공받았다는 이유로 상대후보자 측이나 언론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그 자금이 피고인의 업무와 무관하지 않다는 이유로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고발을 당하는 등 곤경에 처해 있었으며, 이 사건 수사도 처음부터 피고인의 차명예금을 문제삼은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선거자금 조달과 관련한 정치자금법 등의 위반 여부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그리고, 이 사건 차명계좌에서 피고인의 선거자금으로 유입된 돈의 대부분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사설학원의 운영자이자 상대후보자 측에 의하여 불법선거자금조달의 핵심관여자로 거론된 공소외 3의 명의로 피고인의 선거비용 계좌에 입금되었다.

그런데, 공소외 1이나 공소외 3, 4는 이러한 수사의 배경이나 수사의 초점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음에도, 공소외 4는 2008. 11. 11. 및 2008. 11. 13. 검찰에서 참고인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 공소외 2를 알게 된 경위’, ‘ 공소외 2와의 관계’ 등에 관하여 거짓말을 하고 자신이 공소외 2로부터 2억 9,000만 원을 차용하여 피고인의 선거자금으로 제공하고 선거가 끝난 후에도 추가로 1억 원을 차용하고 공소외 2에게 공소외 3 명의로 차용증도 작성하여 주었다고 허위로 진술하는 등 공소외 2와 공소외 1의 관계 및 공소외 1의 차명예금 보유사실을 철저히 숨기려고 하였으며, 공소외 1은 공소외 2가 검찰에 처음으로 출석하여 참고인조사를 받은 날(2008. 11. 14.)의 전날에도 공소외 4 등과 함께 공소외 2를 만나 차명예금의 존재를 숨기고 공소외 2가 공소외 4를 통하여 공소외 3에게 돈을 빌려준 것으로 진술하여 달라는 취지로 부탁을 하였고, 공소외 2는 그에 따라 참고인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자신이 계좌의 실질적 소유자라고 주장하다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공소외 1의 차명예금의 존재를 시인하게 되었다.

한편, 공소외 2는 그 당시 차명예금 개설의 경위에 관하여, “피고인이 ◎◎대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서울시 교육감으로 출마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공소외 1이 저에게 ‘네 이름을 빌려서 통장 하나 만들어 썼으면 좋겠다’라고 하여 제가 승낙하였습니다”라는 내용으로 진술을 하였다가, 공소외 1이 검찰에서 참고인조사를 받은 이후에 2차로 참고인조사를 받으면서 “ 공소외 1이 선교장학사업에 사용한다고 하면서 차명계좌의 개설을 부탁하였다”는 취지로 진술을 바꾸었다.

㈑ 판단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은 객관적 사실관계를 토대로, 경험칙과 논리에 입각하여 피고인 측이 주장하는 사실관계에 부합하는 관련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검토함과 동시에, 피고인이 이 사건 차명예금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부분의 입증이 충분한지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1) 차명예금의 성격

공소외 1은 수사기관 및 당심 법정에서 “자신이 기존에 직장동료나 지인들에게 가진 대여금채권을 회수하고 자신의 연금이나 이자수입 등을 알뜰이 모아 이 사건 차명예금을 조성하였고, 독실한 신앙인으로서 뜻한 바 있는 선교장학사업에 차질이 없게 하기 위하여 부득이 차명으로 계좌를 관리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는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객관적 사실관계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 공소외 1은 이 사건 차명계좌를 개설하기 5년 전에 이미 교직을 그만두고 그 이후로 별다른 직업이 없이 생활하면서, 정기적으로 수령하는 연금과 예탁금 등의 이자 외에 별다른 소득원이 없었는데, 그 연금과 이자의 합산액이 대체로 월 300만 원에 미치지 못한 점, ㉡ 피고인과 육완순은 부동산을 제외하고는 예금 등에 관하여 각자 자신의 명의로 계좌를 보유하면서 별도로 재산을 관리하고 상대방의 재산에 대해서는 서로 관여하지 않는 생활방식을 고수하였고, 그로 인하여 공소외 1로서는 피고인으로부터 별다른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없었던 점, ㉢ 피고인과 공소외 1의 자산은 아파트 1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금융기관의 예금으로 구성되었고, 그로 인하여 단시간 내에 자산을 늘리기는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 점, ㉣ 공소외 1은 피고인이 간선제로 실시되는 서울특별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기 몇 개월 전에 이 사건 차명계좌를 개설하였고, 교육감 선거가 실시될 무렵인 2004. 7.경부터 수천만 원에 이르는 거액의 입·출금이 본격화된 점, ㉤ 피고인은 간선제 교육감으로 당선되고 교육감으로 취임한 날이 속하는 2004년 말 기준으로, 자신과 배우자의 예금으로 4억 1,000여만 원(그 중 공소외 1 명의의 예금은 3억여 원)을 재산으로 신고하였는데, 2005년 말에는 예금이 5억 1,000여만 원으로 늘고, 2006년 말에는 5억 5,000여만 원, 2007년 말에는 6억 3,000여만 원으로 예금이 늘어난 것으로 신고한 점, ㉥ 공소외 1은 2003년 12월경 이 사건 차명계좌를 개설할 무렵에 약 4,000여만 원을 계좌에 입금하여 사용하였는데, 2005년경에 갑자기 10여 회에 걸쳐 수천만 원의 뭉칫돈이 현금으로 입금되어 그 합계액이 3억 1,000여만 원에 이르렀고, 그에 따라 2005년 말에는 이 사건 차명계좌의 잔고가 2억 8,000여만 원에 이르렀으며, 그 이후에도 수시로 거액의 뭉칫돈이 유입되어 2008년 초에는 피고인의 차명예금이 4억 7,000여만 원으로 늘어난 점, ㉦ 그로 인하여 2004년 말부터 2007년 말 내지 2008년 초까지 약 3년 동안에 피고인이 공직자재산등록시 신고한 재산과 이 사건 차명계좌의 예금을 합산하여 약 6억 원 정도의 예금이 늘어난 점, ㉧ 피고인과 공소외 1은 실명으로 된 다수의 예금계좌를 가지고 있고 그 금액도 수억 원에 이르는데도, 유독 이 사건 차명계좌만은 실명이 아닌 차명으로 관리되고 있고, 수천만 원의 돈이 입·출금되는 과정에서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표나 이체의 방식이 아닌 현금으로 거래가 이루어진 점, ㉨ 공소외 1은 수사기관이나 당심 법정에서 “2003년경에 선교장학사업에 사용할 목적으로 일정한 기간 내에 일정한 금액의 달성을 목표로 돈을 모으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혹시나 피고인이 그 돈에 손을 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차명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돈을 관리하였으며, 계좌 개설을 전후하여 여러 차례 입출금이 이루어진 것은 돈이 필요하다고 하는 친인척의 요청으로 어쩔 수 없이 빌려주었다가 반환받은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나, 그러한 목적으로 남편에게도 비밀로 하고 모으는 돈을 친인척이나 지인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자도 받지 않고 선뜻 빌려주고 그 증빙으로 차용증이나 현금보관증도 받지 않았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고, 피고인이 혹시라도 돈이 필요하다고 할 것을 염려하여 차명으로 예금을 관리하였다고 주장하면서도 피고인이 자신에게 이 사건 교육감 선거의 자금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하지도 않았음에도, 스스로 약 4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선거자금으로 제공한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점, ㉩ 또한, 공소외 1은 “이 사건 차명계좌에 대부분의 돈이 현금으로 입금된 경위에 관하여, 돈을 빌려간 친인척들이나 지인들이 고맙다고 인사를 하면서 쇼핑백 등에 현금을 담아 갖다 주었기 때문이다. 피고인이 굳이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하지 않아도, 그 사람들이 알아서 현금으로 갖다 주었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나, 이 역시 거액의 현금을 휴대하는 데에 따른 수고나 위험, 간편한 계좌이체나 수표의 발행을 통한 금융 편의 등을 감안한 통상적인 금융거래 형태에 비추어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점, ㉪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러 공소외 1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공소외 1로부터 돈을 빌렸다가 갚았다는 친인척이나 지인들의 진술서나 계약서 등 서류를 제시하고 있으나, 이 사건의 수사가 개시되고 제1심의 재판이 끝난 후에 한참의 시간이 흘러 당심의 변론이 종결될 무렵에 비로소 제출된 경위나 그 내용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에 비추어,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는 신빙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점, ㉫ 공소외 1이 친인척이나 제3자에게 실제로 빌려준 돈을 돌려받는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차명예금을 모은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공소외 1과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 공소외 1의 재산 정도, 자산 관리 형태 등에 비추어 피고인과 아무런 관계없이 공소외 1의 계좌로 거액의 돈이 유입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차명예금은 공소외 1이 독자적으로 모은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피고인과 관련되어 공소외 1에게 유입된 자금으로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2) 차명예금이 선거자금으로 유입된 시점 및 경위

공소외 3은 “2008. 5.경 피고인의 선거비용으로 2~3억 원 정도를 융통해 주겠다는 마음을 먹고 공소외 4에게 그 자금을 준비하라고 하였는데, 그 무렵 공소외 4가 공소외 1을 만나 보니 공소외 1이 ‘ 공소외 2의 통장에 4~5억 원 정도 들어있으니까 그 돈을 지원해주겠다’고 말하여 그 말을 믿고 2008. 6. 11. 피고인과 선거비용 조달방법을 논의하면서 자신이 5억 원 정도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공소외 4는 “2008. 5.경 공소외 3으로부터 피고인의 선거자금으로 2~3억 원 정도를 융통해 주어야 하니 자금을 준비하라는 말을 듣고는 여의치 않아 답답한 나머지 공소외 1을 찾아가 사정을 말하니 공소외 1이 남편 몰래 모아 놓은 돈이 있다고 하면서 현금 4,000만 원을 주기에 받아왔고, 그 이후에 조카인 공소외 5의 예금계좌로 7,700만 원을 송금받았으며, 2008. 6. 중순경 공소외 1로부터 선거비용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공소외 2 명의의 예금통장을 건네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공소외 3, 4 등의 이러한 진술과 이에 터잡은 피고인의 주장은, ㉠ 피고인과 공소외 3의 사전교감이 없이, 피고인을 돕기 위하여 선거자금을 마련할 생각을 가진 사람의 처가 도리어 피고인의 처를 만나 선거자금을 받아온다거나, 피고인의 처가 그토록 소중히 생각하고 숭고한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수년간 모았다는 거액의 예금의 들어 있는 통장을 선뜻 피고인의 제자의 배우자에게 건네준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점, ㉡ 공소외 3이 공소외 9로부터 조달한 3억 원은 실제로 공소외 3이 조달한 자금으로 볼 수 있고, 이러한 자금을 합하면 공소외 3은 4억 원이 넘는 선거자금을 조달하여 자신이 책임지기로 했다는 약 5억 원에 근접한 자금을 실제로 조달한 것으로 보이는 점, ㉢ 이 경우 공소외 3이 조달한 약 4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선거자금은 피고인이 친인척 등으로부터 빌리거나 자신이나 공소외 1의 예금을 사용하거나 제3자로부터 빌리는 등의 방식으로 조달할 수밖에 없었던 점, ㉣ 공소외 1은 피고인이 교육감 선거에 정식으로 예비후보자 또는 후보자 등록을 한 시점이나 공소외 3이 선거컨설팅업체를 통하여 예상선거비용을 산출하고 이를 토대로 자신이 약 5억 원 정도의 선거자금을 마련하겠다고 피고인에게 말하였다는 시점(2008. 6. 11.)보다 훨씬 전인 2008. 5. 중순부터 2008. 6. 초순까지 기간에 이미 1억 원이 넘는 돈을 이 사건 차명계좌에서 인출하여 피고인의 선거자금 명목으로 공소외 4를 통하여 공소외 3에게 제공하였고, 2008. 6. 중순에는 아예 이 사건 차명계좌의 예금통장을 공소외 4를 통하여 공소외 3에게 넘겨준 점, ㉤ 그 당시 공소외 3은 피고인의 선거사무소에서 선거기획팀장 또는 선거총괄팀장으로 불리우며 사실상 선거사무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아 피고인의 수족으로 활동하고 있었던 점, ㉥ 피고인은 오랜기간 공소외 1과 혼인생활을 하면서 공소외 1의 재산에 대해서는 독립성을 보장하고 자신의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흔적은 없고, 이 사건 당시에도 공소외 1에게 선거자금의 제공을 요청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며, 공소외 1도 자신의 실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약 3억 원의 예금에 대해서는 피고인을 위한 선거자금으로 제공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유독 이 사건 차명계좌에 대해서는 수억 원의 돈을 인출하여 선거자금으로 제공하고 예금통장까지 타인에게 맡겨 예금을 관리하게 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선뜻 믿기 어렵고, 결국 이러한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공소외 3이 피고인의 후보자등록 및 재산신고 이전에 공소외 4를 통하여 공소외 1로부터 예금을 넘겨받아 피고인의 선거자금으로 제공하는 과정에 피고인의 의사가 반영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3) 소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공소외 1의 차명예금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이나 논리에 부합하고, 그 증명의 정도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른다고 인정된다.

(3) 허위성의 인식 여부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차명예금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고, 그 차명예금이 자신의 선거자금으로 유입되었으며, 그 예금의 규모도 상당한 점, 피고인은 장학관, 교육위원, 간선제 교육감을 역임하면서 수년간 공직자재산등록을 하여 실명 여부에 관계없이 배우자가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예금은 모두 재산신고대상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이 사건 재산신고서를 제출할 당시 이 사건 차명예금이 누락되어 신고사항이 진실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4) 공표 행위 여부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에 의하여 준용되는 공직선거법은 공직후보자로 하여금 본인이나 가족 등의 병역사항, 각종 세금의 납부 및 체납에 관한 사항, 범죄경력, 학력 등과 함께 “재산 보유 내역”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 증식을 방지하고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확보하여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가져야 할 공직자의 윤리를 확립한다는 공직자윤리법의 목적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에게 공직후보자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여 유권자들로 하여금 해당 후보자에 대한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그에 따라 이러한 신고사항을 포함하여 후보자 등의 출생지·신분·직업·경력 등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도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는 것을 금지하고 그 위반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직선거법이 신고대상재산을 규정하면서 공직자윤리법에 의한 규정을 인용하고 신고사항의 공개가 공직자윤리법에 규정되어 있더라도, 공직윤리법의 입법취지에 맞추어 공직선거법의 관련 규정을 해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 한편,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후보자가 후보등록시 제출한 재산신고서 등의 서류를 스캔 등의 방법으로 파일로 만들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운영하는 선거정보통합시스템에 입력한 다음 인터넷선거정보조회시스템을 통하여 후보자등록일부터 선거일까지의 기간에 일반에 공개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사람은 누구나 후보자의 정보공개자료를 열람할 수 있게 되어 있는바, 이와 같이 후보자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재산신고서를 제출한 후에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하여 자동적으로 그 내역이 일반에 공개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고, 그 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직원이 별도로 신고사항의 진실성 여부를 심사하는 절차는 없으며, 피고인으로서도 자신의 재산이나 병역 사항 등이 그와 같은 절차를 통하여 그대로 일반에 공개될 것이라는 사정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담당 직원을 도구로 이용한 허위사실의 공표행위에 해당한다.

(5) 법령 적용의 문제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은 “교육감 선거에 관하여 이 법에 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공직선거법’의 시·도지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제22조 제3항 )고 규정하면서, 제22조 제1항 제2항 외에 선거절차나 선거관련 행위의 처벌에 관한 규정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교육감 선거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직선거법의 관련 규정에 의하여 규율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방식의 준용규정이 일반국민으로 하여금 규범의 존재 및 해석을 하는 데에 다소의 불편을 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으나, ㉠ 교육감 선거가 직선제로 전환되기 전의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은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허위사실공표죄 등을 포함하여 선거운동 및 벌칙에 관한 조항을 별도로 두고 있다가 직선제의 도입으로 법을 개정하면서 그 조항을 모두 삭제하고 모두 공직선거법을 준용하는 형식으로 규정한 점, ㉡ 교육감은 그 관할구역이 시·도지사와 동일하고 정당 공천이 배제된다는 점을 감안하여 시·도지사 선거의 무소속 후보자에 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한 점, ㉢ 이러한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유사성으로 인하여 일반인으로서는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의 준용규정을 통하여 공직선거법에 의하여 시·도지사의 선거에 적용되는 선거절차 및 벌칙에 관한 조항이 원칙적으로 교육감 선거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점, ㉣ 공직선거와 관련한 다른 법률에 엄격한 선거절차를 규정하고 그 위반에 대한 엄정한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데에 반하여, 유독 교육감 선거에 대해서는 위법한 선거운동에 관한 처벌조항을 두지 않을 합리적 이유가 없는 점 등을 모두 참작하여 보면, 교육감 선거에 공직선거법의 벌칙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적법하다.

(6) 결론

그렇다면, 원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지적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검사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1) 공소사실 및 원심판단의 요지

㈎ 공소사실

피고인은 2008. 3.경 같은 해 7. 30. 실시된 서울특별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기로 마음먹고, 2008. 6. 13.경 서울 중구 신당동 소재 농협 신당동 지점에서 공소외 3으로부터 선거비용 명목으로 피고인의 선거비용 수입계좌(농협 계좌번호 6 생략)로 500만 원, 같은 달 26.경 동인으로부터 484만 원, 같은 해 8. 5.경 동인으로부터 1억 원을 각 송금받는 등 합계 1억 984만 원을 이자 없이 무상으로 대여받음으로써,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받았다.

㈏ 원심판단

1) 교육감 선거후보자는 정치자금법 제3조 제1호 의 ‘공직선거의 후보자’에 해당하지는 않으나, 정치자금법 제3조 제1호 의 ‘그 밖에 정치활동을 하는 자’에 해당하므로, 교육감 선거의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의 선거와 관련하여 소요되는 비용은 정치자금법 제3조 제1호 소정의 정치자금에 해당한다.

2) 한편, 정치자금법 제3조 제2호 는 ‘제3자가 정치활동을 하는 자의 정치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거나 지출하는 경우와 금품이나 시설의 무상대여를 기부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이 교육감 선거와 관련하여 선거비용으로 공소외 3으로부터 1억 984만원을 무상으로 대여받은 행위는 정치자금법 제45조 제1항 에 위반된다.

3) 그러나, 피고인은 선거사무장을 통하여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파견 공무원에게 선거비용 모집방법을 구체적으로 문의하여, 그 공무원으로부터 “교육감 선거에는 정치자금법이 적용되지 않아 후보자가 친족 이외의 자로부터 기부금이나 차입금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으므로, 그에 따라 교육감 선거비용 마련을 위하여 친족 이외의 자로부터 기부를 받아도 된다고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

4)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제16조 의 법률의 착오에 해당하여 죄가 되지 않는다.

(2) 논의의 전제

이 법원은 이 부분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교육감 선거의 후보자인 피고인이 정치자금법 제3조 제1호 의 ‘공직선거의 후보자’에 해당하는지 또는 ‘그 밖에 정치활동을 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굳이 판단하지 아니한다. 그 이유는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의 행위는 법률의 착오에 의한 것으로 이를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3) 법률의 착오 여부

㈎ 인정사실

원심 및 당심에서 제출된 여러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지방자치단체(시·도)의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의 집행기관인 교육감은 원래 초·중등교육법의 규정에 의한 학교운영위원회위원 전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투표에 의한 ‘간선제’로 선출하였는데, 2006. 12. 20.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의 개정으로 주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하는 ‘직선제’로 변경되었다.

2) 이 사건 교육감 선거 이전에 부산광역시를 시작으로 여러 시·도의 교육감 선거가 직선제로 치러졌는데, 당시 교육감 선거에 소요되는 비용이 정치자금법상의 정치자금으로서 법령의 제한을 받는지 여부에 관하여 논란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07. 1. 9. 부산광역시 선거관리위원회의 질의에 대하여 “교육감 선거와 관련하여 예비후보자 및 후보자의 선거운동 기타 선거에 소요되는 비용은 정치자금법 제3조 제1호 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치자금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예비후보자 및 후보자가 민법 제777조 의 규정에 의한 친족 외의 자로부터 선거운동 기타 선거에 소요되는 비용을 기부받을 경우 정치자금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회신하였다.

3)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교육인적자원부가 2007. 11. 26. 공동발행한 ‘시·도 교육감 선거 관련 공직선거법 준용 해설’ 책자에는 “교육감 선거에 소요되는 비용은 정치자금법상의 정치자금이 아니므로, 정치자금법은 원칙적으로 준용되지 않는다”고 기재되어 있고, 이 사건 교육감 선거에 즈음하여 서울특별시 선거관리위원회가 예비후보자와 후보자들을 위한 교육자료로 펴낸 ‘정치자금 회계실무’ 책자에도 “교육감 선거에 소요되는 비용은 정치자금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정치자금과 차이가 있고, 정치자금법상 교육감 선거 후보자가 교육감 선거의 선거운동 기타 선거에 소요되는 비용을 기부받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고 기재되어 있다.

4) 한편, 교육감 선거의 관리는 시·도선거관리위원회가 맡는데, 이 사건 교육감 선거 당시 서울특별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사무의 효율적 관리·감독과 위법한 선거운동의 사전예방을 위하여 소속 공무원을 각 후보자의 선거사무소에 파견하고 앞서 본 바와 같은 교육감 선거 관련 책자를 일괄적으로 배포하였다. 선거관리위원회 파견 공무원은 선거운동기간 내내 후보자의 사무실을 수시로 방문하여 일반적인 선거관련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사항을 안내하기도 하고 후보자측에서 문의하는 구체적 선거 관련 사항에 대한 답변을 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5) 서울특별시 강서구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행정사무관 공소외 12는 2008. 7. 30. 실시된 이 사건 교육감 선거와 관련하여, 2008. 6. 10.경부터 2008. 7. 29.경까지 피고인의 선거사무소에 지원팀으로 파견되었다.

6) 피고인의 선거사무소에는 사무장인 공소외 13이나 법무팀장인 공소외 14가 공식적으로 선거 관련 사무를 총괄하여 집행하고 있었는데, 공소외 12는 피고인의 선거사무소에 파견된 직후에 공소외 13이나 공소외 14로부터 선거자금의 모집방법에 관한 질문을 받고 그에 대하여 기존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질의회신(2007. 1. 9.자 부산광역시 선거관리위원회 질의 관련) 및 선거 관련 책자의 내용에 근거하여 “교육감 선거에는 정치자금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격려금을 받을 수도 있고 기부금을 받을 수도 있다. 다만, 격려금이나 기부금의 액수가 지나치게 과다한 경우에는 뇌물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는 있다”는 취지로 답변하였고, “공직선거법에서 제한·금지하는 선거운동 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으로 하는 행위가 아니라면,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상 서울특별시 교육감 선거와 관련하여 친족 이외의 자로부터 기부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2008. 6. 16.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질의회신을 받은 후에는 즉시 공소외 13 또는 공소외 14에게 그 자료의 복사본을 주면서 “기부금 또는 격려금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안내하였다.

7) 한편, 공소외 3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제자로서, 사실상 이 사건 교육감 선거에서 피고인의 사무장 역할을 수행하고 선거자금의 조달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인물인데, 피고인이 공소외 3 등 사설학원 관계자로부터 선거자금을 제공받은 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피고인을 대리하여 선거사무를 처리한 공소외 13 등은 공소외 3에 대한 2억 원의 차용증(2008. 8. 5.자)을 작성하면서 굳이 “단, 차용금의 원금만을 상환합니다”라는 문구를 명시하여 ‘무상대여’로 인한 위법 논란을 자초하였다.

㈏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이나 공소외 13, 14 등은 공소외 3으로부터 공소사실 기재 자금을 제공받을 당시,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선거자금 모금방법에 관한 공소외 12의 설명이나 관련 책자의 내용에 근거하여, 공소외 3이 피고인에게 대여 형식으로 제공하는 자금과 관련하여 적어도 그 이자 부분은 적정한 한도의 격려금 또는 기부금으로 특별히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이고, 나아가 피고인이나 공소외 13, 14 등이 공소외 3으로부터 선거자금을 제공받을 당시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공문으로 “선거비용의 조달과 관련하여, 친족 외의 자로부터 기부금을 받아도 되는지 또는 무상으로 금전을 차용해도 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문의하여 그에 관한 회신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공무원을 통하여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교육감 선거비용이 정치자금법상의 정치자금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무상차입이든 격려금이든 그 명목 여하에 불구하고 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기부금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에 덧붙여 이 사건 교육감 선거가 법률의 개정 후에 각 시·도별로 처음으로 실시되는 직선제 선거로서 그에 관한 법령의 해석·적용에 혼선이 빚어진 점, 비록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최종적인 판단은 법원의 고유권한에 속하는 것이지만, 관련 업무에 관한 유권해석의 권한을 가진 국가기관의 언행을 신뢰한 자를 상대로 형사처벌을 가하는 문제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행위는 “자기의 행위가 법률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않은 것으로 오인한 것으로,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해당하여 처벌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가 지적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 피고인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1) 당선무효형 선고의 당위성

공직후보자의 재산내역은 법률에 의하여 이를 신고하고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정도로, 후보자의 능력, 자질, 윤리의식 등 공직자로서 갖추어야 할 덕성을 평가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고 있다. 더구나 이 사건과 같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차명으로 거액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정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그 후보자의 윤리의식이나 재산형성과정의 위법성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품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여 선거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신고하지 않은 예금은 4억 3,000여만 원에 이르러 자신과 배우자의 전체 재산의 약 22%를 차지할 정도로 그 규모가 크고, 선거 결과 교육감으로 당선된 피고인과 2위 득표자의 지지율 격차는 1.78%에 불과할 정도로 접전이 펼쳐졌다. 따라서, 비록 이 사건 교육감 선거의 중요 쟁점이 후보자들의 재산형성과정이나 재산보유내역 등 개인의 신상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차명예금이 제대로 신고·공개된 경우에 후보자의 재산형성과정이나 재산보유내역도 다른 사항에 못지않은 파괴력을 가진 쟁점으로 부상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우리 사회가 현재의 교육계 종사자의 청렴도나 도덕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으나, 당위적으로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직역보다도 높은 기대와 신뢰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는 데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특히 시·도 교육감의 경우 관할 지역 내의 교육현안에 관한 중대한 의사를 결정하고 막대한 교육예산을 집행하는 최고책임자이므로, 모름지기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로서는 일반인이나 다른 공직자보다도 훨씬 높은 도덕성을 갖추어야 하고, 그러한 도덕성에 관계되는 사항은 빠짐없이 유권자에게 공개되어 유권자들에 의한 검증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다. 나아가 후보자로 출마하려는 사람이 도덕성에 관계되는 사항에 약점을 가지고 있고, 그 사항이 법령에 의하여 유권자들에게 반드시 공개되어야 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면, 그 사람으로서는 그 약점을 스스로 밝히고 그에 관한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각오가 없이 선거에 출마하여서는 아니될 것이다.

물론,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차명계좌의 존재를 밝히고 그에 관한 해명을 한 경우에도 유권자들이 여전히 경쟁후보자에 비하여 많은 표를 피고인에게 던졌을 가능성도 있고, 그와 같은 차명계좌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교육감이 될 자격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피고인이 교육감으로서의 자격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또는 피고인과 경쟁후보자 중 누구를 교육감으로 선택할 것인지 여부는 선거권을 행사하는 유권자들이 판단하여야 할 사항이고, 법원이 유권자의 판단을 대체할 수는 없다. 유권자의 선택의 옳고 그름은 사후에 밝혀질 것이지만, 그 판단의 과정에 기초로 제공되는 정보는 올바른 것이어야 하고, 그 정보를 왜곡하는 행위는 선거의 공정성을 해하고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을 저해하는 것으로, 결코 가벼이 보아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따라서, 피고인이 교육을 천직으로 삼아 자신의 평생을 바치고, 이 사건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전혀 없는 점, 피고인의 임기가 1년 남짓밖에 남지 않았고, 교육감의 부재로 인한 교육행정의 혼선이나 갈등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이 교육감 후보자에게 거는 일반의 신뢰를 저버리고 자신의 재산에 관한 사항을 허위로 신고하여 유권자들의 판단의 기초를 허물어버린 행위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다면, 원심이 이와 같은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인에게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한 것이 지나치게 무거워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2) 벌금형 선고의 적정성

한편, 피고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평생을 교육계에 몸담으면서 교육현안의 해결이나 교육정책의 수립을 위하여 끊임없이 헌신하고, 이 사건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전혀 없을 정도로 엄격한 자기관리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70대 중반의 고령으로, 앞으로 교육행정의 전면에 나서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경력, 성행, 범행의 경위, 수단과 방법,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을 고려하고, 유사한 사안에 관한 법원의 기존의 양형사례를 참조하여 보면, 원심이 선고한 벌금형은 형벌의 적정성과 형평성에 부합하는 것으로 인정되고, 그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형남(재판장) 신종열 이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