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격처분취소][미간행]
원고 1외 2인(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정일 담당변호사 설경수)
특허청장(소송대리인 변호사 신창언외 1인)
2003. 9. 2.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가 2002. 7. 25. 원고들에 대하여 한 제39회 변리사시험 제1차 시험 불합격처분을 각 취소한다.
2. 소송총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주문기재와 같다.
1. 기초사실
다음과 같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을 제1호증의 1, 을 제2호증, 을 제3호증, 을 제4호증의 1, 2, 을 제7호증 내지 을 제9호증, 을 제10호증의 1 내지 6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변리사시험제도의 변경 및 이 사건 시험의 시행 경위
(1) 피고가 시행하는 변리사시험 제1, 2차 시험은 2000. 6. 27. 대통령령 제16867호로 변리사법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선발예정인원의 범위 안에서 합격자를 결정하던 종전의 ‘상대평가제’에서, 일정 점수(매과목 40점,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한 응시자를 모두 합격시키는 ‘절대평가제’로 전환되었는데( 위 시행령 제4조 ), 이는 규제개혁위원회가 1999. 7. 16. 제34회 전체회의에서 변리사 등 전문자격사의 선발인원을 확대하기 위하여 일정 점수 이상의 득점자를 전원 합격시키는 자격검증시험제도로 전환하도록 의결함에 따른 것이었다. 다만 위 절대평가제는 준비기간을 두어 2002. 1. 1.부터 시행하도록 하였다( 위 시행령 부칙 제1항 단서).
(2) 그리하여 피고는 2002. 1. 10. 특허청 인터넷 홈페이지의 ‘공지사항’란에 위 시행령 규정에 따라 절대평가제로 시행될 첫 시험인 제39회 변리사시험 제1차 시험(이하 ‘이 사건 시험’이라 한다.)을 같은 해 3. 31.에 시행하겠다는 이 사건 시험 일정을 발표하였다.
(3) 그러나, 3일 만인 같은 해 1. 12. 위 발표문이 삭제되었고, 같은 해 1. 17.에는 “효율적인 시험관리를 위하여”라는 이유를 들어 변리사시험 제1차 시험을 절대평가제에서 다시 상대평가제(매과목 40점, 전과목 평균 60이상을 득점한 자 중 시험성적과 응시자 수를 고려하여 전과목 총득점에 의한 고득점자 순으로 합격자 결정)로 변경함과 동시에 제2차 시험에서는 절대평가제를 유지하되 최소합격인원 이상을 합격시킨다는 내용의 변리사법시행령중개정령(안)입법예고가 관보에 게재되었으며, 같은 해 3. 25. 변리사법시행령 제4조 가 위 입법예고와 동일한 내용으로 개정·공포되었다(대통령령 제17551호). 그런데 위 개정시행령은 그 부칙에서 “이 영은 공포한 날로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위 (1)항에서 본 절대평가제는 시행되지도 못한 채 같은 해 5. 26. 실시된 이 사건 시험부터 종전의 상대평가제로 환원된 것이다(이하 2002. 3. 25. 대통령령 제17551호로 개정된 시행령을 ‘개정 시행령’이라 하고, 그 개정전의 시행령을 ‘개정전 시행령’이라 한다.).
(4) 한편 위와 같은 합격기준의 변경 이외에도 절대평가제의 도입에 따라 시험과목이 일부 변경되었는데, 종전에 필수과목 3과목(특허법 및 실용신안법, 민법개론, 자연과학개론)과 선택과목 1과목(영어 등 7개 외국어에서 택일)의 4개 과목이던 제1차 시험이, 위 “특허법 및 실용신안법”이 ‘특허법, 실용신안법, 상표법, 의장법을 망라하는 “산업재산권법”’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반면 외국어는 영어만을 남기고 선택과목을 폐지하여 결과적으로 필수과목 4과목으로 변경되었다(2. 관계법령 참조). 그런데, 이는 종전에 영어의 득점이 다른 외국어의 득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면 시험과목이 실질적으로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득점은 더 어려워지는 효과를 가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위 과목의 변경은 절대평가제의 시행과 맞물려 시행하고자 한 것이나, 개정 시행령이 다시 상대평가제를 도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유지되어 이 사건 시험부터 적용되었다.
(5) 이 사건 시험 이전 5년간 변리사시험 합격자의 현황은 다음 표와 같으며, 시험에 합격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시간은 수험생의 개인적인 사정에 따라 다를 것이나, 위에서 본 각 시험과목에서 공부하여야 할 분량으로 보거나, 26세 이상의 합격자가 전체합격자의 70%에 이른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적어도 3~4년이 소요되고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기본적인 준비기간만 1년 이상 소요된다.
(단위 : 명, 점)
연도 | 제1차 시험 | 제2차 시험 | |||||
응시자 | 합격자 | 합격선 | 응시대상 | 응시자(응시율) | 합격자 | 합격선 | |
1997 | 2,747 | 278 | 71.25 | 505 | 405(80.2%) | 71 | 61.92 |
1998 | 3,198 | 276 | 70.63 | 521 | 430(82.5%) | 80 | 62.04 |
1999 | 5,001 | 357 | 71.25 | 609 | 525(86.2%) | 81 | 62.75 |
2000 | 6,674 | 609 | 81.25 | 930 | 783(84.2%) | 121 | 62.72 |
2001 | 6,643 | 779 | 75.63 | 1,343 | 1,072(79.8%) | 200 | 58.33 |
(6) 피고는 개정 시행령에 따라 2002. 3. 26. 제39회 변리사시험 시행계획공고(특허청 공고 제2002-7호)를 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최소합격인원 : 200명
○ 합격자 결정
제1차 시험 : 최소합격인원의 5배수 범위 내
제2차 시험 : 매과목 40점 이상이고,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인 자를 합격자로 하되, 최소합격인원에 미달할 경우 매과목 40점 이상인 자 중 최소합격인원 범위 내에서 고득점 순으로 결정
○ 시험시행일
제1차 시험 : 2002. 5. 26.
제2차 시험 : 2002. 8. 28. 및 같은 달 29.
○ 시험과목 및 시험방법
제1차 시험 : 객관식 선택형
나. 원고들의 응시 및 피고의 불합격 처분
(1) 원고들은 각 이 사건 시험에 응시하여 아래 표와 같은 득점을 하였다.
성명 | 산업재산권 | 민법개론 | 자연과학개론 | 영어 | 평균 |
원고 1 | 77.50 | 60.00 | 67.50 | 45.00 | 62.50 |
원고 2 | 85.00 | 75.00 | 45.00 | 40.00 | 61.25 |
원고 3 | 80.00 | 55.00 | 52.50 | 55.00 | 60.62 |
(2) 피고는 2002. 7. 25. 이 사건 시험의 합격자 1,047명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원고들의 득점이 상대평가제에 의한 합격기준인 평균 득점 66.88점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원고들을 합격자 명단에서 제외하여 원고들을 이 사건 시험의 불합격자로 처리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원고들과 같이 절대평가제에 의한 합격기준인 매과목 40점 및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하고도 이 사건 시험에서 불합격처리된 응시자는 모두 689명이다.
2. 관계 법령
제4조의2 (변리사시험)
①변리사시험은 특허청장이 이를 실시한다.
②변리사시험은 제1차 시험과 제2차 시험으로 구분하여 행한다.
③변리사시험의 과목 기타 시험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4조의3 (시험의 일부면제)
①특허청 소속의 7급 이상 공무원으로서 10년 이상 특허행정사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는 자에 대하여는 제1차 시험을 면제한다.
②특허청 소속의 5급 이상 공무원으로서 5년 이상 특허행정사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는 자에 대하여는 제1차 시험의 전과목을 면제하고, 제2차 시험의 과목 중 일부를 면제하되 면제되는 과목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
③제1차 시험에 합격한 자에 대하여는 다음 회의 시험에 한하여 제1차 시험을 면제한다.
제2조 (변리사시험의 시행 및 공고)
① 변리사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4조의2 의 규정에 의한 변리사시험(이하 "시험"이라 한다.)은 매년 1회 실시한다.
②특허청장은 다음 사항을 시험실시 2월 전까지 공고하여야 한다.
1. 시험의 방법 및 일시
2. 시험과목
3. 합격자 발표의 일시 및 방법
4. 응시원서의 교부장소 및 접수장소와 교부·접수의 기간
5. 기타 시험의 시행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
제3조 (시험의 과목 및 방법)
①제1차 시험과 제2차 시험의 시험과목은 별표 1과 같다.
②제1차 시험은 객관식 필기시험의 방법에 의하고, 제2차 시험은 주관식 논술시험의 방법에 의한다.
③제1차 시험에 합격하지 아니한 자는 제2차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다만, 제1차 시험이 면제되는 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4조 (시험합격의 기준)
제1차 시험 및 제2차 시험의 합격결정에 있어서는 매과목 100점을 만점으로 하여 매과목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한 자를 합격자로 결정한다.
부칙 〈제16867호, 2000. 6. 27.〉
①(시행일) 이 영은 2000년 7월 1일부터 시행한다. 다만, 제4조 의 개정규정은 2002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
②(시험과목의 변경에 관한 적용례) 변리사시험의 시험과목에 관하여 2001년 12월 31일까지는 제3조 의 규정에 불구하고 별표 2에 의한다.
[별표 1] 시험과목( 제3조 제1항 관련)
가. 제1차 시험(4과목)
나. 제2차 시험(4과목)
선택과목(1) 의장법(조약을 포함한다.), 행정법, 저작권법, 경제원론, 산업디자인, 기계공작법, 기계설계, 열역학, 제련공학, 금속재료, 광물처리공학, 선박설계, 유기화학, 무기공업화학, 화학반응공학, 재배학원론, 전기자기학, 회로이론, 반도체공학, 제어공학, 통신이론, 데이터구조론, 고체물리학, 발효공학, 분자생물학, 약제학, 약품제조화학, 섬유재료학, 방적공학, 건축구조학, 콘크리트 및 철근콘크리트공학 중 1과목
[별표 2] 시험과목( 부칙 제2항 관련)
가. 제1차 시험(4과목)
선택과목(1) 영어, 독어, 불어, 일어, 중국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중 1과목
나. 제2차 시험(4과목)
선택과목(2) 행정법, 저작권법, 경제원론, 산업디자인, 기계공작법, 기계설계, 열역학, 화학야금, 물리야금, 유기공업화학, 무기공업화학, 전자계산기구조론, 전기자기학, 회로이론, 반도체공학, 제어공학, 통신공학, 고체물리학, 발효공학, 분자생물학, 약제학, 약품제조화학, 섬유재료학, 방적공학, 건축구조학, 콘크리트 및 철근콘리트공학 중 2과목
제2조 (변리사시험의 시행 및 공고)
① 변리사법(이하 "법"이라 한다.)제4조의2 의 규정에 의한 변리사시험(이하 "시험"이라 한다.)은 매년 1회 실시한다.
②특허청장은 다음 사항을 시험실시 2월 전까지 공고하여야 한다.
1. 시험의 방법 및 일시
2. 시험과목
3. 합격자 발표의 일시 및 방법
4. 응시원서의 교부장소 및 접수장소와 교부·접수의 기간
4의2. 제2차 시험의 최소합격인원
5. 기타 시험의 시행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
제4조 (시험합격의 기준)
①제1차 시험에서는 매과목 100점을 만점으로 하여 매과목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한 자 중에서 시험성적과 응시자 수를 고려하여 전과목 총득점에 의한 고득점자순으로 합격자를 결정한다.
②제2차 시험에서는 매과목 100점을 만점으로 하여 매과목 40점 이상,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한 자를 합격자로 결정한다. 다만,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한 자가 제2조 제2항 제4호의2 의 규정에 의한 최소합격인원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매과목 40점 이상을 득점한 자 중에서 전과목 평균득점에 의한 고득점자순으로 합격자를 결정한다.
③ 제2항 단서의 규정에 의하여 합격자를 결정함에 있어서 동점자로 인하여 최소합격인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당해 동점자 모두를 합격자로 결정한다. 이 경우 동점자의 점수계산은 소수점 이하 둘째 자리까지 계산한다.
부칙 〈제17551호, 2002. 3. 25.〉
이 영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들의 주장
개정전 시행령 제4조 는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변리사를 다수 배출함으로써 국민이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일정 점수 이상을 득점한 사람을 모두 합격시키는 절대평가제로 변리사 시험의 합격기준을 개선하고 다만 합격자선정기준의 갑작스러운 변경으로 인한 행정상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시행일자는 2002. 1. 1.로 하였던 것인데, 개정 시행령 제4조 제1항 은 다시 제1차 시험을 상대평가제로 전환하면서 부칙에 아무런 경과규정을 두지 아니하고 곧바로 이를 시행하도록 함으로써 이 사건 시험에 갑자기 상대평가제가 적용되었다. 원고들은, 개정전 시행령이 공포되자 이 사건 시험이 종래까지 실시된 제1차 시험의 평균적인 난이도를 유지하면서 절대평가제로 시행되어 거기에서 매과목 40점 및 전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하면 합격할 것이라고 믿고 그에 따른 시험준비를 하였는바, 이러한 원고들의 신뢰는 헌법적으로 보호받을 가치있는 신뢰이며, 개정 시행령 조항은 이러한 신뢰이익에 대한 침해라 할 것이므로, 헌법상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하는 위 시행령 조항은 무효라 할 것이어서 무효인 규정에 근거한 이 사건 불합격처분은 위법하다.
(2) 피고의 주장
시험의 합격기준을 절대평가로 할 것인지 아니면 상대평가로 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는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허용되는 것이고, 원고들이 주장하는 신뢰이익은 헌법적으로 보호할만한 법적 이익이 아니라 반사적 이익 또는 막연한 기대에 불과하며, 설령 보호받아야 할 신뢰라고 하더라도 적정한 시험운영관리, 일정 수준 이상의 합격자 배출 등의 공익을 위하여 개인의 신뢰이익에 대한 제한이 정당화될 뿐만 아니라, 피고가 개정 시행령의 시행과 관련하여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대한의 시험준비기간을 부여하고 신속하게 시험제도 변동상황을 공시하였고, 이와 같은 제도의 변경과 시험준비기간은 모든 수험생들에게 동등하게 주어진 것이었으므로, 개정 시행령 제4조 제1항 및 부칙이 원고들의 신뢰를 침해하여 무효라고 볼 수 없으며, 따라서 이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나. 판단
(1) 신뢰보호의 원칙
신뢰보호의 원칙은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칙으로부터 도출되는데, 그 내용은 법령의 제정이나 개정시 구법질서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가 합리적이고도 정당하며 법령의 제정이나 개정으로 야기되는 당사자의 손해가 극심하여 새로운 입법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 그러한 당사자의 신뢰의 파괴를 정당화할 수 없다면 그러한 새 입법은 신뢰보호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뢰보호원칙의 위배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한편으로는 침해받은 이익의 보호가치, 침해의 중한 정도, 신뢰가 손상된 정도, 신뢰침해의 방법 등과 다른 한편으로는 새 입법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 2002. 11. 28. 선고 2002헌바45 결정 등 참조).
(2) 원고들의 신뢰가 헌법적으로 보호할 가치있는 신뢰에 해당하는지 여부
법령의 존속에 대한 개인의 신뢰가 어느 정도로 보호되는지 여부에 대한 주요한 판단기준으로 다음과 같은 2가지 요소를 들 수 있다.
(가) 법령개정의 예측성
일반적으로 법령은 현실상황의 변화나 입법정책의 변경 등으로 언제라도 개정될 수 있는 것이며 특히 피고가 시행하는 이 사건 변리사시험은 전문자격사의 선발에 관한 행정행위로서 자격사에 대한 사회적 수요의 변동, 자격사 자질·소양의 유지, 국가인력의 적절한 활용, 선발시험의 합리적 운영 등 공익상의 필요를 위한 입법재량의 범위가 넓다고 하여야 할 것이므로 원고들로서는 원칙적으로 이에 관한 법령이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할 것이지만, 그러한 변경의 시행이 통상적인 경우를 벗어날 정도로 급격한 경우까지 언제나 이를 예측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불이익을 수인하여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절대평가제를 상대평가제로 환원한 개정 시행령 제4조 제1항 자체는 이를 예측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위 개정규정을 즉시 시행하도록 한 예외적인 부칙 조항까지도 이를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을는지는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매우 의문이다.
즉 개정전 시행령 제4조 는 종전의 상대평가제로 인한 변리사의 선발은 그 선발인원이 충분치 않았다는 반성에서 출발하여 위에서 본 규제개혁위원회의 의결이 있고 나서 변리사법의 개정을 거쳐 1년만에 마련된 것으로 누구나 그 입법에 소요된 충분한 시간으로 보아 다방면의 검토를 거친 것이라고 볼 것이며 이마저 실제 시행은 그로 인한 충격의 완화와 준비를 위하여 다시 그로부터 1년 6개월 여의 유예기간을 두었던 것임에 비하여, 개정 시행령 부칙은 위 개정전 시행령 규정이 2002. 1. 1. 유예기간을 마치고 정작 시행에 들어가 피고가 같은 달 10. 그에 따른 이 사건 시험을 같은 해 3. 31.에 실시한다고 안내한 후 불과 1주일만에 그에 반하는 개정 시행령안의 입법예고가 있었고, 같은 해 3. 25.에 공포되자마자 아무런 경과규정 없이 당일부터 시행되었으며, 피고는 곧바로 그 다음날인 같은 달 26. 이 사건 시험을 공고하고 변리사법시행령 제2조 제2항 에 따른 최소의 공고기간 2개월이 경과한 같은 해 5. 26. 이 사건 시험을 실시하였는바, 입법예고란 입법안의 취지, 주요내용 등을 관보 등에 게재하는 방법으로 널리 공고하여 그에 대한 일반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는 것이지( 행정절차법 제42조 , 제44조 각 참조), 미확정 상태의 법령안이 그대로 시행될 것에 대비할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것이 본래의 취지는 아니라 할 것이므로 결국 원고들로서는 변리사법시행령이 본래부터 허여하고 있는 공고기간 2개월을 제외하면 불과 하루의 여유를 부여받았다고 할 것이며, 여기에 이 사건 시험의 준비에는 적어도 1년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위 부칙에 의한 즉일 시행은 원고들이 도저히 이를 예상할 수 없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오히려 원고들로서는 개정전 시행령이 적어도 이 사건 시험에 적용될 것을 확신하고 그에 대한 수험준비를 하였다고 봄이 옳을 것이다.
(나) 유인된 신뢰의 행사여부
개인의 신뢰이익에 대한 보호가치는 ① 법령에 따른 개인의 행위가 국가에 의하여 일정방향으로 유인된 신뢰의 행사인지, ② 아니면 단지 법률이 부여한 기회를 활용한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사적 위험부담의 범위에 속하는 것인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할 것이다. 만일 법령에 따른 개인의 행위가 단지 법령이 반사적으로 부여하는 기회의 활용을 넘어서 국가에 의하여 일정 방향으로 유인된 것이라면 특별히 보호가치가 있는 신뢰이익이 인정될 수 있고, 원칙적으로 개인의 신뢰보호가 국가의 법령개정이익에 우선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 헌법재판소 2002. 11. 28. 선고 2002헌바45 결정 참조).
그런데 앞에서 본 개정전 시행령의 도입경위가 기본적으로 자격사의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것이었다는 점과 그 이전 수년간의 제1차 시험 합격선이 70~80점을 상회하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국가는 개정전 시행령의 공포를 통하여, 종래 실시된 변리사시험의 평균적인 난이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응시자가 매과목 과락을 면하고 전과목의 평균득점이 60점에 이르는 경우 제2차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인정하겠다는 취지를 규범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것이고( 헌법재판소 2002. 10. 31. 2002헌마520 참조), 여기에 수험을 위한 준비기간이 1년 이상 소요되고 개정전 시행령의 유예기간 역시 1년 6개월을 넘었던 점을 보태어 보면 원고들을 비롯한 수험생들은 위 유예기간 동안 개정전 시행령이 시행될 것을 신뢰하여 제1차 시험에는 합격선이 조금 넘을 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나머지 시간과 노력을 제2차 시험에 투자하는 식의 수험전략을 세우고 이 사건 시험을 준비하여 왔다고 볼 것인데, 이는 단순히 개정전 시행령이 반사적으로 부여하는 기회의 활용을 넘어서 국가가 공포한 개정전 시행령의 존속은 원고들에게 헌법적으로 보호되는 신뢰를 주었다고 할 것이고, 원고들은 그러한 신뢰로 인하여 위와 같은 시험준비행위를 유인당하였다고 못 볼 바 아니다.
(3) 원고들의 신뢰 침해와 도모되는 공익과의 비교형량
국가가 개정 시행령 제4조 제1항 및 부칙에 의하여 아무런 경과규정을 두지 아니하고 나아가 피고가 공포일로부터 단 하루의 여유를 두고 이 사건 시험을 공고함으로써 얻어지는 공익은 다수의 제1차 시험합격자가 배출되어 제2차 시험 운영관리의 적정성을 해할 우려를 회피한다는 것과 제1차 시험의 합격선을 상향조정함으로써 일정 수준 이상의 제1차 시험 합격자 선발을 확보한다는 것 등을 생각할 수 있는데,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개정전 시행령의 합격기준을 충족하고도 개정 시행령의 합격기준에 미달하여 불합격한 응시자는 원고들을 포함하여 689명이고 기존의 합격처리자 1,047명과 합하면 1,736명이며 여기에 피고가 주장하는 제1차 시험 면제자 731명을 합하더라도 제2차 시험 응시대상자는 2,467명(= 689명 + 1,047명 + 731명)에 그치는바, 위 689명을 제외한 기존합격자 1,047명과 피고 주장의 면제자 731명을 합한 제2차 시험 응시대상자 1,778명(= 1,047명 + 731명)의 경우에 제2차 시험 운영관리의 적정성이 확보될 수 있다면 그보다 689명이 늘어난 2,467명의 경우에는 응시생의 증가로 정상적인 시험의 운영이 불가능하거나 그 운영의 적정성이 치명적으로 해하여 질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결시자가 상당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응시자의 수는 위 응시대상자보다 적다. 위 1.가.(5)항의 표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시험 전 5년간 제2차 시험 결시율은 14~20%에 이른다.), 또한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시험부터 제2외국어의 선택과목을 폐지하고 상대적으로 득점이 어려운 영어만을 필수과목으로 존치하며, 상표법·의장법 등이 제1차 시험과목에 추가되어 수험준비량은 많아진 반면 득점이 어렵게 된 점과, 기본적으로 절대평가에 의하더라도 시험의 난이도에 따라서는 상대평가에 의한 경우보다 합격자 인원이 오히려 적어질 가능성까지 있는 점까지 고려하면, 절대평가제를 실시함으로 인하여 반드시 일정한 수준에 미달하는 합격자의 양산으로 이어진다고 할 수는 없다.
반면 경쟁이 치열하여 수년간의 준비를 요하는 변리사시험의 수험생인 원고들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1년 6개월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고 존속하며 새로운 합격기준에 대한 신뢰를 부여하였던 개정전 시행령이 이 사건 시험 공고 하루 전에 갑자기 변경되어 경과규정 없이 곧바로 시행됨으로써 심대한 신뢰의 손상과 수험준비의 차질을 빚게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들의 이러한 침해된 이익과 위에서 본 공익이 균형을 이루었다 볼 수 없다.
(4) 개정 시행령이 모든 수험생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지 여부
더욱이 개정 시행령의 개정에 따라 불의의 타격을 입은 이 사건 시험의 수험생들과는 달리 제1차 시험 면제자(특허청 소속의 7급 이상 공무원으로서 10년 이상 특허행정사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는 자 및 전년도 제1차 시험 합격자. 변리사법 제4조의3 참조)들은 제2차 시험에서 함께 경쟁하여야 할 수험생이 줄어들게 됨으로써 제2차 시험에 합격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고 할 것인데(제2차 시험은 절대평가제이기는 하나 최소합격인원이 정해져 있으므로 상대평가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변리사시험은 제2차 시험을 합격하여야 비로소 변리사의 자격을 부여받게 되는 것이므로, 개정 시행령이 모든 수험생들을 공평하게 처우한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다. 소 결
이상에서 살핀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건대, 상대평가제로의 전환을 규정한 개정 시행령 제4조 제1항 자체는 국가의 입법재량에 속하는 것으로서 위헌이라고까지 할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변경을 즉각 시행하기로 한 부칙 규정은 원고들의 신뢰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등 헌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시험에 관하여는 개정 시행령 제4조 제1항 의 규정도 이를 원고들에게 적용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가 이를 적용하여 원고들에게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있어 이를 받아들일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