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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997. 12. 9. 선고 96구5607 판결 : 상고

[유족급여등부지급처분취소 ][하집1997-2, 533]

판시사항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소정의 업무상 재해의 의미 및 그 판단 방법

[2] 유행성 감기에 감염된 근로자가 불가피한 숙직근무를 하게 되어 충분한 휴식이나 신속·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받을 기회를 놓치고 숙직근무를 마친 후에야 치료를 받게 됨으로써 사망에 이른 경우,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중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 질병, 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재해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존의 질병이더라도 업무상 과로가 질병의 주된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또한 과로로 인한 질병에는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존 질병이 업무의 과중으로 급속히 악화되는 경우까지도 포함된다 할 것이며, 한편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인플루엔자 폐렴에 감염된 소외 근로자의 숙직 전날이 감사기간이라 불가피하게 숙직근무를 하여야 함으로써 충분한 휴식이나 신속하고도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받을 기회를 놓치고 숙직근무를 마친 후에야 검사와 치료를 받게 됨으로써 폐렴으로 인한 패혈성 쇼크로 인하여 사망에 이른 경우, 위 근로자의 사망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고 한 사례.

원고

이정조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시민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박주현 외 2인)

피고

근로복지공단

주문

1. 피고가 1995. 7. 5.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다음의 각 사실은 갑 제3 내지 6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 을 제1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반증 없다.

가. 소외 망 김이수는 1979. 4. 24. 체신부 산하 삼천포우체국 통신기계원 시보로 임용되었다가 1982. 1. 1. 체신부의 전기통신업무가 소외 한국전기통신공사(그 후 한국통신 주식회사로 변경되었다. 이하 소외 회사라고만 한다)로 이관됨에 따라 위 공사로 옮겨 1994. 2. 23.부터 소외 회사 산하 봉덕전화국 수성분국에서 통신기계직 5급으로 근무하여 오던 중, 1995. 2. 21. 17:00부터 숙직근무를 하다가 고열, 기침 등의 증세가 악화됨으로써 그 다음날 06:00경 조퇴하고 같은 날 09:30경 대구 수성구 중동 소재 현대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다가 같은 날 15:20경 직접사인 심폐기능 부전, 중간선행사인 패혈성 쇼크, 선행사인 인플루엔자 폐렴으로 사망하였다.

나. 이에 위 망인의 처인 원고는 1995. 6. 20. 위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위 망인의 사인이 감염성 질병인 폐렴, 인플루엔자로 업무와 관계없이 발병하였으며 업무의 강도가 평소보다 더 심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업무외 재해로 인정하여 같은 해 7. 5.(같은 달 7. 도달) 원고에 대하여 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부지급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는, 위 망인이 위와 같이 1994. 2. 23. 위 봉덕전화국 수성분국으로 전보된 이후 전화고장 접수 및 시험, 고장 수배, 최종확인업무 등을 수행하고 5일마다 밤을 새우는 숙직근무를 하였으며, 특히 숙직근무시에는 술에 취한 사람들로부터 전화가설이 늦다든가 고장신고를 하였는데 수리가 늦다는 등 횡설수설 불평을 늘어 놓는 전화를 빈번히 받음으로써 육체적 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그로 인하여 신체의 저항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되었으며, 1994년 겨울부터는 감기에 걸리는 일이 잦고 피로감까지 느꼈고, 더욱이 1995. 2. 19. 휴일근무를 하면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감기, 몸살기운이 있었으므로 충분한 안정, 휴식 및 수면을 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같은 달 21. 16:30경 소외 회사에 출근하여 무리하게 밤새워 숙직근무를 하면서 병세가 급속히 악화되어 폐렴에 걸렸으며, 뒤늦게 그 다음날 06:00경 조퇴하고 위 현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이미 패혈증이 발병하여 그 쇼크로 인하여 위와 같이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므로 위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망인의 선행사인인 인플루엔자 폐렴의 발병원인은 업무와 관련이 없는 전염성 질병이고 위 망인은 평소 건강하여 숙직근무중 패혈성 쇼크로 발전된 바 없으므로 숙직근무로 인하여 위 질병이 악화되었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위 병원에서 적절하고 신속한 검사와 처치를 태만히 함으로써 위 망인에게 감염된 인플루엔자의 독성이 강하여 갑자기 패혈성 쇼크로 발전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위 망인의 사망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업무외 재해라고 주장한다.

나. 사실의 인정

다음의 각 사실은 앞서 본 증거들과 갑 제7호증, 갑 제8호증의 1, 2, 갑 제9, 10호증, 을 제4호증, 을 제5호증의 1, 2, 을 제6, 7호증, 을 제8호증의 1, 2, 을 제9호증, 을 제10 내지 12호증의 각 1 내지 3, 을 제13, 15호증, 을 제17 내지 19호증의 각 1, 2의 각 기재(다만 위 을 제4, 13호증의 기재 중 아래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 각 제외), 증인 김종준의 증언, 이 법원의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및 원고본인신문 결과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일부 어긋나는 위 을 제4, 13호증의 각 일부 기재는 믿지 아니하고 달리 반증이 없다.

(1) 위 망인은 위와 같이 1979. 4. 24. 체신부 산하 삼천포우체국 통신기계원 시보로 임용되었다가 1982. 1. 1. 소외 회사로 옮겨 1994. 2. 23.부터 소외 회사 산하 봉덕전화국 수성분국의 소통관리과에서 통신기계직 5급으로서 전화고장 접수, 회복시험, 고장 수배, 최종확인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으며, 근무시간은 09:00부터 18:00까지이었으나 그 밖에 숙직근무를 5일마다 한번씩 남자직원 3명과 여자직원 3명 합계 6명이 한 조가 되어 17:00부터 다음날 09:00까지 하되 24:00부터 05:00까지는 교대로 휴식을 취하였으며, 그 업무내용은 주간근무와 같았으나 숙직근무시에는 전화가설이 늦다든가 고장신고를 하였는데 수리가 늦다는 등의 민원전화를 많이 받고 특히 술에 취한 사람들이 전화로 오랜동안 횡설수설함으로써 육체적 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또한 휴일근무를 한달에 1, 2회 정도 하였다.

(2) 위 망인은 1950. 2. 4.생으로 평소 술은 한두잔 정도 하고, 담배는 이틀에 한갑 정도 피웠으며, 1994. 6. 17. 정기건강진단 결과 키 167㎝, 체중 53kg으로 갑상선 질환의심, 비형간염 예방접종필요 등의 종합소견을 받았으며, 같은 해 겨울부터는 감기에 걸리는 일이 잦아져 자주 감기약을 복용하고 피로감을 자주 느꼈으며, 1995. 2. 19. 일요일에 휴일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후부터 고열, 기침 등 약간의 감기증세가 있었으나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지는 아니하고 그 다음날 인근 약국에서 감기약을 조제하여 복용하기만 한 채 계속 근무하였으며, 같은 달 21.은 숙직근무일이라 낮에는 자택에서 쉬고 같은 날 16:30경에도 증세가 계속 있었으나 감사기간이라 출근해야 한다면서 소외 회사에 출근하였으며, 근무시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같은 날 19:00까지 21건의 전화고장 시험업무를 수행하는 등 계속 근무를 하다가 위 망인이 상당히 피곤해 보이며 저녁식사도 밥을 한 숟가락 정도밖에 먹지 않은 채 약을 복용하는 것을 본 동료직원들이 집에 들어가 쉬라고 하였으나 다른 사람들이 고생한다면서 퇴근은 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그때부터 숙직실에서 대기하면서 쉬거나 잠시 눈을 붙이기도 했으나, 계속 앓는 소리를 내며 고열,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급속히 악화되자 그 다음날 06:00경 조퇴하였다.

(3) 위 망인은 병원진료시간에 맞추어 위 현대병원으로 가서 1995. 2. 22. 09:30경 초진 결과 중증으로 판단되어 응급처치로 수액에 항생제, 해열제를 투여받았으나 호흡곤란이 좋아지지 않으므로 산소요법과 수액에 기관지 확장제를 병용투여받았으며, 같은 날 12:30경 엑스선 소견상 급성폐렴으로 진단되어 정밀검사와 집중치료를 하기 위하여 입원하고 같은 날 14:20경 가슴, 복부 엑스선사진, 혈액, 소변, 간기능 검사 등을 하고 수액요법과 항생제치료 산소요법을 하던 중 혈압이 떨어지고 호흡곤란이 심해지는 등 쇼크증상을 보이고 의식을 잃기 시작하여 기관내 삽관을 시행하고 수동자가 공기확장주머니(Ambu bag)를 한 후 영남대학교 부속병원으로 전원중, 같은 날 15:20경 직접사인 심폐기능 부전, 중간선행사인 패혈성 쇼크, 선행사인 인플루엔자 폐렴으로 사망하였으며, 위 망인의 경우 폐렴균의 독성이 강해 갑자기 빨리 진행됨으로써 미처 처치할 시간이 없이 심해지면서 균이 혈액내로 들어가 패혈증을 보이며 패혈성 쇼크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4) 인플루엔자 폐렴은 인플루엔자에 걸린 급성 감염자가 기침 혹은 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주로 작은 분무입자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호흡기로 흡입하거나 감염이 된 사람과 손으로 접촉함으로써 발병할 수 있으며 그 발병은 드문 것으로 보고되어 있으나, 인플루엔자 감염에 뒤따라 이차적으로 세균성 폐렴이 흔히 발생하므로 일단 폐렴에 걸리면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만성 심폐질환, 당뇨 등의 만성 대사성질환, 신장질환 등 면역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을 앓고 있거나 65세 이상의 고령일 때 사망률이 증가하며, 그 밖에 겨울철이나 인플루엔자가 폭발적으로 유행할 때에 사망률이 높아지고, 인플루엔자 폐렴환자가 충분한 휴식이나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에 신체의 저항력이나 면역기능의 저하 등으로 인하여 사망률을 높이는 한 요인이 될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를 만큼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패혈증은 여러 종류의 세균에 의해서 일어나며, 이들 세균이 패혈증을 야기하려면 몸 안에 패혈병소가 형성되고 거기에서 병원균이 끊임없이 또는 간헐적으로 혈류 중에 침입해야 하는데, 이 침습에 의해 자각적 또는 타각적인 병변현상이 발생하여 전신감염증을 야기한 상태를 패혈증이라고 한다.

다. 판 단

살피건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중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 질병, 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재해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존의 질병이더라도 업무상 과로가 질병의 주된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또한 과로로 인한 질병에는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존질병이 업무의 과중으로 급속히 악화되는 경우까지도 포함된다 할 것이며, 한편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유무는 보통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바(공무상 질병에 관한 대법원 1996. 9. 6. 선고 96누6103 판결 등 참조),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위 망인은 위와 같이 감기가 발병된 후에도 계속 정상근무하고 특히 사망 전날에는 숙직근무까지 함으로써 충분한 휴식이나 수면을 취하지 못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사망에 이를 만큼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할지라도, 숙직 전날이 감사기간이라 불가피하게 숙직근무를 하여야 함으로써 충분한 휴식이나 신속하고도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받을 기회를 놓치고 위와 같이 뒤늦게 숙직근무를 마친 후에야 검사와 치료를 받게 됨으로써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위 망인의 사망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있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피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용담(재판장) 김윤기 김창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