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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3. 10. 25. 선고 83다카1262 판결

[손해배상][집31(5)민,77;공1983.12.15.(718),1744]

판시사항

가. 소방시설 미비로 인해 진화 못한 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전제요건

나. 어선 기관장의 일실수익을 비슷한 규모 어선의 기관장수입을 기준삼아 산정함의 당부(소극)

판결요지

가. 어선의 기관실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전소된 경우에 전소원인이 사고 선박내의 소방설비가 미비하여 진화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어선으로서 구비하여야 할 소방시설이 어느 정도의 것이며 그와 같은 시설을 구비하였더라면 이건 화재를 진화하여 전소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인지 구체적으로 위 사고선박에 설치되었던 소방시설이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심리되어야 할 것이다.

나. 일실이익은 피해자의 노동능력가치를 정당하게 반영하는 기준에 의하여 산정하여야 하며 사고당시 수익을 얻고 있던 자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 수익이 그 산정기준이 된다 할 것인바, 어선의 경우는 어로장비와 종사인원 및 종사자의 어로기술, 출어회수 등에 따라서 톤수나 추진력이 비슷한 어선사이에 있어서도 1년간 어획고 및 그 필요경비액에 상당한 차이가 날 수 있으므로, 어선의 기관장의 일실수익을 산정함에 있어서 만연히 사고선박과 비슷한 규모의 다른 선박의 기관장 수입이 사고당시 사고선박의 기관장의 수입과 동일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는 없다.

참조조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1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동수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백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피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 제2점을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 소유의 어선인 제5산강호의 기관실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위 선박이 전소되었는데 위 화재의 발생원인은 기관실에 설치된 발전기의 누전에 있다고 인정한 다음, 위와 같은 노후한 전기시설과 미비한 소방시설의 설치 및 보존상의 하자외에 위 선박의 선장인 소외 1이 출항 전에 선박전기기술자인 소외 2로부터 위 사고선박의 기관실 발전기에 이상이 있어 수리를 요한다는 말을 듣고도 그 수리를 하지 아니한 과실과 소방시설의 점검을 게을리한 과실이 경합하여 이 사건 손해발생의 원인이 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우선 이 사건 화재가 기관실 발전기의 누전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채용한 증거중 1심증인 소외 2의 증언에 의하면 출항 전 점검시에 발전기에서 소리가 많이 나서 수리할 것을 권고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이 있으나 발전기에서 소리가 나는 원인이 과연 누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었는지 분명치 아니하고, 또 사법경찰관 사무취급작성의 소외 1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갑 제4호증의 8)에 의하면 위 선박에 자동조상기를 설치할 때 전기공사가 잘못되어 화재가 발생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취지의 진술이 있으나 이것이 발전기 누전과 어떻게 연관이 되는 것인지 알 수 없으며, 또 사법경찰관작성의 의견서(갑 제1호증)에 보면 기관실 발전기의 누전이 화재발생원인이라는 기재가 있으나 무슨 자료에 의하여 그와 같이 본 것인지 기록상 그 근거를 알 수 없고, 그 밖에 원심이 채용한 증거를 살펴보아도 이 사건 화재발생원인이 기관실의 발전기 누전에 있다고 인정할만한 자료가 없다.

결국 원심이 이 사건 화재원인이 기관실 발전기의 누전에 있다고 단정한 것은 채증법칙에 위반하여 적법한 증거없이 사실을 오인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할 것이다.

다만 원심이 채용한 증거에 의하면, 위 사고선박내의 소방설비가 미비하여 진화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정이 엿보이는 바, 원심으로서는 어선으로서 위 사고선박이 구비하여야 할 소방시설이 어느 정도의 것이며 그와 같은 시설을 구비하였더라면 이 사건 화재를 진화하여 전소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인지와 구체적으로 위 사고선박에 설치되었던 소방시설이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심리하여 위와 같은 소방시설의 미비가 이 사건 사고발생의 원인이 된 선박시설의 하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원심판결은 이 점에서도 심리미진의 허물이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2. 같은 상고이유 제5점을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해자 망 소외 3의 재산상 손해액을 인정함에 있어서 위 망인은 1980년도에는 피고소유 선박인 제3산강호(46.37톤,디젤 150마력)의 기관장으로 종사하여 보합제 보수약정에 따라 매월 평균 474,759원의 수입을 얻었으나 1981년 1.23 이 사건 선박인 제5산강호의 기관장으로 그해의 첫 어로작업 중 이 사건 사고로 사망하여 보합제에 의한 보수를 지급받을 수 없게 된 사실과 이 사건 선박(43.59톤, 디젤 180마력)과 규모는 비슷하나 추진력이 뒤떨어지는 제3산강호의 1981년도 기관장 수입은 그해가 흉어기로서 풍어기였던 전년도에 비하여 어획고가 감소 된 점을 감안하여 보합제에 의한 청산결과 매월 평균 286,424원이었던 사실을 인정한 후, 위 피해자는 이 사건 사고가 없었더라면 만 55세까지 오징어잡이 어선의 기관장으로 종사하여 최소한 이 사건 사고선박과 규모가 비슷한 제3산강호 기관장의 1981년도 월평균 수입금 286,424원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전제아래 이 금액을 기준으로 피해자의 일실이익을 산정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의 일실이익은 사고로 상실된 피해자의 노동능력가치를 정당하게 반영하는 기준에 의하여 산정하여야 하며 사고당시 수익을 얻고 있던 자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 수익이 그 산정기준이 된다고 할 것인바, 원심판시와 같이 톤수나 추진력이 비슷하다는 사유만으로 제3산강호의 1981년도의 보합제에 의한 기관장 수입이 사고당시 위 선박과 다른 선박의 기관장인 위 피해자의 월평균 수입과 동일한 것이라고 측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선박과 같은 어선에 있어서는 선박시설 특히 어로장비와 종사인원 및 종사자의 어로기술, 출어회수 등에 따라서 톤수나 추진력이 비슷한 어선사이에 있어서도 1년간의 어획고 및 그 필요경비액에 상당한 차이가 날 수 있으므로, 만연히 규모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제3산강호의 1981년도 기관장수입을 피해자의 수익과 같이 본 원심조치는 증거없이 사실을 인정한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서 이 점에 관한 논지는 이유있다.

3. 결국 위에 지적한 위 법은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12조 제2항 에 규정된 파기사유에 해당하여 원심판결은 도저히 유지될 수 없으므로 다른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성렬(재판장) 이일규 전상석 이회창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83.5.4선고 82나1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