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미간행]
관계회사에 대한 자금지원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힌 이사의 행위에 대하여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하기 위한 요건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6다33333 판결 (공2007하, 1738)
파산자 동아건설산업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안문태의 소송수계인 파산관재인 정용인의 소송수계인 회생회사 동아건설산업 주식회사의 관리인 정용인의 소송수계인 동아건설산업 주식회사
최원석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 태평양 담당변호사 노영보외 2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들의 상고이유 제1점 및 피고 유성용의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가. 회사의 이사가 법령에 위반됨이 없이 관계회사에게 자금을 대여하거나 관계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그 발행 신주를 인수함에 있어서, 관계회사의 회사 영업에 대한 기여도, 관계회사의 회생에 필요한 적정 지원자금의 액수 및 관계회사의 지원이 회사에 미치는 재정적 부담의 정도, 관계회사를 지원할 경우와 지원하지 아니할 경우 관계회사의 회생가능성 내지 도산가능성과 그로 인하여 회사에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 및 불이익의 정도 등에 관하여 합리적으로 이용가능한 범위 내에서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 · 조사하고 검토하는 절차를 거친 다음, 이를 근거로 회사의 최대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신뢰하고 신의성실에 따라 경영상의 판단을 내렸고, 그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은 것으로서 통상의 이사를 기준으로 할 때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는 것이라면, 비록 사후에 회사가 손해를 입게 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그 이사의 행위는 허용되는 경영판단의 재량범위 내에 있는 것이어서 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회사의 이사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이사회 결의를 통하여 자금지원을 의결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회사의 경영상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관계회사의 부도 등을 방지하는 것이 회사의 신인도를 유지하고 회사의 영업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일반적 · 추상적인 기대하에 일방적으로 관계회사에 자금을 지원하게 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게 한 경우 등에는, 그와 같은 이사의 행위는 허용되는 경영판단의 재량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6다33333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 회사가 이 사건 신주인수결정에 이르게 된 경위, 당시 동아생명보험 주식회사(이하 ‘동아생명’이라 한다)의 재정상태 및 경영상황에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 회사도 이 사건 증자명령 당시 1988년경부터 누적된 적자가 수천억 원에 이르렀고 이를 은폐하기 위하여 분식회계를 하여 온 상황이었으며, 이 사건 증자명령에 따라 동아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그 다음해에는 당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상 출자한도의 제한을 받게 되는 상황이었던 반면, 위 유상증자에도 불구하고 동아생명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2000년경까지 추가적인 자금투입의 필요성도 예상되고 있던 상황이었던 점, ② 이 사건 주식 인수대금 900억 원은 원고 회사의 기존 동아생명 주식의 취득가액 및 액면가액의 3배를 넘는 거액으로 당시 이미 객관적으로 드러나 있던 동아생명의 재정상태 및 경영상황에 비추어 원고 회사가 그 인수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을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하거나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어서, 동아생명의 2대 주주인 피고 최원석 역시 주식인수를 포기하였던 반면, 원고 회사가 이 사건 신주인수로 인하여 얻을 것으로 기대하였던 김포매립지 용도변경 문제와 리비아대수로 제3, 4차 공사 문제에 대한 정부의 협조 등은 사실상 또는 반사적 이익에 불과한 것으로 그 이익의 실현 여부도 불확실하였던 점, ③ 이 사건 증자명령은 보험회사인 동아생명에 대한 처분에 불과하여 원고 회사가 동아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법령상의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었고, 다른 생명보험사들이 재정경제원의 증자명령에 따른 증자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도 있었던 점, ④ 원고 회사가 위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여, 동아생명이 곧바로 부도 내지 폐업에 이르게 되고, 그 결과 1대 주주인 원고 회사 역시 당시 시행되던 ‘금융기관의 신용정보교환 및 관리규약’에 의하여 적색거래처로 분류되어 금융기관으로부터 신규여신 중단, 당좌거래 중지, 기존 여신에 대한 채권보전 및 회수조치를 당하게 될 상황에 처할 수 있는 위험이 현저하였다고는 단정하기 어려운 점, ⑤ 동아생명을 비롯한 동아그룹 내 고위 경영진에서 당초 이 사건 유상증자에 반대할 때에는 그룹 내 주주계열사에 의한 증자참여가 곤란할 경우 해외자본을 끌어들이는 복안을 가지고 있었던 점, ⑥ 피고들은 재무구조가 상당히 불량한 상태에 있는 동아생명의 재정상태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실제 이사회를 소집하여 결의하고 전문가의 자문도 구하는 등 보다 투명하고 신중한 의사결정 절차를 거치지도 아니한 채, 불과 그룹 사장단 4, 5명이 참석한 2차례의 대책회의에서의 논의 끝에 액면가격으로 동아생명이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하기로 결정하였고, 나머지 원고 회사의 임원들은 그대로 위 결정에 찬성한 점 등을 근거로 하여, 비록 원고 회사의 동아생명 유상증자에 대한 참여의 결과가 일부 원고 회사를 위한 측면이 있고, 원고 회사가 동아생명의 대주주로서 동아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아니하여 동아생명이 부도가 남으로써 입을 수 있는 금융상의 제재, 공사수주에서 입을 수 있는 불이익 등을 회피하고자 하는 의사도 일부 있었다는 점까지 고려하더라도, 원고 회사가 동아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거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 이외의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 아니었으며,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입을 수 있는 손해의 위험은 구체적이고 확실한 반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손해의 위험 또는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불확실하거나 사실적·반사적 이익에 불과하다고 보이므로, 피고들이 이 사건 신주인수 당시 그 상황에서 합당한 정보를 가지고 적합한 절차에 따라 원고 회사의 최대이익을 위하여 합리적인 선택범위 내에서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여 이 사건 신주인수가 경영판단의 재량범위 내에 있다는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아울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동아그룹 계열사들 중 이 사건 증자명령에 따라 출자할 여력이 있었던 회사는 원고 회사와 대한통운 주식회사(이하 ‘대한통운’이라 한다)뿐으로 공정거래법에 의해 허용되는 출자여력은 이 사건 신주인수 전 원고 회사가 941억 여 원, 대한통운이 683억 여 원 합계 1,624억 여 원 정도였고, 원고 회사와 대한통운에 의하여 이 사건 신주인수 등으로 1,400억 원의 출자가 이루어지고 나면 향후 원고 회사와 대한통운의 출자 가능 여력은 동아생명의 경영혁신방안에 따라 경영정상화에 필요한 추가 유상증자 규모에 크게 미치지 못하였음에도, 피고들을 비롯한 원고 회사의 이사들이 동아생명 경영정상화의 전제조건인 추가 유상증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관하여 합리적으로 충분한 정보를 수집 · 조사하여 이사회에서 신중하게 검토하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이 사건 신주인수를 결정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과 아울러 원심이 판단의 근거로 삼은 사정들을 참작하면 이 사건 신주인수가 경영판단의 재량범위 내에 있지 않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사의 주의의무와 경영판단의 원칙에 관한 판례위반, 법리오해, 채증법칙에 관한 법령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들의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원심은 이 사건 신주인수를 결정한 피고들의 판단이 경영판단의 재량범위 내에 있지 않다는 근거로서 원고 회사가 동아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사정을 지적하면서도, 한편으로 원고 회사가 동아생명이 이 사건 증자명령의 불이행으로 인한 제재조치를 받을 경우 원고 회사와 동아그룹 전체에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불가피하게 위험을 감수하고 원고 회사의 자금으로 이 사건 신주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점을 피고들의 책임을 제한하는 사유로 삼았다. 이 사건 신주인수에 관한 피고들의 판단이 경영판단의 재량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신주인수의 불가피성을 책임 제한의 사유로 든 원심의 표현은 적절하였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원심은 이 사건 신주인수가 불가피하여 경영판단의 재량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피고들이 원고 회사의 이사로서 한 이 사건 신주인수결정이 비록 경영판단으로서 보호받지는 못하더라도 원고 회사 및 동아그룹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이 사건 신주인수를 결정하였다는 점을 부각시켜 그 책임을 제한하기 위하여 위와 같이 표현한 것이라고 보이므로, 원심의 판단에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이유모순의 위법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피고 유성용의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들의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원심은 원고 회사가 입은 이 사건 신주인수대금 상당의 손해는 예측할 수 없었던 소위 IMF 사태로 인하여 동아생명의 주식이 무상소각됨에 따라 발생한 것일 뿐, 이 사건 신주인수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므로 자신들의 임무해태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원고 회사의 이 사건 신주인수 당시 이미 동아생명 주식의 실질가치는 영(영)원으로 평가되었고, 누적된 결손액이 자본금의 10배가 넘는 3,827여억 원에 달하였으며, 전년도의 당기순이익이 -120,046,642,815원, 주당 손실액이 27,229원에 이르는 등 동아생명의 재무구조 및 경영상황이 악화된 상황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신주인수에는 그 자체로 신주인수대금 상당액의 손해를 입을 위험성이 이미 내재되어 있었고, 그와 같이 내재되어 있던 위험성이 동아생명의 부실금융기관 지정에 따른 주식의 무상소각으로 인해 현실화된 것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들의 임무해태행위와 원고 회사가 입은 인수대금 상당액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고, 그 과정에서 예측할 수 없었던 IMF 사태가 동아생명의 경영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에 관한 법령위반 등의 위법은 없다. 피고들의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없다.
3. 피고 최원석의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가. 이사의 임무해태행위로 인하여 회사가 입은 재산상 손해는 위법한 임무해태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상의 불이익, 즉 그 임무해태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그 임무해태행위가 가해진 현재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다.
원심은 원고 회사가 이 사건 신주인수를 통하여 자본금 전액이 잠식되어 주식의 실질가치가 영(영)원으로 평가되었던 동아생명의 주식 1,800만 주를 900억 원에 인수하였고, 그 후 2000. 2.경 동아생명의 부실금융기관 지정에 따라 위와 같이 인수한 주식 전부가 소각되었으므로, 원고 회사가 이 사건 신주인수로 인하여 입은 손해액은 그 신주인수대금 전액인 900억 원 상당이 된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신주인수로 인한 손해의 범위에 관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은 없다. 피고 최원석의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위 피고가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2두7005 판결 은 신주의 고가인수로 인한 부당행위계산 부인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주식 시가의 판단기준시기에 관한 것으로서 이 사건에 원용되기에 적절한 것이 아니다.
나. 손해배상액의 산정에 있어서 손익상계가 허용되기 위하여는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이 되는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새로운 이득을 얻었을 뿐 아니라 그 이득은 배상의무자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에 대응하는 것이어야 한다( 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5다3229 판결 ,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다18228 판결 등 참조).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 회사가 이 사건 신주인수대금을 납입함에 따라 보유하고 있던 기존 주식의 가치가 증대되는 이득을 얻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을 뿐 아니라 그러한 이득이 피고들의 임무해태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이 사건 손해의 범위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위와 같은 이득을 이 사건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하여야 한다는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