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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0.4.29. 선고 2020도1411 판결

배임

사건

2020도1411 배임

피고인

A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왕호습(국선)

원심판결

수원지방법원 2020. 1. 10. 선고 2019노4146 판결

판결선고

2020. 4. 29.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직권으로 판단한다.

1. 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 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대법원 1987. 4. 28, 선고 86도2490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도11722 판결,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5도1301 판결 등 참조),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 · 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

나.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 · 보전할 의무 내지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 훼손하는 등으로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그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원심의 판단을 살펴본다.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피해자 B으로부터 4,000만 원을 차용하면서 피고인이 운영하던 성남시 중원구 D 소재 'E'의 집기류 일체(이하 '이 사건 집기류 일체')를 4,000만 원에 양도하는 양도담보계약(이하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으므로, 피고인은 양도담보로 제공한 물건 등에 대해 담보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보관하여야 할 임무가 있었음에도, 그러한 임무에 위배하여 위 집기류 일체를 다른 사람에게 매도함으로써 피해자에게 4,0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은 피고인에 대한 차용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피고인 소유의 집기류 일체에 관하여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담보를 설정하고 피고인의 채무불이행시 이 사건 집기류 일체를 채무의 변제에 갈음하여 채권자가 취득하기로 하는 전형적인 양도담보계약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양도담보계약과 별도로 채권자 B이 신임 관계에 기초하여 피고인에게 이 사건 집기류 일체의 보관·관리에 관한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는 내용의 특약을 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결국 이 사건 양도담보계약에서 피고인과 채권자인 B 간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 · 본질적 내용은 차용금 채무의 변제와 이를 위한 담보에 있고, 피고인을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 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을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상환

대법관박상옥

주심대법관안철상

대법관노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