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법위반,건축사법위반
A
박종호(기소), 박금빛(공판)
변호사 김차연
2019. 1. 16.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건축사로서 제주시 B에 있는 대지 330㎡, 연면적 487.223㎡ 지상 3층의 근린생활시설의 건축 설계 및 감리를 담당한 공사감리자이다.
가. 건축법위반
공사감리자는 감리일지를 기록·유지하여야 하고, 공사의 공정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진도에 다다른 경우에는 감리중간보고서를 작성하여 건축주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이 사건 건축공사는 2016. 11. 29.경 기초 철근배치공사가 완료되었으므로 이에 대한 중간감리보고서를 작성하여 건축주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7. 7.경 건축주로부터 중간감리보고서 제출을 요구받았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감리중간보고서를 작성하여 건축주에게 제출하지 아니하였다.
나. 건축사법위반
건축사는 건축사업무의 수행과 관련하여 부당하게 금품을 주고받거나 요구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7. 8. 9.경 위 공사의 건축주에게 본건 건축현장에 적용되지 않는 상주감리비 명목으로 건축주에게 4,000만 원을 부당하게 요구하였다.
2. 판단
피고인은 위 공소사실과 같이 감리중간보고서를 건축주에게 제출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건축주로부터 그 제출요구를 받은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미제출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고, 피고인이 건축주에게 위 공소사실과 같이 4,000만 원의 지급을 요구한 사실은 있지만 이는 건축공사 과정에서 피고인이 받아야 할 정당한 대가를 요구한 것이기 때문에 부당한 금품의 요구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이 각 인정된다.
① 피고인은 C(건축주 D의 어머니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건축주로서 모든 업무를 처리하여서, 이하 C의 행위를 법률상 건축주의 행위로 보고 판단한다)의 요청에 의하여 제주도 금능 해안에 건축할 카페 건물의 설계를 하였다. C은 피고인의 설계에 따라 건축공사를 진행하되 직영공사의 형태로 실시하기로 하면서 2016. 11. 7. 피고인과 사이에 시공관리계약(이하 '이 사건 시공관리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시공관리계약에 따르면 피고인이 '건설공사의 완성', '자금 집행의 대행 및 관리', '착공신고, 사용승인 완료', '공사 품질관리' 업무를 하기로 하였고, 용역계약기간은 5개월로 하고 월 1,200만 원의 대금을 월말에 지급받기로 하였다. 이 사건 시공관리계약에는 피고인이 공사감리자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포함되었다. 이에 따라 피고인이 착공신고를 하였고 그 첨부서류로 피고인이 형식적인 내용의 공사감리계약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기도 하였다.
② 피고인은 2016. 11. 9.부터 공사를 시작하였고 이 사건 시공관리계약에 따라서 공사가 있는 날에는 현장에 거의 매일 출근하여 현장소장 역할을 하면서 공사를 진행하였으며, 일정 공정이 지날 때마다 공사일보를 작성하여 C에게 메일로 전송하였다. 그 과정에서 2016. 11.경, 2016. 12.경, 2017. 4.경 C의 요구로 3회에 걸쳐 설계 변경을 하기도 하였다. 또한, 2016. 11. 24. 강풍의 영향으로 제대로 공사를 진행하지 못한 것을 비롯하여 기상 악화, 공사 현장 옆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의 민원 해결을 위한 조치 등으로 인하여 실제 공사는 처음 예정된 5개월의 기간 내에 완공되지 못하고 지연되었다.
③ C은 2016. 12. 8., 2017. 1. 8., 2017. 2. 8. 피고인에게 각 1,200만 원씩을 지급하였다. 그 후 C은 2017. 3. 2. 피고인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앞으로는 매월 8일에 500만 원씩을 지급하고 나머지는 준공 이후에 지급하겠다고 통보하였다. 2017. 6. 하순경까지 피고인이 받은 보수는 전체 합계 5,600만 원인데, 이는 이 사건 시공관리계약에서 원래 예정된 공사 기간인 5개월 동안의 대금을 기준으로 했을 때 400만 원(1,200만 원 × 5 - 5,600만 원)이 부족한 것이고, 그때까지 지연된 기간(3개월)의 대금을 받아야 한다고 가정했을 경우에는 상당한 금액이 부족한 것이었다.
④ C은 피고인에게 공사의 하자 등을 주장하며, 2017. 6. 하순경 이 사건 시공관리 계약에 따른 업무를 그만 둘 것을 요구하였고, 2017. 7. 18.경 '현장소장 및 감리자 자격 배제(박탈), 업무정지'를 내용증명으로 통보하면서 설계감리자포기각서와 함께 건축공사에 관한 모든 서류의 제출을 요구하였다. 다만, 위 내용증명에는 제출을 요구한 서류로서 '감리중간보고서'라는 명칭이 기재되어 있지는 않다. 그 후 피고인은 2017. 7. 21. C에게 공사의 하자 등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면서 8개월 동안의 미지급 대금 4,000만 원(위 ③항에서 기재한 400만 원 + 1,200만 원 × 3개월 초과근무)을 지급해 주고 지출내역 정산도 조속히 해달라는 내용의 답변서를 보냈다.
⑤ C은 위와 같은 피고인의 제안을 거부하였고, 그 후 피고인은 2017. 8.경 C에게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서 피고인이 공사업자 등에게 선지급한 대금 2,200만 원, 소방설계변경 비용 1,000만 원, 상주감리비용 4,000만 원 등을 요구하였다. 그 과정에서 2017. 8. 12.경 피고인과 C 사이에 피고인이 1,000만 원을 합의금으로 지급받기로 하고 상호 원만히 해결하는 방법을 논의하기도 하였으나 실제 그 내용대로 정산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⑥ 한편, C은 2017. 8. 24. 피고인에게 문자메시지로 '설계 감리 변경 이 단계에서 굳이 할 필요가 없네요 계약대로 해주세요'라는 내용을 보내기도 하였다. 피고인은 2017. 10. 31.경 이 사건 시공관리계약의 내용에 따라 '건축행정시스템 세움터' 인터넷 사이트에서 사용승인신청을 준비하기도 하였다.
결국, 위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에게 구체적으로 감리중간보고서에 대한 제출 요구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증인 C은 본 법정에서 감리중간보고서를 특정하여 요구하기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으나, 위와 같은 일련의 사실관계들에 의할 때, 그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공소사실 기재 각 일자에는 피고인과 건축주 사이에 이 사건 시공관리계약(또는 이에 포함된 공사감리계약)과 관련된 금전적인 정산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축주가 피고인에게 지급하지 않은 대금이 얼마인지에 대하여 분쟁이 있었고, 피고인이 건축물의 사용승인 절차를 계속 대행할 지 아니면 그만둘 지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피고인에게는 건축주에게 감리중간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인다. 더구나, 피고인이 위와 같은 상황에서 자신이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미지급대금을 건축주에게 요구하면서 그 명목 중 일부를 (상주)감리비용이라고 지칭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인간의 계약 관계에서 서로 입장이 달라 발생한 민사상 분쟁 내용이 다소 거칠게 표현된 것일 뿐이고, 이를 건축사법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금품의 요구로 형사처벌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3.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