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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1. 2. 9. 선고 99다38613 판결

[해임처분취소][공2001.4.1.(127),601]

판시사항

[1] 민법 제103조 소정의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의 의미

[2] 전통사찰의 주지직을 거액의 금품을 대가로 양도·양수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음을 알고도 이를 묵인 혹은 방조한 상태에서 한 종교법인의 주지임명행위가 민법 제103조 소정의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로 되는 법률행위는 법률행위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내용 자체는 반사회질서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법률행위에 반사회질서적인 조건 또는 금전적인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 및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를 포함한다.

[2] 전통사찰의 주지직을 거액의 금품을 대가로 양도·양수하기로 하는 약정이 있음을 알고도 이를 묵인 혹은 방조한 상태에서 한 종교법인의 주지임명행위가 민법 제103조 소정의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원고,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국홍)

피고,피상고인

피고 사단법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준석)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 법인이 원고를 징계해임하면서 종헌종법이 규정하고 있는 징계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징계처분은 무효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나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에 대한 주지임명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로서 무효이므로, 원고로서는 이 사건 징계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없다는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었다.

즉 원심은, 원고는 피고 법인의 총무원장과 협의를 거쳐 그의 사전 내락을 받아둔 상태에서 피고 법인 소속 사찰을 사실상 인수하기로 마음먹고, 위 사찰의 전 주지인 소외 1와 사이에 소외 1가 주지직에서 사임하고 원고가 후임 주지로 취임하는 대가로 3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후, 청량사 주지인 소외 2를 끌어들여 소외 2가 자금을 투자하면 그를 위 사찰의 부주지로 임명하여 그 운영책임을 맡기고 위 사찰에 대한 지분을 50:50으로 소유하기로 약정한 사실, 원고는 1995. 4. 24. 소외 2로부터 2억 2,000만 원을 받아 그 중 1억 5,000만 원을 소외 1에게 지급하자, 같은 날 소외 1가 주지직에서 사임하고 원고는 피고 법인의 총무원장으로부터 위 사찰의 후임 주지로 임명받았으며, 원고는 1996. 10. 19. 역시 소외 2로부터 받은 돈으로 소외 1에게 나머지 1억 5,000만 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는 원효대사가 창건한 이래 1300여 년이나 맥을 이어왔고 대웅전, 만세루 등 다수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전통사찰인 위 사찰의 주지직을 거액의 금품을 대가로 양도, 양수하려는 계약으로서 그 자체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로서 무효이고, 나아가 피고 법인이 원고와 소외 1 사이의 위와 같은 약정이 있음을 알고 이를 묵인하거나 혹은 방조한 상태에서 원고를 주지로 임명한 행위 역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로서 무효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원고에 대한 주지임명이 처음부터 무효인 이상, 원고로서는 이 사건 징계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위 사찰의 전 주지인 소외 1에게 3억 원을 주지직 사임 대가로 지급하기로 하고 그를 주지직에서 사임하게 한 다음 피고 법인으로부터 위 사찰의 주지로 임명받은 사실을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수긍이 되고, 거기에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그러나 원고에 대한 주지임명행위가 무효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고와 위 사찰의 전임 주지이던 소외 1와 사이에 한 앞서 본 약정은 전통사찰보존법 소정의 전통사찰인 위 사찰의 주지직을 거액의 금품을 대가로 양도, 양수하는 계약으로서 그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가 되는 법률행위는 법률행위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내용 자체는 반사회질서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법률행위에 반사회질서적인 조건 또는 금전적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 및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도 당연히 포함한다 (대법원 1992. 11. 27. 선고 92다7719 판결 참조).

그러나 이 사건에서 피고 법인이 원고와 소외 1 사이에 위와 같은 약정이 있음을 알고 이를 묵인하거나 혹은 방조한 상태에서 원고를 주지로 임명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임명행위 자체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고,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법률행위에 반사회질서적인 조건이나 금전적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 또는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에도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에 대한 주지임명행위가 사회상규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로서 무효라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사회질서 위반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규홍(재판장) 송진훈(주심) 윤재식 손지열

심급 사건
-부산고등법원 1999.6.16.선고 98나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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