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서울고법 2020. 5. 26.자 2019라21331 결정

[회생] 확정[각공2020하,523]

판시사항

갑 주식회사가 정관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데도 주주총회 특별결의 없이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여 회생법원이 회생절차개시결정을 하자, 갑 회사의 주주로서 대표이사에서 퇴임한 후 갑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소송 계속 중인 을이 즉시항고를 제기한 사안에서, 갑 회사의 위와 같은 회생절차개시신청은 흠결 있는 대표권 행사에 의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보아 회생절차개시결정을 취소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한 사례

결정요지

갑 주식회사가 정관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데도 주주총회 특별결의 없이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여 회생법원이 회생절차개시결정을 하자, 갑 회사의 주주로서 대표이사에서 퇴임한 후 갑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소송 계속 중인 을이 즉시항고를 제기한 사안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에 따른 회생절차개시신청은 갑 회사의 정관 규정에 의하여 주주총회에 그 의사결정권한이 있으므로, 정관에 따라 주주총회 특별결의라는 의사결정절차를 밟지 않고 이루어진 갑 회사의 회생절차개시신청은 흠결 있는 대표권 행사에 의한 것으로서 부적법하고, 한편 갑 회사의 대표자 사내이사가 자본의 1/10 이상을 보유하는 주주로서 채무자회생법 제34조 제2항 에 따라 갑 회사와 별도로 신청권을 가지고 있고, 갑 회사의 부적법한 신청에 터 잡은 회생절차개시결정에 따라 관련 절차가 진행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회생절차개시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사유로 위와 같은 흠결 있는 대표권 행사임을 주장하여 회생절차개시결정의 당부를 문제 삼는 것이 회생절차의 목적이나 소송경제 등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회생절차개시결정을 취소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한 사례이다.

채무자,상대방

주식회사 글라스스토리안경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주로 담당변호사 윤재필 외 1인)

항고인

항고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희랑)

주문

1. 제1심결정을 취소한다.

2. 이 사건을 서울회생법원에 환송한다.

1. 신청취지

채무자에 대하여 회생절차를 개시한다.

2. 항고취지

주문과 같다(즉시항고장에는 ‘회생절차개시결정을 취소하고 다시 적절한 재판을 구한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3조 제5항 에 따라 이와 같이 선해한다).

이유

1. 제1심결정 및 이에 대한 즉시항고의 경위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 각 사실이 소명된다.

가. 채무자는 2006. 7. 3. 설립되어 안경류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영위해 오던 중 2014년경 이후 신규 사업 실패, 상표권 매각 관련 소송 진행과 매출액 감소 등으로 인하여 재정적 파탄상태에 이르렀다는 이유로, 2019. 11. 6. 서울회생법원 2019회합100197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에 따른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였다.

나. 회생법원은 2019. 11. 25. 16:00 채무자에 대하여 회생절차개시결정(제1심결정)을 하였다.

다. 항고인은 채무자의 발생주식총수 중 35%를 보유한 주주이고, 채무자 설립 당시인 2006. 7. 3.부터 2018. 11. 30.까지 채무자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다. 항고인은 퇴임 후 채무자를 상대로 인천지방법원 2019가합537호 로 퇴직금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2019. 10. 24. 일부 승소판결(원금 636,230,000원 및 이에 대한 2019. 1. 9.부터의 지연손해금)을 받았고, 이에 대한 채무자의 불복으로 항소심 계속 중 이 사건 제1심결정이 내려지자 2019. 12. 6. 이 사건 즉시항고를 제기하였다.

2. 항고이유의 요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회생절차개시신청은 각하되거나 기각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채무자에 대하여 회생절차를 개시한 제1심결정은 부당하다.

가. 채무자의 정관에는 회생절차개시신청을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회생절차개시신청은 위와 같은 주주총회 특별결의에 의한 적법한 의사결정 없이 흠결 있는 대표권 행사에 따라 이루어졌다.

나.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회생절차개시신청은 채무자회생법 제42조 에서 정한 기각사유로서 회생절차개시신청이 성실하지 아니하거나( 제2호 ) 그 밖에 회생절차에 의함이 채권자 일반의 이익에 적합하지 아니한 경우( 제3호 )에 해당한다.

1) 채무자는 항고인의 퇴임 전 대표이사들(항고인 및 신청외인)의 인적 보증 아래 신용보증기금과 보증계약을 체결하였다가 보증계약 갱신을 앞두고 현 대표자인 사내이사 신청외인만 단독으로 인적 보증을 하고, 항고인의 퇴직금청구 소송 제1심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을 당할 상황에 놓이게 되자 이를 일시적으로 면하고 그 시간을 이용하여 자금을 융통하고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한 것이다.

2) 채무자의 대표자 사내이사인 신청외인은 이 사건 회생절차개시신청서에 자신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임원들의 퇴직금채권은 공익채권으로 기재한 반면, 항고인의 퇴직금채권은 미확정 특수관계자 회생채권으로 기재하였다. 이처럼 이 사건 회생절차개시신청은 다른 채권자들에게는 손해를 주면서 현 대표자 및 관계 임원들의 채권만 우선변제받기 위한 것이다.

3) 채무자는 ‘(브랜드명 1 생략)’와 ‘(브랜드명 2 생략)’라는 브랜드로 안경점 가맹사업을 해오던 중 회생절차개시신청 직전에 ‘(브랜드명 2 생략)’ 영업을 상법 및 정관에 따른 주주총회 특별결의 없이 다른 경쟁업체에 매각하는 등 회생에 필요한 영업을 제3자에게 양도하였다. 이에 비추어 이 사건 회생절차개시신청은 채무자와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3. 판단

가. 정관에서 정한 의사결정절차를 위반한 하자

1)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채무자의 정관에서는 ‘회사의 합병, 분할, 분할방법, 해산, 청산 또는 회사정리법에 따른 회사정리’를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2/3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1/3 이상의 수로 결의하여야 한다( 제32조 제3항 제3호 )고 규정하는 사실, 채무자는 자본금 총액 10억 원 미만인 회사로서 이 사건 회생절차개시신청 당시 이사는 대표자 사내이사 신청외인 1명밖에 없어 상법 제383조 제5항 , 제6항 에 따라 회생절차개시신청에 관한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지는 않았던 사실, 그런데 채무자는 위와 같이 정관에 따른 주주총회 특별결의 절차도 거치지 아니하고 상법 제363조 제4항 및 정관 제32조 제3항 제8호에 따라 위 주주총회 특별결의에 갈음하는 주주 전원의 서면 동의도 없이 이 사건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한 사실이 소명된다.

2) 구 회사정리법은 2005. 3. 31. 제정되어 2006. 4. 1. 시행된 채무자회생법 부칙 제2조로 폐지되었고, 채무자회생법 제2편의 회생절차는 그 절차 진행에 관한 기본적인 부분은 구 회사정리법에서 정한 회사정리절차를 유지하면서 종전 제도를 부분적으로 개선·보완하여 규정하고 있는 점, 채무자의 설립 및 정관 시행일(2006. 7. 3.)은 구 회사정리법 폐지 및 채무자회생법 시행일로부터 불과 3개월 경과한 시점인 점에 비추어 보면, 채무자의 정관에서 정한 ‘회사정리법에 따른 회사정리’는 이미 폐지된 법률에 따른 절차가 아니라 채무자의 설립 당시 시행 중인 채무자회생법에 따른 회생절차를 일컫는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채무자도 이 법원에서의 2020. 3. 20.자 준비서면 제출 전까지는 이와 같은 전제에서, 채무자의 회생절차개시신청에 회사내부규정인 정관에 따른 결의를 거치지 아니한 하자가 있음을 이유로 그에 기초한 회생절차개시결정을 취소하고 다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도록 하는 것은 소송경제와 채권자 일반의 이익에 반한다는 내용으로 두 차례의 서면을 제출하고, 항고인을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 명의로 계속 중인 회생절차 진행에 관한 2019. 12. 19.자 주주동의서를 제출하였다.

따라서 채무자회생법에 따른 회생절차개시신청은 채무자의 정관 규정에 의하여 주주총회에 그 의사결정권한이 있으므로, 정관에 따라 주주총회 특별결의라는 의사결정절차를 밟지 않고 이루어진 채무자의 회생절차개시신청은 흠결 있는 대표권 행사에 의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또한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 즉 ① 항고인은 2019. 12. 6.자 즉시항고장의 항고이유로 정관에 따른 적법한 의사결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신청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위법함을 주장한 점, ② 이에 대하여 채무자는 2019. 12. 23. 이 법원에 항고인을 제외한 나머지 주주 3명 전원(발행주식총수의 65%, 채무자의 대표자 사내이사 신청외인과 그 형 및 지인이다)은 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 진행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2019. 12. 19.자 주주동의서를 제출하였으나, 이를 상법 및 정관의 규정에 의하여 주주총회 특별결의에 갈음하는 주주 전원의 서면 동의로 보기는 어려운 점(항고인이 주주총회에 출석하여 회생절차 진행에 반대할 경우 정관상 특별결의 의결정족수로서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2/3 이상의 수를 충족하지 못한다), ③ 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는, 채무자의 법률상 관리인이 2020. 2. 28. 회생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한 이후 현재 회생계획안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 기일이 지정되지 아니한 상태에 있는 점에다가 ④ 채무자회생법 제34조 는 주식회사 또는 유한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개시 신청사유에 따라 제1항 제1호 의 사유(이른바 ‘변제기에 있는 채무의 변제 불능’)는 채무자만 신청권을 가지고( 제1항 ), 제1항 제2호 의 사유(이른바 ‘파산원인인 사실이 생길 염려’)는 채무자뿐 아니라 일정한 채권액 또는 주식·지분을 가진 채권자·주주·지분권자( 제2항 )도 신청권을 가지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는 대주주 등 채무자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람으로부터 채무자 회사와 그 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볼 수 있는 점, 그런데 적법한 의사결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무자의 회생절차개시신청을 그 신청에 동의한 채권자·주주·지분권자의 신청으로 보아 이를 적법한 것으로 본다면 신청사유에 따라 신청권자를 달리한 위 규정의 취지에 반하고, 채권자·주주·지분권자가 채무자 명의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는 셈이 되어 위 규정을 잠탈할 뿐만 아니라 채권자·주주·지분권자의 신청사유에 대한 소명책임을 회피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채무자의 대표자 사내이사 신청외인이 자본의 1/10 이상을 보유하는 주주로서 채무자회생법 제34조 제2항 에 따라 채무자와 별도로 신청권을 가지고 있고, 채무자의 부적법한 신청에 터 잡은 회생절차개시결정에 따라 관련 절차가 진행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회생절차개시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사유로 위와 같은 흠결 있는 대표권 행사임을 주장하여 회생절차개시결정의 당부를 문제 삼는 것이 회생절차의 목적이나 소송경제 등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나. 채무자회생법 제42조 에서 정한 회생절차개시신청 기각사유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회생절차에서 항고인을 비롯한 채무자의 퇴임 임원들의 퇴직금채권은 모두 회생채권으로 신고되었고 공익채권으로 인정되지는 않은 사실, 회생법원이 선임한 채무자의 조사위원이 2020. 1. 20. 회생법원에 제출한 조사보고서에는 채무자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를 5억 원 상당 초과하고, 채무자회생법에 따른 부인권 행사의 대상이 될 만한 행위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이 소명된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항고인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항고인의 주장과 같이 채무자가 회생절차개시신청 직전에 그 주요 영업을 상법 및 정관에서 정한 절차를 위반하여 제3자에게 양도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채무자가 회생절차를 통한 채무조정과 재무상태 개선을 통해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들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아닌, 회생절차 진행에 따르는 부수적 효과로서 특정 채권자에 대한 강제집행을 면탈하고 대표자의 보증채무를 유예받으며 기존 임원진의 채권만 우선변제받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였다거나 회생절차에 의함이 채권자 일반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채무자의 회생신청절차개시신청에 채무자회생법 제42조 제2호 , 제3호 에서 정한 기각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4. 결론

채무자의 회생절차개시신청은 부적법함에도 이를 받아들여 회생절차를 개시한 제1심결정은 부당하다. 따라서 항고인의 항고를 받아들여 제1심결정을 취소하고, 채무자회생법 제53조 제5항 에 따라 이 사건을 서울회생법원에 환송한다.

판사 강영수(재판장) 정문경 이재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