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공2013하,1631]
[1] 옥외집회를 개최하겠다고 신고한 후 신고한 장소와 인접한 건물 등에서 옥내집회만을 개최한 경우, 신고범위를 일탈한 행위를 한 데 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타인이 관리하는 건조물에서 개최하는 옥내집회 및 관공서 등 공공건조물에서의 옥내집회가 해산명령의 대상이 되는 경우
[1]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 한다)은 옥외집회나 시위에 대하여는 사전신고를 요구하고 나아가 그 신고범위의 일탈행위를 처벌하고 있지만, 옥내집회에 대하여는 신고하도록 하는 규정 자체를 두지 않고 있다. 따라서 당초 옥외집회를 개최하겠다고 신고하였지만 신고 내용과 달리 아예 옥외집회는 개최하지 아니한 채 신고한 장소와 인접한 건물 등에서 옥내집회만을 개최한 경우에는, 그것이 건조물침입죄 등 다른 범죄를 구성함은 별론으로 하고, 신고한 옥외집회를 개최하는 과정에서 그 신고범위를 일탈한 행위를 한 데 대한 집시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2] 집회의 자유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인 권리이지만, 국가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 한다)이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 등 일정한 경우에 자진해산을 요청하고 이에 따르지 아니하면 해산을 명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규정된 것이다( 집시법 제20조 제1항 ). 한편 옥내집회는 집시법상 사전신고 없이 개최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 역시 다른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 따라서 타인이 관리하는 건조물에서 옥내집회를 개최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5호 , 제16조 제4항 제2호 )에 해당하는 등 집회의 목적, 참가인원, 집회 방식, 행태 등으로 볼 때 타인의 법익 침해나 기타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하여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는 때에는 해산명령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설령 집회의 장소가 관공서 등 공공건조물의 옥내라 하더라도 그곳이 일반적으로 집회의 개최가 허용된 개방된 장소가 아닌 이상 이를 무단 점거하여 그 건조물의 평온을 해치거나 정상적인 기능의 수행에 위험을 초래하고 나아가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집회의 자유에 의하여 보장되는 활동의 범주를 넘는다 할 것이므로 그것이 해산명령의 대상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1]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 제16조 제4항 제3호 , 제22조 제3항 [2] 헌법 제21조 제1항 , 제37조 제2항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6조 제4항 제2호 , 제20조 제1항 제5호 , 제2항 , 제24조 제5호
[2]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13846 판결 (공2011하, 2392)
피고인 1 외 2인
피고인들 및 검사
변호사 변영철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 전부와 무죄 부분 중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1항 제5호 , 제16조 제4항 제2호 위반의 점에 관한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나머지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2009. 8. 20.자 미신고 옥외집회 주최의 점에 대한 피고인 2, 피고인 3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이하 ‘집시법’이라 한다)은 옥외집회를 주최하려면 일정한 사항을 사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신고를 받은 관할 경찰서장이 그 옥외집회의 성격과 규모 등을 미리 파악하여 적법한 옥외집회를 보호하는 한편, 옥외집회를 통하여 타인이나 공동체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여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사전조치를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옥외집회 또는 시위가 개최될 것이라는 것을 관할 경찰서가 알고 있었다거나 그 집회 또는 시위가 평화롭게 이루어진다 하여 위와 같은 신고의무가 면제된다고 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7도1649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피고인 2, 피고인 3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집시법 제22조 제2항 , 제6조 제1항 의 적용대상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 사유는 없다.
2. 2009. 9. 4.자 옥외집회 주최의 점에 대한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옥외집회의 신고를 하였으나 그 신고된 집회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정도를 벗어나는 집회를 개최한 경우에는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집회를 개최한 경우에 관한 집시법 제6조 제1항 을 위반한 것이 되지만, 그 동일성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다만 ‘신고한 목적, 일시, 장소, 방법 등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는 행위’를 한 데 그친 경우에는 집시법 제16조 제4항 제3호 를 위반한 것이 된다. 이 경우 옥외집회를 신고한 주최자가 그 주도 아래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설령 신고한 목적, 일시, 장소, 방법 등의 범위를 일탈하였다고 하여 함부로 ‘신고 없이’ 옥외집회를 주최한 행위로 볼 것은 아니다. 집회가 처음부터 당초에 신고된 것과 다른 주최자나 참가단체 등의 주도 아래 신고 내용과 달리 진행되거나, 또는 처음에는 신고한 주최자가 주도하여 집회를 진행하였지만 중간에 주최자나 참가단체 등이 교체되고 이들의 주도 아래 신고된 것과는 다른 내용의 집회로 변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이루어진 집회신고를 명목상의 구실로 내세워 집회를 계속하는 등의 사정이 인정될 경우에 비로소 이를 ‘신고 없이’ 옥외집회를 주최한 행위로 보아 처벌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도9471 판결 참조). 또한 실제 개최된 집회가 신고범위를 뚜렷이 벗어난 것인지 여부도 그 집회가 신고에 의해 예상되는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여 신고제도의 목적 달성을 심히 곤란하게 하였는지 여부에 의하여 가려야 하고, 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집회·시위의 자유가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점, 집회 등의 주최자로서는 사전에 그 진행방법의 세부적인 사항까지 모두 예상하여 빠짐없이 신고하기 어려운 면이 있을 뿐 아니라 그 진행과정에서 방법의 변경이 불가피한 경우 등도 있을 수 있는 점 등을 염두에 두고, 신고 내용과 실제 상황을 구체적·개별적으로 비교하여 살펴본 다음 이를 전체적·종합적으로 평가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3974 판결 참조).
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은, 피고인들이 ‘2009. 9. 4. 17:00부터 일몰 시까지 부산 동구 초량동에 있는 부산역 광장에서 집회를 개최하겠다’는 취지로 옥외집회 신고를 하고는 일몰 이후인 19:35경부터 20:55경까지 약 1시간 20분 동안 위 신고된 장소에서 집회를 개최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1) 위 인정 사실에 관한 주위적 공소사실은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집회를 개최함으로써 미신고 옥외집회를 개최하였다는 것인데, 제1심판결은 다음의 이유로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즉, ① 위 집회가, 신고된 개최시간을 넘어 야간까지 이어지기는 하였으나 당시의 집시법 제10조 는 야간의 옥외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개최시간을 일몰 시까지로 제한하여 신고할 수밖에 없었으며, 다수의 사람이 모이는 집회의 개최가 지체되거나 시간이 지연될 가능성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고 보이는 점, ② 집시법 제10조 의 야간옥외집회 금지조항은 그 후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남으로써 일몰이라는 시각의 제한이 집회의 동일성을 해하는 기준으로 보기 어렵게 된 점, ③ 미신고 옥외집회 주최자에 대하여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반면 신고범위를 뚜렷이 벗어난 집회 주최자에 대하여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따로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집회는 비록 신고된 시간을 넘어 진행되기는 하였으나 신고된 내용, 참석자, 집회의 경위와 진행상황 등으로 보아 신고된 집회와 동일성을 갖춘 집회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원심은 제1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2) 원심은 나아가 항소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 즉 위와 같은 집회를 주최한 것이 신고된 집회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난 집시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하였다. 즉, ① 위 집회가 집회 일시를 제외하고는 그 목적, 장소, 방법 등에서 대체로 신고한 내용대로 진행된 점, ② 퇴근시간 전까지는 참석자가 적어 집회가 지체되다가 퇴근시간 이후 본격적으로 참석자들이 모이면서 집회가 늦어지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집회 신고 당시까지도 집시법이 야간의 옥외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개최시각을 일몰 시까지로 기재할 사실상의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다수의 사람이 모이는 집회에 있어 개최가 지체되거나 시간이 지연될 가능성은 예측이 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⑤ 이 사건 집회가 시간을 초과하여 진행됨으로 인하여 더 큰 공공의 위험을 야기하였다고 볼 사정도 없는 점 등으로 볼 때, 위 집회가 신고한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므로 위 공소사실 역시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다. 위와 같은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2009. 9. 4.자 집회는 신고된 집회와 그 목적 및 주최자가 동일하고 장소도 동일하며, 참가예정인원이나 집회방법도 신고된 범위 내로서 단지 개최된 시간이 연장된 정도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이는 신고된 집회와 동일성이 인정됨은 물론 그 신고범위를 뚜렷이 벗어난 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그 집회 주최행위에 대한 위 주위적 및 예비적 공소사실은 모두 무죄라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관련 법리를 오해한 위법은 없다.
3. 2009. 10. 13.자 공동주거침입의 점에 대한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① 피고인들 및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공항항만운송본부 전국항만예선지부(이하 ‘예선노조’라 한다) 부산지회와 예선노조 울산지회 소속 조합원들이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이하 ‘부산노동청’이라 한다) 1층 로비로 집결함에 있어, 정문 경비실에서 경비를 하던 공소외 1이 제지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현실적인 제지는 하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정상적인 출입이 아닌 것으로 보고 즉시 상황보고를 한 사실, ② 피고인 1, 피고인 2와 공소외 2를 면담하던 근로개선지도3과장 공소외 3이 피고인 1 등에게 조합원들을 밖으로 나가게 하라고 요청하였음에도 피고인 1 등이 이를 거절하고, 조합원들과 합류하여 함께 농성을 벌인 사실, ③ 부산노동청이 피고인들 및 조합원들을 나가게 하기 위하여 연제경찰서에 시설보호 요청을 하고, 조합원들에게 퇴거요구를 하였음에도 나가지 않고 있었던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들에게 공동건조물침입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위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건조물침입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있다고는 인정되지 않는다.
4. 2009. 10. 13.자 집회신고 장소 위반의 점에 대한 피고인들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집시법은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는 그 목적, 일시, 장소, 주최자, 연락책임자, 질서유지인의 주소·성명·직업·연락처, 참가 예정인 단체와 인원, 시위의 경우 그 방법을 기재한 신고서를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하고( 제6조 제1항 ), 집회나 시위의 주최자가 위와 같이 신고한 목적, 일시, 장소, 방법 등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면서( 제16조 제4항 제3호 ), 이를 위반하는 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제22조 제3항 ). 이와 같이 집시법은 옥외집회나 시위에 대하여는 사전신고를 요구하고 나아가 그 신고범위의 일탈행위를 처벌하고 있지만, 옥내집회에 대하여는 신고하도록 하는 규정 자체를 두지 않고 있다. 따라서 당초 옥외집회를 개최하겠다고 신고하였지만 그 신고 내용과 달리 아예 옥외집회는 개최하지 아니한 채 신고한 장소와 인접한 건물 등에서 옥내집회만을 개최한 경우에는, 그것이 건조물침입죄 등 다른 범죄를 구성함은 별론으로 하고, 신고한 옥외집회를 개최하는 과정에서 그 신고범위를 일탈한 행위를 한 데 대한 집시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나. 원심은, 피고인들이 당초 부산노동청 앞 인도에서 옥외집회를 개최하겠다고 신고하였음에도 실제로는 피고인들 및 예선노조 부산지회 및 울산지회 조합원 121명이 그 신고한 장소에서 옥외집회를 개최하지는 아니하고 집회참가자들 사이에 미리 연락된 바에 따라 바로 부산노동청 건물 안으로 들어가 그 1층 로비를 점거하여 옥내집회를 하였다는 이 부분 집시법 위반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로 판단한 제1심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부산노동청 로비에서 옥내집회를 개최한 것은, 비록 그 무렵 그 건물 앞 인도에서 옥외집회를 하겠다는 신고를 한 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신고한 옥외집회의 범위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집회를 개최하던 중에 신고범위를 일탈한 경우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므로, 이를 집시법 제16조 제4항 제3호 에서 정한 ‘신고한 목적, 일시, 장소, 방법 등 그 범위를 뚜렷이 벗어난 행위’로 보고 처벌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데에는 위 신고범위 일탈의 옥외집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5. 2009. 10. 13.자 해산명령불응의 점에 대한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들은 2009. 10. 13. 부산노동청 로비에 연좌하여 부산노동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면서 노동가를 부르고 구호를 제창하는 등으로 집회를 하던 중 부산연제경찰서장의 위임을 받은 교통경비과장으로부터 부산노동청 건물에 침입하는 질서문란행위를 하였을 뿐 아니라 신고한 집회의 장소·방법 등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를 계속하였다는 이유로 해산명령을 받았음에도 지체 없이 해산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5호 에 의한 해산명령을 하려면 ‘ 제16조 제4항 각 호 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에 해당하여야 하는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로써는 대상 집회가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피고인들 및 조합원들이 부산노동청에 들어가 폭행, 협박, 손괴, 방화행위를 한 바 없고 이 사건 건조물 침입행위를 폭행, 협박, 손괴, 방화행위에 준하는 질서문란행위라고 평가할 수도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나. 앞에서 본 것처럼 위 집회는 옥외집회를 개최하겠다고 신고하였지만 바로 옥내집회로 개최된 것이므로 이를 집시법 제16조 제4항 제3호 위반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심의 위 판단 중 우선 위 집회가 신고한 옥외집회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난 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여 해산명령의 대상이 된다고 한 공소사실 부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다.
다. 그러나 위 집회가 집시법 제16조 제4항 제2호 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에 해당하여 해산명령의 대상이 된다는 공소사실 부분에 대해서도 무죄라고 판단한 데 대해서는 수긍할 수 없다.
(1) 집회의 자유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인 권리이지만, 국가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 ). 집시법이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 등 일정한 경우에 자진해산을 요청하고 이에 따르지 아니하면 해산을 명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규정된 것이다( 집시법 제20조 제1항 ).
한편 옥내집회는 집시법상 사전신고 없이 개최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 역시 다른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 따라서 타인이 관리하는 건조물에서 옥내집회를 개최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5호 , 제16조 제4항 제2호 )에 해당하는 등 그 집회의 목적, 참가인원, 집회 방식, 행태 등으로 볼 때 타인의 법익 침해나 기타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하여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는 때에는 해산명령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설령 그 집회의 장소가 관공서 등 공공건조물의 옥내라 하더라도 그곳이 일반적으로 집회의 개최가 허용된 개방된 장소가 아닌 이상 이를 무단 점거하여 그 건조물의 평온을 해치거나 정상적인 기능의 수행에 위험을 초래하고 나아가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집회의 자유에 의하여 보장되는 활동의 범주를 넘는다 할 것이므로 그것이 해산명령의 대상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2)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① 부산노동청은 부산 및 울산광역시와 경상남도를 관할지역으로 하여 이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 근로조건의 보호, 노사분쟁의 예방·조정, 근로자의 복지증진 등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관공서이다. ② 예선노조 부산지회 및 울산지회가 2009. 8. 7. 전면 파업에 돌입한 후 위 부산지회 소속 근로자들은 2009. 10. 12.까지 위 부산노동청 앞 인도에서 총 15회에 걸쳐 정부의 교섭중재를 촉구하는 취지의 집회를 개최하였다. ③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부산본부 의장(예선투쟁본부장)인 피고인 1, 예선노조 부산지회 지회장인 피고인 2,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공항항만운송본부 조직부장인 피고인 3과 예선노조 울산지회 지회장인 공소외 2 등은 2009. 10. 14. 부산노동청에서 개최될 예정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즈음하여 그 전날인 2009. 10. 13. 부산노동청 1층 로비를 점거하여 농성함으로써 교섭재개의 계기로 삼기로 하고, 다만 그에 관한 집회 신고는 예선노조 부산지회가 관할 경찰서장에게 이미 제출한 부산노동청 앞 인도에서의 옥외집회 신고를 활용하기로 계획하였다. ④ 피고인 1, 피고인 2와 위 공소외 2는 2009. 10. 13. 11:00경 부산노동청을 방문하여 근로개선지도3과장 공소외 3 등과 면담하면서 부산노동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그 사이에 이들의 지시에 따라 인근에 집결한 예선노조 부산지회 및 울산지회 조합원 121명은 같은 날 11:20경부터 11:30경까지 사이에 부산노동청 1층 로비에 무단으로 침입하였다. 그리고 그때부터 같은 날 14:50경까지 사이에 그곳 바닥에 연좌하여 부산노동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면서 “노동청장은 각성하라.”는 등 구호를 외치고 노동가를 부르는 등으로 집회를 지속하였다. ⑤ 부산노동청은 4층 건물로 그중 1층에 민원실이 있고, 1, 2층에 근로개선지도1·2·3과가 위치하고 있는데, 위 연좌농성으로 인해 부산노동청의 민원부서 업무와 민원인들의 통행에 지장을 초래하였고, 부산노동청 직원들 중 일부는 청사 계단 및 복도에서 청사경호 업무에 대비하는 등으로 원래의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였다. ⑥ 이에 부산노동청장은 같은 날 11:57분경 피고인들 및 노조원들에게 퇴거를 요청하였고, 부산연제경찰서 서장 공소외 4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위 경찰서 경비교통과장 공소외 5는 2009. 10. 13. 12:10경에 자진해산명령을, 같은 날 12:20경에 1차, 같은 날 13:55경에 2차 해산명령을 하고, 위 공소외 4가 같은 날 14:35경 3차 해산명령을 하였으나 피고인들과 조합원들은 이에 불응하였다.
(3) 위 사실관계 등으로 알 수 있는 여러 사정, 즉 부산노동청은 고용안정과 노사분쟁의 조정 등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관공서로서 일반 공중이나 민원인 등이 임의로 그 건물 내에서 집회를 할 것까지도 허용되어 있는 개방된 장소로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들이 주도하여 조합원들로 하여금 이 사건 집회장소인 청사 로비에 진입하게 한 경위, 그 집회의 목적과 규모, 청사 관리권자의 퇴거요구에 불응하면서 진행된 집회의 방식과 진행시간, 이 사건 집회가 이루어진 청사 내 공간의 규모나 구조, 그곳을 찾는 민원인의 출입이나 공무원들의 업무수행에 방해를 일으킨 정도, 기타 이 사건 집회의 진행상황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등이 위 부산노동청 청사에 집단으로 무단 침입한 후 로비를 점거한 채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는 등으로 장시간 옥내집회를 강행하면서 퇴거요구에 불응한 것은, 그로 인하여 청사의 평온과 시설관리권 등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여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집회를 함으로써 공공질서를 유지할 수 없도록 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집회에 대하여 적법한 해산명령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집시법상 해산명령의 요건과 대상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6. 파기의 범위
결국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 중 2009. 10. 13.자 집회신고 장소 위반의 점, 무죄 부분 중 2009. 10. 13.자 집회에 관한 해산명령불응의 점에 관한 각 집시법 위반죄 부분은 위법하므로 파기되어야 한다. 또한 원심판결의 나머지 유죄 부분도 위 파기대상인 유죄 부분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7.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 전부와 무죄 부분 중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5호 , 제16조 제4항 제2호 소정의 해산명령불응으로 인한 집시법 위반의 점에 관한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한다. 그리고 위 파기 부분을 제외한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한다. 이 판결에는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