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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5. 11. 24. 선고 2004헌가17 판례집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1조 제1호 위헌제청]

[판례집17권 2집 360~377]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1.시위의 자유가 집회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21조 제1항에 의하여 보호되는 기본권인지 여부(적극)

2.집회·시위의 자유에 장소선택의 자유가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3.각급법원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이하 ‘각급법원 인근’이라 한다)에서의 옥외집회나 시위를 금지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1조 제1호 중 “각급법원”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입법목적

4.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이 정당한지 여부(적극)

5.각급법원 인근에서의 옥외집회나 시위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었는지 여부(적극)

6.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었는지 여부(적극)

결정요지

1.집회의 자유는 집회를 통하여 형성된 의사를 집단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통하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사에 영향을 줄 자유를 포함하므로 이를 내용으로 하는 시위의 자유 또한 집회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21조 제1항에 의하여 보호되는 기본권이다.

2.집회·시위장소는 집회·시위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집회·시위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만 집회·시위의 자유가 비로소 효과적으로 보장되므로 장소선택의 자유는 집회·시위의 자유의 한 실질을 형성한다.

3.각급법원 인근에서의 옥외집회나 시위를 금지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원의 기능보호와 법원의 안녕보호를 그 입법목적으로 하는데, 다만 법원의 안녕보호는 법원의 기능보호에 기여하는 한도에서 입법목적으로 평가된다.

4.법원의 기능은 사법작용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확보될 때에만 제대로 유지될 수 있는데, 사법작용의 공정성과 독립성은 헌법적 요청이므로, 법원의 기능보호를 핵심으로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헌법이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바로서 정당성이 인정되고, 이에 따라 법원에 대한 특별한 보호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5. 위와 같이 법원의 기능에 대한 보호는 헌법적으로 요청되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각급법원 인근에서의 옥외집회나 시위를 예외 없이 절대적으로 금지하더라도 이는 추상적 위험의 발생을 근거로 금지하는 불가피한 수단이므로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었다.

6.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집회·시위의 자유가 제한되더라도 집회·시위로 달성하려는 효과가 감소되는 것일 뿐 그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라고 하기 어렵고, 독립된 건물을 가지고 그 주변의 일반건물과 어느 정도 이격거리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은 우리 나라 법원의 일반적 구조상 제한되는 집회·시위의 범위는 상대적으로 작은 반면 사법기능의 보호라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은 매우 커서,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재판관 권 성의 별개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각급법원 인근에 집회금지장소를 설정한 것은 집회의 3원칙, 즉 집회 평화의 원칙, 집회장소 이격의 원칙, 상대존중의 원칙을 준수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벗어났다고 할 수 없고, 그 금지는 예외 없이 집회가 금지된다는 취지라기보다는 입법목적인 법원의 기능보호와 무관한 집회는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취지인데, 그 구체적 범위는 법원이 입법목적과 집회의 3원칙에 비춘 합리적 해석에 의하여 합헌적으로 결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송인준, 재판관 전효숙, 재판관 이공현의 반대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각급법원 인근에 집회금지구역을 설정한 것은 각급법원 인근에서의 집회·시위가 통상 보호법익을 위태롭게 할 가능성

이 있다는 추정적 판단에 기초한 것이어서 그 자체는 합리성이 있지만, 구체적인 집회나 시위에 관하여 위와 같은 일반적 추정이 깨어지는 경우에는 보호법익에 대한 위험이 존재하지 아니하여 집회·시위를 금지할 필요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예외를 두지 아니하고 이 경우에까지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법원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이상의 제한이어서 최소침해성을 갖추지 못하였고,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려는 공익에 비하여 불필요하게 과도하게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법익의 균형성을 상실하였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비례원칙을 위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심판대상조문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1조(옥외집회 및 시위의 금지장소) 누구든지 다음 각 호에 규정된 청사 또는 저택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백 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1. 국회의사당, 각급법원, 헌법재판소

2.~4. 생략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1조(옥외집회 및 시위의 금지장소) 누구든지 다음 각 호에 규정된 청사 또는 저택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백 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1.~3. 생략

4.국내주재 외국의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 다만, 다음 각 목의 1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가. 당해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를 대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

나.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

다. 외교기관의 업무가 없는 휴일에 개최되는 경우

참조판례

2. 헌재 2003. 10. 30. 2000헌바67 등, 판례집 15-2하, 41

4. 헌재 2005. 5. 26. 2003헌가7 , 판례집 17-1, 558

당사자

제청법원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제청신청인 하○우 외 1인

대리인 법무법인 동서

담당변호사 하귀남

당해사건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2003고정83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주문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1조 제1호 중 “각급법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제청신청인들은 2003. 7. 29.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죄로 각 벌금 3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2)위 약식명령에서 인정된 범죄사실은, 제청신청인들이「누구든지 각급법원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백 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를 개최하거나 참가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총기사용수칙을 위반하여 총기를 발사함으로써 범인을 사망케 한 진주경찰서 소속 경찰관인 이○희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사건과 관련하여 2003. 1. 18.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하자, 이에 항의함과 아울러 검찰로 하여금 항소제기를 촉구한다는 명목으로, 정○선, 김○이, 조○래 등과 공모하여, 2003. 1. 14. 11:00경부터 같은 날 11:10경까지 사이에 진주시 상대동에 있는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정문 앞에서 경찰관총기남용방지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집회에 참석하여 인도상에 도열한 상태로 플래카드 1장을 내걸고 확성기를 이용하여, “이 사건의 수사진행과정과 제1심판결 결과를 접하고 상식적으로 수긍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법질서를 최일선에서 지켜내야 할 사법당국으로서 가져야 할 의지가 과연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이 사건의 접수와 초동수사에서의 은폐, 조작 의혹까지 모두 재수사해 항소하고

재발방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한다”라고 연설하는 등 집회금지장소에서의 미신고 집회에 참석하였다.」라는 것이고, 이에 적용된 법조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20조 제3호, 제11조 제1호이다.

(3)제청신청인들은 위 약식명령에 대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현재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2003고정83호로 재판이 계속중이다.

(4)제청신청인들은 위 재판이 계속중인 2004. 5. 27.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1조 제1호 중 ‘각급법원’ 부분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고, 위 지원이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하 ‘집시법’이라 한다) 제11조 제1호 중 ‘각급법원’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고 한다)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을 포함하는 집시법 제11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1조(옥외집회 및 시위의 금지장소) 누구든지 다음 각 호에 규정된 청사 또는 저택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백 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국회의사당, 각급법원, 헌법재판소

2.대통령관저, 국회의장공관, 대법원장공관, 헌법재판소장공관

3.국무총리공관. 다만, 행진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4.국내주재 외국의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 다만, 다음 각 목의 1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가.당해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를 대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

나.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

다.외교기관의 업무가 없는 휴일에 개최되는 경우

2. 법원의 위헌제청이유와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법원의 위헌제청이유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각급법원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백 미터 이내의 장소에서 모든 옥외집회와 시위를 예외 없이 전면적으로 금지함으로써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사법기능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호하려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각급법원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백 미터 이내의 장소에서의

집회를 금지할 수는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집회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보호법익에 대한 위험이 구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까지 예외 없이 금지하는 것은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법익균형성을 상실하여 비례원칙에 위반된다.

나. 관계기관의 의견

(1)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장의 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은 사법권의 독립, 법관의 신체적 안전, 국민들의 원활한 사법수요 충족 등을 그 입법목적으로 하고 있다. 국내주재 외국의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의 경우에는 예외를 두고 있지만 각급법원을 포함한 그 밖의 경우에는 예외 없이 100미터 이내의 집회를 금지하려는 것이 입법자의 결단이다. 비록 당초에는 법원을 대상으로 시작하지 아니한 집회라도 법원을 대상으로 하는 집회나 대규모 집회 등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고, 100미터 밖의 장소에서의 집회로도 그 의사를 충분히 표시할 수 있어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되지 않으며,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위 입법목적은 제한되는 집회자유보다 중하여 불균형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필요 최소한도의 제한이라는 입법자의 정당한 판단에 따른 것이다.

(2) 경찰청장의 의견

법원 청사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집회금지구역을 설정한 것은 돌·화염병 등의 투척거리 등을 감안할 때 필요 최소한의 제한이다.

나아가, (i) 사법부의 독립성·공정성·객관성은 어떠한 경우에도 확실하게 보장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외교기관의 경우보다 엄격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 (ii) 고성능 확성기를 사용하는 최근 집회의 양상을 볼 때 법원을 대상으로 하지 아니한 집회라도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재판이 없는 날의 집회라도 집회에서 요구한 내용과 동일한 판결이 내려진다면 사법부의 독립성에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점, (iii) 외교기관의 경우는 다른 건물에 입주하여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일률적으로 100미터 이내의 집회를 금지한다면 과도한 제한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단독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법원의 경우는 그러하지 않다는 점, (iv) 소송이 증가함에 따라 법원을 대상으로 하는 집회는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법원 주변의 집회를 엄격히 제한하지 않으면 사법부의 독립성·객관성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집회의 제한을 절대적 금지로 한 것 또한 필요 최소한의 제한이다.

3. 판 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규정내용

우리 재판소는 구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2004. 1. 29. 법률 제71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 제1호 중 “국내주재 외국의 외교기관”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하였고(헌재 2003. 10. 30. 2000헌바67 등, 판례집 15-2하, 41), 이에 따른 위 법률 제7123호 개정입법에서는 위헌이 선언된 위 구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1조 제1호 중 “국내주재 외국의 외교기관” 부분을 위 제1호에서 삭제하고 아울러 같은 조 제3호에 규정되어 있던 “국내주재 외국의 외교사절의 숙소” 부분을 삭제하는 한편, 이들에 관한 별도의 규정으로서 제4호를 신설하여 국내주재 외국의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이하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 숙소 인근’이라고 한다)에서의 옥외집회나 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특정한 경우에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허용하는 내용을 규정하였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각급법원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이하 ‘각급법원 인근’이라 한다)에서는 옥외집회 및 시위가 예외 없이 금지됨을 규정하는 내용으로서 위 개정입법의 전후에 걸쳐 그 규정내용에 변화가 없다.

나. 집회·시위의 자유와 장소선택의 자유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 집회 … 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집회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집회의 자유에는 집회를 통하여 형성된 의사를 집단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통하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사에 영향을 줄 자유를 포함한다. 따라서 이를 내용으로 하는 시위의 자유 또한 집회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21조 제1항에 의하여 보호되는 기본권이다.

한편 집회·시위의 자유에는 집회·시위의 장소를 스스로 결정할 장소선택의 자유가 포함된다(헌재 2003. 10. 30. 2000헌바67 등, 판례집 15-2하, 41, 53 참조). 집회·시위장소는 집회·시위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집회·시위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만 집회·시위의 자유가 비로소 효과적으로 보장된다. 따라서 장소선택의 자유는 집회·시위의 자유의 한 실질을 형성한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제한조항

위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각급법원 인근에서 옥외집회 및 시위를 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집회·시위의 장소를 선택할 자유를 제한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조항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제한은 개별적인 경우의 구체적 위험상황의 발생 여부를 고려하지 아니하고 각급법원 인근이라는 특정장소에서 옥외집회나 시위가 행하여진다는 사실만을 요건으로 하여 집회·시위를 일괄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으로서, 각급법원 인근에 집회·시위금지구역(이하 ‘집회금지구역’이라 한다)을 설정하고, 나아가 이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절대적 집회금지구역을 설정하는 것이다.

(2)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원의 기능보호와 법원의 안녕보호를 그 입법목적으로 한다. 법원의 기능보호는 구체적으로 법원에서 근무하는 법관 및 직원, 그리고 법원을 이용하는 일반인들이 다수인의 집회·시위로부터 장애를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법원에 출입하는 것, 법원의 업무가 집회·시위로부터 영향을 받음이 없이 수행되는 것 등에 대한 보호를 포함하고, 법원의 안녕보호는 구체적으로 법원의 청사 및 업무환경, 그리고 법원에 있는 법관, 직원, 일반인의 생명·신체를 다수인의 집회·시위에 의하여 생길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보호함을 포함한다.

한편 집시법은 ①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집회나 시위의 금지(제5조 제1항), ② 일출시간 전이나 일몰시간 후의 옥외집회나 시위의 원칙적 금지(제10조), ③ 소음발생의 제한(제12조의3) 등을 규정하고 있다. 각급법원 인근에서의 집회·시위가 위 규정들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에 의하여 제한을 받게 되므로, 위 규정들만으로도 법원의 기능보호와 안녕보호라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와 같은 일반규정에 의한 보호보다 더 강한 보호를 각급법원에 부여하는 것은 법원이 갖는 기능의 특수성 때문이며, 바로 이러한 기능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특별보호가 정당화된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법원의 기능보호에 그 근본핵심이 있고, 법원의 안녕보호는 법원의 기능보호에 기여하는 한도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3) 비례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그 입법목적에 비추어 과잉제한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

법원의 기능은 사법작용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확보될 때에만 제대로 유지될 수 있다. 인(人)의 지배가 아닌 법의 지배를 내용으로 하는 법치주의는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 중 하나이다. 사법작용의 공정성과 독립성은 법치주의의 절대적인 요청이며 민주주의의 기초이다. 따라서 사법작용의 공정성과 독립성은 헌법적 요청이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규정하여 이를 명확히 하고 있다. 이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 그리고 법관으로서의 양심에 따를 뿐 다른 국가기관이나 법원내부기관은 물론 소송당사자나 그 밖의 사회적·정치적 세력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법관의 직무상 독립을 헌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또한, 헌법 제27조 제1항의 재판청구권은 사법절차에의 접근뿐만 아니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되므로(헌재 2005. 5. 26. 2003헌가7 , 판례집 17-1, 558, 566), 재판의 공정성과 이를 위한 재판의 독립성은 재판청구권을 보장한 헌법규정에 의하여서도 요청된다.

그러므로 법원의 기능 및 안녕보호라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헌법이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바로서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나) 수단의 적정성

이러한 헌법적 요청은 적대적이든 우호적이든 군중으로부터의 영향이나 통제를 배제할 것을 요구한다. 군중의 법(mob law)은 적법절차와 모순되는 것으로서 사법작용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한다. 국가는 사법작용이 외부의 영향이나 통제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적절한 보호장치를 마련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

법관은 원칙적으로 법정에서 적법절차에 따라 보고 들은 것만에 의하여 영향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법관도 인간이기 때문에 재판중이나 재판 전에 법정이나 그 부근에서 개최되는 집단행동에 의하여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영향을 받을 위험을 부정하기 어렵다. 가사 구체적인 경우에 법관이 그러한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게 판단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일반국민들은 그것이 집단행동에 의하여 영향을 받은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떨치지 못할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사법에 대한 신뢰는 훼손되게 된다.

각급법원 인근에 집회금지장소를 설정하는 것은 위와 같은 위험을 방지함

으로써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수단이 될 수 있으므로, 수단의 적정성이 인정된다.

(다) 침해의 최소성

1) 집회금지장소의 설정이 불가피한 수단인지 여부

집시법은 옥외집회·시위의 신고제도를 원칙적인 규율로 하고 있고(집시법 제6조), 앞서 본 바와 같이 일정한 경우 집회나 시위를 금지하는 일반규정들을 두고 있으므로(집시법 제5조 제1항, 제10조, 제12조 등), 각급법원 인근에서도 이에 의하여 규율함으로써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집회금지장소의 설정은 보다 완화된 방법이 있음에도 선택된 것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에 반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법원이 가지는 특수한 기능으로 인하여 이에 대한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고 위와 같은 일반규율만으로는 필요한 만큼의 특별한 보호를 달성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서는 불가피하게 일반규율보다는 강한 수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 수단으로서 입법자는 집회금지장소의 설정을 선택하였다.

각급법원 인근에서의 옥외집회나 시위는 다른 장소와 비교할 때 사법기능이라는 중요한 보호법익이 관련되는 고도의 법익충돌상황을 야기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고도의 법익충돌상황을 사전에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하여 각급법원 인근에서의 집회·시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이를 선택한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하게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고, 달리 동일한 효과가 있는 보다 완화된 방법을 찾기 어렵다.

2) 100미터의 설정이 최소한의 것인지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집회금지장소의 반경을 100미터로 규정하고 있는데, 100미터의 이격거리는 법익충돌의 위험성에 비추어 볼 때 사법기능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거리로 평가된다.

1989. 3. 29. 법률 제4095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구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은 이 반경을 200미터로 규정하고 있었다. 집회금지구역을 설정한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100미터의 거리는 과도하다고 할 수 없다.

3) 예외 없는 금지가 불가피한지 여부

가) 집시법 제11조 제4호는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 숙소 인근에서의 집회·시위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3가지 경우를 들고 있는바, 각급법원 인근

에서도 그와 같은 예외가 인정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본다.

나) ① 첫째, 법원을 대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관하여 본다.

직접적으로는 법원을 대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라도 간접적으로 법원의 업무에 관련이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실제에 있어 법원을 대상으로 하지 아니하는 집회·시위로서 각급법원 인근에서 이루어지는 집회·시위는 검찰청에 대한 집회와 시위가 대부분인바, 이는 간접적으로 법원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매우 크다.

가령 집회나 시위 당시에는 검찰청에 계류중인 사건이라도, 오래지 않아 법원에 기소됨으로써 결과적으로 검찰청에 대한 집회나 시위가 법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더구나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 등 검찰청에 계류중일 때부터 법원에 기소될 것이 예상되고 이에 따라 법원에서도 이미 당해 사건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는 경우 등에는 검찰청에 대한 집회나 시위라 하더라도 법원의 기능에 거의 직접적인 저해를 가져올 위험이 있다.

나아가 위와 같은 사정이 없는 경우라도 분쟁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집회·시위의 속성상 그 집회·시위의 대상문제가 법정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법정분쟁으로 비화하지 않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다른 국가기관에 비하여 특별히 법원을 보호할 필요성이 감소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전에 이를 가려내어 집회·시위의 허용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사법작용은 분쟁을 합리적인 논쟁과 증명을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어서 그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평온한 환경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므로, 집회나 시위로 인한 비평온상태는 재판관련 유무를 떠나 사법기능에 저해를 가져온다.

따라서 법원을 대상으로 하지 아니한 집회·시위도 금지할 필요가 있다.

② 둘째,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에 관하여 본다.

사법작용에 대하여는 공정성과 독립성이 절대적으로 요청되므로 법원은 법정 외에서의 영향으로부터 절대적으로 단절되어야 한다. 따라서 대규모 집회나 시위 또는 폭력시위로 확대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닌 소규모의 집회나 시위라도 금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③ 셋째, 휴일의 경우에 관하여 본다.

사법작용은 재판이 현실적으로 열리고 있는 중에 개최되는 집회나 시위뿐만 아니라 재판 전에 개최되는 것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나아가 종국재판

이 있은 후의 집회·시위라 하더라도 관련사건이나 유사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물론, 집회·시위에 의하여 비난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심리적 압박감은 그 시비를 떠나 다른 사건 일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므로 집회·시위가 개최될 당시 관련 재판이 진행중인지 여부는 법원기능의 위해가능성을 판단함에 있어 결정적인 요소라고 할 수 없다.

더구나 휴일에도 법원의 필수적 업무는 계속되며, 나아가 담당재판부가 법원에서 근무를 하는 경우 또한 적지 않다. 특히 영장재판은 휴일에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영장재판이 피고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본안재판에 못지않기 때문에 영장재판에 대한 집회·시위가 오히려 더 거셀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휴일에는 대부분의 법원 업무가 정지된 상태이므로, 법원의 기능에 저해를 가져오는 정도가 감소되기는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이 그 감소된 상태에서의 저해라고 하더라도 무시할 수 없는 사법기능의 저해가 될 뿐만 아니라, 가사 사법기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고 하더라도 당해 집회·시위의 대상이나 그로부터 영향을 받을 사건을 기준으로 본다면 그 위해가능성은 전면적이어서 이를 무시할 수 없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을 위반한 경우에는 집시법 제20조에 의하여 형벌이 부과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범죄의 구성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조항이다. 이로써 입법자는 각급법원 인근에서 집회·시위를 하는 경우 보호법익에 대한 위험이 전형적으로 발생한다는 판단에 따라 현실적으로 위험이 발생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증명을 요하지 아니하고 위와 같은 전형적 위험, 즉 추상적 위험의 발생을 근거로 범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규정은 추상적 위험범을 규정한 각종 처벌법규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서, 이러한 유형의 금지가 그것만으로 과잉금지라고 할 수는 없다.

라) 결국,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의 경우에 집시법 제11조 제4호가 규정하는 것과 같은 예외를 각급법원 인근에서도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고, 달리 집회·시위 금지의 예외를 허용할 만한 경우를 발견하기 어렵다. 따라서 예외를 허용하지 아니하고 절대적으로 집회·시위를 금지하더라도 이는 불가피한 수단이라 아니할 수 없다.

4)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었다고 판단된다.

(라)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각급법원 인근에서의 옥외집회나 시위가 금지되더라도 옥내집회는 허용되는 것이고 100미터 밖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시위도 허용되며 100미터라는 장소적 분리에도 불구하고 집회·시위의 장소와 집회·시위의 목적 사이의 연관관계가 상실된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집회·시위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집회·시위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효과가 감소되는 것일 뿐 그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또한 우리 나라의 현실을 살펴볼 때, 외교기관은 통상 도심지에 위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복합빌딩의 일부에 입주하여 있는 경우가 많아서 외교기관 부근에서의 집회·시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한다면 그로 인하여 제한되는 집회·시위의 범위가 큰 반면, 각급법원은 독립된 건물을 가지고 그 주변의 일반건물과 어느 정도 이격거리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각급법원 인근에서의 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제한되는 집회·시위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작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사법기능의 보호라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은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인 법치주의의 초석과 관련된 매우 큰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한 집회·시위의 효과 감소 및 이에 관련된 자유의 제한은 감수할 만한 정도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마) 소 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비례원칙에 반하지 아니한다.

(4) 결 어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비례원칙에 반하지 아니하며 달리 헌법에 위반되는 점을 발견할 수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재판관 권 성의 아래 5.와 같은 별개의견 및 재판관 윤영철, 송인준, 전효숙, 이공현의 아래 6.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다.

5. 재판관 권 성의 별개의견

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그에 이르는 이유에 있어 견해를 달리하므로 다음과 같이 그 의견을 밝힌다.

가. 집회의 3원칙

나는 이미 헌재 2003. 10. 30. 2000헌바67 등 결정에서 아래와 같이 집회의 3

원칙을 밝힌 바 있다(판례집 15-2하, 41, 64-65 참조).

(1) 집회 평화의 원칙

헌법의 보호를 받는 집회(이하에서는 집회 중 옥외의 집회만을 대상으로 하여 검토한다. 또한 집회라는 용어는 시위를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한다)는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집회에 한정된다. 이를 집회 평화의 원칙 또는 집회 비폭력의 원칙이라고 부를 수 있다.

(2) 집회장소 이격의 원칙

집회는 상대가 있는 행위이고 집회는 행위자와 그 상대자(집회가 의사전달의 상대방으로 지목하는 자, 집회에 대항하려고 하는 자, 집회를 규제하려고 하는 자들을 모두 포함한다) 사이의 긴장관계를 불가피하게 초래한다. 그런데 평화는 긴장관계에 있는 두 당사자나 당사자 집단(이하 ‘집단’이라고만 표시한다)을 공간적으로 떼어놓아야 유지된다. 즉, 평화는 장소적 이격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집회는 장소이격의 원칙을 준수할 때에만 평화적 집회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옥내집회가 옥외집회에 비하여 더 두터운 보호를 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옥내집회는 그 개념 자체가 장소이격의 원칙을 준수하는 내용의 집회이기 때문이다.

집회에서 볼 수 있는 다수인의 결집, 위력과 기세의 과시, 의견의 전술적 과장, 군중심리의 표동, 불특정 다수의 목표물에 대한 우발적이고 연속적인 위력행사의 가능성 등은 그 자체로서 평화에 대한 불안요소일 뿐만 아니라 상대자에게 방어와 대항의 심리기전을 작동시킴으로써 또 하나의 불안요소를 형성한다. 이러한 불안요소는 장소이격에 의하여 완화 내지 제거된다.

그러므로 집회의 비폭력원칙은 당연히 집회장소 이격의 원칙을 요청하게 된다.

(3) 상대존중의 원칙

민주주의는 다원주의를 그 요소로 하고 다원주의는 서로 다른 의견이나 이해관계를 가진 복수의 집단이 서로 상대를 존중할 때에만 유지된다. 길항(拮抗)하는 다원적 집단의 평화공존은 상대존중의 원칙이 지켜질 때에만 가능하다.

집회도 마찬가지이다. 긴장관계에 있는 두 집단이 서로 상대를 존중하는 원칙을 끝까지 지킬 때에만 평화적인 집회, 비폭력적인 집회가 가능하여진다.

상대존중의 원칙도 장소이격을 요청한다. 서로 존중하여야 할, 그러나 서로

길항관계에 있는 두 집단이, 공간적으로 접촉하거나 밀접하여 있으면 긴장이 고조되어 불안이 증대되고 상대존중은 자칫 격렬한 적대감으로 표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대존중의 원칙이 준수되는 정도는 장소이격의 정도에 영향을 주고 장소이격의 정도는 상대존중의 원칙에 영향을 준다. 바꾸어 말하면 상대존중의 원칙이 잘 준수되는 곳에서는 그만큼 장소이격의 필요는 줄어드는 것이고 반대로 상대존중의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곳에서는 그만큼 더 장소이격의 필요가 커지는 것이다.

나. 의회의 입법재량

비폭력집회를 담보하기 위하여 어느 정도의 장소이격이 필요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법과 질서에 대한 존중의 정도, 체제경쟁에 집회가 이용되는 빈도, 군중심리의 속성, 사회의 분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궁극적으로 의회가 입법재량으로 결정할 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재량에 있어서는 집회를 보호, 규제하는 실제의 업무를 제1선에서 담당하는 행정부가 위에서 본 여러 상황적 요소에 대하여 그 동안 축적하여 온 경험과 판단 등이 당연히 하나의 참고가 될 것이다. 물론, 의회의 입법재량이 기본권의 본질을 침해할 정도로 현저히 잘못된 것이라면 이는 헌법재판소의 위헌판단대상이 될 것이지만 ‘끓는 물’의 현장에서 떨어져 있게 마련인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가일층 신중을 요한다.

다.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정하고 있는 100미터의 장소이격은, 이 시대가 보여주는 법과 질서에 대한 존중의 정도, 군중심리의 표동정도, 체제경쟁에 집회가 이용되는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집회 평화의 원칙 및 장소이격의 원칙 그리고 상대존중의 원칙을 준수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벗어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100미터의 집회금지장소를 설정한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각급법원 인근에서의 옥외집회 및 시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한다고 해석한다면, ① 소규모집회마저도 허용하지 않는 경직성이 있고, ② 우연히 금지장소 내에 있는 다른 항의대상에 대한 집회까지도 덩달아 금지되며, ③ 법원의 업무가 없는 휴일에 행해지는 집회도 예외 없이 금지될 수 있는 불합리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살피건대, 작은 불씨가 요원(爎遠)의 불로 번질 수 있는 것에 비유할 만한

집회의 가변성이나 의외성에 비추어 볼 때, 시작단계에서의 집회규모의 소규모성이라든지, 집회금지대상에 인접한 다른 시설이 집회의 대상이라든지 하는 사정은 계쟁조항의 합헌 여부를 좌우할 만한 요소가 될 수 없는 것이고, 또 휴일이라고 하더라도 법원의 업무는 일정 부분 계속되므로 집회를 금지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편 이러한 경우 예외 없이 집회를 금지한다면 법원의 기능과 안녕을 보호한다는 입법목적에 전혀 위해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까지 불필요하게 집회를 금지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각급법원 인근에서의 집회가 언제나 예외 없이 금지된다는 취지라기보다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고자 하는 입법목적, 즉 ‘법원의 기능 보호’와 전혀 무관한 집회는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하여야 한다. 입법목적은 입법자가 당해 법률을 수단으로 하여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서, 입법목적과 무관한 경우는 입법자가 그 법률을 통하여 보호하려는 범위 밖에 존재하는 것이므로, 표면적으로는 법문에 포섭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라도 입법목적과 무관한 경우는 그 법문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입법자의 진정한 본래의도를 구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금지되는 집회의 구체적 범위를 합리적인 해석에 의하여 적정하게 결정할 수 있고, 또 그렇게 결정하여야 하며, 이 때 집회의 3원칙이 지켜지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요청의 내용이 그 구체적 결정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범위를 고정, 불변의 것으로 가정하여 이를 바로 위헌이라고 판단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목적과 집회의 3원칙에 비춘 합리적 해석에 의하여 충분히 그 합헌성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위 3.의 의견이 제시한 바와 같이 법원은 그 기능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보다 강한 보호를 할 필요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해석을 통하여 금지되는 집회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정함에 있어 고려하여야 요소로서 의미를 갖는 것이지, 이로써 예외 없는 절대적 집회금지장소의 설정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라. 결 론

나는 이상의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6.재판관 윤영철, 송인준, 전효숙, 이공현의 반대의견

우리는 위 재판관 5인의 의견과 달리 이 사건 법률조항은 비례원칙을 위반

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한다.

가. 위 3.의 의견과 견해를 같이 하는 부분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의 적정성이 있다는 점, 법원의 기능이 특별히 보호되어야 한다는 헌법적 요청이 있다는 점, 집회금지장소의 설정이 불가피한 면이 있고 100미터의 설정 자체가 과잉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 관하여는 위 3.의 의견과 견해를 같이 한다.

나. 위 3.의 의견과 견해를 달리하는 부분

(1) 예외 없는 금지가 불가피한 것인지 여부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이 예외를 규정하지 아니하고 일괄적으로 각급법원 인근에서의 옥외집회와 시위를 금지한 것은 법원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불가피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각급법원 인근에 집회금지구역을 설정한 것은 각급법원 인근에서의 집회·시위가 통상 보호법익을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적 판단에 기초한 것이어서 그 자체는 합리성이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집회나 시위에 관하여 위와 같은 일반적 추정이 깨어지는 경우에는 보호법익에 대한 위험이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집회·시위를 금지할 필요성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경우에까지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이상의 제한이어서 최소침해성을 갖추지 못하였다.

구체적으로 어느 경우에 이러한 일반적 추정이 깨어지는가 하는 것은 일의적으로 말할 수 없고, 법원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 숙소 인근에 관하여 집시법 제11조 제4호가 인정하는 것과 같은 예외가 각급법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각급법원을 대상으로 하지 아니하는 집회·시위,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집회·시위, 각급법원의 업무가 없는 휴일에 개최되는 집회·시위 등의 경우에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보호법익에 대한 일반적 위험이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부인되는 경우가 있음 또한 부인할 수 없으며, 이러한 경우에는 옥외집회나 시위가 허용될 수 있도록 그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러한 가능성마저 봉쇄하고 예외 없이 집회·시위를 금지함으로써,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 과도한 제한을 설정한 것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하였다.

(2) 법익의 균형성

위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제한이 정당화되지 못하는 예외적인 경

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호법익에 대한 위험성 여부에 관계없이 집회금지장소에서의 모든 옥외집회와 시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함으로써, 이 사건 법률조항이 추구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불필요하게 과도하게 국민이 가지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더구나 집회·시위의 자유가 갖는 민주주의라는 객관적 헌법질서의 구성요소로서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잉 제한하는 정도는 더욱 크게 평가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을 상실하였다.

다. 결 론

그러므로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비례원칙을 위반하여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정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한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공현(주심) 조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