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공2001.6.1.(131),1102]
운송인이 운송물을 선하증권 소지인 아닌 자에게 인도함으로써 선하증권 소지인의 운송물에 대한 권리를 침해한 경우 그 불법행위의 성립 시점
선하증권을 발행한 운송인이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아니하고 운송물을 선하증권 소지인 아닌 자에게 인도함으로써 선하증권 소지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하지 못하게 되어 운송물에 대한 그의 권리를 침해하였을 때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인데, 이 경우 운송물을 인수한 자가 운송물을 선의취득하는 등 사유로 선하증권 소지인이 운송물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하여야만 운송인의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운송인이 선하증권 소지인이 아닌 자에게 운송물을 인도함으로써 선하증권 소지인의 운송물에 대한 권리의 행사가 어렵게 되기만 하였으면 곧바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
옥방화섬 주식회사
제일항역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고유창 외 1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의 요지
가. 원심이 채택증거를 종합하여 인정한 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원고는 1997년 9월경 네덜란드 회사인 소외 란즈크룬(Landskroon, 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과 사이에 합성섬유(PU COATED POLYESTER FABRIC) 49,000mts를 대금 US $ 57,820에 판매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출대금은 신용장에 의하여 결제하기로 하되 선하증권 발행일로부터 45일 후에 결제하기로 약정하였다.
(2) 원고는 해상운송업자인 피고와 사이에 위 화물을 부산항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까지 운송하기로 하는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하고, 피고는 1997. 9. 14. 위 화물을 선적한 후 선하증권 3매를 발행하여 원고에게 교부하였다.
(3) 피고는 1997. 10. 9. 이 사건 화물을 로테르담 항구로 운송하여 양륙한 후 피고의 선박대리점인 소외 콤파스 트랜스포트회사(KOMPAS TRANSPORT B. V., 이하 '소외 콤파스'라고 한다)로 하여금 위 화물을 보관하도록 하였다. 피고는 1997. 10. 15. 소외 콤파스를 통하여 이 사건 화물에 대한 통관절차를 마치고 그 다음날인 같은 해 10. 16. 선하증권과 상환 없이 이 사건 화물을 소외 회사에게 인도하였다.
(4) 원고는 거래은행을 통하여 선하증권을 첨부하여 신용장 대금결제를 요구하였으나 신용장 개설은행이 신용장 대금의 지급과 선하증권의 인수를 거절하여 선하증권은 원고에게 반환되었다.
(5) 소외 회사는 원고와의 종전 거래에서 수입한 원단에 하자가 있어 그로 인하여 US $ 95,124.89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1997. 11. 24. 네덜란드 법원으로부터 가압류결정을 받아 소외 회사가 보관하고 있던 이 사건 화물을 가압류하였다.
(6) 원고는 1997. 12. 2. 피고에게 이 사건 화물의 반송(backship)을 요청하였으나, 다음날인 같은 해 12월 3일 피고로부터 위 가압류로 인하여 반송이 불가능하다는 통지를 받았다.
(7) 한편, 소외 회사는 1998. 9. 10. 원고가 불출석한 채 진행된 재판에서 네덜란드 법원으로부터 원고로 하여금 소외 회사에게 US $ 95,124.89 및 그에 대한 법적 이자 등을 지급하도록 명하는 판결을 받고, 1998. 10. 15. 이 사건 화물을 US $ 57,820에 환가, 처분하여 그 금액을 위 판결 금액인 US $ 95,124.89 중 일부에 충당하였다.
나. 원심은, 해상운송인이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아니하고 운송물을 선하증권 소지인 아닌 자에게 인도한 경우에는 그 자체로서 선하증권 소지인의 운송물에 대한 권리의 위법한 침해로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전제한 후 피고가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화물을 소외 회사에게 인도함으로써 운송인인 피고의 선하증권 소지인인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는 성립되었다 할 것이고, 그 후 위 가압류가 이루어졌다고 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화물을 반환하지 못한 것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었다고 볼 수는 없고, 다만 이는 불법행위가 성립된 이후의 정상으로서 그 반환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사정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다.
2.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판단
피고는, 피고가 소외 회사에게 이 사건 화물을 인도한 것이 아니고 보관을 의뢰하였을 뿐이고 계속하여 간접점유를 하고 있었다고 주장하나,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피고가 소외 회사와 임치 등의 계약을 체결하고 소외 회사에게 이 사건 화물을 보관시킴으로써 이 사건 화물에 대한 간접점유를 계속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소외 회사에게 이 사건 화물을 인도하고 그 점유권을 이전하였음이 명백하므로 이와 같은 취지의 원심의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이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한 판단
선하증권을 발행한 운송인이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아니하고 운송물을 선하증권 소지인 아닌 자에게 인도함으로써 선하증권 소지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하지 못하게 되어 운송물에 대한 그의 권리를 침해하였을 때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인데 (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14123 판결, 1992. 2. 14. 선고 91다4249 판결, 1999. 4. 23. 선고 98다13211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운송물을 인수한 자가 운송물을 선의취득하는 등 사유로 선하증권 소지인이 운송물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하여야만 운송인의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운송인이 선하증권 소지인이 아닌 자에게 운송물을 인도함으로써 선하증권 소지인의 운송물에 대한 권리의 행사가 어렵게 되기만 하였으면 곧바로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것이다 .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에 피고가 선하증권과 상환하지 아니하고 선하증권 소지인이 아닌 소외 회사에게 이 사건 화물을 인도한 때에 선하증권 소지인인 원고가 이 사건 화물에 대한 권리를 침해당하는 손해가 발생한 것이고, 그 후 네덜란드 법원의 가압류결정과 강제집행 결과 이 사건 화물이 환가, 처분되었을 때 원고의 손해가 비로소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취지에서 원심이 피고의 행위와 원고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이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인과관계에 관한 판단유탈 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4.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한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가 이 사건 화물이 네덜란드 법원에 의하여 환가, 처분되어 원고의 소외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채무에 충당됨으로써 원고는 그 금액만큼 소외 회사에 대한 채무금액이 줄어드는 이익을 얻었으므로 그 이익이 피고의 손해배상금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손익상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원심은 원심 판시의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소외 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 채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손익상계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이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배 또는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