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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5다205864 판결

[손해배상(기)]

판시사항

[1] 행정처분이 잘못된 법령해석에 근거한 경우,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이때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으로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판단하는 기준

[2] 환경부장관이 광역지방자치단체장에게 음식물류 폐기물 감량의무사업자가 음식물류 폐기물을 스스로 감량하고자 하는 경우 구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제14조 [별표 5] 제2호 (다)목 2)에서 정한 기준에 적합한 감량기기만을 사용하여야 하고, 분쇄 또는 소멸된 고형물을 물과 함께 하수 등으로 배출하는 기기는 사용이 불가하므로 위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감량기기를 사용하는 감량의무사업자에 대하여 감량방법의 변경, 사용금지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하였는데, 음식물류 폐기물 액상분해 소멸방식 처리기를 제조·판매하는 갑 주식회사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행정처분과 관련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려면 행정처분을 담당한 공무원에게 직무집행상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하고, 이때 공무원의 과실 유무는 보통 일반의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객관적 주의의무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어떠한 행정처분이 잘못된 법령해석에 근거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행정처분이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객관적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한다. 이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는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태양과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 및 관여의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시킬 만한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2] 환경부장관이 광역지방자치단체장에게 음식물류 폐기물 감량의무사업자가 음식물류 폐기물을 스스로 감량하고자 하는 경우 구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2008. 8. 4. 환경부령 제2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별표 5] 제2호 (다)목 2)에서 정한 기준에 적합한 감량기기만을 사용하여야 하고, 분쇄 또는 소멸된 고형물을 물과 함께 하수 등으로 배출하는 기기는 사용이 불가하므로 위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감량기기를 사용하는 감량의무사업자에 대하여 감량방법의 변경, 사용금지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하였는데, 음식물류 폐기물 액상분해 소멸방식 처리기를 제조·판매하는 갑 주식회사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위 규정은 제한적·열거적 규정인데, 갑 회사가 제조·판매한 처리기에 의한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방법은 위 규정에서 정한 방법이 아닌 점 등에 비추어, 환경부장관이 감량의무사업자를 대상으로 위 규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음식물류 폐기물을 처리하지 않도록 요청한 것이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담당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다고도 볼 수 없는데도,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주식회사 가우디환경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박영립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김동선)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행정처분과 관련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려면 그 행정처분을 담당한 공무원에게 직무집행상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하고, 이때 공무원의 과실 유무는 보통 일반의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객관적 주의의무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0. 5. 12. 선고 99다70600 판결 , 대법원 2013. 1. 24. 선고 2010다104805 판결 등 참조). 또한, 어떠한 행정처분이 잘못된 법령해석에 근거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행정처분이 곧바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객관적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국가배상법 제2조 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의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때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는지 여부는 침해행위가 되는 행정처분의 태양과 목적, 피해자의 관여 여부 및 관여의 정도, 침해된 이익의 종류와 손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손해의 전보책임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게 부담시킬 만한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다83298 판결 ,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다206368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실, 즉 ① 환경부장관은 2008. 3. 13. 각 광역지방자치단체장에게 음식물류 폐기물 감량의무사업자가 음식물류 폐기물을 스스로 감량하고자 하는 경우 구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2008. 8. 4. 환경부령 제2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이라 한다) [별표5] 제2호 (다)목 2)에서 정한 기준(가열에 의한 건조의 방법으로 부산물의 수분함량을 25% 미만으로 감량하거나, 발효 또는 발효건조에 따라 퇴비화·사료화 또는 소멸화하여 부산물의 수분함량을 40% 미만으로 하여야 한다, 이하 ‘이 사건 제한규정’이라 한다)에 적합한 감량기기만을 사용하여야 하고, 분쇄 또는 소멸된 고형물을 물과 함께 하수 등으로 배출하는 기기[원고가 제조·판매한 음식물류 폐기물 액상분해 소멸방식 처리기(이하 ‘이 사건 처리기’라 한다) 사진을 첨부함]는 사용이 불가하므로 위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감량기기를 사용하는 감량의무사업자에 대하여 감량방법의 변경, 사용금지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이하 ‘이 사건 조치 요청’이라 한다)한 사실, ② 환경부장관은 이 사건 처리기의 사용을 규제하기 위하여 “음식물류 폐기물의 경우에는 해당 시설의 처리 과정을 거쳐 배출수와 함께 배출되는 고형물의 무게가 유입되는 고형물 무게의 100분의 20 미만인 경우로 한정한다”는 규정(이하 ‘이 사건 신설 규정’이라 한다)을 추가하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제출하여 2008. 3. 5. 승인받았고, 2008. 8. 4. 환경부령 제295호로 구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제10조 제3호 단서에 신설되어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로부터 시행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이에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제한규정은 이 사건 처리기와 같은 액상분해 소멸방식에 의하여 음식물류 폐기물을 처리하는 것을 규제대상으로 염두에 둔 것은 아닌 점, ② 이 사건 처리기에 의하여 음식물류 폐기물을 처리하는 경우 이 사건 제한규정에서 규정한 부산물이 남는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③ 음식물류 폐기물을 스스로 감량하는 경우 이 사건 제한규정에서 정한 감량방식을 따르지 않았다고 하여 바로 위법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는 점, ④ 환경부는 이 사건 처리기에 의하여 위와 같이 부산물이 발생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 사건 처리기에 의하여 발생한 수질오염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이 사건 조치 요청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이 사건 처리기가 이 사건 제한규정에 의하여 허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음에도 피고가 이 사건 조치 요청을 함으로써 사실상 이 사건 처리기가 판매·사용될 수 없도록 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환경부장관은 이 사건 처리기가 위 제한규정에 위반되는 위법한 것이라고 회신하지 않았던 점, ② 환경부장관은 이 사건 신설 규정이 시행되기 전에 이 사건 처리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요청을 하였던 점, ③ 환경부는 이 사건 조치 요청을 하기 전에는 이 사건 처리기의 사용을 금지하지 않았고, 오히려 서울 관악구청장과 정보통신부 전파연구소 등은 이 사건 처리기의 사용을 추천하였으며, 서초구, 동대문구, 용산구 등은 이 사건 처리기의 효과에 비추어 그 사용을 제한하기 위한 신설 규정에 대하여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던 점 등을 들어, 피고는 이 사건 처리기가 위법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음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이 사건 조치 요청을 한 것은 이 사건 제한 규정에 대한 해석을 그르친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제한규정은 구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제16조 에서 정한 음식물류 폐기물 감량의무사업자가 관련 규정에 따라 스스로 감량하는 방법으로 음식물류 폐기물을 처리할 때 적용하는 규정으로서 그 규정의 형식면에서 볼 때 제한적·열거적 규정으로 보아야 하는바, 이 사건 처리기에 의한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방법은 이 사건 제한규정에서 정한 방법이 아닌 점, ② 이 사건 조치 요청 당시 위 감량의무사업자가 관련 규정에 따라 음식물류 폐기물을 스스로 감량하는 방식으로 처리할 경우 이 사건 처리기의 사용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유권적 해석, 선례 등이 있다는 특별한 사정도 없었던 점, ③ 환경부는 이 사건 처리에 의한 음식물류 폐기물의 처리방법이 위 감량의무사업자가 적법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외관을 형성시킨 적이 없는 점, ④ 이 사건 조치 요청은 이 사건 처리기를 포함한 음식물류 폐기물 액상분해 소멸방식의 처리기에 의한 폐수 배출 등 수질오염의 문제점이 대두되자 이를 규제할 필요성이 생겨 이 사건 신설규정의 시행을 앞두고 이루어진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환경부장관이 위 감량의무사업자를 대상으로 이 사건 제한규정에 정하지 아니한 방법으로 음식물류 폐기물을 처리하지 않도록 요청하였다고 하여 원심이 든 사정만으로 그러한 요청이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설령 이 사건 조치 요청을 함에 있어 관련 법규의 해석에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조치 요청을 함에 있어 담당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이 사건 조치 요청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이상 담당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조치 요청이 위법하고, 피고의 고의 또는 과실도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는 국가의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2. 원고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고의 상고이유는 피고가 이 사건 조치 요청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을 진다는 것을 전제로 원심이 인정한 손해배상의 범위가 부당하다는 것인바,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피고에게 이 사건 조치 요청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이상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위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상고는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이인복 김소영 이기택(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