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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4. 9. 23. 선고 2002헌바46 공보 [민사소송법 제263조 위헌소원]

[공보(제97호)]

판시사항

가.청구인은 당해사건 법원이 청구인의 증거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전부승소판결이 아닌 일부승소판결이 내려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안에서, 유일한 증거가 아닌 한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로서 법원이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한 것은 조사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한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제263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재판의 전제성이 있는지 여부(적극)

나.이 사건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청구인의 재판청구권,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소극)

다.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당해사건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이고 당해사건 법원은 피고 조○재의 불법행위를 인정한 후에 원고(청구인) 일부승소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인정을 함에 있어서 서증 등의 증거조사를 하였고 청구인이 신청한 피고본인신문 등의 증거조사신청은 이를 배척한 것으로 보이는바, 그 근거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되어 당해사건의 재심사건에서 청구인이 신청한 증거를 모두 받아들이게 된다면 손해배상의 인용금액이 인상되는 등 재판의 주문이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그 재판의 이유를 달리함으로써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할 수 있다.

나.이 사건 법률조항은 민사소송절차의 신속과 심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하여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 중 심리의 진행이나 진실발견과 무관한

증거에 대하여는 이를 조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신속한 재판실현이라는 소송경제와 실체적 진실에 합치하는 공정한 재판실현이라는 헌법적 요청에 부합하는 규정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방법의 적절성을 인정할 수 있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의 단서에서는 당사자의 주장에 관한 유일한 증거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증거조사의 필요성 여부와 관계없이 이를 반드시 조사하도록 함으로써 법원이 증거조사를 아니할 수 있는 재량의 한계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신속한 재판실현이라는 소송경제와 실체적 진실에 합치하는 공정한 재판실현이라는 헌법적 요청을 달성함에 있어,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과 달리 규정하거나 다른 제도를 통하여 기본권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도 보이지 아니하므로 피해의 최소성 요건을 갖추었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에 근거한 법원의 소송지휘권 행사로 인한 기본권침해, 즉 심리의 진행이나 실체적 진실발견과 무관한 증거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그에 대한 증거조사가 행하여지지 않는 불이익은 신속한 재판의 확보 및 공정한 재판실현이라는 공익에 비하여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상실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을 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기본원칙인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이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것이라 할 수 없다.

다.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원·피고간의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원·피고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므로 구체적 사건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법원의 소송지휘상에 사실상 차이가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제264조

참조판례

가. 헌재 2002. 11. 28. 2000헌바70 , 판례집 14-2, 626

나. 헌재 1998. 9. 30. 98헌가7 등, 판례집 10-2, 484

대법원 1970. 11. 30. 선고 70다2218 판결

대법원 1980. 1. 13. 선고 80다2631 판결

대법원 1976. 1. 27. 선고 75다1703 판결

대법원 1959. 2. 19. 선고 57다873 판결

대법원 1971. 7. 27. 선고 71다1195 판결

당사자

청 구 인 나○라

국선대리인 변호사 이상원

당해사건 부산고등법원 2001나15026 손해배상(자)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외 조○재는 1999. 5. 12. 15:20경 부산 27로○○○○호 소나타 승용차를 운전하여 부산 동래구 안락2동 소재 안남초등학교 앞 도로 좌측을 주공아파트 방향에서 안락교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화물차에서 야채를 사기 위하여 도로상에 서 있던 청구인의 발을 역과하여 청구인으로 하여금 우측족관절부 염좌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

청구인은 위 조○재를 상대로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00가단22616호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일부승소 판결을 받고 이에 불복하여 부산고등법원에 2001나15026호로 항소를 제기한 후,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법”이라 한다) 제263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인간의 존엄과 가치, 평등권,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의 법률조항이라며 2002카기29호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위 법원이 2002. 4. 25. 본안사건에 대하여 항소를 기각함과 동시에 이 위헌제청신청도 기각결정하자, 2002. 5. 15.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심판의 대상은 구법 제263조이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263조(증거신청의 채부)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로서 법원이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한 것은 조사하지 아니할 수 있다. 다만, 당사자의 주장사실에 대한 유일한 증거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한편, 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개정된 민사소송법(이하 “신법”이라 한다)은 제290조(증거신청의 채택여부)에서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를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조사하지 아니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당사자가 주장하는 사실에 대한 유일한 증거인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하여 유사한 내용으로 규정하고 있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우리 민사소송법은 변론주의, 당사자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법원은 청구인이 신청한 피고본인신문과 현장목격자들의 진술서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이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증거신청에 대하여 법원이 재량으로 채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법원행정처장의 의견요지

청구인의 주장은 결국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는 모두 조사하여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당사자의 재판청구권 등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증거신청권을 남용하여 재판지연을 목적으로 또는 오로지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한 목적에서 증거를 신청하는 경우에도 법원이 반드시 증거조사를 하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상대방의 권리를 침해하고 사법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증거신청이 당사자의 주장사실에 대한 유일한 증거일 경우에는 배척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사자가 신청하는 증거조사에 대하여 법원에게 그 채부의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법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증거신청에 대하여는 이를 조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당사자의 주장사실에 대한 유일한 증거인 경우에는 이를 조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신속한 재판의 실현이라는 소송경제와 실체적 진실에 합치하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실현이라는 헌법적 요청을 적절히 조화·조정하고 있으므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거나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본질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고, 평등원칙에도 위반되지 아니한다.

3. 적법요건(재판의 전제성)에 대한 판단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될 것이 요구된다(헌법 제107조 제1항,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 제41조 제1항 참조). 그런데 여기에서 법률의 위헌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려면, 첫째 그 법률이 법원의 재판에 적용되는 것이어야 하고, 둘째 그 법률의 위헌여부에 따라 당해사건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이어야 한다(헌재 2002. 11. 28. 2000헌바70 , 판례집 14-2, 626, 630).

먼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당해사건에 적용되는 조항인지 여부를 본다. 당해사건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이고 당해사건 법원은 피고 조봉재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를 인정한 후에 원고(청구인) 일부승소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인정을 함에 있어서 서증 등의 증거조사를 하였고 청구인이 신청한 피고본인신문 등의 증거조사신청은 이를 배척한 것으로 보이는바, 그 근거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적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사건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인지 여부를 본다. 청구인은 당해사건 법원이 청구인의 증거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전부승소판결이 아닌 일부승소판결이 내려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되어 당해사건의 재심사건에서 청구인이 신청한 증거를 모두 받아들이게 된다면 손해배상의 인용금액이 인상되는 등 재판의 주문이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그 재판의 이유를 달리함으로써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은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4.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증거신청의 채부에 관한 일반론

(1) 증거, 증거조사, 증거의 신청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의 재판과정은 사실을 확정하는 과정과 법규를 적용하는 과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후자에 있어서는 법관이 그에 대한 전문가이므로 원칙적으로 법규의 존재사실을 증거에 의하여 확정할 필요가 없으나, 전자 즉 사실을 확정하기 위하여는 이를 위한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곧 ‘증거’이다.

‘증거조사’라 함은 법관의 심증형성을 위하여 법정의 절차에 따라 인적·물적 증거의 내용을 오관의 작용에 의해 지각하는 법원의 소송행위를 말하고, ‘증거의 신청’이란 일정한 사실을 증명하기 위하여 일정한 증거방법을 지정하여 법원에 그 조사를 청구하는 소송행위를 말한다.

(2) 증거신청의 채부와 재량권

민사소송법상 법원의 재량에 의하여 증거조사를 하지 아니하더라도 무방한 것으로는 다음과 같은 유형이 있다.

예컨대 증명할 사실을 표시하지 아니한 경우와 같이 증거신청 자체가 법정의 방식에 흠이 있는 경우 또는 시기에 늦은 증거신청(구법 제138조·제260조, 신법 제149조·제286조)의 경우에는 증거조사를 하지 아니하여도 상관없다. 그리고 법원은 증인의 행방불명, 목적물의 분실, 증인에 대한 구인장의 집행불능 등 부정기간의 장애가 있는 경우에도 증거조사를 거부할 수 있다(구법 제264조, 신법 제291조. 대법원 1962. 3. 18. 선고 61다954 판결; 1973. 12. 11. 선고 73다711 판결 참조).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 본문의 규정과 같이 적법한 증거신청이라도 필요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한 것은 조사하지 아니할 수 있다. 즉, 증거방법이 쟁점판단에 무가치하거나 전혀 부적당한 경우, 그 사실의 존부가 소송의 결과에 영향이 없는 경우에는 조사하지 아니하여도 된다. 또한 그 사실에 대하여 법관이 확신을 얻은 경우에도 증거신청을 채택하지 않을 수 있다. 한편, 동일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방법이 수 개인 경우에 그 조사범위는 법원이 심리상 필요에 의하여 이를 정할 것이며 유일한 증거가 아닌 이상 법원이 당사자의 증거신청에 대하여 필요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동 신청을 각하함으로써 증거조사를 시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1955. 1. 27. 선고 54다224 판결).

(3) 유일한 증거

신청한 증거에 대한 채택의 여부는 소송촉진과 소송경제와의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로서 이의 판단은 원칙적으로 법원의 직권에 속하는 재량사항이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단서규정에 의하면 예외적으로 주요사실에 대한 유일한 증거일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반드시 조사하도록 되어 있다(대법원 1954. 12. 16. 선고 53다220 판결; 1970. 11. 30. 선고 70다2218 판결 참조). 여기에서 ‘유일한 증거’라 함은 주요사실에 관하여 그 당사자의 입증책임이 있는 사항에 관한 유

일한 증거를 말하는 것으로서(대법원 1980. 1. 13. 선고 80다2631 판결), 그 증거방법을 조사하지 않으면 증명의 방도가 없게 되어 결국 아무런 증거방법도 없는 것으로 귀결되는 경우의 증거를 말한다. 유일한 증거에 대하여 법관의 재량권의 예외를 규정한 근거는, 유일한 증거를 배척하는 경우에는 법관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한쪽 당사자에게 입증의 길을 막는 것이 되어 쌍방심리의 정신에 반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당사자의 경우 즉 ‘본증’의 경우에만 유일한 증거를 조사하여야 함을 전제로, 상대방의 주장을 부인하는 당사자가 제출하는 증거는 ‘반증’이므로 유일한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한다(대법원 1976. 1. 27. 선고 75다1703 판결). 나아가 유일한 증거방법이라도 비용예납의 명령을 받고도 당사자가 증거조사의 실시에 필요한 비용을 예납하지 않는 등 신청한 당사자의 고의나 태만으로 인하여 증거조사를 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각하할 수 있다고 하며(대법원 1959. 2. 19. 선고 57다873 판결), 유일한 증거방법인 증인이 정당한 이유없이 출석하지 않은 경우에도 배척할 수 있다고 한다(대법원 1971. 7. 27. 선고 71다1195 판결).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민사소송에 있어서의 당사자주의와 직권주의

민사소송절차는 법원과 당사자가 참여하여 일정한 법원칙에 따라 역할과 책임을 분담하면서 진행된다. 이 때에 주로 당사자가 역할을 분담하고 책임을 지는 원칙 즉 소송심리의 주도권을 당사자에게 주는 것을 ‘당사자주의’라고 하고, 이와 반대로 주로 법원이 그 임무를 가지는 원칙 즉 소송심리의 주도권을 법원에게 주는 것을 ‘직권주의’라고 한다.

우리 민사소송법은 처분권주의 및 당사자주의 원칙(구법 제188조, 신법 제203조)에 따라, 계쟁사실의 증명에 필요한 증거는 당사자가 신청하는 것을 조사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원칙이고 보충적으로 법원이 직권증거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자유심증주의의 원칙(구법 제187조, 신법 제202조)을 채택하여 법원이 증거의 증거가치(증명력)를 자유로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시 말하여, 민사소송을 내용면과 절차면으로 나눈다면 소송심리의 내용면에 있어서의 주도권은 당사자에게 주어져 있고, 절차면에 있어서의 주도권은 법원에 주어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민사소송법은 법원에게는 절차의 주재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하여 이를

신속하게 진행시키는 책임을 지우고 있고, 당사자에게는 판결을 위한 자료를 제공하여 사건의 내용을 명확하게 하는 역할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2) 과잉금지원칙의 위배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증거신청의 채부를 법원의 재량에 맡긴다는 취지의 규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재량권의 한계를 위 당사자주의 및 직권주의와의 관계에서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가 문제된다고 할 것이다.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방법의 적절성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직권주의적 요소를 민사소송에 도입한 것으로서, 법원으로 하여금 당사자가 신청하는 모든 증거를 조사하지 아니하고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것에 대하여만 증거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송절차의 신속·원활한 진행을 도모하고, 소송과 무관하거나 왜곡된 증거가 제출·조사됨으로써 부당한 결론이 도출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

신속한 분쟁해결로 소송과 집행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은 곧 국민 전체에게 그 이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헌재 1998. 9. 30. 98헌가7 등, 판례집 10-2, 484, 502). 그런데 만약 청구인의 주장대로 당사자가 신청하는 모든 증거에 대하여 법원이 이를 조사하여야 한다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는 당사자로서는 쟁점과 무관하거나 심지어 위조된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여 그 조사를 요구함으로써 소송결과를 왜곡시키려 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패소가능성이 있는 당사자의 경우에는 불필요한 증거에 대하여까지 법원에 조사를 요구함으로써 소송을 최대한 지연시키려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당사자가 신청하는 모든 증거를 조사하여야 한다면 법원은 불필요한 증거조사를 위하여 막대한 인적·물적 낭비를 초래하게 되고, 당사자가 당해 소송과 전혀 무관한 제3자를 증인으로 신청하는 경우에는 그 제3자가 출석 및 진술하게 됨으로써 불이익과 권리침해를 받게 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민사소송절차의 신속과 심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하여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 중 심리의 진행이나 진실발견과 무관한 증거에 대하여는 이를 조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신속한 재판실현이라는 소송경제와 실체적 진실에 합치하는 공정한 재판실현이라는 헌법적 요청에 부합하는 규정으로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방법의 적절성을 인정할 수 있다.

(나) 최소침해성 및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에 대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에서 법원이 조사를 하도록

한 것으로서, 그 필요성 여부의 판단은 법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내재적 한계가 있다. 즉, 그 증거가 소송의 쟁점과 무관하거나 쟁점판단에 무가치하거나 부적절한 경우, 그 사실의 존부가 소송결과에 영향이 없는 경우, 법원이 이미 충분한 심증을 얻고 있는 경우, 동일 사실에 대하여 거듭 증거가 신청된 경우, 경험칙 등에 의하여 법원이 이미 알고 있는 경우 등은 증거조사가 불필요한 예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외국의 입법례를 보면, 일본의 민사소송법 제181조(증거조사를 요하지 아니하는 경우)는 “①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로서 필요가 없다고 인정하는 것은 조사를 요하지 아니한다. ② 증거조사에 관하여 부정기간(不定期間)의 장애가 있는 경우에 법원은 증거조사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과 비슷하게 규정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민사소송법상 명문으로 당사자의 증거신청을 거부할 수 있는 근거규정은 없지만, 해석상 일정한 경우에는 증거조사신청을 거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법원이 당사자의 증거조사신청을 거부할 수 있는 경우로는, 첫째 증거방법이 부적법한 경우로서 예컨대 증거신청의 대상을 부정확하게 표시하거나 증거신청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근거를 모호하게 표시하는 경우, 둘째 법원이 증명될 사실을 재판에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보거나 증명의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보는 경우와 같이 증거조사가 불필요한 경우, 셋째 제출된 증거가 이미 조사된 경우, 넷째 소송을 지연시킬 목적으로 신청한 것이 명백한 경우 등을 들고 있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의 단서에서는 당사자의 주장에 관한 유일한 증거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증거조사의 필요성 여부와 관계없이 이를 반드시 조사하도록 함으로써 법원이 증거조사를 아니할 수 있는 재량의 한계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신속한 재판실현이라는 소송경제와 실체적 진실에 합치하는 공정한 재판실현이라는 헌법적 요청을 달성함에 있어, 이 사건 법률조항의 내용과 달리 규정하거나 다른 제도를 통하여 기본권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도 보이지 아니하므로 피해의 최소성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에 근거한 법원의 소송지휘권 행사로 인한 기본권침해, 즉 심리의 진행이나 실체적 진실발견과 무관한 증거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그에 대한 증거조사가 행하여지지 않는 불이익은 신속한 재판의 확보 및 공정한 재판실현이라는 공익에 비하여 크다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상실한 것이 아니다.

(다)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을 함에 있어서 준수하여야 할 기본원칙인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재판청구권이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것이라 할 수 없다.

(3) 평등원칙의 위배 여부

그 밖에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원·피고간의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원·피고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므로 구체적 사건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법원의 소송지휘상에 사실상 차이가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 자체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는 할 수 없다.

5.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따라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김영일 권 성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주심) 전효숙 이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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