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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69291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정당 대변인의 정치적인 논평의 명예훼손과 관련한 위법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고려되어야 할 특수성

[2] 정당의 정치적 주장에 관하여는 어느 정도 단정적인 어법 사용에 의해 수사적으로 과장 표현된 경우라도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책임을 추궁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선정당사자),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손범규)

피고,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세계종합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이임성 외 10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선정당사자)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먼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1)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들(이하 '원고 등'이라고 한다)은 1999. 3. 31.자로 국가정보원에서 직권면직된 총 21명의 전직 국가정보원 이사관, 부이사관들로서, 국가정보원의 직권면직처분에 대하여 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1999. 7. 3.경 '국가사랑모임'(약칭 '국사모')이라는 단체를 조직한 자들이고, 피고는 이 사건 발표 당일인 2002. 8. 5.경 새천년민주당(약칭 '민주당')의 대변인이었다.

(2) 제16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회창 대통령 후보 아들들의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된 검찰수사의 주체, 그 진행과정 등과 관련하여, 한나라당은 청와대와 민주당이 개입하였다는 의혹 및 수사주체의 부당성 등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였고, 민주당은 검찰의 공정수사를 촉구한 후 위 병역비리 의혹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제를 거론하는 등 정치적 공방이 치열하였다. 2002. 8. 5. 아침에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위와 같은 한나라당의 태도에 대해 민주당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민주당 최고위원들은 한나라당의 배후에 국가정보원 출신 정보, 공작 전문가들이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이어 여러 언론매체 등을 통해 국가정보원 출신 회원들로 구성되어 한나라당과 관련을 맺고 있는 것으로 보도가 되었던 이른바 '국사모'의 정체를 밝히자는 등의 내용으로 민주당의 입장을 표명하자고 그 의견을 모았다.

(3) 이에 피고는 민주당의 대변인으로서 2002. 8. 5. 이회창 후보 아들들의 병역비리 의혹 및 이에 대한 검찰수사의 공정성 촉구 등과 관련하여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의 논의결과 4개 항목{을 1(우리소식), 기록 90면}을 기자들 앞에서 정례 브리핑 형식으로 발표하게 되었는데, 그 중 "한나라당 내부의 정치공작팀을 즉각 해체하라. 한나라당 내부와 그 주변에 과거 안기부에서 정치공작을 담당했던 사람들이 움직이며 끊임없이 암약해 온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 사람들이 이번에도 공작을 계속하고 있고, 그 공작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회창 후보 아들들 병역비리와 그 은폐의혹을 규명하려는 검찰 등의 노력을 방해하고, 오히려 진실을 얼버무리고, 호도하고, 은폐하려는 공작이 이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 모 의원이 이들의 총책으로 보인다. 이들 조직을 즉각 해체할 것을 한나라당에 요구한다. 이른바 '국사모'의 정체는 무엇이며, 이들을 통해 공작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모 의원의 실체는 무엇인지 밝히고, 이 공작팀을 즉각 해체하라. 이런 시대착오적 공작정치를 즉각 중단하라. 정당이 공작팀을 운영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당 역사상 한나라당이 처음이다."라는 내용의 발표(이하 '이 사건 발표'라고 한다)가 있었다. 이후 문화일보, 동아일보 등 중앙 일간지에 이 사건 발표를 포함한 위 논의결과가 게재되어 보도되었다.

나.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나서, 이 사건 발표의 내용은 전체적인 인상으로 보아 충분히 '국가사랑모임'의 구성원인 원고 등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것이어서 원고 등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한 다음, 이 사건 발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그 내용이 진실이거나 진실이 아니라도 위 발표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그와 같이 진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위법성이 없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우선 이 사건 발표는 당시 사회적·정치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이회창 대통령 후보 아들들의 병역비리 의혹 및 이에 대한 검찰수사 등과 관련하여 위 병역비리 의혹의 진실 여부, 검찰수사의 공정성 및 검찰수사에 대한 압력 등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 내용이 공공의 이해에 관련된 것이고 그 목적이 공익을 위한 것임이 인정되지만, 이 사건 발표의 내용처럼 '국가사랑모임'이 한나라당의 정치공작팀으로서 이회창 대통령 후보 아들들의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하여 진실을 은폐하고 검찰수사 등을 방해하기 위한 정치공작을 기획하고 실행하였는지에 관하여는 그 판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면서, 나아가 이 사건 발표의 내용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이를 진실이라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정당의 정치적 주장에 관하여는 그것이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 없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그 자유를 더욱 폭넓게 인정하여야 할 것인바, 판시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발표 당시까지의 각종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이른바 '국사모'는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직권면직된 국가정보원의 간부 21명이 모여 결성된 단체로서 그들의 직권면직처분 취소소송에서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등이 소송대리인으로 활동하였고, 2000. 4. 13. 총선 당시 '국사모'의 구성원 중 한 사람인 원고가 한나라당에 공천신청을 하였다라고 보도되는 등 '국사모'와 한나라당이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으며, 이 사건 발표에 즈음하여 국가정보원 등과 관련된 정치적 쟁점들에 대하여 '국사모'와 한나라당의 관계 등에 관한 각종 의혹이 여러 언론매체 등을 통해 계속 제기되었던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 사실 및 이 사건 당시의 정치적 공방내용, 이 사건 발표의 경위, 방식 등을 종합하여 보면, 당시 새천년민주당의 대변인이던 피고의 이 사건 발표는 위 병역비리 의혹의 진실 여부, 검찰수사의 공정성 및 검찰수사에 대한 압력 등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 부수하여 이미 공적인 관심사안이 되었던 '국사모'와 한나라당의 관계와 관련된 의혹 등에 관해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의 논의결과를 통상적인 정당활동의 일환으로 발표한 것이어서 그것이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 없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라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그 위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2. 표현의 자유와 명예보호 사이의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당해 표현으로 인하여 명예를 훼손당하게 되는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 관심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지 등에 따라 그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한 표현의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한다.

또한, 정당은 정책을 제시·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정권을 획득하거나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의 형성에 직접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적 결사로서, 오늘날의 의회민주주의하에서 민주주의의 전제요건인 동시에 정치과정과 정치활동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기능하고 있으므로, 정당활동의 자유도 이를 보장함에 있어 소홀함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

그런데 이 사건 발표처럼 정당 대변인으로서의 공식적인 정치적 논평이나 정치적 주장에는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하여 어느 정도의 단정적인 어법도 종종 사용되고, 이는 수사적인 과장표현으로서 용인될 수도 있으며, 국민들도 정당 대변인의 정치적 주장 등에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수반되지 아니하면 비록 단정적인 어법으로 공격하는 경우에도 대부분 이를 정치공세로 치부할 뿐 그 주장을 그대로 객관적인 진실로 믿거나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이 보통이므로, 정당 대변인의 정치적인 논평의 명예훼손과 관련한 위법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특수성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 대법원 2003. 7. 8. 선고 2002다64384 판결 , 2003. 7. 22. 선고 2002다6249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공공의 이해에 관련된 사항에서 정당 상호간의 정책, 정견, 다른 정당 및 그 소속 정치인들의 행태 등에 대한 비판, 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각종 정치적 쟁점이나 관여 인물, 단체 등에 대한 문제의 제기 등 정당의 정치적 주장에 관하여는 그것이 어느 정도의 단정적인 어법 사용에 의해 수사적으로 과장 표현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구체적 정황의 뒷받침 없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그 책임을 추궁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할 것이다.

이와 대체로 같은 취지의 법리를 전제로 한 원심의 앞서 본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이용우(주심) 이규홍 양승태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4.11.4.선고 2004나233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