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공2006.10.1.(259),1649]
입학사정 결과의 최종 승인권자인 사립대학교의 총장이 입시사정과정의 학칙위반사항을 지적하고 그 시정을 요구하면서 이미 공고된 입시요강에 의해 형성된 응시자들의 정당한 신뢰를 깨뜨린 경우, 응시자들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한정 적극)
사립학교측이 학생모집을 위해 공고한 입시요강은 사립학교측과 학생 사이에 형성된 재학계약상의 법률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방법, 요령, 조건 등을 정하는 것으로서, 입학시험에 응시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공고된 입시요강에 따라 그에 맞는 필요한 준비를 거쳐 입학시험에 응시할 수밖에 없으므로, 공고된 입시요강에서 정한 내용에 따른 공정한 사정절차를 거쳐 합격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응시자들의 신뢰는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이익이다. 따라서 공고된 입시요강의 내용이 강행법규나 공서양속에 위반된다거나 또는 응시자들의 신뢰가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험생들의 위와 같은 신뢰는 보호되어야 하고, 공고된 입시요강에 학칙이나 학교 내부적으로 결정된 상위의 입시계획에 위배되는 점이 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와 달리 볼 수는 없다. 입학사정 결과에 대한 최종 승인권을 갖는 대학총장이 입시사정과정에 학칙위반사항이 있는 경우 이를 지적하고 그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공고된 입시요강에 의해 형성된 응시자들의 정당한 신뢰가 침해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주의의무도 부담하고, 이를 위배하여 응시자들의 정당한 신뢰를 깨뜨린 경우에는 위법행위에 해당하여 신뢰를 침해당한 응시자들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전우성외 4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다산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칠준외 7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바른 담당변호사 박인호외 1인)
원심판결 중 원고 전우성, 정환용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안재인, 박명철, 정영기의 상고를 각 기각한다. 원고 안재인, 박명철, 정영기의 상고비용은 같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1. 원고 전우성, 정환용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사립학교의 재학관계는 사립학교측과 학생 사이에 형성된 재학계약상의 법률관계이고, 사립학교측이 학생모집을 위해 공고한 입시요강은 위와 같은 재학계약상의 법률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방법, 요령, 조건 등을 정하는 것으로서 입학시험에 응시하고자 하는 사람들로서는 공고된 입시요강에 따라 그에 맞는 필요한 준비를 거쳐 입학시험에 응시할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공고된 입시요강에 의해 형성된 응시자들의 신뢰 즉, 공고된 입시요강에서 정한 내용에 따른 공정한 사정절차를 걸쳐 합격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응시자들의 신뢰는 단순한 사실상의 기대를 넘어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이익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공고된 입시요강의 내용이 강행법규나 공서양속에 위반된다거나 혹은 응시자들의 신뢰가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고된 입시요강을 믿고 입학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의 위와 같은 신뢰는 보호되어야 할 것이고, 설령 공고된 입시요강에 학칙이나 학교 내부적으로 결정된 상위의 입시계획에 위배되는 점이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와 달리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입학사정 결과에 대한 최종 승인권을 갖는 대학총장이 입시사정과정에 학칙위반사항이 있는 경우 그 승인권에 기하여 이를 지적하고 그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공고된 입시요강에 의해 형성된 응시자들의 정당한 신뢰가 침해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주의의무도 아울러 부담한다 할 것이고 이를 위배하여 응시자들의 정당한 신뢰를 깨뜨린 경우에는 위법행위에 해당하여 신뢰를 침해당한 응시자들에 대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볼 때, 소외 대학교 대학원 의학과는 박사과정의 신입생을 모집하면서 서류심사와 면접시험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것으로 대학원학칙이 개정되었음에도 그 특수성을 고려하여 종전과 같이 계속 자율적으로 영어필기시험을 실시하고 그 성적을 합격자 선정을 위한 평가점수에 직접 반영하여 합격 여부를 결정해 왔고, 이 사건 박사과정 입학시험을 실시하면서 배부한 입학전형안내서에서도 입학전형방법으로 서류심사와 면접시험 외에 별도로 ‘영어필기시험’을 독립적인 시험과목으로 명시하였으며, 입학시험 당일 치러진 영어필기시험의 문제지에도 문제별로 각각 다른 배점을 명시함으로써 영어시험성적이 구체적인 점수로 산정되는 듯한 외관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입시사정을 위해 개최된 대학원의학과위원회에서도 영어시험성적을 면접시험성적에 직접 반영하는 내용으로 입학전형방법을 의결하고 그에 따라 구체적인 입시사정까지 마쳤던 사정을 알아볼 수 있는바, 사정이 그와 같다면, 대학원 의학과는 이 사건 박사과정 입학시험을 시행하면서 묵시적으로나마 영어시험성적을 대학원학칙 등에서 정하고 있는 것처럼 단순히 외국어 능력에 대한 가부(가부) 판단의 자료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합격자 선정을 위한 평가점수에 직접 반영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합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취지의 입시요강을 공고하였던 것이고 응시자들도 이를 신뢰하고 입학시험에 응시하였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당시 대학총장이던 피고는 학칙위배를 구실로 대학원의학과위원회의 재소집을 지시하고 그 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위원들에게 영어시험성적은 외국어 능력에 대한 가부 판단의 자료로만 사용하고 그 구체적인 점수는 합격자 선정을 위한 평가점수에 반영하지 않도록 입학전형방법을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나아가 그와 같이 하여 변경된 새로운 입학전형방법에 의한 사정 결과를 그대로 승인함으로써 당초의 입학전형방법에 의할 경우 합격할 수 있었던 위 원고들은 낙방하게 되고, 불합격하였을 피고의 딸은 합격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것인바, 변경된 새로운 입학전형방법은 대학원 의학과가 공고한 입시요강이나 응시자들인 위 원고들의 신뢰에도 어긋나는 것일뿐더러 결과적으로는 면접시험과목 중 전공 능력평가와 외국어 능력평가를 전혀 하지 않은 셈이 되어서 오히려 대학원학칙 등 입시관련규정에 더욱 위배되는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학원 의학과가 이 사건 박사과정 입학시험을 실시하면서 공고한 입시요강이 비록 대학원학칙 등에 위배되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강행법규나 공서양속에 반한다거나 응시자들의 신뢰가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인정할 만한 별다른 사정을 찾아볼 수 없는 이 사건에서, 피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공고된 입시요강에 의해 형성된 응시자들의 정당한 신뢰에 대한 보호에 관하여는 아무런 고려도 없이 학칙위배를 구실 삼아 입학전형방법을 변경하도록 요구하고 그와 같이 하여 변경된 입학전형방법에 따른 입시사정 결과를 그대로 승인함으로써 정당한 사유 없이 공고된 입시요강에 따른 합격의 기회 또는 기대에 관한 위 원고들의 신뢰를 깨뜨린 것이라 할 것이어서 위 원고들에 대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이 이와 다른 견지에서 피고의 행위가 대학총장으로서의 정당한 직무권한범위 내의 행위에 해당하고 변경된 새로운 입학전형방법이 공고된 입시요강을 신뢰하고 입학시험에 응시한 위 원고들의 합격할 지위 내지 권리가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공고된 입시요강에 따른 응시자들의 신뢰와 그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위 원고들의 상고는 이유 있다.
2. 원고 안재인, 박명철, 정영기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가 대학원의학과위원회의 소집을 지시하여 그 회의에서 위원들에게 종전 입학전형방법이 학칙에 위배됨을 지적하고 그 정정을 요구하였고, 그에 대해 위원들은 그 중 일부가 반대의견을 제시하다가 위원 중 한 명이 제안한 새로운 입학전형방법에 대해 참석 위원 전원이 찬성함으로써 자신들의 이전 결정을 바꾸는 내용의 새로운 결정을 하게 되었는바, 그와 같은 의결과정을 살펴보면, 피고가 위원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권을 침해하고 그들을 강요하여 새로운 결정을 하도록 강제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가 대학원의학과위원회의 위원들인 위 원고들의 의사결정권 내지 사정권을 침해하였음을 전제로 한 위 원고들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이나 심리미진 등의 위법을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위 원고들의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은 위 원고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권 내지 사정권이 침해되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이를 인정할 수 없는 이상 더 나아가 살펴볼 것도 없이 이유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전우성, 정환용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나머지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