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위반(찬양·고무등)][공2012상,400]
‘블로그’ 등 사적(사적) 인터넷 게시공간의 운영자가 게시공간에 게시된 타인의 글을 삭제할 권한이 있는데도 삭제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두었다는 사정만으로 운영자가 타인의 글을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에 따라 ‘소지’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죄형법정주의로부터 파생된 유추해석금지 원칙과 국가보안법 제1조 제2항 , 제7조 제1항 , 제5항 에 비추어 볼 때, ‘블로그’, ‘미니 홈페이지’, ‘카페’ 등의 이름으로 개설된 사적(사적) 인터넷 게시공간의 운영자가 사적 인터넷 게시공간에 게시된 타인의 글을 삭제할 권한이 있는데도 이를 삭제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두었다는 사정만으로 사적 인터넷 게시공간의 운영자가 타인의 글을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에서 규정하는 바와 같이 ‘소지’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헌법 제12조 제1항 , 형법 제1조 제1항 , 국가보안법 제1조 제2항 , 제7조 제1항 , 제5항 , 형사소송법 제325조
피고인
피고인 및 검사
변호사 장경욱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남·북한 관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로서의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고, 그 때문에 반국가단체 등을 규율하는 국가보안법의 규범력도 계속 유효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견해이다( 대법원 2008. 4. 17. 선고 2003도758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10. 7. 23. 선고 2010도118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같은 취지에서 북한이 반국가단체라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국가보안법 제2조 에서 정한 반국가단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 제3점에 대하여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표현물의 내용이 국가보안법의 보호법익인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이어야 하고, 표현물에 이와 같은 이적성이 있는지 여부는 표현물의 전체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그 작성의 동기는 물론 표현행위 자체의 태양 및 외부와의 관련 사항, 표현행위 당시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의 죄는 제1 , 3 , 4항 에 규정된 이적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하는 것으로서 이른바 목적범임이 명백하다. 목적범에서의 목적은 범죄 성립을 위한 초과주관적 위법요소로서 고의 외에 별도로 요구되는 것이므로, 행위자가 표현물의 이적성을 인식하고 제5항 소정의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인정되지 아니하면 그 구성요건은 충족되지 아니하는 것이다. 그리고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므로 행위자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하며, 행위자가 이적표현물임을 인식하고 제5항 소정의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그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고 추정해서는 아니된다. 이 경우 행위자에게 이적행위 목적이 있음을 증명할 직접증거가 없는 때에는 앞에서 본 표현물의 이적성의 징표가 되는 여러 사정들에 더하여 피고인의 경력과 지위, 피고인이 이적표현물과 관련하여 제5항 소정의 행위를 하게 된 경위, 피고인의 이적단체 가입 여부 및 이적표현물과 피고인이 소속한 이적단체의 실질적인 목표 및 활동과의 연관성 등 간접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다( 대법원 2010. 7. 23. 선고 2010도118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와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부분의 표현물(이하 이 항에서는 ‘이 사건 표현물’이라 한다)의 주된 내용이 북한의 핵개발을 정당화하고 북한이 주장하는 선군정치를 찬양하는 등 북한의 주요 주장을 찬양하거나 선전 또는 그에 동조하는 내용인 점, ② 피고인이 순수하게 학문적 연구 등의 목적으로 이 사건 표현물을 게시하거나 소지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피고인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 공간에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라는 카페를 개설하여 적극적으로 운영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표현물은 그 내용이 국가보안법의 보호법익인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으로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국가보안법상의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고, 피고인으로서도 그 표현물의 내용이 이적성을 담고 있음을 인식하고 그 표현물로써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에 대한 찬양·고무 등 이적행위를 할 목적으로 이를 제작·취득·반포 또는 소지하였다고 볼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표현물이 이적표현물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에 대한 찬양·고무 등 이적행위를 할 목적도 인정된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의 조치는 그 표현에 있어 일부 적절하지 아니한 점은 있으나 결론적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이적표현물 또는 이적행위 목적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죄와 형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하고, 이로부터 파생된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은 성문의 규정은 엄격히 해석되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성문규정이 표현하는 본래의 의미와 다른 내용으로 유추해석함을 금지하고 있다( 대법원 1992. 10. 13. 선고 92도142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리고 국가보안법 제1조 제2항 은 “이 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제1항 의 목적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해석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5항 은 “ 제1항 · 제3항 또는 제4항 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 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법리와 규정에 비추어 볼 때, ‘블로그’, ‘미니 홈페이지’, ‘카페’ 등의 이름으로 개설된 사적(사적) 인터넷 게시공간의 운영자가 그 사적 인터넷 게시공간에 게시된 타인의 글을 삭제할 권한이 있음에도 이를 삭제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두었다고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사적 인터넷 게시공간의 운영자가 그 타인의 글을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에서 규정하는 바와 같이 ‘소지’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피고인이 다음 카페 내 이적표현물 13건의 글을 소지하였다는 부분에 대하여 그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조치는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의 ‘소지’와 인터넷 카페 관리주체의 의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