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문]
2011헌바176 형법 제243조 등 위헌소원
박○숙
대리인 변호사 박창한
의정부지방법원 2010노2905 음란물건판매 등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43조 중 ‘음란한 물건을 판매한 자’에 관한 부분 및 제244조 중 ‘판매에 공할 목적으로 음란한 물건을 소지한 자’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2010. 12. 15. “2009. 11. 14.경부터 2010. 1. 28.경까지 청구인이 운영하는 성인용품판매점에서 음란물건인 여성 음부 모양의 남성용 자위기구를 판매하고, 2010. 1. 28.경 위 장소에서 같은 남성용 자위기구를 판매할 목적으로 소지하였다”는 내용의 음란물건판매죄 등으로 벌금 500만 원의 판결을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방법원 2010고정836).
(2) 청구인은 이에 불복하여 항소한 후 그 소송의 계속 중(의정부지방법원 2010노2905), 음란물건판매·소지 등을 처벌하는 규정인 형법 제243조, 제244조가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의정부지방법원 2011초기714)을 하였으나 2011. 7. 15. 항소 및 제청신청이 모두 기각되자, 2011. 8. 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43조 중 ‘음란한 물건을 판매한 자’에 관한 부분 및 제244조 중 ‘판매에 공할 목적으로 음란한 물건을 소지한 자’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243조(음화반포등)음란한문서, 도화, 필름 기타물건을반포,판매또는 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44조(음화제조등)제243조의 행위에 공할 목적으로 음란한 물건을제조,소지, 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청구인의 주장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음란’ 개념은 상대적, 가변적인 것으로 형벌법규로서는 지나치게 모호하고 추상적인 것이어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성생활에 필요한 각종 기구의 판매 등을 금지함으로써 성기구 사용자들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
3. 판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연혁 및 입법취지
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형법이 제정되면서 제22장 풍속을 해하는 죄에 간통죄, 음행매개죄, 공연음란죄와 함께 음화등의 반포등죄(제243조), 음화등의 제조등죄(제244조)가 규정되었고, 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형법이 개정될 당시 형법 제22장의 명칭이 ‘성풍속에 관한 죄’로, 벌금의 단위가 ‘환’에서 ‘원’으로 변경되었고, 음란한 물건의 하나로 ‘필름’이 추가되었으며, 이를 ‘상영’하는 행위가 구성요건에 새로 규정된 후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어 오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형법 제245조의 공연음란죄와 함께 건전한 성풍속 내지 성도덕 보호를 주된 보호법익으로 하고, 공공의 성적 혐오감 내지 불쾌감을 부차적 보호법익으로 한다.
나.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1) 헌법 제12조 및 제13조를 통하여 보장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며,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헌재 2006. 7. 27. 2004헌바46 , 판례집 18-2, 68, 73 등 참조).
그러나 모든 법규범의 문언을 순수하게 기술적 개념만으로 구성하는 것은 입법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다소 광범위하여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헌법이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는 없다(헌재 2006. 7. 27. 2004헌바46 , 판례집 18-2, 68, 73 등). 그리고 법규범이 명확한지 여부는 그 법규범이 수범자에게 법규의 의미내용을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하여 예측가능성을 주고 있는지 여부 및 그 법규범이 법을 해석ㆍ집행하는 기관에게 충분한 의미내용을 규율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이 배제되는지 여부에 따라 이를 판단할 수 있는데, 법규범의 의미내용은 그 문언뿐만 아니라 입법목적이나 입법취지, 입법연혁, 그리고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해석방법에 의하여 구체화하게 되므로, 결국 법규범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위와 같은 해석방법에 의하여 그 의미내용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해석기준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헌재 2007. 7. 26. 2006헌바12 , 판례집 19-2, 70, 78).
(2) 헌법재판소는 헌재 1998. 4. 30. 95헌가16 결정에서 음란간행물을 발간한 출판사를 등록취소할 수 있도록 한 ‘출판사 및 인쇄소의 등록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제5호 중 ‘음란’ 개념이 형법 제243조의 ‘음란’ 개념과 같다는 전제하에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고, 헌재 2009. 5. 28. 2006헌바109 등 결정에서 정보통신망을 통한 음란한 부호, 영상 등을 배포ㆍ판매ㆍ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인 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
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중 ‘음란’의 개념에 대하여, 음란의 개념은 매체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지 않고 성표현물 그 자체의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함을 전제로 죄형법정주의나 표현의 자유에 있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위 2006헌바109 등 결정의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3)『사전적 의미에서 ‘음란’은 ‘사람 또는 그 행동이 성(性)에 대해 삼가지 않고 난잡한 경우나 책ㆍ그림ㆍ사진ㆍ영화 등이 그 내용에 있어서 성(性)을 노골적으로 다루고 있어 난잡한 것’으로서, 음란물은 선량한 풍속을 해한다거나 그 사회의 도덕성을 훼손한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하여 오래전부터 규제의 대상이 되어 왔다.
한편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은 ‘음란’ 개념에 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서, 표현물을 전체적으로 관찰ㆍ평가해 볼 때 단순히 저속하다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를 넘어서서 존중ㆍ보호되어야 할 인격을 갖춘 존재인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ㆍ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하여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전적으로 또는 지배적으로 성적 흥미에만 호소하고 하등의 문학적ㆍ예술적ㆍ사상적ㆍ과학적ㆍ의학적ㆍ교육적 가치를 지니지 아니하는 것을 뜻한다’고 판시하고 있다(헌재 1998. 4. 30. 95헌가16 , 판례집 10-1, 327,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6도3558 판결;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244 판결 등).
그리고 입법자가 음란에 해당하는 행위를 일일이 구체적, 서술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으로 명확성의 원칙을 관철하는 것은 ‘사회일반의 건전한 성적 풍속 내지 성
도덕’ 보호라는 입법목적의 온전한 달성을 위한 적절한 방법이라 하기 어렵고, ‘음란’의 개념과 그 행태는 사회와 시대적 변화에 따라 변동하는 상대적, 유동적인 것이고 그 시대에 있어서 사회의 풍속, 윤리, 종교 등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추상적인 것이므로, 음란에 해당하는 행위를 일일이 구체적, 서술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으로 명확성의 원칙을 관철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현저히 곤란하다.
물론 규범적 음란 개념 대신 보호법익과 표현내용에 따른 해악발생 가능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법문(法文)화ㆍ구체화하여 ‘음란’에 해당하는 행위를 구체적 유형별로 명시하는 것이 명확성을 더욱 담보할 수 있는 바람직한 입법형식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입법목적, 입법연혁,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고려한 합리적인 해석기준을 통하여 어떠한 행위가 ‘음란’한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이상 보다 구체적인 입법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 명확성의 원칙이 언제나 최상의 명확성을 요구한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헌재 2005. 6. 30. 2002헌바83 , 판례집 17-1, 812, 828-829; 헌재 2006. 11. 30. 2006헌바53 , 판례집 18-2, 516, 520-521 참조).』
(4) 관련 선례의 법률조항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과 마찬가지로 ‘건전한 성풍속 내지 성도덕을 보호하고 공공의 성적 혐오감 내지 불쾌감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호법익이 같고, 적용영역이 출판물, 정보통신망이라는 점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이므로 위 선례에서 이루어진 ‘음란’ 개념에 대한 판단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도 원용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음란’ 개념에 대하여 수범자와 법집행자에게 적정한 판단기준 또는 해석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예측이 가능하고, 이와 같은 기준에 따라 어떤 표현이나 형상이 ‘음란’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을 배제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다.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1) 제한되는 기본권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먼저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청구인과 같은 성기구 판매자의 직업수행의 자유가 제한받게 된다.
또한 위헌소원 심판청구에 의하여 확정되는 것은 심판의 대상일 뿐 해당 법률조항이 가지는 규범의 위헌성은 심판대상규범의 법적 효과를 고려하여 모든 헌법적인 관점에서 심사할 수 있고(헌재 1996. 12. 26. 96헌가18 , 판례집 8-2, 680, 690-691; 헌재 1998. 12. 24. 98헌가1 , 판례집 10-2, 819, 840 참조), 성기구의 판매 행위를 제한할 경우 성기구를 사용하려는 소비자는 성기구를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워 결국 성기구를 이용하여 성적 만족을 얻으려는 사람의 은밀한 내적 영역에 대한 기본권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제한된다고 볼 수 있다.
그 밖에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은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기본권이므로 직업수행의 자유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는 이상 이에 대하여는 따로 판단하지 않는다.
(2)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전통적 도덕관념에 따른 규범력이 현실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왜곡하는 음란한 물건이 판매되어 유통된다면 우리
사회의 성도덕이 더욱 문란하게 되거나 파괴될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한 사회적 혐오감과 불쾌감 또한 유발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음란한 물건으로부터 사회 일반의 건전한 성풍속 내지 성도덕을 보호하고 사회적 혐오감과 불쾌감 유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음란한 물건의 판매 및 판매 목적 소지행위를 금지시킬 필요성이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그 위반시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이러한 목적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3) 피해의 최소성
앞서 본 바와 같이 대법원 판결에서 들고 있는 음란물 판단기준에 의하면, 모든 성적 표현물이 음란물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물을 전체적으로 관찰ㆍ평가해 볼 때 단순히 저속하다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를 넘어서서 “존중ㆍ보호되어야 할 인격을 갖춘 존재인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ㆍ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하여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오로지 성적 흥미에만 호소하고 하등의 문학적ㆍ예술적ㆍ사상적ㆍ과학적ㆍ의학적ㆍ교육적 가치를 지니지 아니하는 것”만 음란한 물건에 해당되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법적 규제를 받게 되므로 그 요건이 매우 엄격하게 되어 있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영리’를 위한 음란한 물건 판매 행위 및 판매 목적 소지행위만을 규율하고 있을 뿐 판매 목적이 없는 음란한 물건의 단순 소지 등의 행위까지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
한편, 음화와 같이 성적인 내용을 담은 표현물과 달리 성기구는 그 자체로는 대외적으로 성적인 표현을 하는 것이 아니고 사용자의 성적 욕구 충족에 은밀하게
이용되는 도구에 불과한 것인바, 이 사건 남성용 자위기구와 같은 성기구를 ‘음란한 물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금지하는 것이 적절한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성기구에 대하여 “그 기구 자체가 성욕을 자극, 흥분 또는 만족시키게 하는 물건으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치고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한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음란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는가 하면(대법원 2000. 10. 13. 선고 2000도3346 판결),일부 성기구에 대하여는 “그 형상 및 색상 등에 있어서 여성 신체의 일부를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일반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치고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므로 음란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함으로써, ‘성기구의형상 자체의 자극과 표현의 노골성’을 기준으로 하여구체적인 사건에서음란한 물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달리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3도988 판결 등 참조).
이처럼 성기구라고 하여 무차별적으로 판매 등이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 그 형상이나 색깔, 재질 등을 살펴 형상 자체의 자극과 표현의 노골성을 이유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함으로써 음란한 물건으로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판매 등이 금지되고, 그러한 성기구를 소비자가 구입하지 못하게 될 뿐 음란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성기구 일반의 판매 또는 소지가 금지되는 것은 아닌 점, 이처럼 예외적으로 금지되는 성기구를 일반적으로 유형화하기 어려워 개별 사안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 및 성기구 사용자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여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4) 법익의 균형성
이 사건 법률조항이 영리를 목적으로 물건의 형상이나 표현에 있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ㆍ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음란물만을 규제하는 이상,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초래될지도 모르는 사익의 실질적 침해는 크지 않은 반면, 우리 사회의 성에 관한 인식이나 관념이 관대해지는 추세에 편승하여 음란한 물건을 제작ㆍ판매함으로써 상업적 이윤만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인간성을 왜곡하는 음란물로부터 사회의 건전한 성도덕을 보호하고 공공의 혐오감과 불쾌감을 방지하기 위한 공익은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법익의 균형성 역시 인정된다.
(5) 소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 및 소비자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의 보충의견이 있다.
5.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의 보충의견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뜻을 같이 하면서 다음과 같은 보충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성기구는 일반적인 성적인 표현물과는 달리 성기관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한 성적 만족감 충족이라는 목적을 위해 제작·사용되는 도구로
서, 그것은 단순한 성적인 만족이나 쾌락을 위한 경우뿐만 아니라 그 사용자가 육체적·심리적 성기능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나 일시적 혹은 상시적으로 성행위 상대가 없는 경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성기구는 인간이 은밀하게 행하기 마련인 성적 행위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매우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되는데, 이러한 사적이고도 은밀한 영역에서의 개인적 활동에는 국가가 되도록 간섭하지 않는 것이 개별적 인격체로서의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실현하는 길이 된다.
따라서 음란한 물건의 판매가 개인적인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건전한 성풍속이라는 사회의 성도덕 관념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그것을 규제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성기구의 위와 같은 특성을 고려한다면 성기구를 일반적인 성적 표현물인 음란물과 동일하게 취급하여 규제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한편, 현행 법률은성기구 전반에 관하여 일반적인 법적 규율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청소년보호법은 ‘성기구’를 청소년유해물건으로 분류하여 ‘청소년유해표시’를 하도록 하고 성기구를 취급하는 업소는 ‘청소년유해업소’로 삼아 청소년의 출입과 고용을 금지하는 동시에 성기구를 청소년에게 판매·대여·유포하는 경우를 형사처벌하도록 하고 있다(제2조, 제28조, 제58조 등 참조). 그리고 학교보건법은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에서 성기구판매업소를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제6조, 제19조 참조).
이처럼 미성숙한 청소년이 성기구에 노출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하여는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 성기구는 성적인 내용을 대외적으로 표현하는 일반적인 음란물과는 달리 사용자의 성적 욕구 충족에 은밀하게 이용되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점, 그리고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
은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적어도 공중에게 성적 혐오감을 줄 만한 성기구가 공공연하게 전시·판매됨으로써그러한 행위를 제재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이 아니라면성기구를 음란한 물건으로 취급하여 판매 등을 금지하는 일은 매우 신중히 하여야 할 것이다.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미국의 경우에는 성기구(sexual devices)는 아예 형법상 처벌되는 음란한 표현물의 개념에서 제외시켜 별도로 분류되고 있고, 독일의 경우에도 형법 개정 이후에는 질서위반법(Gesetz uber Ordnungswidrigkeiten)에 따라 성기구를 사회질서 유지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을 뿐 음란표현물과 같은 차원에서는 다루지 않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는 성기구 판매의 허용 문제를 이 사건 법률조항과 구체적인 사건에서의 법원의 판단에 따라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앞서 본 성기구의 특성을 고려할 때 성기구의 음란성에 대하여는 엄격한 해석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며, 나아가 성기구의 제작·판매·유통 전반에 관한 법령 개선을 통하여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입법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밝혀 둔다.
2013. 8. 29.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