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두26750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공2017상,766]

판시사항

[1] 단체협약에서 징계위원회 개최시한을 규정하면서 이를 위반하여 개최된 징계위원회의 징계를 무효로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경우, 징계위원회 개최시한의 기산점

[2] 징계권자가 징계사유 있는 피징계자에게 한 징계처분이 위법한 경우 및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인지 판단하는 기준

[3] 해고처분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요건으로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사회통념상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 판단하는 기준

판결요지

[1] 단체협약에서 징계위원회 개최시한을 규정하면서 이를 위반하여 개최된 징계위원회의 징계를 무효로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경우, 그 징계위원회 개최시한의 기산점은 원칙적으로 징계사유가 생긴 때이지만, 징계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정이 없어진 때부터 위 기간이 기산된다. 만일 근로자에게 징계사유가 있더라도 그 사유가 나중에 밝혀지기 전까지 징계를 할 수 없었던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면, 사용자가 징계절차를 개시해도 충분할 정도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때부터 징계위원회의 개최시한이 기산된다고 보아야 한다.

[2]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징계권자의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인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로 달성하려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3]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정당성이 인정되고, 사회통념상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근로자의 행위로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주식회사 대한관광리무진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융평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피고보조참가인, 상고인

피고보조참가인 1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호민)

피고보조참가인

피고보조참가인 2 외 2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호민)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보조참가인 1의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피고보조참가인 1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 1이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원고의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고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1) 단체협약에서 징계위원회 개최시한을 규정하면서 이를 위반하여 개최된 징계위원회의 징계를 무효로 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경우, 그 징계위원회 개최시한의 기산점은 원칙적으로 징계사유가 생긴 때이지만, 징계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정이 없어진 때부터 위 기간이 기산된다 ( 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0두20362 판결 참조). 만일 근로자에게 징계사유가 있더라도 그 사유가 나중에 밝혀지기 전까지 징계를 할 수 없었던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면, 사용자가 징계절차를 개시해도 충분할 정도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때부터 징계위원회의 개최시한이 기산된다고 보아야 한다.

(2)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의 단체협약은 징계사유와 그 절차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① 원고는 직원 중 원고의 공금을 유용착복하거나 배임한 때 징계할 수 있다(제23조 제1항 제5호). ② 조합원을 징계하고자 할 때는 반드시 징계위원회를 개최해야 하고, 징계위원회 개최 5일 전까지 징계위원 및 해당자에게 대상자의 인적사항, 징계사유, 징계위원회 개최일시와 장소를 명시한 서면으로 통보하여야 하며(제26조 제1항), 징계위원회는 징계사유 발생일부터 10일 이내에 개최해야 한다(제26조 제2항). 위 징계절차에 하자가 있을 때에는 징계위원회가 결정한 사항은 효력을 발생하지 못한다(제26조 제6항).

(나) 원고는 2008. 9. 18. 운전기사 소외 1이 제출한 공항버스 회수용 승차권에 운행 당일 이전에 발행한 승차권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자체 감사를 실시하여 운행 당일 발행되지 않은 승차권을 원고에 제출한 운전기사 소외 2 등 4인에 대하여 2008. 9. 25. 징계해고를 하였다.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버스본부 산하 대한관광리무진지회(이하 ‘노조’라 한다)는 2008. 9. 29. 원고에 ‘조합원 소외 2 등 4인은 공금 횡령사실을 부인함에도 자의적으로 횡령하였다고 판단하여 해고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이므로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통보하고, 같은 해 11. 3. ‘원고가 조합원들의 업무상횡령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강력히 투쟁하겠다’고 통보하였다.

(다) 원고는 2008. 11. 7. 운송수익금 횡령 사실을 부인한 피고보조참가인들, 소외 2 등 4인을 포함한 조합원 14명을 업무상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였다.

경찰은 피고소인들을 조사한 후 2009. 1. 6. 검찰에 각 불기소의견(혐의없음)으로 수사건의를 하였다가 재수사 지휘를 받고 추가조사를 하였고, 2009. 2. 4. 검찰에 피고소인 전원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면서 같은 날 원고에 이를 통지하였다.

원고는 위 통지를 받고 2009. 2. 12.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피고보조참가인 2, 피고보조참가인 3, 피고보조참가인 4(이하 ‘참가인 2 등 3인’이라 한다)과 소외 3에 대하여 해고를 결정하고, 같은 달 13일 위 근로자들에게 2009. 2. 20.자로 면직할 것을 통보하였다.

(라) 그 후 검찰의 약식기소, 법원의 약식명령과 정식재판청구가 있었고, 전주지방법원은 2009. 8. 11. 참가인 2 등 3인을 포함한 운전기사 총 13명의 업무상횡령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며, 항소심도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3. 3. 28. 2010도3359호 로 위 근로자들의 업무상횡령죄를 유죄 취지로 판단하여 항소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환송 후 항소심인 전주지방법원은 2013. 10. 30. 2013노343호 로 참가인 2 등 3인을 포함한 근로자들에 대하여 유죄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근로자들이 불복하여 상고하였다가 2014. 2. 13. 상고기각 판결을 선고받았다.

(3) 위에서 보았듯이 원고는 참가인 2 등 3인을 포함한 근로자들이 횡령혐의를 적극 부인하고 노조 역시 징계사유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강력하게 반발함에 따라 그 혐의를 밝히기 위하여 위 근로자들을 경찰에 고소를 하였다. 원고의 고소에 따라 경찰이 수사를 하였으나 경찰도 증거부족을 이유로 검찰에 불기소처분의 의견을 제시하였다가 검찰의 재수사 지휘를 받고 추가조사를 하여 2009. 2. 4.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였다. 원고로서는 참가인 2 등 3인에 대한 업무상횡령 혐의가 밝혀지기 전까지 징계를 할 수 없었던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고, 아무리 빨라도 경찰로부터 기소의견을 통지받은 2009. 2. 4.경에야 비로소 참가인 2 등 3인에 대한 징계절차를 개시해도 충분할 정도로 징계사유가 증명되었음을 알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원고가 그 시점부터 10일 이내인 2009. 2. 12. 징계위원회를 개최한 이상 단체협약에서 정한 징계위원회의 개최시한을 준수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4) 그런데도 원심은 참가인 2 등 3인에 대한 징계위원회 개최시한의 기산점은 늦어도 원고가 위 근로자들을 업무상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2008. 11. 7.이고, 이로부터 단체협약에서 정한 징계위원회 개최시한인 10일이 지난 후 2009. 2. 12. 개최된 징계위원회에서 한 해고 결의는 단체협약을 위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단체협약에서 정한 징계위원회 개최시한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나.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1)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징계권자의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인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로 달성하려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4두10852 판결 등 참조). 한편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정당성이 인정되고, 사회통념상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근로자의 행위로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1두10455 판결 등 참조).

(2)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참가인 2 등 3인은 승객으로부터 회수한 승차권 중 일부를 원고에 제출하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운임을 현금으로 지급한 승객이 있을 경우 가지고 있던 승차권을 승객으로부터 받은 것처럼 처리하고 현금을 원고에 입금하지 않는 방법으로, 5만 원부터 7만 5천 원을 횡령하였음을 알 수 있다. 횡령금액이 많지 않지만, 버스의 운송수익금을 수입원으로 사업을 하는 버스회사인 원고로서는 운송수익금이 제대로 납입되는 것이 경영상 매우 중요하다. 버스운전기사인 참가인 2 등 3인은 승객으로부터 승차권과 현금을 운임으로 직접 받음으로써 원고로부터 운송수익금의 관리를 전적으로 위임받고 있는데, 이를 횡령할 경우 그 액수의 다과를 묻지 않고 원고와의 신뢰관계가 깨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참가인 2 등 3인은 원고가 자체감사를 시작한 때부터 업무상횡령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때까지 비위행위를 저지른 사실을 부인하면서 원고에 부당해고로 인한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고 있어 훼손된 신뢰관계를 회복하기는 어려워졌다. 따라서 원고와 참가인 2 등 3인 사이의 고용관계는 참가인들의 귀책사유로 계속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원고가 위와 같은 사정을 징계사유로 삼아 참가인 2 등 3인을 해고한 것이 징계재량권을 벗어나거나 남용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3) 그런데도 원심은 참가인 2 등 3인에게 사회통념상 원고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징계 양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2. 피고보조참가인 1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피고보조참가인 1이 총 12회에 걸쳐 버스 운송수익금 합계 425,000원을 횡령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이를 징계사유로 삼아 해고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징계해고의 정당성 판단과 단체협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나.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원심은 제1심판결을 인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부속합의서 제8항은 합의서 작성일인 2008. 8. 20. 당시 노사관계에서 문제 되었거나 이와 관련된 사안에 관하여 원고와 이 사건 노조 사이에 면책하기로 합의한 것일 뿐, 합의 당시에 드러나지 않았던 노사관계와 무관한 근로자의 개인적인 횡령 범죄에 대해서까지 원고가 사전에 포괄하여 면책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처분문서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원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보조참가인 1의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 중 피고보조참가인 1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박병대 권순일 김재형(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