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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2007. 3. 28. 선고 2006노2898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도로교통법위반·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 상고[각공2007.5.10.(45),1111]

판시사항

[1] 교통사고에 있어 자신들이 피해자일 것이라는 일방적인 판단만으로 사고현장을 이탈한 경우, 도주 범의의 인정 여부(적극)

[2] 동승자가 교통사고 후 운전자와 공모하여 도주행위에 가담한 경우, 동승자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교통사고 후 미조치의 점에 대한 도로교통법 위반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순간적으로 발생한 교통사고에 있어 어느 쪽의 과실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하였는지에 관하여 불명확하고 분쟁의 여지가 있는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즉시 정차하여 상대 차량의 탑승자가 상해를 입었는지 여부를 살펴 구호조치 등을 취하지 아니한 채 자신들이 피해자일 것이라는 일방적인 판단만으로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면, 도주의 범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2] 동승자가 교통사고 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운전자와 공모하여 운전자 대신 차를 몰고 현장을 이탈한 경우, 운전자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종전 범행인 교통사고 발생사실을 동승자가 인식하였다 하더라도 동승자의 형사상 책임은 가담 이후의 범행에 대한 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에 국한된다 할 것이므로, 형법상 유기죄 등이 성립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동승자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는 없지만, 교통사고 후 미조치의 점에 대한 도로교통법 위반죄의 공동정범으로는 처벌할 수 있다.

피 고 인

피고인 1외 1인

항 소 인

피고인들 및 검사(피고인 2에 대하여)

검사

조홍용

변 호 인

법무법인 창공 담당변호사 박해봉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부분을 모두 파기한다.

피고인 1을 벌금 5,000,000원에, 피고인 2를 벌금 2,000,000원에 각 처한다.

피고인들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각 금 5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들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들에 대하여 위 각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및 원심판결의 요지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은 경북 칠곡군 석적면 중리에 있는 평소 알고 지내던 공소외 1의 집에서 같은 군 왜관읍 매원리에 있는 피고인 2의 집으로 가기 위해 (차량번호 생략) 에스엠파이브 승용차를 운전하고, 피고인 2는 조수석에 앉아 길을 모르는 피고인 1에게 진행할 방향을 가르쳐 주면서 동승하고 있던 중,

(1) 피고인들은 각 자동차운전면허 없이, 공모하여, 2005. 11. 9. 06:40경 피고인 1은 위 자동차를 운전하여 경북 칠곡군 석적면 중리 소재 광암교 사거리 앞 편도 2차로 길을 장곡초등학교 쪽에서 남구미대교 쪽으로 2차로를 따라 직진함에 있어 전방 및 좌우를 잘 살피지 아니한 업무상 과실로, 위 광암교 사거리를 우방신천지아파트 쪽에서 부영아파트 쪽으로 직진하던 피해자 공소외 2 운전의 경북 34모2581호 엑스트렉 승용차 좌측 앞부분을 피고인 1 운전의 승용차 좌측 뒷부분으로 들이받아 피해자 공소외 2로 하여금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추염좌 등의 상해를 입게 함과 동시에 피해자 공소외 3 소유의 위 엑스트렉 승용차 앞 범퍼 등을 수리비 1,634,974원 상당이 들도록 손괴한 후 현장에서 이탈할 생각으로 피고인 2에게 부탁하여, 피고인 2는 피고인 1과 자리를 바꾸어 위 에스엠파이브 승용차를 운전하여 감으로써 교통사고를 야기하고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도주하고,

(2) 피고인 1은 위와 같은 교통사고를 야기하여 동승자인 피고인 2로 하여금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요추 염좌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

나.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죄는 과실범과 고의범의 결합범으로 운전자의 업무상과실치상 행위는 구성요건의 일부인데, 피고인 2는 위 교통사고(이하 ‘이 사건 교통사고’라고 한다) 당시 위 에스엠파이브 승용차(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고 한다)를 운전하지도 않았고, 피고인 2가 조수석에 앉아 길을 가르쳐 주었다는 것만으로는 피고인 2에게 운전자인 피고인 1과 운전행위를 함께 하였다거나 운전업무상 공동의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 2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상 행위는 인정될 수 없으며, 피고인 2가 이 사건 교통사고 후 이 사건 차량을 몰고 가 사고 현장을 이탈하였다 하더라도 행위책임제한원칙에 비추어 피고인 2를 도주차량죄의 공동정범으로 보기도 어렵다 하여, 교통사고 후 미조치의 점에 대한 도로교통법 위반죄와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는 피고인 2에 대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죄에 대하여는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고, 피고인들에 대한 나머지 각 공소사실에 관하여는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1) 피고인 1

이 사건 교통사고는 교차로에서 전방 및 좌우를 잘 살피지 아니한 채 그대로 진행한 피해자 공소외 2의 일방적인 과실로 인하여 발생하였으므로, 피고인 1은 오히려 교통사고의 피해자에 불과하고, 당시 무면허운전을 한 점이 마음에 걸려 피해를 입고도 신고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이탈한 것일 뿐이지 도주의 범의가 없었음에도, 원심은 피고인 1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피고인 2

이 사건 교통사고는 피해자 공소외 2의 과실로 야기된 것이고, 더욱이 피고인 2는 이 사건 교통사고의 피해자에 불과하여 구호조치를 받아야 할 대상일 뿐, 구호조치의 의무자가 아니며, 이 사건 교통사고 후 이 사건 차량이 도로중앙선에 물려 있어 새로운 교통사고를 유발할 위험이 있었던 관계로 피고인 1과 자리를 바꿔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여 사고 현장을 이탈한 것일 뿐 도주의 범의가 없었고, 더욱이 이러한 행위는 도로교통법의 취지에도 부합하며, 또한 교통사고 후 미조치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죄는 ‘미조치’라는 소극적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지 피고인 2의 위와 같은 적극적인 위험도피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 2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교통사고 후 미조치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죄에 관하여 피고인 1의 도주행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공동정범으로 판단하여 유죄를 인정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검 사

피고인 2는 이 사건 차량에 단순히 동승하는 차원을 넘어서 운전자인 피고인 1에게 길을 가르쳐 주고 이 사건 교차로 내에서의 진행방향도 지시하는 등 피고인 1의 운전행위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였으므로, 피고인 2에게 이 사건 교통사고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이 있고,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후에도 피고인 2가 피고인 1을 대신하여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여 그 현장을 이탈하였으므로, 피고인 2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죄가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 2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의 점에 관하여 무죄로 판단하였으므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피고인들)

설령 원심판결에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가 없다 하더라도, 이 사건 여러 양형조건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피고인 1에 대하여 선고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준법운전강의 수강명령 24시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의 형 및 피고인 2에 대하여 선고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준법운전강의 수강명령 24시간, 사회봉사명령 80시간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모두 부당하다.

3. 판 단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점

(1) 이 사건 교통사고가 공소외 2의 일방적인 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것인지 여부

원심이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마쳐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의 발생경위를 살피건대, 충돌부위가 공소외 2 운전의 차량 왼쪽 앞 범퍼 부분과 피고인 1 운전의 이 사건 차량 왼쪽 뒷부분으로서 이점에 국한하여 보면, 이 사건 교통사고가 공소외 2의 일방적인 과실에 기인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없지 않으나, 반면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교통사고는 점멸신호등이 작동하는 각 방향 편도 2차로(왕복 4차로)의 네거리 교차로 한 가운데에서 일어났는데, 교차로 내의 충격지점은 장곡초등학교 쪽에서 남구미대교 쪽으로 2차로를 따라 진행하던 이 사건 차량이 교차로 입구의 정지선에서 10.7m, 광암교 쪽에서 부영아파트 쪽으로 1차로를 따라 진행하던 공소외 2 운전차량이 교차로 입구의 정지선에서 20.1m 각 떨어진 곳이고(실황조사서 참조), 이 사건 차량의 충돌부위도 중간부분을 공소외 2 운전차량에 부딪혀 긁히면서 이 사건 차량의 뒷 범퍼가 떨어져 나갔는바, 이와 같이 공소외 2 운전차량이 충격지점까지 교차로 내부에 진입한 거리가 이 사건 차량보다 더 긴 점에 비추어 공소외 2의 차량이 먼저 교차로에 진입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점(피고인들은, 공소외 2 운전차량의 진행방향이 이 사건 차량의 진행방향에 비하여 내리막이라는 것 외에 별다른 근거 없이 위 실황조사서와는 달리 이 사건 차량의 교차로 내 진입거리가 21.3m 가량으로 공소외 2 운전차량의 그것보다 더 길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받아들이기 어렵다), ② 당시 주변의 지리를 잘 모르는 피고인 1은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여 이 사건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 2차로를 진행하면서 목적지로 가기 위해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해야 할 상황에서, 이 사건 차량이 진행하던 것과 같은 방향으로 1차로를 앞서 진행하여 가던 번호불상의 화물차량이 좌회전 깜박이를 넣으며 서행하다가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에 정차하여 대기하고 있었음에도, 피고인 1은 이 사건 차량을 그대로 운전하여 교차로에 진입하였고, 이때 피고인 2는 이를 제지하는 등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일관하여 진술하는 점, ③ 피고인들은 자신들이 이 사건 교통사고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면서도 경찰에 사고를 신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더욱이 그날 오후 이 사건 사고 현장에서 이 사건 차량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뒷 범퍼 등 파편물을 수거하여 제3의 장소에 이를 놓아두고 마치 주차 중에 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그 다음날 보험회사에 허위로 신고한 점, ④ 피고인 1은 경찰에서의 제2회 피의자신문조사시 피고인 2가 이 사건 차량을 처음부터 운전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를 일으켜 그 사고 경위를 잘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다가 이후 자신이 운전하였다고 말을 바꾸어 그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 점, ⑤ 이 사건 교통사고 후 공소외 2의 신고를 받고 사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인 원심 증인 공소외 4는 사고 지점이나 차량 충돌부위, 사고 후 피고인들이 현장을 이탈한 정황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 1의 과실로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진술하는 점(따라서 이 점에서도 피고인들로서는 위 실황조사서가 공소외 2의 일방적인 진술에 기초하여 허위로 작성되었다고 주장하며 이를 탓할 수는 없다 하겠다) 등을 종합하여 감안하면, 비록 이 사건 교통사고의 발생에 있어 공소외 2 운전차량과 이 사건 차량이 기여한 과실비율에 관하여 달리 판단할 여지는 있을지언정 이 사건 교통사고가 공소외 2의 일방적인 운전상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교차로를 진행함에 있어 전방 및 좌우주시의무를 게을리 한 피고인 1의 운전상의 과실 역시 일정 부분 기여하였다고 인정함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교통사고가 공소외 2의 일방적인 과실로 발생한 것임을 전제로 한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은 모두 그 이유가 없다.

(2) 피고인 1의 행위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도주한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이 정하는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구 도로교통법(2005. 5. 31. 법률 제7545호로 전문 개정되어 2006. 6. 1. 시행되기 전의 것) 제50조 제1항 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고 함은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구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 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므로, 위 도주운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에게 사상의 결과가 발생하여야 하고, 생명ㆍ신체에 대한 단순한 위험에 그치거나 형법 제257조 제1항 에 규정된 ‘상해’로 평가될 수 없을 정도의 극히 하찮은 상처로서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는 것이어서 그로 인하여 건강상태를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위 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고(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3910 판결 참조), 또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제2호 의 도주차량 운전자의 가중처벌에 관한 규정의 입법 취지와 그 보호법익 등에 비추어 볼 때,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나이와 성별, 상해의 부위 및 정도, 사고 뒤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고운전자가 실제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구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 의 규정에 따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제2호 위반죄가 성립된다 할 것이다(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도2001 판결 , 2002. 10. 22. 선고 2002도445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 및 당심의 왜관정형외과의원에 대한 사실회보결과 및 공소외 2에 대한 서면질의회보 등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들은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이 사건 차량의 뒷 범퍼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고 따라서 마땅히 상대차량의 탑승자 역시 큰 충격을 입었으리라는 것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바꾸어 현장을 이탈하였을 뿐 아니라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경찰에 이 사건 교통사고를 신고하지 않았음은 물론, 그 다음날 보험회사에 허위로 신고를 한 점, ② 원심 증인 공소외 4는 공소외 2의 사고 신고를 받고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한지 약 10분 후 사고 현장에 출동하였음에도 피고인들과 이 사건 차량을 찾지 못하였고, 이 사건 교통사고 후 경북 칠곡군 왜관읍 왜관리에 있는 왜관초등학교 앞 노상을 순찰 중이던 경찰관이 뒷 범퍼가 떨어져 나간 이 사건 차량을 의심하여 근무수첩에 기재하고 112 지령실에 연락한 결과 도주차량으로 판단하고 수배함에 따라 이 사건이 비롯된 점, ③ 피고인 1은 경찰에서의 제2회 피의자신문조사시 자신은 사고 경위를 잘 모르고 피고인 2가 이 사건 교통사고를 일으킨 후 사고장소 쪽으로 가지는 않았으며, 차 옆에서 한 번 쳐다보았을 뿐이고, 이 사건 교차로 근처인 광암교 다리 위에서 차량을 정차한 것 같지는 않으며, 그곳을 지난 어느 지점에서 잠시 정차하였다가 이 사건 차량의 손괴정도를 확인하고 다시 왜관 쪽으로 갔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④ 공소외 2는 이 사건 교통사고 당일 사고현장조사에 참여한 이후 경찰에서 피해자로서 진술하기 전인 11:30경 왜관정형외과의원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의사는 공소외 2에 대하여 이학적검사 및 방사선검사 등을 통하여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정도의 경추염좌, 몸의 동통, 운동제한 등의 증상으로 2주간의 안정가료를 요한다는 진단을 내렸으며, 실제로 공소외 2는 같은 날부터 2005. 12. 1.까지 통원하며 약물 및 물리치료를 받았으며 사고 직후 며칠간은 회사도 결근한 점 등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하여 공소외 2가 입은 상해는 형법 제257조 제1항 에 규정된 상해로 평가될 수 없을 정도의 극히 하찮은 상처로서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는 것이어서 그로 인하여 건강상태를 침해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라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실제 구호의 필요성도 있다고 할 것이고, 나아가 이 사건 차량의 뒷 범퍼가 떨어져 나갈 정도의 큰 충격으로 상대차량의 탑승자 역시 상해를 입었을 것임이 분명한 상황에서 피고인 1이 사고 직후 차량에서 내리거나 피해상태를 확인하지도 아니한 채 피고인 2와 자리를 바꾸어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여 감으로써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면, 피고인 1의 이러한 행위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도주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설령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순간적으로 발생한 교통사고에 있어 어느 쪽의 과실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하였는지에 관하여 불명확하고 분쟁의 여지가 있는 상태였다고 하더라도, 즉시 정차하여 상대 차량의 탑승자가 상해를 입었는지 여부를 살펴 구호조치 등을 취하지 아니한 채 자신들이 피해자일 것이라는 일방적인 판단만으로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면, 도주의 범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도 이유 없다.

(3) 피고인 2를 피고인 1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죄에 대한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죄는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피해자를 다치게 한 후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하는 등의 방법으로 도주한 경우에 성립하는 과실범과 고의범의 결합범으로서, 운전자의 업무상과실치상 행위는 피해자 구호 등의 조치의무위반 행위와 더불어 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죄에 관한 구성요건해당행위의 일부를 이룬다고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운전자의 부탁으로 차량의 조수석에 동승한 후 운전자의 차량운전행위를 살펴보고 잘못된 점이 있으면 이를 지적하여 교정해 주려 했던 것에 그치고, 전문적인 운전교습자가 피교습자에 대하여 차량운행에 관해 모든 지시를 하는 경우와 같이 주도적 지위에서 같은 차량을 운행할 의도가 있었다거나 실제로 그 같은 운행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면, 그 같은 운행 중에 야기된 사고에 대하여 동승자에게 과실범의 공동정범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할 것인바( 대법원 1984. 3. 13. 선고 82도313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피고인 1이 운전상의 과실로 이 사건 교통사고를 일으킨 직후 동승한 피고인 2가 교통사고 후 피고인 1과 공모하여 자리를 바꾸어 대신 운전하여 감으로써 피고인 1의 도주행위에 가담하였다고 하더라도, 동승자였던 피고인 2가 운전자였던 피고인 1의 과실에 의한 교통사고를 서로의 의사연락하에 이룩하여 범죄가 되는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것이 아니라면, 교통사고에 관한 과실범의 공동정범은 성립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 2가 이 사건 차량의 조수석에 동승하여 피고인 1에게 길을 가르쳐 주는 등의 역할을 한 것만으로는 피고인 2가 운전자인 피고인 1과 이 사건 차량의 운전행위를 함께 한다거나 운전업무상 공동의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차량이 이 사건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에는 피고인 2가 피고인 1에게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피고인들이 일관하여 진술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2의 업무상과실치상 행위는 인정될 수 없으므로, 피고인 2에게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죄에 관한 구성요건해당행위가 결여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아가 도주행위에 가담한 동승자가 비록 운전자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종전 범행인 교통사고 발생사실을 인식하였다 하더라도 그 형사상 책임은 가담 이후의 범행에 대한 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에 국한된다 할 것이므로, 운전자가 아닌 동승자가 교통사고 후 운전자와 공모하여 도주행위에 가담하였다 하더라도 형법상 유기죄 등이 성립함은 별론으로 하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는 없는 법리이므로, 이 부분 검사의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 역시 그 이유가 없다.

(4) 피고인 2에 대한 교통사고 후 미조치로 인한 도로교통법위반죄의 성부

구 도로교통법(2005. 5. 31. 법률 제7545호로 전문 개정되어 2006. 6. 1. 시행되기 전의 것) 제50조 제1항 은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ㆍ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경우, 그 차의 운전자나 승무원은 즉시 정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같은 법 제106조 에 의하여 이를 처벌하고 있다.

위 죄는 교통사고를 야기한 운전자 또는 차량의 안전운행에 공동 책임이 있는 승무원의 지위에 있는 자가 교통사고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형법 제33조 본문 소정의 신분관계로 인하여 성립될 범죄에 해당하는데, 피고인 2는 앞서 살펴 본 것처럼 단순 동승자에 불과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를 야기한 운전자나 승무원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교통사고 후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하는 방법으로 피고인 1의 도주행위에 가담하였으므로, 이는 형법 제33조 소정의 신분관계로 인하여 성립되는 피고인 1의 범죄에 가공한 행위에 해당하여 신분관계가 없는 피고인 2에 대하여도 형법 제30조 에서 정한 공동정범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 할 것이다.

설령 피고인 1의 교통사고 후 미조치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죄가 부작위범이라 하더라도, 피고인 2는 위와 같은 운전행위를 작위의 방법으로 실행함으로써 부작위범에 가담한 것이고, 이러한 작위범으로 부작위범에 가담하기 위해서는 부작위범에서 요구되는 ‘구호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가 필요하지 아니므로, 피고인 2가 이 사건 교통사고의 피해자에 불과하여 운전자나 승무원의 지위에 있지 않아 구호의무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2가 적극적인 작위범의 형태로 가담한 이상 피고인 2를 교통사고 후 미조치의 점에 대한 도로교통법 위반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에 대한 피고인 2의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 또한 그 이유가 없다.

나. 양형부당의 점

다만, 피고인들이 모두 무면허인 상태에서 이 사건 교통사고 후 자리를 바꾸어 운전하여 가는 방법으로 현장을 이탈하여 사고야기자의 확정을 곤란하게 하였을 뿐 아니라 교통사고 이후나 수사과정 및 원심과 당심의 재판과정을 통하여 석연치 아니한 행동이나 일관성 없는 진술로 혼선을 초래하는 등 그 죄질이나 가벌성의 정도가 가볍지는 않으나, 반면 피고인들은 모두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고, 이 사건 교통사고가 오로지 피고인 1의 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피해자 공소외 2나 피고인 겸 피해자인 2의 상해 정도가 비교적 경미하고, 또 피고인들은 연인 사이로서 사고를 일으켜 당황하는 피고인 1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앞선 나머지 그와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그 동기에 참작할 바가 있는 점 및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 후 오랜 기간 지속된 수사 및 재판을 통하여 피고인들 모두 적지 않은 육체적ㆍ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인 점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된다.

4. 결 론

따라서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따라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유죄부분에 대한 피고인들의 양형부당에 관한 항소는 모두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에 기재되어 있는 바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 에 의하여 이를 모두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 법조

가. 피고인 1의,

피해자 공소외 2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상 후 도주의 점 :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제2호 , 형법 제268조

나. 피고인들의,

1. 상상적 경합 (피고인 1에 대하여)

형법 제40조 , 제50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죄와 교통사고 후 미조치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죄 사이, 형이 더 무거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1. 형의 선택 (피고인들의 위 각 죄에 대하여)

각 벌금형 선택

1. 경합범 가중 (피고인들에 대하여)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피고인 1에 대하여는 형이 가장 무거운 판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죄에 경합범 가중, 피고인 2에 대하여는 형이 더 무거운 판시 교통사고 후 미조치로 인한 도로교통법 위반죄에 정한 형에 두 죄의 다액을 합산한 범위 내에서 경합범 가중}

1. 노역장유치 (피고인들에 대하여)

1. 가납명령 (피고인들에 대하여)

무죄부분

피고인 2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의 점에 대한 요지는 제1. 가.항의 해당부분의 기재와 같은바, 앞서 제3. 가. ⑶항의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부분에서 보듯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할 것이나, 이와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는 판시 교통사고 후 미조치로 인한 도로교통 법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하였으므로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세율(재판장) 김유경 강현구

심급 사건
-대구지방법원 2006.9.15.선고 2006고단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