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물철거및토지인도등·지상권설정등기][미간행]
[1] 계약서에 의해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계약으로 인한 법률효과를 제대로 알지 못한 경우 계약의 효력
[2]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성립요건
[3] 이른바 표시상의 착오의 경우 취소권 행사에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를 적용하여야 하는지 여부 및 착오가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있다고 하기 위한 요건
[1]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다96291, 96307 판결 (공2009상, 748) [2] 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다38927 판결 (공2002하, 2793) 대법원 2011. 9. 8. 선고 2011다35722 판결 [3] 대법원 1998. 2. 10. 선고 97다44737 판결 (공1998상, 686)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43824 판결 (공2005하, 1025)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6다41457 판결 (공2007상, 120)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융웅)
주식회사 함평태양광발전소의 소송수계인 주식회사 삼천리이에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사랑 담당변호사 이병돈)
전남 함평군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바른길 담당변호사 나양명)
원심판결 중 본소 및 반소에 관한 원고(반소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계약의 성립을 위한 의사표시의 객관적 합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처분문서인 계약서가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서에 기재된 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 및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고,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당해 계약으로 인한 법률효과에 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계약체결에 관한 의사표시의 착오 문제가 될 뿐이다 (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다96291, 96307 판결 참조).
위 법리와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볼 때,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가 2008. 3. 28.경 피고(반소원고) 회사(이하 ‘피고 회사’라고만 한다)와 사이에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지상권자를 피고 회사로, 목적을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의 소유로, 존속기간을 계약일로부터 30년으로, 지료는 부담하지 않기로 하는 지상권설정계약(이하 ‘이 사건 지상권설정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고 본 원심의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넘어 사실을 인정한 위법 등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가. 불공정한 법률행위 주장에 관하여
민법 제104조 에 규정된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 그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약자적 지위에 있는 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한 폭리행위를 규제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피해 당사자가 궁박한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상대방 당사자에게 그와 같은 피해 당사자 측의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 즉 폭리행위의 악의가 없었다거나 또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면 민법 제104조 에 규정된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 ( 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다38927 판결 , 대법원 2011. 9. 8. 선고 2011다35722 판결 등 참조).
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지상권설정계약이 원고의 궁박, 경솔, 무경험 상태에서 이루어진 폭리행위로서 피고 회사가 원고의 이러한 궁박 등의 상태를 이용하여 이 사건 지상권설정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원심이 원고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의 항변을 배척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나.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 주장에 관하여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이 사건 지상권설정계약 체결 당시에는 피고 회사와의 이 사건 계약 내용을 모르고 이 사건 지상권설정계약서에 날인하였다는 것이 원고의 주장이고, 이러한 원고의 주장은 원고의 의사와 달리 표시된 이 사건 지상권설정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취지여서 의사와 표시의 불일치를 주장하는 착오의 문제이지 기망에 의한 의사표시의 문제는 아니라고 볼 수 있고(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43824 판결 참조), 피고 전남 함평군(이하 ‘피고 함평군’이라고만 한다)이 원고에게 어떠한 기망행위를 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원심이 피고들의 사기에 의하여 이 사건 지상권설정계약이 체결된 것이라는 원고의 항변을 배척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다.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주장에 관하여
1) 강학상 기명날인의 착오(또는 서명의 착오), 즉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의사와 다른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내용의 서면에, 그것을 읽지 않거나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채 기명날인을 하는 이른바 표시상의 착오는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를 적용하여 취소권 행사의 가부를 가려야 한다 (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43824 판결 참조). 또한 착오에 의한 법률행위의 취소가 인정되려면 착오가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있어야 할 것인데( 민법 제109조 제1항 ), 착오가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표의자에 의하여 추구된 목적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볼 때 표시와 의사의 불일치가 객관적으로 현저하여야 하고, 보통 일반인이 표의자의 입장에 섰더라면 경제적인 불이익을 입게 되는 결과 등을 가져오게 됨으로써 그와 같은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여겨져야 한다 ( 대법원 1998. 2. 10. 선고 97다44737 판결 ,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6다41457 판결 등 참조).
2) 한편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2008. 3. 28.경 피고 회사와 이 사건 지상권설정계약을 체결하기 얼마 전인 2007. 12. 17. 피고 함평군과 이미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임대기간 2007. 12. 1.부터 2010. 11. 30.까지 3년, 연 차임 300만 원의 임대차계약(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한 상태였고(다음 계약을 체결할 경우 연 차임을 인상하기로 약정하였다), 원고가 피고 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지상권설정계약서를 작성하기에 앞서 어떠한 협상을 한 적이 있다고 보이지는 아니하며, 피고 함평군은 피고 회사에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지상권을 설정해 줄 의무를 부담하였지만 원고에게 이에 대하여 언급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 원고의 입장에서 피고 회사와 이 사건 지상권설정계약을 체결할 필요성이 보이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설정기간을 30년으로 하고 더구나 무상으로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다) 원고는 계약기간 3년, 총임료 900만 원(연 차임 300만 원)으로 정하여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피고 회사 또는 피고 함평군으로부터 아무런 반대급부를 받기로 한 적도 없는데 계약 체결 전에 교섭한 적이 없는 피고 회사에 무상으로 30년간 지상권을 설정해 준다는 것은 경험칙상 지극히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라)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만료될 무렵인 2010. 10. 25. 피고 함평군에게 갱신거절 통지를 하였고, 이에 피고 함평군은 2010. 11. 2. 재계약 협의 요청을 하였으며, 다시 피고 함평군 소속 재산관리담당 공무원 소외인이 2010. 12. 7. 원고에게 반환 약정까지 한 사실을 알 수 있는데, 만약 원고가 이 사건 지상권설정계약 내용을 알고 이 사건 지상권설정계약서에 날인을 하였다면 원고가 이와 같이 피고 함평군에 대하여 갱신거절 등의 통지를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3) 위 법리 및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지상권설정계약서에 표시된 내용을 알지 못한 채 이 사건 지상권설정계약서에 날인을 하였고, 원고는 이 사건 지상권설정계약서의 표시와는 달리 이 사건 지상권설정계약의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단할 수 있고, 원고가 이 사건 지상권설정계약서 내용대로 피고 회사에 무상으로 30년간 지상권을 설정해 주는 것을 알았더라면 위와 같이 날인을 하지는 않았을 것임이 명백하다고 볼 정도로 표시와 의사의 불일치가 객관적으로 현저하며, 잘 알지 못하는 피고 회사에 무상으로 30년의 지상권을 설정해 줌으로써 원고로서는 중대한 경제적인 불이익을 입게 되는데 일반인이 원고의 입장에 섰더라면 그와 같은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보인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지상권설정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의 취소 항변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에는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그에 따른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4) 그리고 원심은 원고의 피고 함평군에 대한 이 사건 공작물 철거 청구에 관하여 이 사건 지상권설정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함을 전제로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그에 따른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지상권설정계약이 유효하다고 인정한 잘못이 위와 같은 원심판단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본소 및 반소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