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미간행]
피고인
피고인 및 검사
곽규홍
법무법인 바른 담당변호사 석호철외 2인
서울서부지방법원 2006. 12. 21. 선고 2006고합88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1. 항소 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가) 공소사실 제1항, 제2항 관련하여
① 피고인과 공소외 1, 안신물류 주식회사 사이에 명의신탁관계 없음
공소외 1이나 안신물류 주식회사(이하 안신물류라 한다)가 피고인에게 이 사건 주식을 명의신탁한 적이 없다.
그렇지 않다고 하여도, 아람파이낸셜서비스 주식회사(이하 아람파이낸셜이라 한다)와 공소외 1 사이에 작성된 금전대차계약서 및 아람파이낸셜과 안신물류 사이에 작성된 금전대차계약서에는 “본 계약은 당사자들간의 최종 합의로써 이전의 모든 의사전달 및 합의를 대체한다”라는 내용이 있으므로, 위와 같은 합의에 의해 아람파이낸셜과 공소외 1, 안신물류 사이의 법률관계는 모두 소비대차관계로 변경되었다.
설사 아람파이낸셜과 공소외 1, 안신물류 사이에 묵시적 명의신탁 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구조조정전문회사가 아닌 일반 개인이 구조조정전문회사에 명의신탁을 하는 방법으로 구조조정대상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구조조정전문회사의 등록요건, 준수사항 등을 규정한 산업발전법에 위배되므로, 그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이다.
또한, 피고인은 공소외 1, 안신물류와 이 사건 주식의 인수나 명의신탁에 관하여 논의한 사실이 없고 공소외 2를 통해 투자금을 전달받았을 뿐이며 공소외 2와 공소외 1, 안신물류 사이의 약정을 모르고 공소외 2가 공소외 1, 안신물류의 대리인임을 피고인에게 나타내지 않았으므로, 만약 명의신탁계약이 성립한다면 피고인과 공소외 2 사이에 명의신탁관계가 성립할 수 있을 뿐이다.
② 피고인에게 명의신탁 약정이 있었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없음
설사 이 사건 주식에 관하여 묵시적 명의신탁 약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아람파이내셜과 공소외 1, 안신물류 사이에 금전대차계약서가 작성되어 피고인은 이 사건 거래가 금전 차용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③ 합유재산 반환 청구 안 됨
원심은 공소외 1과 안신물류가 아람파이낸셜 명의로 신호제지 주식회사(이하 신호제지라 한다)의 주식을 취득·보유한 것은 신호제지의 경영권 확보·유지를 공동의 사업목적으로 하는 동업관계 하에 자금을 투자한 것이므로 공소외 1과 안신물류의 신탁주식은 합유재산이라 보았는데, 신호제지의 경영권을 확보·유지하기 위해 출자한 사람은 공소외 1과 안신물류뿐만이 아니라 아람파이낸셜, 아람제1호구조조정조합(이하 아람조합이라 한다), 한국캐피탈 주식회사(이하 한국캐피탈이라 한다), 신한캐피탈 주식회사(이하 신한캐피탈이라 한다), 피난사 등 아람컨소시엄 전체이므로 동업관계의 주체는 아람컨소시엄 전체로 보아야 하고, 조합계약에서는 조합의 해산청구, 조합으로부터 탈퇴, 다른 조합원의 제명은 가능하나 조합계약을 해제하고 상대방에게 원상회복의무를 지울 수는 없으므로 공소외 1과 안신물류는 자신들이 출자하여 형성된 조합재산의 반환을 구할 수 없다.
④ 단순한 반환 거부는 횡령이 아님
반환거부 행위가 횡령행위와 같다고 볼 수 있을 정도에 이르러야 횡령죄로 처벌할 수 있는데, 피고인은 이 사건 주식의 반환을 단순히 거부한 것일 뿐이고 이 사건 주식을 적극적으로 처분한 것은 아니며 공소외 1과 안신물류에 대한 채무 자체를 완전히 부인한 것도 아니므로 피고인의 행위를 횡령행위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⑤ 불법영득의사가 없음
불법영득의사란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권한 없이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는데, 피고인이 이 사건 주식을 처분할 의사가 전혀 없었고, 이 사건 명의신탁의 존재 자체가 불분명하고 명의신탁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신탁자가 누구인지 불분명하며 위와 같은 금전대차계약서까지 존재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주식의 반환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있고 이 사건 주식에 대한 불법영득의사는 없다.
⑥ 주식 반환의 이행기 미도래
피고인과 공소외 1, 안신물류 사이에 신호제지의 구조조정작업 완료 시까지 이 사건 주식의 반환 요청을 하지 않기로 하는 묵시적 약정이 있었으므로 피고인은 공소외 1, 안신물류의 주식 반환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
⑦ 횡령금액이 잘못됨
피고인은 채무 자체를 부인한 적은 없고 차용금으로 인정하여 원리금을 반환할 의사를 수회 피력했으므로, 설사 피고인이 이 사건 주식을 횡령했다고 하더라도 그 이득액은 이 사건 주식의 대금과 피고인이 현금으로 지급하려고 한 원리금의 차액에 한한다.
(나) 공소사실 제1항 관련하여
공소외 1이 출자했다고 주장하는 신호유화 주식회사(이하 신호유화라 한다)의 주식을 매수하는데 사용했으므로 신화유화 주식의 명의신탁은 성립할 수 있을지 몰라도 아람파이낸셜 주식의 명의신탁은 성립될 수 없다.
(다) 공소사실 제3항 관련하여
① 선관주의의무 위배 안 함
산업발전법은 기업구조조정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은 기업구조조정조합에 출자되는 자금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출자자의 이익”을 위해 관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피고인은 이 사건 조합원들이 1주당 6,100원에 매각하려던 주식을 1주당 7,500원에 매각하여 조합원들에게 나누어 주었으므로 이 사건 주식 매각은 출자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업무집행조합원으로서는 출자자의 이익이 된다면 출자자의 반대의사표시는 고려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서는 공소외 2의 반대의사만 있을 뿐 출자자의 반대의사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② 이 사건 조합원총회 결의는 산업발전법에 위반되어 무효
아람조합이 2005. 10. 7. 조합원총회의 결의를 통해 업무집행조합원의 대리권을 제한하도록 조합규약 변경하였으나, 위 조합규약은 산업발전법에 저촉되어 무효이므로 피고인은 위 조합규약과 관계없이 업무를 집행할 수 있다.
③ 법률의 착오
피고인은 국내 굴지의 대형 법무법인으로부터 이 사건 주식을 매각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듣고 이 사건 주식을 매각했으므로,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하였고 이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
④ 범의 및 불법영득의사가 없음
불법영득의사란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권한 없이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여기서 말하는 자신의 소유인 것처럼 처분한다는 것은 단순히 환가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마치 자기 것인 양 사용할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지 단지 주식을 현금으로 환가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까지 자신 소유인 것처럼 처분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주식을 현금으로 환가해 두었다고 하여 이 사건 주식을 횡령할 범의나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
⑤ 긴급피난 내지 자구행위
이 사건 당시 공소외 2를 경영에서 배제하는 것이 신호제지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으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주식을 매각한 것은 긴급피난 내지 자구행위에 해당한다.
⑥ 이득액이 없음
실제로 매각한 주식 대금은 전부 조합원들에게 배분되었으므로 피고인은 이 사건 주식의 매각으로 이득한 것이 전혀 없다.
(라) 모든 공소사실 관련하여
자본의 구성단위 또는 주주권을 의미하는 주식은 재물이 아니므로 횡령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은 무거워 부당하다.
나. 검사
원심의 형은 가벼워 부당하다.
2. 판단
가. 공소사실 제1항에 대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아람파이낸셜 주식 인수대금으로 39억 3,000만 원을 받아 아람파이낸셜의 증자를 하면서 공소외 1 소유인 아람파이낸셜 주식을 명의신탁받아 업무상 보관 중 2005. 8. 9.경 공소외 1에게 위 39억 3,000만 원은 아람파이낸셜 주식 인수대금이 아니라 차입금이라고 주장하면서 명의신탁 사실을 부인하고 주식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아람파이낸셜 주식 39억 3,000만 원 상당을 횡령하였다는 것이다.
먼저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에 아람파이낸셜 주식에 대한 명의신탁 약정이 있었는지에 관하여 살핀다.
원심은, ① 공소외 2와 공소외 1이 주도적으로 아람조합과 아람컨소시엄을 구성하였고 피고인은 명의를 빌려 주는 외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은 점, ② 아람파이낸셜은 이 사건 당시 자본금이 부족하여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로 등록을 반납한 상태여서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로서 신호제지를 인수하기 위하여는 50억 원의 증자대금이 필요하였는데, 이 중 공소외 1이 39억 3,000만 원을 지급하였고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교부받은 39억 3,000만 원을 아람파이낸셜의 증자대금으로 사용한 점, ③ 신호제지의 신채권단이 2004. 11. 23. 신호제지와 1,450억 원 및 미화 1억 달러를 대출하는 약정을 체결하면서 아람파이낸셜과 아람조합의 신호제지에 대한 지분비율을 33%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조건으로 하였고, 또한 아람컨소시엄에 150억 원을 투자하여 신호제지 주식 2,830,188주를 매수한 한국캐피탈과 70억 원을 투자하여 1,320,754주를 매수한 신한캐피탈(신한조합 명의 포함)이 아람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아람파이낸셜로부터 담보제공을 요청하였기 때문에 아람파이낸셜 명의로 신호제지 주식을 취득하여야 할 사정이 있었던 점, ④ 구채권단은 아람컨소시엄에 대하여 신호제지의 구사주인 공소외 2 및 공소외 2의 특수관계인과 관련된 자금을 주식인수대금에 투입하지 않을 것을 아람컨소시엄에 요청하였기 때문에 공소외 2의 지인인 공소외 1 명의로는 아람파이낸셜의 주식을 취득하기 어려웠던 사정이 있었던 점, ⑤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금원을 보내기 전에 이자, 변제기한을 정하거나 차용증 등 서류나 담보를 제공받은 사실이 없는 점, ⑥ 공소외 1은 신호제지의 경영권 유지와 신호제지의 인수에 관심이 있었을 뿐 피고인에게 자금을 대여하여 피고인으로부터 원금과 그에 따른 이자를 받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⑦ 공소외 1은 2005. 11월 말경 공소외 3에게 원금 29억 5,000만원 및 이자 약 11억 원을, 2005. 1.경 동문건설에 원금 20억 원 및 이자 3,000만 원을, 2005. 3.경 동양건설에 원금 30억 원 및 이자 약 1억 5,000만 원을 각 변제하였는바, 공소외 1이 높은 이율로 차용한 자금을 아람파이낸셜에 다시 대여하여 줄 특별한 이유가 없는 점, ⑧ 아람컨소시엄이 신호제지를 인수한 후 공소외 2가 회장으로 공소외 1이 부회장으로 신호제지를 실질적으로 경영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에는 공소사실 제1항 기재와 같이 아람파이낸셜의 주식을 아람파이낸셜의 명의로 취득하기로 하는 묵시적인 명의신탁 약정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살피건대, 당심 증인 공소외 5, 6의 각 법정 진술 등 당심에서 제출된 증거들과 원심이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쳐 채택한 여러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기업개선작업 중에 있던 신호제지와 신호유화를 실질적으로 경영하던 공소외 2는 2003년 이전부터 공소외 1에게 신호제지를 인수하여 경영해 보라고 권유해 왔는데, 2003년 말경 채권단이 신호제지의 주식을 제3자에 매각하여 기업개선작업을 종료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 무렵 공소외 1과 사이에 공소외 1이 돈을 내어 신호제지를 인수하되 구조조정전문회사 명의로 인수하기로 약정한 사실(공판기록 415쪽~416쪽, 643쪽), 아람파인낸셜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은 2003년 12월경 공소외 2를 처음 만났을 때 공소외 2에게 아람파이낸셜이 신호제지와 신호유화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고(공판기록 437쪽), 그 날 피고인과 공소외 2는 공소외 2가 자금을 대어 아람파이낸셜 명의로 신호제지의 주식을 매입하기로 약정한 사실(417쪽~419쪽), 그 후 피고인 계좌에 2004. 3. 19. 공소외 1의 처 공소외 7 명의로 10억 원, 2004. 3. 26. 공소외 1 명의로 20억 원, 2004. 3. 29. 공소외 1 명의로 3억 100만 원, 2004. 3. 29. 공소외 8 명의로 1억 9,900만 원이 입금되고, 신호유화의 상무인 공소외 9가 2004. 4. 6. 현금 4억 3,000만 원을 피고인에게 건네줌으로써 피고인이 합계 39억 3,000만 원을 수령한 사실(공판기록 95쪽, 96쪽, 203쪽, 204쪽,354쪽), 위와 같이 피고인이 39억 3,000만 원을 수령할 당시 공소외 2와 피고인 사이에 위 39억 3,000만 원으로 공소외 1이 아람파이낸셜의 주식을 인수한다는 내용의 말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공소외 1과 피고인은 서로 만난 적도 없고 어떠한 대화를 나눈 적도 없고(공판기록 440쪽) 그러한 취지의 주식보관증이나 명의신탁약정서 등의 서류도 작성되지 않았던 사실, 그 무렵 공소외 2는 위 39억 3,000만 원을 실제로 보낸 사람은 공소외 2(4억 3,000만 원), 공소외 1(10억 원), 공소외 10(10억 원), 공소외 11(10억 원), 공소외 12(5억 원)이라고 피고인에게 알려 준 사실(공판기록 438쪽), 이에 따라 피고인은 투자자란에 “이, 엄, 조, 강, 하“라고 표시한 “신호유화 투자자”라는 서류를 작성하여 공소외 2에게 교부하였는데 공소외 2는 위 서류를 교부받고도 공소외 1이 신호유화의 주식에 투자한 것이 아니라 아람파이낸셜의 주식을 인수하였다는 취지를 표시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무런 이의를 하지 않은 사실(공판기록 438쪽~441쪽, 568쪽, 증거기록 443쪽), 공소외 1은 1심에서 공소외 2가 피고인에게 돈을 보내지 않으면 신호유화를 인수할 수 없다고 해서 피고인에게 39억 3,000만 원을 보냈다고 증언하고(공판기록 669쪽), 나아가 자신은 2004년 6월에 공소외 2의 사무실에서 피고인을 처음 만났고 그 다음에는 교육문화회관에서 피고인을 만났는데 피고인에게 자신을 신호유화의 대주주라고 소개했다고 증언한 사실(공판기록 664쪽), 공소외 2도 1심에서 공소외 1이 신호유화 인수자금 마련에 기여한 것은 자본금 40억 원을 댄 것이 가장 큰 것이고 그 외에는 없다고 증언한 사실(공판기록 444쪽), 신호유화의 대표이사를 지낸 바 있는 공소외 13도 당심에서 신호유화 인수와 관련하여 공소외 1이 40억 원을 조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한 사실, 공소외 1은 2005년 8월 초에 아람파이낸셜의 사무실로 찾아와 자신이 39억 3,000만 원 상당의 아람파이낸셜 주식의 명의신탁자라고 처음으로 주장한 사실(당심 증인 공소외 5의 증언), 한편, 아람파이낸셜은 2001년 9월경부터 신호유화를 인수할 생각을 갖고 있었고 그 무렵 아람파이낸셜의 공소외 5 상무가 신호유화의 대표이사 공소외 6을 만나 신호유화 인수 문제를 협의한 사실, 피고인은 위 39억 3,000만 원 중 일부는 신호유화의 주식을 매입하는데 사용한 사실(증 제64호증)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과 같이 공소외 1이 39억 3,000만 원의 송금 명의자의 1인에 불과하고 공소외 2가 실제로 돈을 보낸 사람이라고 알려준 사람 중 1인에 불과한 점, 공소외 2는 39억 3,000만 원으로 공소외 1이 아람파이낸셜의 주식을 인수하는 것이라는 내용을 피고인에게 말하지 않은 점, 공소외 1은 피고인을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을 신호유화의 대주주라고 소개했을 뿐이고 2005년 8월 이전에는 피고인에게 자신이 아람파이낸셜의 주주라는 내용의 말을 한 사실이 없는 점,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에 주식보관증이나 명의신탁약정서 등이 작성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에 아람파이낸셜 주식에 대하여 명시적인 명의신탁 약정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원심이 인정한 사정들만으로는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에 아람파이낸셜 주식에 대하여 묵시적인 명의신탁 약정이 이루어졌다고도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이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에 아람파이낸셜 주식에 대한 묵시적인 명의신탁 약정이 있었다는 전제 하에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탓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나. 공소사실 제2항에 대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공소외 1 및 안신물류로부터 신호제지 주식 인수대금으로 합계 119억 5,000만 원을 받아 그 중 99억 5,000만 원으로 신호제지 주식을 매입하여 공소외 1 및 안신물류 소유인 신호제지 주식을 명의신탁받아 업무상 보관 중 2005년 9월경 공소외 1과 안신물류로부터 주식의 반환을 요구받고도 이를 거부하여 신호제지 주식 99억 5,000만 원 상당을 횡령하였다는 것이다.
먼저 피고인과 공소외 1, 안신물류 사이에 신호제지 주식에 대한 명의신탁 약정이 있었는지에 관하여 살핀다.
원심은, ① 피고인이 공소외 1과 안신물류로부터 교부받은 99억 5,000만 원을 신호제지 주식의 매입대금으로 사용하는 등 공소외 2와 공소외 1이 주도적으로 아람조합과 아람컨소시엄을 구성하였고 피고인 측은 명의를 빌려 주는 외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아니한 점, ② 아람파이낸셜은 이 사건 당시 자본금이 부족하여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로 등록을 반납한 상태여서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로서 신호제지를 인수하기 위하여는 50억 원의 증자대금이 필요하였는데, 이 중 공소외 1이 39억 3,000만 원을 지급한 점, ③ 신호제지의 신채권단이 2004. 11. 23. 신호제지와 1,450억 원 및 미화 1억 달러를 대출하는 약정을 체결하면서 아람파이낸셜과 아람조합의 신호제지에 대한 지분비율을 33%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조건으로 하였고, 또한 아람컨소시엄에 150억 원을 투자하여 신호제지 주식 2,830,188주를 매수한 한국캐피탈과 70억 원을 투자하여 1,320,754주를 매수한 신한캐피탈(신한조합 명의 포함)이 아람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아람파이낸셜로부터 담보제공을 요청하였기 때문에 아람파이낸셜 명의로 신호제지 주식을 취득하여야 할 사정이 있었던 점, ④ 구채권단은 아람컨소시엄에 대하여 신호제지의 구사주인 공소외 2 및 공소외 2의 특수관계인과 관련된 자금을 주식인수대금에 투입하지 않을 것을 아람컨소시엄에 요청하였기 때문에 공소외 2의 지인인 공소외 1 명의로는 아람파이낸셜 또는 신호제지 주식을 취득하기 어려웠던 사정이 있었던 점, ⑤ 공소외 1, 안신물류 등은 모두 피고인에게 금원을 보내기 전에 이자, 변제기한을 정하거나 차용증 등 서류나 담보를 제공받은 사실이 없고, 사후에 자금관계 출처에 관한 증빙 등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무보증사모사채인수계약서, 금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게 된 점, ⑥ 공소외 2와 피고인, 공소외 1 등이 이 사건 신호제지 인수에 참여하게 된 동기와 인수과정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 안신물류, 그 외 아람조합에 참여한 신호제지 협력업체 등은 모두 신호제지의 경영권 유지와 신호제지의 인수에 관심이 있었을 뿐 피고인에게 자금을 대여하여 피고인으로부터 원금과 그에 따른 이자를 받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⑦ 공소외 1은 2005. 11월 말경 공소외 3에게 원금 29억 5,000만원 및 이자 약 11억 을, 2005. 1.경 동문건설에 원금 20억 원 및 이자 3,000만 원을, 2005. 3.경 동양건설에 원금 30억 원 및 이자 약 1억 5,000만 원을 각 변제하였는바, 공소외 1이 높은 이율로 차용한 자금을 아람파이낸셜에 다시 대여하여 줄 특별한 이유가 없는 점, ⑦ 아람컨소시엄이 신호제지를 인수한 후, 공소외 2가 회장으로 공소외 1이 부회장으로 신호제지를 실질적으로 경영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과 공소외 1, 안신물류 사이에는 공소사실 제2항 기재와 같이 신호제지의 주식을 아람파이낸셜의 명의로 취득하기로 하는 묵시적인 명의신탁 약정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살피건대, 당심 증인 공소외 5의 법정 진술 등 당심에서 제출된 증거들과 원심이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쳐 채택한 여러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기업개선작업 중에 있던 신호제지를 실질적으로 경영하던 공소외 2는 2003년 이전부터 공소외 1에게 신호제지를 인수하여 경영해 보라고 권유해 왔는데, 2003년 말경 채권단이 신호제지의 주식을 제3자에 매각하여 기업개선작업을 종료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 무렵 공소외 1과 사이에 공소외 1이 돈을 내어 신호제지를 인수하되 구조조정전문회사 명의로 인수하기로 약정한 사실(공판기록 415쪽~416쪽, 643쪽), 아람파이낸셜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은 2003년 12월경 공소외 2를 처음 만났을 때 공소외 2에게 아람파이낸셜이 신호제지와 신호유화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고(공판기록 437쪽), 그 날 피고인과 공소외 2는 공소외 2가 자금을 대어 아람파이낸셜 명의로 신호제지의 주식을 매입하기로 약정한 사실(417쪽~419쪽), 그 후 아람파이낸셜 계좌에 2004. 6. 29. 공소외 3 명의로 4억 5,000만 원, 공소외 3의 딸 공소외 14 명의로 10억 원, 공소외 3의 아들 공소외 15 명의로 10억 원, 공소외 3의 딸 공소외 16 명의로 5억 원 합계 29억 5,000만 원이 입금되고(공판기록 354쪽, 783쪽), 2004. 12. 10. 공소외 11 명의로 50억 원이 입금되었으며(증거기록 1268쪽~1279쪽), 안신물류 명의로 2004. 10. 20. 10억 원, 2004. 11. 9. 30억 원 합계 40억 원이 입금된 사실(공판기록 706쪽), 위와 같이 공소외 3과 그 가족 명의로 29억 5,000만 원이 입금되고 공소외 11 명의로 50억 원이 입금될 당시에 공소외 2나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위 돈은 신호제지 주식의 명의신탁을 위해서 보내는 것이라고 알려주거나 이와 관련하여 피고인과 상의한 적은 없고(공판기록 449쪽, 453쪽~454쪽, 678쪽, 682쪽), 안신물류도 위 40억 원을 피고인에게 보낼 때 피고인과 어떠한 상의를 한 적이 없으며(공판기록 711쪽) 위 돈으로 안신물류와 공소외 1이 신호제지의 주식을 인수한다는 취지의 주식보관증이나 명의신탁약정서 등의 서류도 작성되지 않았던 사실, 공소외 2를 위해서 일하던 공소외 17을 통해서, 2004. 6. 29.자로 아람파이낸셜과 공소외 3 사이에 5억 원의, 아람파이낸셜과 공소외 16 사이에 5억 원의, 아람파이낸셜과 공소외 15 사이에 10억 원의, 아람파이낸셜과 공소외 14 사이에 10억 원의 각 무보증사모사채인수계약서가 작성된 사실(공판기록 112쪽~119쪽), 공소외 17을 통해서, 2004. 10. 20.자로 안신물류와 아람파이낸셜 사이에 10억 원의 금전대차계약서가 작성되고, 2004. 12. 10.자로 공소외 1과 아람파이낸셜 사이에 50억 원의 금전대차계약서가 작성되었는데, 위 각 금전대차계약서 제5조에는 “본 계약은 당사자들 간의 최종 합의로써 이전의 모든 의사전달 및 합의를 대체한다.”라고 기재되어 있고, 그 제2조에는 이자는 연 7.5%로 하되 이자율은 1년 경과 시마다 양자 간의 합의로 조정할 수 있다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는 사실(공판기록 124쪽, 169쪽, 572쪽, 638쪽), 이러한 이자율 조정 문구는 당초 아람파이낸셜이 공소외 17을 통해 공소외 1과 안신물류에 제시한 초안에는 없었는데 공소외 17 측의 요청으로 추가된 사실(당심 증인 공소외 5의 증언), 공소외 17을 통해서 2004. 11. 9.자로 안신물류와 아람파이낸셜 사이에 30억 원의 무보증사모사채인수계약서가 작성된 사실(공판기록 130쪽), 위와 같이 금전대차계약서와 무보증사모사채인수계약서가 작성될 당시에도 안신물류 관계자와 공소외 1이 피고인과 만난 적도 없고 어떠한 대화를 나눈 적도 없으며, 공소외 2와 피고인 사이에도 위와 같이 아람파이낸셜 계좌에 입금된 돈으로 안신물류와 공소외 1이 신호제지의 주식을 인수한다는 내용의 말은 없었던 사실(공판기록 445쪽~456쪽), 안신물류의 재무팀부장인 공소외 18은 1심에서 안신물류가 피고인에게 신호제지 주식을 명의신탁하려고 40억 원을 보낸 것은 아니라고 증언한 사실(공판기록 711쪽~715쪽), 공소외 1은 2005년 8월 초에 아람파이낸셜의 사무실로 찾아와 위와 같이 공소외 3 가족 명의로 입금된 29억 5,000만 원과 공소외 11 명의로 입금된 50억 원은 자신이 피고인에게 신호제지 주식을 명의신탁하려고 보낸 것이라고 처음으로 주장한 사실(당심 증인 공소외 5의 증언)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과 같이 아람파이낸셜 계좌로 공소외 3 가족 명의로 29억 5,000만 원이 입금된 후 아람파이낸셜과 공소외 3 가족 사이에 30억 원의 무보증사모사채인수계약서가 작성된 점, 아람파이낸셜 계좌로 공소외 11 명의로 입금된 50억 원에 관하여 아람파이낸셜과 공소외 1 사이에 50억 원의 금전대차계약서가 작성된 점, 아람파이낸셜 계좌로 안신물류 명의로 40억 원이 입금된 후 아람파이내셜과 안신물류 사이에 10억 원의 금전대차계약서와 30억 원의 무보증사모사채인수계약서가 작성된 점, 위와 같은 입금과 서류 작성 당시 안신물류 관계자, 공소외 1, 2, 17이 피고인에게 위 돈은 안신물류와 공소외 1이 신호제지의 주식을 피고인에게 명의신탁하기 위해서 보낸 것이라는 내용을 피고인에게 말하지 않았고 오히려 안신물류의 재무팀부장인 공소외 18은 위 40억 원은 신호제지의 주식을 피고인에게 명의신탁하려고 보낸 것이 아니라고 1심에서 증언한 점, 위 각 금전대차계약서에는 그 계약으로 종전의 합의를 대체한다는 내용과 공소외 17의 요청으로 추가된 이자율 조정 문구가 기재되어 있는 점, 공소외 1도 2005년 8월 이전에는 피고인에게 자신이 신호제지의 주주라는 내용의 말을 한 사실이 없는 점, 안신물류, 공소외 1과 피고인 사이에 주식보관증이나 명의신탁약정서 등이 작성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과 안신물류, 공소외 1 사이에 신호제지 주식에 대하여 명시적인 명의신탁 약정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원심이 인정한 사정들만으로는 피고인과 안신물류, 공소외 1 사이에 신호제지 주식에 대하여 묵시적인 명의신탁 약정이 이루어졌다고도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이 피고인과 안신물류, 공소외 1 사이에 신호제지 주식에 대한 묵시적인 명의신탁 약정이 있었다는 전제 하에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탓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다. 공소사실 제3항에 대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신호제지 주식을 보유하여 공소외 2와 공소외 1의 신호제지에 대한 경영권을 유지하는 것을 실질적인 목적으로 하여 설립된 아람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인 아람파이낸셜의 대표이사로서 아람조합 명의로 신호제지 주식 3,262,055주를 업무상 보관 중, 피해자 안신물류 등 아람조합원들이 공소외 2와 공소외 1의 신호제지에 대한 경영권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 2005. 10. 7. 조합원총회의 결의로 업무집행조합원의 대리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조합규약을 변경하여 피고인의 신호제지 주식 매각을 저지하려 하는 등 피고인의 신호제지 주식의 매각에 대한 반대의사를 명백히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신호제지의 경쟁업체인 국일제지 주식회사와 손잡고 공소외 2와 공소외 1 등을 배제한 새로운 경영진을 구성하기로 마음먹고 2005. 11. 14. 그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신호제지 주식 중 2,739,010주를 매각하여 횡령하였다는 것이다.
먼저 공소외 2와 공소외 1의 신호제지에 대한 경영권을 유지하는 것이 아람조합의 목적이고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아람조합이 신호제지의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조합원들의 의사이므로 피고인이 신호제지 주식 2,739,010주를 매각한 것이 아람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의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한 것인지에 관하여 살핀다.
원심은, ① 아람조합은 산업발전법에 따라 결성된 기업구조조정조합이므로 기본적으로 산업발전법에 따라 규율되나, 산업발전법의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아람조합의 규약 및 민법 규정이 적용되는 점, ② 산업발전법상 기업구조조정조합은 민법상 조합으로서, 업무집행조합원은 조합원들로부터 조합업무를 위임받아 수행하는 수임인의 지위에 있고, 위임의 본지에 맞게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해야 하는 점, ③ 아람조합은 단순히 신호제지에 대한 주식투자를 통하여 수익을 얻기 위하여 결성된 조합이 아니라, 공소외 2와 공소외 1이 신호제지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일환으로서 또한 신호제지의 협력업체들이 기업구조조정조합을 통하여 신호제지 인수에 참여하는 통로를 마련하여 신호제지와의 안정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겠다는 목적으로 결성되었고, 피고인도 공소외 2 측으로부터 이를 듣고 충분히 알고 있었으므로, 이러한 경우 업무집행조합원 아람파이낸셜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으로서는 아람조합의 설립목적에 따라 조합원들의 의사에 따라 조합재산을 운영해야 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가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2005. 10. 7.자 조합규약의 변경이 업무집행조합원의 조합재산의 처분권한을 조합원총회로 이전하는 것이어서 산업발전법에 위배되어 무효라거나 기업구조조정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이 구조조정대상기업의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고유한 권한이 있다는 점은 별론으로 하고, 조합원들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업무집행조합원 아람파이낸셜의 대표이사로서 신호제지의 주식을 임의로 매각한 피고인의 행위는 위탁자의 주식에 대한 횡령행위라고 판단하였다.
살피건대, 기업구조조정조합은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와 그 밖의 자가 출자하여 구조조정대상기업에 대한 투자, 인수 등을 하기 위하여 결성하는 것이고(산업발전법 제15조 제1항), 민법상 조합의 업무집행자가 조합계약이나 조합원들에 의해 선임되는 것(민법 제706조 제1항)과는 달리, 기업구조조정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은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로 지정되어 있으며(산업발전법 제15조 제4항), 업무집행조합원이 조합 자산의 관리, 운용 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되어 있고(산업발전법 시행령 제14조 제1항), 업무집행조합원에 대해서는 출자자 보호를 위한 행위준칙이 부과되어 있으며(산업발전법 제15조의3, 특히 산업발전법 제15조의3 제1항은 업무집행조합원이 기업구조조정조합에 출자되는 자금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출자자의 이익을 위하여 관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업무집행조합원이 되는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는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등록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산업발전법 제14조), 기업구조조정조합과 함께 금융감독당국 등의 감시와 감독을 받고 있다(산업발전법 제18조).
위와 같은 산업발전법령의 규정 내용에다가, 산업발전법상 기업구조조정조합은 조합원들이 공동사업을 경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성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이 업무집행조합원인 기업구조조정조합에 투자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성되는 것을 예정한 것으로 보이는 점, 기업구조조정조합은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가 구조조정대상기업의 인수 등에 드는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하기 위해서 일반 조합원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결성하는 것으로 “금융펀드”의 성격이 강한 점 등을 보태어 보면, 기업구조조정조합은 구조조정대상기업에 대한 투자, 인수 등을 목적으로 해서 결성되고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업구조조정업무에 전문성을 갖춘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의 권한과 책임 하에 운영되는 것이므로, 기업구조조정조합의 목적이나 업무집행조합원의 조합재산 관리, 운용권에 대한 산업발전법령의 규정은 강행규정으로서 조합규약이나 조합원총회의 결의에 의하여 변경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여기에다가 아람조합의 규약에 아람조합은 산업발전법에 따라 구조조정대상기업에 대한 투자, 인수, 경영정상화 및 매각 업무와 기타 관련 법령이 허용하는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국가경제발전에 이바지하고 투자한 조합재산을 증식시켜 이를 조합원에게 분배함을 목적으로 하여 결성된 기업구조조정조합이라고 규정된 점(공판기록 221쪽)을 보태어 보면, 아람조합의 목적은 구조조정대상기업에 대한 투자, 인수, 경영정상화 및 매각 등을 통해 투자한 조합재산을 증식시켜 이를 조합원에게 분배하는 것일 뿐이고, 공소외 2와 공소외 1이 신호제지의 경영권을 확보하거나 신호제지의 협력업체들이 신호제지와의 안정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려는 것은 산업발전법령과 아람조합의 규약에 어긋나므로 아람조합의 목적이 될 수가 없다. (특히 공소외 2의 신호제지에 대한 경영권 확보는 종전의 실질적인 경영자였던 공소외 2의 경영권을 배제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신호제지에 대한 이 사건 구조조정 작업과 양립할 수 없어 보인다.)
따라서 아람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인 아람파이낸셜은 위와 같은 아람조합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업무를 집행하면 되고, 설사 아람조합원들이 아람조합의 조합원이 된 이유가 공소외 2와 공소외 1이 신호제지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신호제지의 협력업체들인 조합원들이 신호제지와의 안정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려는 것이었고 피고인이 이를 잘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아람파이낸셜은 이러한 조합원들의 의사에 따라 조합재산을 운영해야 할 업무상의 주의의무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기업구조조정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은 기업구조조정조합에 출자되는 자금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출자자의 이익을 위하여 관리하여야 하므로, 피고인의 이 사건 신호제지 주식 매각이 출자자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에 관하여 살핀다.
당심에서 제출된 증거들과 원심이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쳐 채택한 여러 증거들을 종합하여 보면, 아람조합은 신호제지의 주식을 1주당 5,300원에 매입한 사실(증 제37호증, 증 제84호증), 동진산업 주식회사 등 32명의 조합원들은(전체 35명의 조합원들 중 아람파이낸셜, 진영지업 주식회사, 리브라더싱 주식회사 등 3명만 제외) 2005년 11월 초순경 자신들의 아람조합에 대한 지분을 신호제지 주식 1주당 6,100원으로 계산하여 신안그룹에 양도하려고 한 사실(공판기록 273쪽, 743쪽, 809쪽~810쪽, 증거기록 1,111쪽), 피고인은 2005. 11. 14. 아람조합이 갖고 있던 신호제지의 주식 중 2,739,010주를 그 당시의 시가인 1주당 7,500원에 매각하여 그 대금을 조합원들에게 나누어 준 사실, 아람조합은 2006년 2월에 해산하였는데 아람조합이 해산하기 이전에 신호제지 주식의 최고가는 1주당 7,500원이었던 사실(2007. 6. 21.자 검사의 의견서에 첨부된 자료)을 인정할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구조조정대상기업에 대한 투자, 인수, 경영정상화 및 매각 등을 통해 투자한 조합재산을 증식시켜 이를 조합원에게 분배하는 것이 아람조합의 목적인 점을 고려해 보면, 위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신호제지의 주식을 그 당시의 시가에 매각하여 그 매각대금을 조합원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그 매각대금은 아람조합이 신호제지의 주식을 매입할 때의 가격 및 아람조합원들 스스로 신안그룹에 양도하려고 한 양도대금보다 고액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 무렵의 최고가인 이상, 피고인의 이 사건 신호제지 주식 매각은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2와 공소외 1이 신호제지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신호제지의 협력업체들인 조합원들이 신호제지와의 안정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려는 것은 아람조합의 목적이 아니고, 피고인이 이러한 조합원들의 의사에 따라 조합재산을 운영해야 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없는 이상, 피고인이 이 사건 신호제지의 주식을 매각한 것이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여부를 평가할 때 조합원들의 위와 같은 의사를 고려할 필요는 없다. 더군다나 피고인이 이 사건 신호제지의 주식을 매각한 후에도 신호제지의 협력업체인 조합원들은 전부 종전과 마찬가지로 신호제지와의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공판기록 811쪽, 당심 증인 공소외 19의 증언).]
결국 앞서 본 바와 같이 기업구조조정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이 조합재산의 관리, 운용권을 갖는다는 산업발전법령의 규정은 강행규정이므로 아람파이낸셜은 이 사건 신호제지의 주식을 자신의 권한과 책임 하에 매각할 수 있고, 이러한 매각이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한 것인 이상, 피고인의 이 사건 신호제지 주식 매각이 아람조합 업무집행조합원의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이 피고인이 신호제지 주식을 매각한 것은 아람조합 업무집행조합원의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한 것이라는 전제 하에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횡령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탓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따라서 나머지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앞서 본 바와 같고,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로 한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