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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991. 5. 23. 선고 91노415 제2형사부판결 : 상고기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약취유인)등][하집1991(2),315]

판시사항

유인한 미성년자에 대한 살해범행 당시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는 정신병원 의사의 감정결과를 배척한 사례

판결요지

유인한 미성년자에 대한 살해범행 당시 피고인이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는 정신병원 의사의 감정결과를 범행경위, 수법, 범행 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믿을 수 없다고 배척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피고인의 변호인의 항소이유 요지 제1점은, 피고인은 피해자 1이 계속 울어대므로 다른 사람이 피고인의 범행을 눈치챌까봐 초조하고 당황한 나머지 피해자가 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잠시 위 피해자의 목을 조였던 것이 잠깐 사이에 이는 것일 뿐 위 피해자를 살해할 의사는 없었는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인이 위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것이고,

그 제2점은 피고인은 공소외 1이 피고인과 피고인의 애인인 공소외 2 사이를 이간질한다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공소외 1의 잘못된 점을 세상에 알리고 피고인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하여 본건 범행에 이르게 된것으로서 이 사건범행당시에 피고인이 편집성 정신장애에 의한 심신미약상태에 있었던것임을, 감정인 공소외 3이 작성한 감정서의 기재내용을 종합하여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데도 원심은 합리적인 근거 없이 위 감정결과를 배척하고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아니하였으니,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심신장애의 점에 관한 사실을 오인하거나 그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것이고,

그 제3점 및 피고인의 항소이유요지는, 피고인이 현재 23세의 젊은 여성으로서 매사가 정상적이고 비교적 풍요로운 가정환경 아래 성장한 사람으로서 그 범행 후 그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참회하고 있고 피해자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내고 있는 정상과 형사법상의 이상으로 보아 사형제도는 이미 존폐의 기로에 있는 추세이고 형벌은 개별화되어야 함이 타당한 이치에 비추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의 양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먼저 살해의사가 없었다는 점에 관한 항소이유에 대하여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 1을 계획적으로 유인한 상태에서 피해자가 계속 울어대자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피해자를 살해할 의사로 피해자 1의 입을 손수건으로 막아 머리 뒤로 돌려 졸라매고, 위 피해자의 어깨를 왼손으로 누르면서 그 목을 오른손으로 5분정도 조여 숨을 못 쉬도록하여 사망케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원심판결에 이 점에 관한 사실오인의 위법사유를 찾을 수 없음으로 위 항소논지는 이유 없다.

다음으로 심신미약의 점에 관한 항소이유에 대하여 보건대, 국립서울정신병원 감정인 의사 공소외 3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정신감정서의 기재와 당심감정증인 공소외 3의 증언에 의하면, 위 감정인은 피고인이 신분위장의 생활을 계속하여 오는 과정에서 불안감, 열등감, 피해의식 등을 느껴 오다가 1989.경 애인 공소외 2와의 교제 이후 그에 대한 정서적 애착과 이에 비례한 거절에 대한 공포감이 증폭된 상태에서 친구 공소외 1이 피고인 자신과 공소외 2 사이를 이간질한다는 망상과 판시와 같은 범행을 저질러 공소외 1의 잘못된 행위를 매스컴을 통하여 알려야 한다는 망상적 사고체계로 이행된 심신미약의 상태에서 판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피고인의 정신감정을 하고 있으나,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 채택한 증거들과 피고인의 당심에서의 진술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비교적 부유한 가정환경에서 5인의 가족과 함께 성장하면서 1985.2경 서울 (학교명 생략)고등학교를 졸업하였으나, 2차례에 걸친 대학 입학시험에서 실패하자 부모를 비롯한 가족과 주위사람들을 속이고 (대학명 생략) 정치외교학과에 합격한 것처럼 가장하여 4년간 가짜 (대학명 생략)대학생 노릇을 하고, 1990.2.25.경 졸업식에 부모와 애인과 함께 첨속하여 졸업기념사진을 찍기까지 하였으며 나아가 그 후 1990.3.경에는 케이 비 에스(KBS)방송국 입사시험에 합격하였다고 부모를 감쪽같이 속여 그 위장된 신분으로 행세하여 온 사실, 그러다가 위 방송국직원은 월급을 받는 터이어서 부모들에게 그 신분으로 계속 행세하는 데에 돈이 필요하게 되자 미성년자를 유인하여 그의 안전을 염려하는 부모들의 우려를 이용하여 재물를 취득할 목적으로 사전에 1990.5.9.자로 조흥은행 명동지점에 허무인 이상민을 생각해 내어 그 명의로 예금통장을 만들고, 은행원을 통하지 않고 현금자동인출기에서 예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현금카드까지 신청하는 등 범행준비를 마치고 범행장소도 아무런 연고도 없으면서 비교적 부유한 사람들이 거주하는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일대로 택하여 지능적인 방법으로 어린이를 유인하면서, 원심판시 2의 가항 범죄에 있어서는 피고인이 가짜 (대학명 생략)대학생 생활을 하면서 사귄 애인인 공소외 2와의 사이를 공소외 2와 같은 직장에 근무하고 있는 공소외 1이 이간질시키고 있다고 나름대로 생각한 나머지 그 공소외 1과 닮은 피해자 2를 선택 유인하여 피고인 집으로 데려가 결박하고 옥상에 있는 빈상자에 그녀를 넣어 감금하였으나 피고인의 아버지에게 발각되어 위 피해자를 그대로 집으로 돌려보내면서 그 범행이 발각될까봐 위 피해자에게는 피고인이 위 피해자를 유괴범으로부터 구해 준 것처럼 부모에게 말하라고 시키기까지 하였고 원심판시 2의 나항 범죄에 있어서는 또다시 위와 같은 목적의 범죄를 계획하면서 그 유인장소를 (대학명 생략)대학교 음악대학 건물로 정하여 그곳 6층강당에 그 범행에 필요한 노끈, 헝겊심, 손수건 등을 가져다 감추어 두는 등으로 치밀한 준비를 한 뒤 다시 위 올림픽선수촌아파트단지 내에 있는 올림픽유치원으로 가서 피해자 1을 지능적인 방법으로 유인하여 위 (대학명 생략) 음대로 데려가 위 건물6층에서 위 피해자가 계속 울어대 범행이 탄로날까 봐 두려웠다는 구실로 원심판시와 같은 방법으로 위 피해자를 살해하여 그 사체를 그 곳에 은익하였다가 그 다음날 다시 그 곳에 가서 보다 완전한 방법으로 그 곳에 위 피해자의 사체를 은익하였으며 그 후 그날 그 부모들에게 전달할 협박내용을 미리 메모지에 적어두고 그 메모내용에 따라 남자목소리를 흉내내어 4차례에 걸쳐 위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돈을 요구하면서 완전범죄를 노려 피고인의 전화를 경찰이나 은행에 신고했는지 여부를 다짐하였고, 위 은행지점을 옮겨다니면서 은행에서 범행을 감지하고 있는지 여부를 창구 출납원에게 예금통장을 제시하여 예금고를 확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확인하면서 현금인출기에세 30만원, 50만원 등을 수회 인출하여 합계금 2,900,000원이나 인출하였고, 그 인출과정에서 범인을 수색하는 경찰관들의 미행을 눈치채자 이를 따돌리려고 전철을 이용하여 도주하려 하다가 전철내에서 체포된 후에도 그 범행을 실토하지 않고 신분노출을 꺼려 용변을 보러가는 양 경찰관을 속여 화장실에 가서 피고인의 운전면허증과 롯데백화점용 신용카드 등을 버렸으며, 공범이 있는 것처럼 경찰관을 (대학명 생략)강당, 서울역 등으로 데리고 다니며 범행을 은폐하려 하다가 끝내 전철에 투신하여 자살을 시도하려 한 점이 인정되고, 그밖에 피고인 스스로도 죄책감을 느꼈으며 위 피해자를 살해한 후에 울기까지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이 사건 범행과정에서나 체포된 후에도 공소외 1에게 보복하려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사정이 뚜렷이 부각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 보면 위 감정인의 감정증언이나 감정서의 기재대로 편집성망상은 특정부분에만 나타나고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정상인과 다름이 없는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특히 원심판시 2의 나항 범죄에 있어서 피고인이 변소하는 바와 같이 그 범행동기를 밝힘으로써 공소외 1의 잘못을 세상에 알리기 위하여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기 보다는 월급생활자의 위장신분을 유지하기 위한 금전상의 필요에서 이 사건범행이 이루어진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설사 피고인의 변소내용을 어느정도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범행의 동기형성에 관한 것일 뿐 이로써 피고인이 그 범행에 대한 의사결정 내지 실행과정 또는 범행에 대한 선악판단의 점에 있어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이 없다거나 그 각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이르지는 아니하였음이 명백하고 따라서 위 감정인의 감정증언이나 감정서의 기재는 그 결론부분에 관한 한 이를 믿을 수 없으며 피고인이 4년간 가짜여대생 노릇을 하였고 또 가짜 방송국직원으로 행세하여 온 사정만으로는 위 결론을 달리 할 수 없어 이에 관한 원심의 조처는 상당하므로 위 항소논지도 이유없다.

끝으로 양형부당의 항소이유에 대하여 보건대, 피고인이 현재 23세의 젊은 여자이기는 하나 피고인은 4년간 위장된 대학생활을 하다가 다시 자신이 케이 비 에스 방송국에 취직하였다는 신분위장 생활을 합리화하기 위한 돈을 마련할 목적으로 미성년자를 유인하여 그의 안전을 염려하는 부모 등의 우려를 이용하여 재물을 취득하기로 결의하고 이를 위하여 이사건 범행 40여일전에 가명으로 예금구좌를 개설하고 온라인 현금카드를 발급받아 그 범행 준비를 하여 온 점, 피고인은 제1차로 피해자 2가 피고인이 미워하는 공소외 1을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그녀를 범행대상으로 지목 한 후 그녀를 피고인의 집으로 유인하여 가혹행위까지 하다가 피고인의 아버지에 발각되어 재물취득에 실패하게 되자 재차 범행을 결의하고 제2차 유인 장소를 가족의 방해가 없는 (대학명 생략) 음대 건물로 정하고 범행에 필요한 손수건, 노끈 등을 미리 마련하여 숨겨놓은 후 제2차 범행대상을 올림픽유치원생으로 지목하여 사전 답사한 점, 피고인은 피해자의 어머니를 가장하여 피해자 1을 유인한 후 겁에 질려 집으로 보내 줄 것을 울면서 애원하는 피해자를 목졸라 살해하여 대담하게 사체를 은익하여 놓은 후에도 태연하게 3일간 4회에 걸쳐 자신의 신분노출을 우려하여 수건으로 입을 막아 10대 후반의 남자목소리로 위장하고 미리 전화할 내용을 메모하여 피해자의 집으로 전화하면서 계속적으로 피해자가 무사하니 위 예금구좌로 금 50,000,000원을 송금하도록 요구하고 피해자의 어머니로부터 송금사실을 확인한 후에는 미리 준비한 현금인출카드로 은행을 바꿔가면서 지능적으로 금 2,900,000원을 인출한 점에서 보듯이 그 범행수법이 매우 지능적이고 대담한 뿐더러 위 범행전체가 지극히 반사회적이며 범행 후에도 공범이 있는 양 범행을 은폐하려고 기도하고, 범행동기를 공소외 1때문이라고 그 책임을 제3자에게 전가시키면서 별다른 뉘우침의 자세도 보이지 않으며 피해자 1의 부모가 범행과정에서 심대한 정신적충격을 받고 이에 따른 고통을 받고 있으면서 피고인에 대한 가장 중한 형으로 처벌하여 달라고 계속 탄원하고 있는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여러 가지 사정을 신중히 검토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적정하고 그것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항소논지도 받아들일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한다.

판사 임대화(재판장) 김형진 김희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