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8도9602 판결

[배임수재][미간행]

판시사항

[1] 배임수재죄의 구성요건인 ‘부정한 청탁’의 판단 기준

[2] 재건축조합의 총무가 시공사로부터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다액의 돈을 지급받은 사안에서,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보아 배임수재죄가 성립한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1년부터 서울 노원구 공릉동 471-11 등 3필지에 있던 경남연립주택의 재건축을 위하여 설립된 경남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총무로서 조합의 전반적인 업무집행을 담당하였다. 피고인은 위 조합의 총무로서 조합원들과 시공사 등 여러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위 조합의 실질적인 업무집행자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기로 마음먹고, 2002년 5월 일자불상경 서울 노원구 공릉1동 398-55 소재 위 조합의 사무실에서 당시 시공사인 동구건설 주식회사(이하 “동구건설”이라 한다) 직원 공소외 1로부터 경비보조라는 명목으로 위 시공사에 대한 업무상 각종 편의제공의 대가를 받기로 하고, 그에 따라 2002. 5. 8.경 공소외 1로부터 피고인이 관리하던 중소기업은행 계좌를 통해 2,000만 원을 교부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04. 6. 22.경까지 모두 9회에 걸쳐 합계 6,190만 원을 교부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사례비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동구건설로부터 어떠한 내용의 부정한 청탁을 받았는지, 나아가 공소사실 기재 금원이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서 받은 것인지에 관하여 입증이 부족하며, 직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직무권한 범위 안에서 편의를 보아달라는 부탁을 부정한 청탁으로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동구건설과 피고인 사이에 시공사를 계속 동구건설로 유지함에 있어서 정상적인 기준과 절차에 어긋나는 편의를 보아달라는 내용의 청탁이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3.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형법 제357조 에 규정된 배임수재죄에 있어서의 “부정한 청탁”이라 함은 청탁이 사회상규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을 말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청탁의 내용, 이에 관련되어 취득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종류·액수 및 형식, 재산상 이익 제공의 방법과 태양, 보호법익인 거래의 청렴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야 하며, 그 청탁이 반드시 명시적일 필요는 없고 묵시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무방하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2001년부터 이 사건 재건축조합의 총무로서 조합의 전반적인 업무집행을 주도하였던 사실, 피고인의 추천에 의하여 동구건설이 이 사건 시공사로 선정되었고, 시공사 선정 이후 피고인의 요구로 동구건설은 피고인에게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1억 원을 지급하되, 그 중 6,400만 원은 피고인에게 송금해 주기로 하고, 나머지 3,600만 원은 이에 해당하는 피고인 가족 등의 조합원 분담금을 면제해 주기로 한 사실(이후 동구건설의 부도로 인하여 위 조합원 분담금 3,600만 원이 면제되지는 아니하였다),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안전진단 평가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자 조합장이 시공사를 다른 건설회사로 교체하려고 하였으나 피고인이 이를 거부하였던 사실, 피고인이 동구건설로부터 송금받은 액수가 6,190만 원에 이르고, 그 시점도 동구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직후부터 동구건설이 부도나기 전 공사를 진행하고 있던 때까지로서 2년간에 걸쳐 교부받은 점, 피고인은 동구건설로부터 조합운영비 명목으로 월 150만 원을 지급받아 오고 있었음에도 별도로 피고인의 개인 계좌 및 피고인이 관리하는 처남 명의 계좌로 이 사건 돈을 송금받은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실에, 피고인은 이 사건 재건축조합의 업무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자로서 조합을 대표하여 시공사와 접촉하면서 시공사의 이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서도 시공사로부터 다액의 돈을 수수하였는바 그 액은 의례적인 인사나 직무권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 편의를 보아달라는 등의 목적으로 수수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정도인 점, 피고인은 동구건설로부터 조합운영비를 지급받고 있었음에도 이와는 별도로 조합원들이 모르는 방법으로 자신의 개인 계좌 및 관리 계좌로 송금받는 형태로 이 사건 돈을 수수한 점, 동구건설은 피고인에게 업무추진비로 위와 같은 돈을 지급하였다고 하나 수수한 돈이 업무추진비로 보기에는 과다할 뿐만 아니라 피고인 등은 위 돈을 업무추진비로 사용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에서 피고인과 동구건설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명시적으로 있었음을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없다고 하더라도, 동구건설이 시공사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재건축공사를 진행함에 있어 시공사에게 유리한 쪽으로 편의를 보아 달라는 취지의 묵시적인 청탁은 있었다고 추인함이 상당하고, 이는 사회상규 및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며, 이 사건 돈은 그러한 부정한 청탁과 관련되어 제공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도1732 판결 , 대법원 2007. 10. 26. 선고 2007도2091 판결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본 원심의 판단에는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형법 제357조 에 정하여진 부정한 청탁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홍훈(재판장) 김영란 안대희 양창수(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