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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지방법원 2020.6.25. 선고 2019가합22672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9가합22672 손해배상(기)

원고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동서남북 담당변호사 장철우

소송복대리인 변호사 신현정

피고

1. B

2. C

3. D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상운

변론종결

2020. 5. 21.

판결선고

2020. 6. 25.

주문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500,000,000원 및 그 중 70,000,000원에 대하여는 2015. 5. 30.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430,000,000원에 대하여는 2015. 5. 30.부터 2019. 4. 9.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각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E병원에서 흉추부 추간판 탈출증으로 진단받은 후 F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한다)에서 그에 대한 수술적 치료를 받은 사람이다. 피고 B은 E병원에서 원고를 진료한 의사이고, 피고 C은 피고 병원에서 원고에 대한 진료 및 흉추부 추간판 제거술을 시행한 의사이며, 피고 D은 피고 병원을 운영하는 자이다.

나. 원고는 2015. 3. 19. '1달 전부터 양다리가 저리고 감각이 없는 느낌. 걸어도 어떻게 걷는지 모르겠다. 양발바닥에 감각이 없고 모래가 들어 있는 것 같다.'고 호소하며 E병원에 내원하여 피고 B으로부터 진료를 받았다. 당시 위 병원에서 시행한 CT 및 MRI 검사 결과 원고에게 흉추 2 내지 4번 추간판 탈출과 척추 협착 등의 소견이 관찰되었고, 피고 B은 원고에 대하여 흉추 1 내지 4번 추간판 제거술을 계획하였다.

다. 원고는 2015. 4. 14. 위 수술을 위해 E병원에 입원하였는데, '위 수술에 대한 경험이 많은 피고 병원의 의사인 피고 C에게 수술을 받는 것이 수술 후 예후도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피고 B의 권유에 따라 다음 날 피고 병원으로 전원되었다.

라. 피고 C은 2015. 4. 15. 원고의 상태를 확인한 후 원고에게 '수술이 필요한 흉추 2-3번, 3-4번, 5-6번 병변 중 흉추 2 내지 4번 수술을 먼저 하고 경과를 봐서 흉추 5-6번도 수술을 하겠다'고 설명하였고, 원고는 같은 날 흉추 2 내지 4번 추간판 제거술(이하 '이 사건 수술'이라 한다)을 받았다.

마. 이 사건 수술 후 원고에게 하지마비 및 대소변 장해 등의 증상이 발생하였고, 피고 C은 추가 감압을 위해 2015. 5. 29. 원고에 대하여 흉추 4 내지 6번 추간판 제거술을 시행하였다.

바. 원고는 위 추가 수술 이후 발목, 발가락 일부가 움직이는 등 증상이 호전되기는 하였으나, 보행이 원활할 정도의 뚜렷한 호전은 없었다. 원고는 피고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은 후 2015. 6. 26. 퇴원하였다.

사. 원고는 현재 자각적 증상으로 손 감각 저하, 다리 일부분만 감각 있음, 등 감각 없음, 소변 장애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있고, 원고에 대한 2019. 1.경 신체감정결과 사지마비(상지 근력 grade 4, 우측 하지 근력 grade 1, 좌측 하지 근력 grade 0) 및 감각장애, 신경병증성 통증(중증), 신경인성 방광(경증)의 소견이 내려졌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5호증, 을 제1, 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이 법원의 G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결과, 이 법원의 H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피고 B, C은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아래와 같은 의료상 과실 내지 설명의무 위반을 하여 원고를 하지마비 등에 이르게 하였으므로, 피고 B, C과 피고 C의 동업자인 피고 D은 원고에게 의료상 과실 및 설명의무위반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가.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수술 이후 그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흉추 3-4번에 대한 신호강도 변화와 척수 위축이 발생하였다. 위와 같은 흉추 3-4번의 변화는 수술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부종이 아니고, 급성기 척수손상이 없다면 발생하기 어려운 증상이다. 이 사건 수술 직후 원고에게 발생한 하지마비 증상과 관련하여 이 사건 수술에서의 의료상 과실 이외에는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하지마비 증상은 이 사건 수술에서 발생한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된다.

나. 원고는 이 사건 수술 당시 응급을 요하는 상황이거나 바로 마비가 진행되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 사건 수술 자체의 고도의 위험성 및 난이도, 원고의 병증으로 인한 위험 정도 등을 고려할 때, 피고 C은 원고에 대하여 보존적 치료를 선택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술 이후의 좋은 결과만을 기대한 채 적합한 진료방법에 대한 별다른 고민 없이 무리하고 안이하게 이 사건 수술을 선택하였다. 피고 C의 위와 같은 선택은 의사의 진료방법 선택에 관한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다. 피고 B, C은 이 사건 수술이 갖는 고도의 위험성 및 난이도, 이 사건 수술 후 척수 손상으로 인하여 하지마비, 보행장애, 영구적 신경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 등에 대하여 설명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설명의무를 위반하였다. 피고 B, C의 위와 같은 설명의무 위반은 구체적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것이므로, 피고들은 원고에게 위자료뿐만 아니라 재산상 손해까지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판단

가. 의료상 과실 주장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수술 과정에 의료상 과실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에 대하여

가)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의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의 여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가 극히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치료 도중 환자에게 사망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 그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겠으나,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의료행위에 의하여 후유장해가 발생한 경우, 그 후유장해가 당시 의료수준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하는 때에도 당해 의료행위 과정의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거나 또는 그 합병증으로 인하여 2차적으로 발생될 수 있는 것이라면 의료행위의 내용이나 시술 과정, 합병증의 발생 부위, 정도 및 당시의 의료수준과 담당의료진의 숙련도 등을 종합하여 볼 때에 그 증상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없는 한, 그 후유장해가 발생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7다76290 판결 참조).

나)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법원의 2019. 3. 8.자 H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수술 전에는 원고의 흉추 2-3번에서만 척수의 신호강도변화가 관찰되었다가, 2015. 5. 27. 실시된 MRI 검사 결과 흉추 3-4번에서도 척수의 신호강도변화가 관찰된 사실은 인정된다.

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는 이 사건 수술 당시 돌덩이처럼 단단하게 석회화된 추간판 탈출증이 척수강이 좁은 상부 흉추(2 내지 4번)에 발생하여 척수를 압박하고 있었고 척수병증이 이미 시작된 상태였던 점, ② 원고와 같은 상태의 환자에게 추간판 제거술을 시행한 이후 하지마비 증세가 발생하는 것은 수술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이고, 원고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감정의 I는 '연구결과에 의하면, 흉추의 척수병증의 수술 후 악화되는 경우가 7~12%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밝히고 있는 점, ③ 이 사건 수술 후 원고에 대하여 시행된 MRI 검사 결과에 의하면 흉추 2 내지 4번의 추간판 탈출에 의해 압박당하고 있던 척추 협착이 감압되었다는 소견을 보였고, 경막 손상, 혈관 손상, 척수 손상의 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던 점, ④ 흉추 3-4번에서 척수의 신호강도변화는 이 사건 수술 직후 시행된 MRI 검사에서는 관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한 후 42일이 지난 2015. 5. 27.자 MRI 검사에서 비로소 확인된 점, ⑤ 피고 병원은 이 사건 수술 후의 MRI 검사 결과 등을 종합하여 '척수 감압 후 재관류1)로 인한 척수 부종'으로 판단하였고, 원고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감정의 J도 위와 같은 판단에 동의한다는 소견을 밝히고 있는데, 수술 전 척수 재관류로 인한 척수 부종을 미리 예견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점, ⑥ 감정의 J은 이 사건 수술시 피고 병원의 수술이나 처치에 잘못은 없어 보인다는 소견을 밝히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과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 피고 C에게 의료상의 과실이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보존적 치료가 아닌 수술적 치료를 선택한 것이 과실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가) 의사는 환자의 상황과 당시의 의료수준 그리고 자기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방법을 선택하여 진료할 수 있으므로, 진료방법 선택에 관한 의사의 판단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 한 특정한 진료방법을 선택한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의료과실이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다95635 판결 참조).

나) 살피건대, 을 제1호증의 기재, 이 법원의 H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는 2015. 3. 19. '1달 전부터 양다리가 저리고 감각이 없는 느낌. 걸어도 어떻게 걷는지 모르겠다. 양발바닥에 감각이 없고 모래가 들어 있는 것 같다.'고 증상을 호소하며 E병원을 내원하였고, 원고에 대한 CT 및 MRI 검사 결과 '흉추 2 내지 4번 추간판 탈출로 척수를 압박, 척수병증, 경추 5-6번 극돌기에 의하여 척수를 압박, 흉추 1-2번, 5-6번 추간판 탈출과 척추 협착'의 소견을 보였던 점, ② 원고는 2015. 4. 15. 피고 병원으로 전원된 후 '양 하지 증상 늘 잘 느껴지는 편, 걸을 때 넘어질 것 같다, 장거리는 긴장하고 걷는다, 계단 오르기 힘들고 난간 잡고 팔 힘으로 올라간다, 이상 감각이 양 골반으로 올라오는 듯 하다'라고 호소하였던 점, ③ 피고 병원의 입원경과기록지에는 'VAS(통증척도 도구): 7점, 목 수술 후에도 다리 증상이 있었던 듯 하고, 최근 더해짐. 마사지, 물리치료(기계, 온팩..) 등 하였으나 힘없고, 무거운 느낌 지속되어 수술 결정.', '엄지 발가락의 근력 저하, 몸이 흔들리고, 배뇨 배변의 기능 저하'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④ 피고 C은 원고에 대한 MRI 검사 등을 시행하여 원고의 상태를 파악한 후,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있기는 하나 병변의 근본적 제거를 위해서는 이 사건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⑤ 감정의 J은 '원고는 흉추의 병변으로 척수가 압박당하여 척수손상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원고는 척수병증이 이미 시작된 상태이었으므로 수술이 결정된 사항에는 문제가 없다. 원고는 외상을 당하면 급격하게 마비가 올 수 있는 상황이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마비의 정도가 심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므로 수술을 권유한 점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보존적 치료로 호전이 어렵다.'고 소견을 밝히고 있는 점, ⑥ 감정의 I는 '원고의 흉추의 병변에 의한 심한 증상, 신경학적 증후, 흉추의 영상의학적 소견에 근거하여 볼 때, 수술적 치료가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소견을 밝히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C이 보존적 치료 없이 이 사건 수술을 선택한 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설명의무 위반 주장에 관한 판단

을 제1, 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E병원의 진료기록에는 '마비가 진행될 경우 재활 및 통증치료가 필요함을 설명함. 수술의 목적은 통증감소와 마비진행을 예방하기 위함임을 설명함.'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피고 B은 원고에게 '이 수술에 대한 경험이 가장 많은 피고 C에게 수술받는 것이 수술 후 예후도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권유하였으며, 원고는 이를 수락하였던 점, ② 피고 C은 이 사건 수술에 앞서 원고의 상태를 확인한 후 원고에게 '수술이 필요한 흉추 2 내지 4번, 5-6번 병변 중 흉추 2 내지 4번을 먼저 수술하고, 경과를 봐서 흉추 5-6번을 수술한다'고 설명하였던 점, ③ 원고가 서명한 수술동의서에는 수술과정 및 방법에 관하여 '전신 마취 하에 후방 접근하여 5cm 내외의 피부를 절개하여 수술용 현미경 하에서 레이저 등의 최신기기를 이용하여 후궁을 절제하여 신경을 감압한다.'고 기재되어 있고, 수기로 흉추 부위의 그림을 그려 수술 방법을 설명한 기재가 있는 점, ④ 또한, 위 수술동의서에는 발현 가능한 합병증(후유증)으로 출혈, 혈종, 염증, 감염(0.2%), 경막파열 및 뇌척수액의 누출, 신경 부종, 하지 근력 저하, 소대변 이상, 신경 손상(0.1%)이 기재되어 있고, 수기로 위 각 증상마다 동그라미나 밑줄을 그리면서 설명한 기재가 있는 점, ⑤ 피고 병원의 입원경과기록지에는 '수술의 목적은 통증감소와 마비 진행을 예방하기 위함이고, 마비가 진행될 경우 재활 및 통증치료가 필요함을 설명함'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간호기록지에도 '수술 후 대소변 장애, 신경 부종 가능성 설명함. 신경 부종으로 인한 신경 감압술 가능성 설명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B, C은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하기 전에 수술 이후 하지마비, 대소변 장애 등이 발생할 가능성, 이 사건 수술의 내용 및 위험성 등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이재은

판사 황민웅

판사 장윤실

주석

1) 재관류 손상은 때로 허혈성 손상 혹은 재산소화 손상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특정 조직이 허혈 상태 혹은 산소결핍의 상태에 있다가 혈액 순환이 되돌아오면서 조직에 손상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허혈 상태가 지속되는 동안 혈액을 통한 산소와 영양소가 결핍되는데, 이때 순환이 재개되면 정상기능이 회복되기보다 산화 스트레스의 유도로 인한 염증 및 산화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