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문]
93헌마276 立法不作爲 違憲確認
(1996.6.13. 93헌마276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가. 입법부작위(立法不作爲)에 대한 헌법소원의 허용범위
나. 1980년 삼청교육의 피해보상에 대한
입법부작위(立法不作爲) 헌법소원(憲法訴願)이 가능한 여부
【결정요지】
가.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헌법에서 기본권 보장을
위해 법령에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하고 있지 않거나, 헌법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작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아니면 원칙적으로 인정될
수 없으며, 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규정이 불완전하여 그 보충을
요하는 경우에는 그 불완전한 법규 자체를 대상으로 하여 그것이
헌법위반이라는 적극적인 헌법소원을 함은 별론으로 하고
입법부작위를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나. 국가보위입법회의에 의해 주도된 삼청교육이 법적
근거가 없는 공권력의 남용행위인 점은 인정되나, 이에 대한
국가의 배상에 관해 헌법이 명시적인 위임입법을 한 바는 없고,
이미 국가배상법이 마련되어 있는 이상 삼청교육의 피해자들에
대한 특별한 보상을 위한 국가의 입법의무가 헌법해석상 새로이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국가배상법률의 규정상의 청구기간이 너무 짧거나
불완전하여 삼청교육과 같은 특수한 경우 효과적인 배상청구권이
행사될 수 없는 것을 이유로 다투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삼청교육피해에 대한 보상입법의 부작위 자체를 이유로
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없다.
【참조조문】
【참조판례】
가. 1989.7.28. 선고, 89헌마1 결정
1993.3.11. 선고, 89헌마79 결정
1994.4.28. 선고, 93헌바26 결정
다. 1989.3.17. 선고, 88헌마1 결정
1991.9.16. 선고, 89헌마163 결정
1994.12.29. 선고, 89헌마2 결정
【당사자】
청구인 정○웅
대리인 변호사 이원형(국선)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1.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삼청피해자동지회 경남서부지부장인바, 1980년의 삼청교육으로 인한 피해와 관련하여 1988.12.3. 국방부장관은 삼청교육 피해자 전원에게 적법한 보상을 하겠다고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아직도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보상입법을 하지 않고 있어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다는 이유로 1993.11.30. 그러한 입법부작위에 대한 위헌확인을 구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청구인 및 이해관계기관의 주장
가. 청구인의 주장
1988.12.3. 국방부장관이 담화문을 발표하고
삼청교육피해자 전원에게 적법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정부가 확고한 신념하에 그 피해자들에게 응분의 보상을 하기로
결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후 5년 동안 아무런 피해보상입법을
하지 않아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등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 재산권, 손해배상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나. 법무부장관의 의견
헌법에 청구인 등 삼청교육피해자들에게 피해보상청구권을
부여하는 입법을 위임한 규정이 없고 헌법해석상
삼청교육피해자들에게 구체적인 보상청구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도한 청구인은 헌법소원에서 침해당한 자기의
권리를 주장하여야 하는바, 이 사건에 있어서는 국방부장관이
삼청교육피해보상과 관련된 담화문을 발표한 사실이 있을 뿐,
청구인의 구체적인 보상청구권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어
청구인이 입법부작위로 보상청구권이 침해받았다고 할 수 없다.
청구인이 침해당하였다고 주장하는 기본권이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기초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동 청구권은 이미
시효소멸하였으므로 그 헌법소원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이익을
결여한 부적법한 청구이다.
다. 국방부장관의 의견
대체로 법무부장관의 의견과 유사하다.
3. 판단
가. 헌법소원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규정한 바와
같이 공권력의 불행사에 대하여서도 제기될 수 있지만,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헌법에서 기본권 보장을 위해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하고 있지 않거나, 헌법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작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입법자가 전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아니면 원칙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다(헌법재판소 1989.3.17.
89헌마2 결정 참조). 그리고 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규정이
불완전하여 그 보충을 요하는 경우에는 그 불완전한 법규 자체를
대상으로 하여 그것이 헌법위반이라는 적극적인 헌법소원을 함은
별론으로 하고 입법부작위를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헌법재판소 1989.7.28. 선고, 88헌마1 ; 1993.3.11. 선고,
89헌마79 결정 참조)고 할 것이다.
나. 먼저 헌법에 명시적인 입법위임이 있는지에 대하여
본다.
청구인을 비롯한 이 사건 삼청교육피해자들에 대하여
국가가 금전배상 내지는 보상의무 등을 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를 구체화할 것을 입법자에게 독자적인
법률로써 규율할 것을 위임하는 헌법의 명문규정은 존재하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헌법의 명시적인 입법위임의 존재를 이유로
이 사건 삼청교육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내지 보상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을 헌법소원으로 청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다. 나아가 헌법의 해석상 그러한 입법의무자가
발생하였는지를 살펴본다.
헌법 제29조 제1항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정당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국가배상법이 마련되어 있는데, 동법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의 책임과 배상절차를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였다(제1조). 기록에 편철된
1988.12.3.자 국방부장관의 담화문과 기타 관련자료들을 종합할
때, 1980.8. 국가보위입법회의에 의해 주도된 삼청교육은 법적
근거가 없는 공권력의 남용행위였던 점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국가는 그러한 행위로 인한 피해에 대하여는 역시 이러한
국가배상법에 따라 배상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동법은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에
관하여,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내에
행사하도록 제약하고 있다(동법 제8조, 민법 제766조). 그러나
삼청교육에 의한 피해는 그 특수한 성격상 피해자들이
적기(適期)에 국가에 대하여 배상청구를 할 수가 없었던 것이고,
여기서 국가가 사후에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하여 총괄적인
배상방법을 모색해야만 할 요청이 생겨난 것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수차 국회에서 피해자 보상법률안이 제한되었으나 아직
그러한 법률이 제정된 바는 없다.
그러나 그러한 특별법의 제정방향은 삼청교육피해자들이
입은 피해의 법적 성격상 '공무원 내지 국가의 불법행위에 따른
국가배상제도'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비록 삼청교육으로 인한 피해가 매우 중대하고 피해자의
범위도 넓어 상당한 특수성이 있어서 국회가 이에 대한
특별입법을 할 수는 있지만, 이미 국가배상법제가 마련되어 있는
이상, 그 외에 청구인이 주장하는 삼청교육피해자들에 대한
특별한 보상을 위한 국가의 입법의무가 헌법해석상 새로이
발생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청구인이 주장하는
국방부장관의 담화만으로는 국가에게 청구인 등
삼청교육피해자들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권을 입법하여야 할
헌법상의 의무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도 없다. 결국 이 사건
삼청교육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과 관련해서 헌법의
명시적인 입법위임도 존재하지 아니하고, 헌법해석상 그러한
입법의무가 새롭게 발생하는 것도 아니라고 할 것이다.
라. 따라서 그 국가배상법률의 규정상의 청구기간이 너무
짧거나 불완전하여 삼청교육과 같은 특수한 경우 효과적인
배상청구권이 행사될 수 없는 것을 이유로 다투는 것, 즉 그
불완전한 법규 자체를 대상으로 하여 그것이 헌법위반이라는
적극적인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삼청교육 피해에 대한 보상입법의 부작위 자체를 이유로
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결국 이 사건 심판청구는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으로서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므로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러므로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따른 것이다.
재판장 재판관 김용준
주심재판관 김진우
재판관 김문희
재판관 황도연
재판관 이재화
재판관 정경식
재판관 고중석
재판관 신창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