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
2014다86752 손해배상(기)
A
주식회사 D
광주고등법원 2014. 11. 5. 선고 2013나2145 판결
2015. 5. 28.
원심판결 중 원고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들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려면 그 위법한 행위와 원고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결과발생의 개연성, 위 법행위의 태양 및 피침해이익의 성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5. 11. 선고 2004다11162 판결, 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0다10275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민사소송법 제202조가 선언하고 있는 자유심증주의는 형식적·법률적 증거규칙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뜻할 뿐 법관의 자의적 판단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므로, 사실의 인정은 적법한 증거조사절차를 거친 증거능력 있는 증거에 의하여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하여야 하고, 사실인정이 사실심의 재량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그 한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2. 4. 13. 선고 2009다77198,77204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기. 원고와 원심 공동원고 B은 내수면어업법 제11조의 규정에 의하여 담양군수에게 어업신고를 하고 장어 등의 양식업에 종사하여 왔다.
나. 국토해양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장은 2009. 1. 23. 사업시행기간을 2009년 1월경부터 2018년 12월경까지로 하는 X 도로확·포장공사를 고시하였고, 피고는 2009. 3. 25. 익산지방국토관리청으로부터 X 도로확장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도급받아 이 사건 공사를 시작하였다.
다. 피고는 이 사건 공사 현장 중 AA터널공사 현장(이하 '이 사건 터널공사 현장'이라 한다)의 발파공사와 관련하여 주식회사 대영지오빌파엔지니어링에 의뢰하여 2011. 6. 15.부터 2011. 6. 18.까지 원고 및 B의 각 양식장(이하 '이 사건 양식장'이라 한다)에 대한 배경환경측정 및 사전영향평가를 시행하였고, 피고로부터 이 사건 공사의 일부를 하도급받은 주식회사 Y과 주식회사 Z은 2011. 6. 27.과 2011. 8. 27. AB사무소에 각 시험발파를 의뢰하여 발파시 발생되는 소음·진동치를 측정하였다. 이 사건 터널공사 현장에서 이 사건 양식장까지의 거리는 약 450m 정도이다.
라. 주식회사 대영지오발파엔지니어링은 위 사전조사결과에서 이 사건 터널공사 현장으로부터의 이격거리 445m 구간에서는 제안된 수중소음기준인 140dB rellPa을 초과할 것으로 예측되므로 시험발파 시 획득한 자료를 토대로 정확한 수중소음을 예측하여 재검토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하였고, 시험발과 시 소음·진 동치를 측정한 AB사무소는 발파 현장으로부터 450m 이상 떨어진 이 사건 양식장에서는 진동과 소리가 최소감응수지로 계촉되지 않으므로 피해가 예상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마. 이 사건 터널공사 현장에서의 화약류사용 및 양수에 관하여, (1) 주식회사 Y은 담양경찰서장으로부터 2011. 6. 24. 허가기간을 2011. 6. 27.부터 2011. 6. 30.까지로 하여 폭약 140kg, 뇌관 60개를 양수 - 사용하는 내용의 허가와, 2011. 6. 29. 허가기간을 2011. 6. 30.부터 2011. 9. 30.까지로 하여 폭약 5,000kg, 뇌관 5,000개를 양수·사용하는 내용의 허가를 각 받고, (2) 주식회사 Z은 2011. 8. 22. 허가기간을 2011. 8. 24.부터 2011. 8. 26.까지로 하여 폭약 95.054kg, 뇌관 274개를 양수 · 사용하는 내용의 허가와, 2011. 8. 25. 허가기간을 2011. 8. 27.부터 2012. 2. 26.까지로 하여 폭약 70,000kg, 뇌관 70,000개를 양수, 사용하는 내용의 허가를 각 받았다.
바. 이 사건 터널공사 현장에서는 2011. 6. 27. 시험발파를 시작으로 그 무렵부터 2011. 10. 26.까지 사이에 수십 회에 걸쳐 발파공사(이하 '이 사건 발파공사'라 한다)가 있었다.
2011. 6. 27. 실시한 5회의 시험발파에서 사용된 장약량(裝藥量)과 지발(遲發)당 장약량은 1, 2, 3회 각 24kg, 2.4kg/delay, 4회 38.4kg, 2.0~2.4kg/delay, 5회 20kg, 2.0kg/delay이었다. 그렇지만, 실제로 이 사건 발파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매회 발파 시사용된 장약량은 최소 2kg에서 최대 395kg이고, 지발당 장약량은 최소 0.6kg/delay에서 최대 12kg/delay에 이르러, 시험발과 시의 장약량을 훨씬 넘고 있다.
사. 위 사전조사결과 시의 예측 결과 및 예상 의견과 시험발파 시의 진동·소리 계측 결과와 피해 불발생 예상 의견(이하 이를 통틀어 '사전 예측 결과 및 의견'이라 한다)과 달리, 이 사건 발파공사 기간 동안 B의 양식장에서는 장어가 계속하여 폐사하였고, 실제로 이 사건 발파공사로 인하여 B의 양식장에서 측정된 수중소음 및 진동 준위는 각각 147.64B rellPa, 46.3dB(v)로서 평상시의 수중소음 및 진동 준위보다 각각 12.2dB re/uPa, 17.4dB(v)이 높은 수준으로 측정되어 이 사건 발파공사가 B의 양식장의 수중소음 및 진동 준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 한편 원고는 2011년 3월 경에는 장어를 입식(入)하지 않았고, 이 사건 발파공사가 시작된 2011년 6월말 경까지 2010년에 입식한 장어 중 상품성이 있는 것을 모두 판매하였으며, 상품성이 없는 것은 2011. 7. 26.경 다른 곳으로 모두 옮겨 폐사 피해를 입지 않았다.
원고는, 이 사건 발파공사로 인한 소음·진동으로 인하여 장어가 폐사할 것이 예상됨에 따라 그 피해를 막기 위하여 위와 같이 장어의 입식을 포기하였으므로, 장어를 입식하지 못하여 입은 손해를 피고가 배상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3. 그런데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1) 원고가 이 사건 발파공사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어 장어 입식을 포기하였다는 시기로 주장하는 2011년 3월경에는 이 사건 발파공사가 예정되어 있었을 뿐이고 그 당시 이 사건 발파공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② 설령 구체적인 발파공사 계획이 수립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를 인지하고 어업피해의 위험을 합리적으로 평가하였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고, ③ 터널 발파공사가 반드시 어업피해를 수반한다.고 볼 수 없고, 실제로 피고가 이 사건 발파공사 전에 이 사건 양식장에 대한 사전조사 등을 시행하였으나 사전조사에서는 이 사건 양식장에 대한 피해가 예상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결론이 나왔으며, 이 사건 발파공사에서 사용되었던 장약량이 시험발파 당시의 장약량을 월등히 초과하여 이 사건 발파공사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B의 장어가 폐사되는 결과가 발생하였으나, 이 사건 발파공사 당시 장약량을 적절히 조절하였다면 장어 폐사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는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장어 입식을 포기할 당시 어업피해가 발생할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예상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발파공사와 원고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위 손해배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4.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갑 제6호증, 을 제6호증의 1, 2, 3의 각 기재를 비롯한 기록에 의하면, 익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2008년 5월경 작성한 이 사건 공사의 터널설계도 중 발파패턴도에는 지보(支保) 등급별로 6개 유형의 발파제원이 기재되어 있고, 각 유형별로 지발당 장약량이 발파공에 따라 최대 13.6kg/delay로 설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원고가 장어 입식을 포기하였다고 주장하는 2011년 3월경에는 이미 이 사건 발파공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어 있었다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취지의 원심 판시 첫 번째 논거는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나. 그런데 위와 같이 이 사건 발파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매회 발파 시 사용된 장약량 및 지발당 장약량은 시험발파 시의 장약량을 훨씬 넘는 것으로서, 사전 예측 결과 및 의견과 달리 이 사건 발파공사가 B의 양식장에 대하여 소음·진동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 양식장의 장어가 폐사하는 피해가 발생되었음을 함께 참작하여 보면, 시험발파시의 장약량 등에 기초하여 이 사건 양식장에 피해가 예상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사전 예측 결과 및 의견만으로는 이 사건 발파공사에 의하여 발생된 소음·진동으로 인하여 원고의 양식장에 피해가 예상되지 않는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취지의 원심 판시 세 번째 논기 역시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다. 그리고 이 사건 발파공사에 실제로 사용된 지발당 장약량의 범위가 원래의 이 사건 공사의 터널 설계에 반영된 발파제원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음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발파공사는 설계도서에 반영된 발파제원에 따른 장악량을 사용하여 진행된 것으로 보이고,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 사건 공사의 설계에 반영된 장약량에 따라 발파공사를 진행하였다면 시험발파 당시 측정된 수중소음 및 진동 준위를 초과하여 이 사건 발파공사 당시 발생한 것과 유사한 수준의 소음·진동이 발생하였을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즉 위와 같이 시험발파 시의 장약량을 훨씬 넘는 장약량이 사용된 이 사건 발파공사나 그에 따라 발생되는 소음·진동은 설계도서에 반영된 발파제원에 따른 것이거나 이에 준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 발파공사가 이 사건 양식장에 미치는 영향은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었다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발파공사 당시 장약량을 적절히 조정하였다면 장어 폐사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었다는 원심 판시 네 번째 논거는 위와 같은 사정들을 도외시하는 것으로서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라. 또한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이 사건 발파공사와 무관한 다른 이유로 장어 입식을 포기하였다고 볼 수 있는 다른 사정이 없다면, 이 사건 발파공사로 인하여 발생될 소음·진동으로 인한 장어 폐사 등의 피해를 우려하여 입식을 하지 아니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이 불합리하거나 경험칙에 어긋난다고 단정하기도 쉽지 않으 프로, 이와 다른 취지의 원심 판시 두 번째 논거 역시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5. 따라서 원심이 들고 있는 위와 같은 논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발파공사와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부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원심으로서는 터널실계에 반영된 장약량에 의하여 발생되는 소음·진동이 원고의 양식장의 수중소음 및 진동 준위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 및 그로 인하여 장어의 생장에 미칠 가능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심리하여 상당인과관계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결국 이와 다른 원심의 판단에는 위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6.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 중 원고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며,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대법관김소영
대법관이인복
주심대법관김용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