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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0. 6. 12. 선고 88다카2 판결

[손해배상(기)][공1990.8.1.(877),1446]

판시사항

운송회사소속 트럭운전사들이 아질산소다 포대에 덮개를 씌우지 아니하고 기계와 혼재하여 운송한데에 중대한 과실이 없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실화책임에관한법률에서 말하는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통상인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가 있는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히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말한다 할 것인바, 아질산소다의 운송상의 주의사항은 비와 직사광선을 피하고 화기를 엄금하는 것인데 운송회사소속 트럭운전사들이 아질산소다 운송시의 이러한 주의사항에 관하여 별다른 지시를 받은 일이 없고, 한편 아질산소다는 소방법시행령 제12조 제1항 소정의 위험물이나 동 제2항 소정의 준위험물로 지정되어 있지도 아니하므로, 아질산소다가 흡습성이 강하고 아질산소다의 수화물은 충격 또는 열에 폭발 또는 발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 및 그에 따라 대기 중에 습기가 생성되기 쉬운 야간에 노출될 경우에는 수화물이 생성될 수 있고 그와 같이 수화물이 생성되었을 때에는 그것이 만약 차량에 의한 운송중이라면 아질산소다의 포대끼리 또는 다른 물체와의 충격에 의하거나 운송중인 차량으로부터 받게 되는 열에 의하여도 발화될 수 있는 정도라는 사실이 일반인이나 운송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고 볼 수 있는 자료가 없는 한 위 운전사들이 위 아질산소다 포대에 덮개를 씌우지 아니하고 이 사건 기계를 위 아질산소다 포대와 혼재하여 운송한 사실을 가리켜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현저히 주의를 결여한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코리아써키트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대헌

피고, 상고인

국화운수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해룡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증거를 종합하여 원고는 일본으로부터 인쇄회로기판인 금속세척기 및 후처리기 4대를 수입하여 1984.4.12.부산세관에서 통관을 마친 다음 운송주선업체인 정우통운을 경영하는 소외 정흥조에게 위 기계를 동일차량내에 타물품과 혼재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차량 2대에 나누어 싣고 다음 날인 동월 13일까지 서울에 있는 원고 회사에 도착할 수 있도록 의뢰한 사실, 위 정 흥조는 이를 응락 운송주선을 인수하여 운임 및 보수 금 230,000원을 수령한 후 소외 성명 미상자 경영의 동양관세사사무소에 그 운송주선을 의뢰하고 위 동양관세사사무소는 소외 88화물에, 88화물은 운송업체인 전국화물을 경영하는 소외 김득현에게 각 순차로 위 운송주선을 의뢰하여 최종적으로 김득현의 주선 아래 피고가 위 기계 중 금속세척기 1대와 후처리기부품조절반 2대를 운송하기로 하여 위 김득현으로부터 그 운임으로 금 150,000원을 수령한 사실, 한편 피고는 같은 날 이 정선관세사무소 사무장인 소외 박 장관, 운송주선업체인 한국화물운수공사를 경영하는 소외 고 병혁과 위 김득현 등의 순차 주선아래 소외 경인양행주식회사가 서독에서 수입하여 통관한 폴란드제 화공약품인 아질산소다(NaNO2) 360포대(1포대당 50킬로들이로서 총 18톤)를 부산 북구 삼락동 소재 일성보세장치장으로부터 인천까지 운송하기로 약정한 바 있었으므로 피고의 부산영업소 직원인 소외 김종록이 피고 소유 경기 9타1604호 25톤 폴카코트럭의 운전사인 소외 박운희, 유영진에게 위 기계와 함께 위 아질산소다를 순차로 싣고 서울 및 인천까지 운송할 것을 지시하였는데 당시 이들은 위 아질산소다 운송시의 주의사항이나 혼제금지 등에 관하여는 별다른 지시를 받지 못한 사실, 이에 따라 위 박운희, 유영진은 1984.4.12. 16:00경 부산항 제1부두에서 위 기계를 길이 8.5미터, 폭2.5미터 가량되는 위 트럭적재함의 중앙부분에 싣고 이어 동일 17:00경 위 일성보세장치장에 이르러 그 곳 위험물 제1류 보관창고에서 출고된 위 아질산소다 360포대를 위 보세장치장의 위험물취급주임인 소외 서 신현으로부터 인도받아 이를 적재함에 있어 위 한국화물운수공사의 직원으로서 그 곳에 입회한 소외 이용문으로부터 이를 위 기계와 혼재하지 말 것을 지시받고서도 이에 따르지 않고 화물중량의 균형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그 중 60포대를 위 트럭의 적재함 중 위 기계를 적재하고 남은 양쪽 가장자리 부분에 4포대씩 쌓아 올려 적재한 다음 그 나머지 300포대는 위 트럭의 적재함 뒷쪽에 달린 트레일러에 적재하는 한편, 위 서 신현으로부터 위 아질산소다 위에 덮개를씌우고 운송하라는 말을 듣고서도 이에 따르지 않고 덮개를 씌우면 이것이 바람에 날릴 경우 후사경을 가려 후방주시가 곤란하다는 이유로 덮개를 씌우지 않은 사실, 위 두 사람은 동일 19:30경 부산을 출발하여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위 트럭을 운전하여 가던 중 그 다음 날인 1984.4.13. 03:55경 대전 동구 범동소재 경부고속도로 서울기점 150킬로미터 지점을 통과할 무렵 위 트럭적재함의 운전석쪽 가장자리 중간부분에 실려 있던 아질산포대들에서 갑자기 불이 난 것을 위 트럭의 후사경을 통하여 발견하고 정차한 후 소화기를 사용하여 진화에 나섰으나 실패하고 불길이 위 기계가 실린 부분에까지 번져 결국 위 트럭 중 트레일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 및 위 아질산소다 60포대와 함께 위 기계가 전소한 사실, 아질산소다는 융점이 섭씨 270도이고 섭씨 320도에서 빠르게 분해되어 폭약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흡습성이 강하고 아질산소다의 수화물은 충격 또는 열에 폭발 또는 발화하므로 그 운송상의 주의사항으로서 비와 직사광선을 피하고 화기를 엄금하여야 하는데 만약 운송시 장시간 직사광선에 노출되면 화재의 위험이 있고 또 대기중에 습기가 많은 경우 이를 흡수하여 수화물이 생선된 후 열이나 충격을 받아 발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한편 위 소실된 아질산소다를 담은 포대의 표면에도 다이아몬드형의 노란색마크에 원위에 불꽃이 치솟는 모양의 화재주의표지(도시하면 과 같다)가 새겨져 있었던 사실, 위 운송도중 박운희, 유영진은 담배를 피우거나 꺼지지않은 담배꽁초를 적재함쪽으로 버리는 등 화재원인이 될 만한 행위를 한 바 없고 또 위 트럭이 타차량과 충돌하는 등 외부로부터 충격을 받은 일도 없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다른 특별한 발화원인이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서 위 아질산소다는 덮개가 씌어지지 않은 채 위 트럭에 실려 습기가 생성되기 쉬운 야간에 운송되는 과정에서 습기에 노출되었고 이로 인하여 아질산소다가 수화물을 생성하였으며 그 수화물이 운송중 아질산소다 포대끼리 또는 차체나 이 사건 기계에 충격되거나 차량으로부터 발생되는 열을 흡수하여 발화하였다고 추정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위 박운희, 유영진이 위 아질산소다 포대의 표면에 붙은 화재위험표지를 인식하고 위 이용문과 위 서신현의 지시에 따라 위 아질산소다 포대 위에 덮개를 씌우는 한편 이 사건 기계를 위 아질산소다 포대와 혼재하지 않았더라면 위 기계는 소실되지 않았을 터이므로 위 박운희, 유영진의 위와 같은 과실은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위 기계의 소실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 인정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논리법칙위배 등의 위법은 발견되지 아니한다.

원심은 위 인정판단에 이어 피고 회사의 피용인인 위 박운희, 유영진 두 사람의 과실은 화재위험물의 운송업무를 취급하는 자로서의 중대한 과실이라고 판단하여 실화책임에관한법률에 의하여 이들의 사용자인 피고에게 위 화재로 인하여 이 사건 기계가 소실됨으로써 원고가 입은 손해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였으나, 실화책임에관한법률에서 말하는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통상인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더라도 약간의 주의를 한다면 손쉽게 위법 유해한 결과를 예견할 수가 있는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만연히 이를 간과함과 같은 거의 고의에 가까운 현저히 주의를 결여한 상태"를 말한다 할 것인바( 당원 1983.2.8. 선고 81다428 판결 참조), 이 사건에 있어서는 원심인정사실에 의하더라도 아질산소다의 운송상의 주의사항은 비와 직사광선을 피하고 화기를 엄금하는 것인데 위 피고 소유차량 운전사들인 위 박운희, 유영진이 아질산소다 운송시의 이러한 주의사항에 관하여 별다른 지시를 받은 일이 없다는 것이고, 한편 아질산소다는 소방법시행령 제12조 제1항 소정의 위험물이나 동 제2항 소정의 준위험물로 지정되어 있지도 아니하므로, 아질산소다가 흡습성이 강하고 아질산소다의 수화물은 충격 또는 열에 폭발 또는 발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 및 그에 따라 대기 중에 습기가 생성되기 쉬운 야간에 노출될 경우에는 수화물이 생성될 수 있고 그와 같이 수화물이 생성되었을 때에는 그 것이 만약 차량에 의한 운송중이라면 아질산소다의 포대끼리 또는 다른 물체와의 충격에 의하거나 운송중인 차량으로부터 받게 되는 열에 의하여도발화될 수 있는 정도라는 사실이 일반인이나 운송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고 볼 수 있는 자료가 없는 한 원심이 위 박운희, 유영진이 위 아질산소다 포대에 덮개를 씌우지 아니하고 이 사건 기계를 위 아질산소다 포대와 혼재하여 운송한 사실을 가리켜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현저히 주의를 결여한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아질산소다의 위와 같은 성상 등을 인정할 수 있는 자료가 기록상 발견되지 않는 이 사건에서 위 피고 회사 운전사등의 과실을 실화책임에관한법률에 정한 중대한 과실로 본 것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채증법칙에 위반하였거나 같은 법에 정한 중대한 과실에 정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어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하였다하겠으므로 이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12조 소정의 파기사유에 해당하며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배석(재판장) 이회창 김상원 김주한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87.12.3.선고 86나36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