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무효확인][미간행]
원고(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선수외 1인)
주식회사 한진중공업(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훈)
2003.4.25.
1.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1. 피고가 2002. 4. 30. 원고에 대하여 한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2002. 5. 1.부터 원고를 복직시킬 때까지 월 2,732,055원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1. 기초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4호증의 각 1, 2, 갑 제5, 6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당사자의 지위
피고 회사는 건설업을 영위하던 한진건설주식회사(변경전 상호 : 한일개발주식회사)를 1999. 8. 1. 흡수합병한 회사이고, 원고는 1982. 10. 4. 한일개발주식회사 용역사업부에 입사하여 피고 회사의 건설부문의 행정직 과장으로 근무하던 중 피고 회사에 의하여 정리해고된 자이다.
나. 1차 정리해고
(1) 피고 회사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2001. 4. 25.자로 원고를 정리해고하였는데(이하 ‘1차 정리해고’라고 한다), 원고가 같은 해 7. 10.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자,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같은 9. 10. 원고에 대한 1차 정리해고가 부당해고라고 인정하면서 원고의 복직을 명하는 구제명령을 발하여 피고 회사는 2001. 12. 3. 원고를 복직시켰다.
(2) 이에 대하여 피고 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여 중앙노동위원회는 2002. 2. 8.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취소하고 원고에 대한 1차 정리해고가 정당한 해고라고 판정하였고, 이에 대하여 다시 원고가 같은 해 3. 8. 서울행정법원에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취소의 소를 제기하였다가 그후 이를 취하하였다.
다. 2차 정리해고
피고 회사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2002. 4. 30.자로 원고를 다시 정리해고하였다(이하 ‘2차 정리해고’라고 한다).
2. 당사자의 주장
원고는, 원고에 대한 1, 2차 각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정리해고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아니한 부당해고이므로 2차 정리해고는 무효라고 주장함에 반하여, 피고 회사는, 1차 정리해고 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복직명령에 따라 원고를 복직시켰다가 중앙노동위원회가 1차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인정하면서 위 복직명령을 취소하였기 때문에 원고를 다시 정리해고한 것이므로 2차 정리해고는 1차 정리해고를 확인하는 의미에 불과한 것으로서 정당한 해고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3. 1차 정리해고의 정당성 여부
가. 정리해고의 요건
기업이 경영상의 필요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는 이른바 정리해 고가 정당하다고 하려면, 그것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것인지 여부, 사용자가 해고회피를 위하여 상당한 노력을 하였는지 여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의하여 해고대상자를 선정하였는지 여부, 그밖에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측과의 성실한 협의 등을 거쳤는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전체적,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당해 해고가 객관적 합리성과 사회적 상당성을 지닌 것으로 인정될 수 있어야 하고, 여기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 함은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 1999. 5. 11. 선고 99두1809 판결 , 대법원 1997. 9. 5. 선고 96누8031 판결 참조).
나. 1차 정리해고의 정당성 여부
(1) 인정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2호증, 갑 제13호증의 1, 2, 을 제3호증, 을 제4호증의 1, 2, 을 제5호증, 을 제6호증의 1, 2, 을 제7호증, 을 제8호증의 1 내지 4, 을 제9호증의 1 내지 9, 을 제10호증의 1, 2, 을 제1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한진건설주식회사는 1997.의 IMF 사태 이후 경영사정이 악화되자 1999. 8. 1. 피고 회사로 합병되었는데, 합병이후에도 건설부문은 피고 회사의 조선부문과 분리되어 독자적인 사업수행을 하였다.
피고 회사로 합병되기 전의 한진건설주식회사는 1997.에 75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고, 1998.에는 2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으나, 합병된 피고 회사의 건설부문은 1999.에는 다시 99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고, 2000.에는 34억의 당기순이익을 올려서, 1997.부터 2000.까지의 누적적자가 1,693억원이나 되었고, 그 이후로도 손실액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건설부문의 매출액도 1998.이래로 꾸준히 감소해 왔다.
(나) 피고 회사는 건설부문의 적자가 누적되고 매출액이 감소하자, 피고 회사의 경영여건을 개선하기 위하여 수익성이 낮은 사업부문을 축소하거나 매각하였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자산매각조치를 취하였으며, 건설부문의 조직을 축소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남아 도는 인력 250명을 조선부문으로 전환배치하거나 정리해고하기로 하였다.
(다) 피고 회사는 2000. 10. 13.부터 2001. 3. 6.까지 노동조합과 중앙노사위원회를 9회에 걸쳐 개최하여,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 정리해고의 규모, 정리해고자의 선발 기준과 절차 등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였다.
(라) 피고 회사와 노동조합은 2001. 3. 6. 다음과 같은 내용의 인력감축안에 합의하였다.
1) 6명을 전환배치하고 21명을 아웃소싱 업체로 방출한 후 134명을 정리해고한다. 다만 정리해고대상자 중 조선부문 전출예정자 7명이 전출에 동의하면 정리해고 대상에서 제외한다.
2) 정리해고자는 임시직 및 수습직, 징계처분을 받은 자, 근무평가가 최하위인 자 순으로 선정하되, 과장 이상 고직급자의 정리해고율을 저직급자보다 높게 하며(부차장급 13.3%, 과장급 13%, 대리사원급 10%), 직종별로 정리해고 비율을 차등적용한다(행정 15%, 토목 10%, 건축 13%, 기계 12%, 전기 12%).
3) 정리해고대상자에게는 먼저 희망퇴직의 기회를 부여하고 근속기간에 따라 차등적으로 퇴직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하며,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자에 한하여 정리해고를 실시한다.
4) 인사고과(40점), 직위(10점), 연령(5점), 현직위 경과(10점), 어학(5점), 학력(5점), 본부 추천(15점), 부양의무(10점), 근속(10점)을 기준으로 하여 점수를 산정한 다음, 자격 혹은 면허가 있으면 가점을 하고, 배우자가 직업을 갖고 있거나 징계 경력이 있으면 감점을 하여 낮은 점수를 얻은 자를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하기로 한다.
(마) 피고 회사가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기준에 따라 행정직 과장에 대한 점수를 산정한 결과, 원고는 행정직 과장 47명 중 44등위의 점수를 획득하여 7명의 과장급 정리해고 대상자에 포함되었다.
(바) 피고 회사는 노사간의 합의에 따라 127명의 해고정리 대상자를 선정하였고, 그 중 126명은 2001. 3. 30. 혹은 같은 달 31.자로 희망퇴직하였는데, 원고가 희망퇴직 신청을 하지 않자, 피고 회사는 같은 해 4. 25.자로 원고를 정리해고하였다.
(2) 판단
(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와 해고회피를 위한 노력 여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회사는 누적적자로 인한 경영의 악화로 회사의 생존이 어렵게 되자, 자산매각조치 등의 자구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인력 감축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꾀한 점이 엿보이므로, 정리해고를 할 수밖에 없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다고 할 것이고, 피고 회사는 정리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다고 볼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 회사가 2000.에 흑자를 기록하였고, 2001.에도 93억원의 흑자를 기록하였으므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갑 제7, 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 회사가 2000.과 2001.에 각 흑자를 기록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 각 연도의 흑자를 감안하더라도 누적적자가 1,600억원에 이르러 인력 감축을 통한 생산성 향상의 필요성이 긴박하였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음으로 원고는, 피고 회사가 일부 직원에 대한 승격인사를 하였고, 임직원들에게 해외여행을 보내주었으며, 새로이 직원을 채용한 사실로 보아 정리해고 회피를 위한 노력을 다 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갑 제9, 10호증, 갑 제14호증의 1, 2, 갑 제15, 20호증의 각 1 내지 5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 회사가 1999. 7. 16.과 2000. 3. 18. 일부 직원에 대한 승격인사를 한 사실, 2001. 4. 및 5.경 일부 임직원들에게 해외여행을 시켜준 사실, 한진그룹이 그룹차원에서 2001. 5. 30.경 400명 가량의 신입사원을 채용하기로 한 사실등은 인정되나 이것만 가지고는 피고 회사가 해고회피를 위한 노력을 다 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의 합리성 여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회사는 노동조합과의 9회에 걸친 협의를 거친 후 합의된 정리해고 대상자의 선정 기준, 절차 및 방법 등을 적용하여 정리해고 대상자를 선정한 것이므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의하여 정리해고 대상자를 선정한 것으로 볼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원고가 다년간 강력한 노동조합 활동을 하였기 때문에 피고 회사가 원고를 정리해고 대상자로 선정하였고 선정과정에서 충분한 의견진술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 정리해고 대상자 선정기준의 합리성과 객관성이 결여되었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갑 제16호증의 1 내지 4, 갑 제17호증의 1, 2, 갑 제18호증, 갑 제19, 22호증의 각 1, 2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의 위 주장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므로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근로자측과의 성실한 협의 여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회사는 회사의 경영사정이 악화된 이래 9회에 걸쳐 노동조합과 정리해고에 관한 구체적 협의를 진행하였고 도출된 합의에 따라 별다른 의견대립 없이 정리해고를 시행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 회사는 근로자측과 정리해고에 관한 성실한 협의를 하였다고 볼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 회사의 노동조합에는 총 근로자의 5%만이 가입하고 있었기 때문에 위 노동조합은 피고 회사와 정리해고에 관하여 협의할 대표성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피고 회사가 위 노동조합과 정리해고에 관하여 협의하였으므로 1차 정리해고는 근로자측과의 성실한 협의를 거치지 아니한 것이라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설사 피고 회사의 노동조합이 근로자들의 과반수로 조직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달리 위 노동조합 외에 그 당시 피고 회사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가 선정되어 있었다거나 위 노동조합이 근로자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는 점에 대한 피고의 주장·입증이 없는 이상, 위 노동조합이 피고 회사 근로자들의 과반수로 조직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는 피고 회사가 근로자들과 성실한 협의를 하지 아니한 것을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2차 정리해고의 정당성 여부
피고 회사의 원고에 대한 1차 정리해고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피고 회사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회피를 위한 노력, 객관적이고 정당한 정리해고의 기준, 근로자측과의 성실한 교섭노력등을 전체적,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1차 정리해고가 객관적 합리성과 사회적 상당성을 지닌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바, 피고 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가 1차 정리해고가 정당한 것으로 판정하자 1차 정리해고를 확인하는 의미에서 2차 정리해고를 시행한 것이라고 볼 것이므로 2차 정리해고는 결국 정당한 해고라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2차 정리해고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이고, 2차 정리해고가 무효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사건 임금 청구도 결국 이유가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