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2014. 7. 10. 선고 2012다26480 판결

[채무부존재확인][공2014하,1547]

판시사항

콜센터를 운영하는 갑 주식회사와 협력관계에 있는 을 대리운전업체의 운영자가 을 업체를 기명피보험자로 하고 을 업체 등 갑 회사의 협력업체 소속 대리운전기사들을 운전자명세서에 기재하여 병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정 대리운전업체 소속으로 위 운전자명세서에 등재된 대리운전기사 무가 정 업체와 협력관계인 기 주식회사의 콜센터로부터 대리운전기사 배정을 통보받아 자동차를 운행하던 중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안에서, 무가 보험계약에서 정한 ‘기명피보험자를 위하여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독자적인 콜번호를 가지고 콜센터를 운영하는 콜업체 갑 주식회사와 콜번호 공유계약을 체결하여 협력관계에 있는 을 대리운전업체의 운영자가 을 업체를 기명피보험자로 하고 을 업체 소속 대리운전기사들뿐만 아니라 갑 회사의 다른 협력업체 소속 대리운전기사들도 운전자명세서에 기재하여 병 보험회사와 대리운전 중 발생한 사고에 관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갑 회사의 협력업체인 정 대리운전업체 소속으로 위 운전자명세서에 등재된 대리운전기사 무가 정 업체와 협력관계인 다른 콜업체 기 주식회사의 콜센터로부터 직접 개인휴대용단말기로 대리운전기사 배정을 통보받아 고객으로부터 수탁한 자동차를 운행하던 중 교통사고를 일으킨 사안에서, 실질적인 기명피보험자는 무가 소속된 정 업체를 비롯하여 운전명세서에 기재된 대리운전기사들이 소속된 협력업체들이고, 정 업체가 기 회사의 콜센터를 통해 간접적으로 대리운전 의뢰를 받았다고 볼 수 있어 위 자동차는 정 업체가 소속 대리운전기사인 무를 통해 고객으로부터 대리운전을 위하여 수탁받아 관리 중인 자동차에 해당하므로, 결국 무는 고객으로부터 대리운전 의뢰를 받은 실질적 기명피보험자 정 업체의 대리운전업 영위를 위하여 피보험자동차인 위 자동차를 운전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는데도, 이와 달리 무가 보험계약의 특별약관에서 정한 ‘기명피보험자를 위하여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결에는 보험계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엘아이지손해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헌 담당변호사 정운 외 4인)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황태영)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는 소외 1 운영의 ‘○○대리운전(금정A)’에 소속된 대리운전기사이고, ‘○○대리운전(금정A)’이나 ‘△△△△콜’은 콜업체인 주식회사 오천콜(이하 ‘오천콜’이라 한다)과 콜번호 공유계약을 체결하여 이른바 협력업체의 관계에 있는 대리운전업체들이다.

(2) 오천콜 등 독자적인 콜번호를 가지고 콜센터를 운영하는 콜업체와 그 협력업체 및 협력업체 소속 대리운전기사, 그리고 고객 사이의 대리운전은, 일반적으로 ① 고객이 콜업체의 번호로 전화를 하여 대리운전을 의뢰하고, ② 콜업체의 콜센터에서는 이를 접수하여 협력업체의 소속 대리운전기사에게 개인휴대용단말기로 직접 연락하며, ③ 이를 받은 대리운전기사는 고객과 연락하여 고객이 있는 장소에 찾아가 고객으로부터 자동차를 수탁받아 대리운전을 하고 그 운행수수료를 받는 과정으로 이루어지는데, ④ 대리운전기사는 고객에게서 받은 운행수수료 중에서 콜업체에게 콜영업비 등을, 자신이 소속된 협력업체에게 배차비를 각 지급한 다음 그 나머지를 자신의 수입으로 한다.

(3) 한편 협력업체들은 하나 또는 수 개의 콜업체와 콜번호 공유계약을 체결하고 있는데, 피고가 소속된 ‘○○대리운전(금정A)’은 오천콜, 주식회사 드림콜(이하 ‘드림콜’이라 한다)과 각 협력관계에 있었다. 또한 오천콜과 드림콜은 자신의 콜센터에 대리운전의뢰가 접수되었으나 대리운전기사의 부족 등으로 대리운전을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대리운전의뢰가 취소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상대 콜업체에게 콜을 넘겨 주어 그 협력업체 소속 대리운전기사가 대리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4) 보험사업자인 원고는 ‘△△△△콜’이라는 상호로 협력업체를 운영하는 소외 2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 보험계약의 대리운전업자 특별약관(이하 ‘이 사건 특별약관’이라 한다) 제1조의 (1)은 “회사가 보상할 자동차취급업자종합보험보통약관 배상책임(대인배상, 대물배상) ①의 손해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대리운전을 위하여 피보험자동차를 수탁한 때로부터 통상의 대리운전 과정을 거쳐 차주에게 인도할 때까지의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생긴 피보험자의 손해만으로 합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조의 (1)은 자동차취급업자종합보험보통약관 배상책임(대인배상, 대물배상) ②의 피보험자로 ‘보험계약자로서 보험증권에 기재된 피보험자(이하 ’기명피보험자‘라 합니다)’와 ‘기명피보험자를 위하여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는 자로서 보험증권 또는 운전자명세서에 기재된 운전자(이하 ’대리운전자‘라 합니다)’를 열거하면서 〈용어정의〉에서 “이 특별약관에서 ‘기명피보험자를 위하여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는 자’라 함은 대리운전 고객으로부터 대리운전 의뢰를 받은 당사자인 기명피보험자의 대리운전업 영위를 위하여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을 말합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3조는 “피보험자동차는 승용자동차, 1.4톤 이하의 화물자동차 또는 승차정원 16인 이하의 승합자동차로 기명피보험자가 대리운전을 위하여 수탁하여 관리중인 자동차를 말합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5) 이 사건 보험증권상 기명피보험자는 ‘△△△△콜’로 되어 있고, 운전자명세서에는 피고를 비롯하여 약 500명에 이르는 대리운전기사들이 기재되어 있는데, 그 중 소외 2가 운영하는 ‘△△△△콜’ 소속은 10명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 대리운전기사들은 피고가 소속된 ‘○○대리운전(금정A)’ 등 오천콜과 협력관계에 있는 협력업체들 소속이다.

이 사건 보험계약의 운전자명세서에 위와 같이 대리운전기사들이 기재된 경위는 다음과 같다. 즉, 보험사업자들이 대리운전자를 위한 보험계약에서 피보험자 소속 대리운전기사의 규모에 관하여 최소인원을 요구함에 따라 오천콜의 협력업체들은 보상조건 및 보험료 등에서 유리한 조건을 적용받기 위하여 기명피보험자를 ‘△△△△콜’과 ‘□□콜’로 나누어 각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그 운전자명세서에 소속 대리운전기사들을 기재시켰고, 그 과정에서 피고는 ‘△△△△콜’ 소속 대리운전기사로 기재되었으며,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당시 그 운전자명세서에 ‘△△△△콜’ 소속이 아닌 다른 협력업체들 소속 대리운전기사들이 함께 기재되어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

(6)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료는 운전자명세서에 등재된 대리운전기사의 수별로 산정되고, 운전자명세서에 기재된 대리운전기사들이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였는데, 피고도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료로 매월 62,000원을 ‘○○대리운전(금정A)’에 납부하여 왔다.

(7) 소외 3은 이 사건 자동차의 소유자로서 2009. 1. 9. 01:53경 드림콜의 콜번호로 전화하여 대리운전을 요청하였고, 드림콜 콜센터는 이를 접수한 후 피고에게 개인용휴대단말기를 통하여 대리운전기사로 배정되었음을 통보하였다. 이에 피고는 소외 3을 만나 그로부터 이 사건 자동차를 건네받아 이를 운전하던 중 소외 4가 운전하는 이륜자동차를 충돌하는 이 사건 교통사고를 냈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 즉 ① ‘△△△△콜’은 오천콜의 협력업체일 뿐 다른 콜업체인 드림콜과는 무관한 업체인데, 오천콜의 협력업체로서 피고가 실제 소속되어 있는 ‘○○대리운전(금정A)'이 드림콜과도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유로 드림콜의 의뢰를 받고 대리운전을 한 경우까지 이 사건 보험계약상 책임을 부담한다면 ‘○○대리운전(금정A)'이 여타 콜업체와 협력관계를 맺어 무한히 그 위험 영역을 넓혀가더라도 원고가 그에 대한 책임을 모두 부담하여야 하는바, 이는 이 사건 보험계약이 기본적으로 오천콜이라는 콜업체를 기준으로 묶여진 대리운전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단체보험이라는 취지에 반하고, 원고의 합리적인 예측가능성을 현저히 벗어난 결과를 초래하는 점, ② 피고가 다른 콜업체를 통한 대리운전으로 그 중개영역을 확장하려 한다면 그와 상응하게 다른 콜업체(또는 그와 협력관계에 있는 협력업체)에도 소속되어 추가 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이는 점, ③ 일반적으로 대리운전업계에서는 콜업체의 대표번호를 기준으로 대리운전업체의 동일성을 인식하는 경우가 많고, 그 업체가 단체보험에 가입하였음을 광고하며, 고객도 그러한 정보를 통하여 대리운전업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원고의 책임 영역을 특정 콜업체로부터 대리운전 의뢰를 받은 운전기사로 제한함으로써 고객이 대리운전업체를 선택함에 주의를 더욱더 환기시킬 수 있고, 그 결과 대리운전업체로 하여금 사업영역별로 보험가입을 하도록 유도함이 거시적인 입장에서 대리운전기사와 고객을 보호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가 오천콜을 통하지 아니하고 다른 콜업체를 통하여 대리운전을 한 경우까지 피보험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이므로, 드림콜로부터 대리운전을 의뢰받은 피고는 이 사건 특별약관의 ’기명피보험자를 위하여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피고가 오천콜이 아닌 다른 콜업체를 통하여 대리운전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기명피보험자를 위하여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이 사건 보험계약이 대리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경우 고객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대리운전기사와 그 소속 대리운전업체의 손해를 전보하기 위하여 체결된 것이라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목적 등을 더하여 보면,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계약의 실질적 당사자가 운전자명세서에 기재된 대리운전기사들이 소속된 협력업체들이고 단지 기명피보험자 명의만을 ‘△△△△콜’이라고 표시함을 알고 이를 승낙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비록 이 사건 보험증권상 기명피보험자가 ‘△△△△콜’로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실질적인 기명피보험자는 피고가 소속된 ‘○○대리운전(금정A)'을 비롯하여 운전자명세서에 기재된 대리운전기사들이 소속된 협력업체들이라고 할 것이다.

나아가 앞서 본 바와 같이 현실에서 대리운전이 이루어지는 과정이 콜업체가 협력업체를 통하지 아니하고 직접 보험계약의 운전자명세서에 기재된 협력업체 소속 대리운전기사에게 개인용휴대단말기를 이용하여 대리운전기사로 배정되었음을 통지하고, 그 대리운전기사가 대리운전 고객으로부터 직접 자동차를 수탁받아 대리운전을 한 다음 수수료로 받은 돈 중에서 일부를 소속 협력업체에 배차비로 지급하는 관계라면, 비록 그 협력업체가 대리운전 고객으로부터 직접 대리운전 의뢰를 받지는 아니하였지만 콜센터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대리운전 의뢰를 받았다고 볼 수 있고, 그 자동차는 그 협력업체가 소속 대리운전기사를 통하여 대리운전 고객으로부터 대리운전을 위하여 수탁받아 관리중인 자동차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결국 이러한 경우는 그 대리운전기사가 대리운전 고객으로부터 대리운전 의뢰를 받은 소속 협력업체의 대리운전업 영위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전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피고는 소외 3으로부터 대리운전 의뢰를 받은 실질적 기명피보험자인 ‘○○대리운전(금정A)'의 대리운전업 영위를 위하여 피보험자동차인 이 사건 자동차를 운전하는 자에 해당하여 이 사건 특별약관의 ’기명피보험자를 위하여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 사건 보험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대리운전 고객이 일반적으로 콜업체의 대표번호를 기준으로 대리운전업체의 동일성을 인식하여 대리운전업체를 선택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이 사건 특별약관의 ‘기명피보험자를 위하여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는바, 이는 보험계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4.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민일영(주심) 이인복 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