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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ange_flag서울남부지방법원 2013. 6. 26. 선고 2012가단32199 판결

[손해배상][미간행]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선병욱)

피고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신우 담당변호사 오은정 외 1인)

변론종결

2013. 5. 22.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2. 10. 18.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 □□□’라는 어린이 뮤지컬 극본을 창작한 저작권자이다. 그런데 피고가 원고의 위 저작물을 모방하여 “○○○○○” 또는 “△△△△ △△△”라는 어린이 뮤지컬 공연을 함으로써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나. 피고의 주장

원고가 자신의 저작물이라고 주장하는 대본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전래동화에 기초한 것으로 창작성이 있는 별개의 저작물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의 공연물은 소외 1의 저작물을 토대로 한 것이고, 소외 1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았다.

다. 이하에서 쟁점별로 판단하기로 한다.

2. 원고의 저작권 인정 여부

가. 인정사실

(1) 원고는 어린이 뮤지컬 창작 및 제작 등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다. 원고는 1987년경 한국 전래동화 중 권선징악을 주제로 하는 ‘◎◎◎◎ ◎◎’에 착안하여, 여기에 형제간의 우애를 주제로 하는 ‘◁◁◁ ◁◁’의 내용을 가미한 “□□□ □□□”라는 어린이뮤지컬 극본을 만들었다. 위 극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등장인물 : 욕심많은 형(▷▷▷), 착한 아우(♤♤♤), 나쁜 사람을 혼내 주고 착한 사람에게는 복을 주는 ◈◈◈

② 줄거리 : ▷▷▷가 ♤♤♤를 부려먹다가 ♤♤♤를 쫓아낸다. 쫓겨 난 ♤♤♤가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호도열매를 발견한 후 비를 피하기 위하여 어느 집에 들어갔다가 그곳에서 ◈◈◈ 3인을 본다. ♤♤♤가 몰래 호도열매를 깨물자 ◈◈◈들이 놀라 달아나면서 □□□ □□□를 놓고 간다. ♤♤♤가 □□□ □□□를 이용하여 부자가 된다. 이 이야기를 들은 ▷▷▷도 ◈◈◈를 찾아가 호도열매를 깨문다. 그런데 이번에는 ◈◈◈들이 도망을 가지 않고 ▷▷▷를 혼내준다. 그로 인해 ▷▷▷는 코와 다리가 늘어난 상태로 돌아온다. ♤♤♤의 도움으로 ▷▷▷는 코와 다리가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오고, ▷▷▷는 잘못을 깨닫고 착한 사람이 된다.

③ 삽입된 노래 : (ⅰ) ◐◐ ◐◐ ◐◐◐, (ⅱ) ♡♡♡♡ ♡♡, ♡♡, (ⅲ) ▒▒, (ⅳ) ●●●● ●●●, (ⅴ) ▲▲ ▲▲▲

(2) 원고는 극본을 만든 다음 공연을 하기 위하여 당시의 공연윤리위원회로부터 공연물심의를 받았다.

(3) 원고는 위와 같이 공연물심의를 받은 후 1987. 2. 9.경부터 극단 ‘■■’에서 기획하여 “□□□ □□□”라는 어린이뮤지컬을 공연하였다. 원고는 연출로서 위 공연에 참여하였다.

[인정근거 : 갑제1호증, 갑제2호증, 갑제4호증의 1 내지 11, 갑제5호증의 1 내지 6, 갑제6호증의 1, 갑제7호증, CD 검증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나. 판 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의 “□□□ □□□”라는 어린이뮤지컬 극본은 두 개의 전래동화를 기초로, 어린이 뮤지컬 공연에 적합하도록 개별 상황을 설정함으로써 새롭게 변형하여 만든 것으로서, 등장인물의 이름, 줄거리, 소재 등에 변형을 가하였다는 점과 소설에서 극본으로 장르를 달리 변형하였다는 점을 알 수 있으므로, 저작권법 제5조 가 규정하는 독자적인 저작물인 2차적 저작물이라고 할 것이다.

피고는 원고의 대본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전래동화에 기초한 것으로 창작성이 있는 별개의 저작물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대본이 전래동화와는 별개인 2차적 저작물이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피고가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

가. 인정사실

(1) 피고는 ‘◆◆◆’이라는 극단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피고는 ‘◆◆◆’ 극단을 통하여 2008. 8. 14.경부터 2012. 7. 19.경까지 69회 이상 “○○○○○” 또는 “△△△△ △△△”라는 제목(초기에는 “○○○○○”이라는 제목으로 하다가 나중에는 “△△△△ △△△”라는 제목으로 공연함. 이하 “△△△△ △△△”라고만 한다)으로 어린이 뮤지컬을 공연하여 왔다.

(2) 원고의 극본과 피고가 공연한 뮤지컬의 극본은 다음과 같은 동일,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

① 등장인물 중 형은 마음씨 나쁜 “▷▷▷”이고, 동생은 마음씨 착한 “♤♤♤”이다.

② 공연이 시작되면 형이 관객을 대상으로 짓궂은 장난을 하다가 동생을 부른다.

③ 형의 대사(‘일은 안하고 돼지처럼 먹고 놀기만 좋아한다’ 등)와 동생의 대사(‘언제 돼지처럼 놀기만 했느냐, 먹고 놀기 좋아하는 사람은 ▷▷▷ 형님’ 등)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부분이 많다.

④ 형이 물벼락을 맞는 상황 등 개별 상황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부분이 많다.

⑤ 원고의 극본에서는 형이 관객에게 물을 뿌리고, 물이 색종이 가루로 변하는 상황이 있고, 피고의 극본에서는 형이 관객에게 물을 뿌리고, 물이 사탕으로 변하는 상황이 있다{참고로, 피고가 저작권자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았다는 근거로 제출한 을제9호증의 7(소외 1이 작성한 ‘의상, 소품, 소도구 플랜’임)에 의하면, ‘색종이가루(사탕)’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⑥ ◈◈◈들의 대사와 표현이 유사하다(욕심쟁이 영감을 혼내 주며 코를 늘여 기둥에 묶고, 귀를 당겨 부채처럼 만들고, 착한 사람 도와주고 나쁜 사람 혼내주는 ◈◈◈ 등).

⑦ 동생이 호도(전래동화에서의 개암을 호도로 바꾼 것임)를 깨무는 상황이 동일하고, 그 소리에 놀라 ◈◈◈가 도망간 후에 동생이 한 대사(‘하하하 ◈◈◈도 알고 보니 순 겁쟁이로구나. 호도 깨무는 소리에 도망을 가다니. 야 이거 참 신기한 방망이로구나. 야 이제 난 부자다. 난 부자가 된 거야.)가 동일하다.

⑧ 형이 부자가 된 동생을 찾아가서 동생이 부자가 된 이유가 도둑질을 해서인지를 묻는 대사와 동생의 해명, 형과 동생이 어린이 관객들에게 동생이 부자가 된 연유를 묻는 상황 설정, 동생이 형에게 부자가 된 연유를 귀에다 속삭이는 설정이 동일하다.

⑨ 형이 ◈◈◈들에게 혼이 나서 다리와 코가 길어졌으나 동생의 도움으로 원래대로 돌아오게 되는 설정이 동일하다.

⑩ 원고의 극본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5곡이 삽입되어 있다. 피고가 공연 중인 뮤지컬에는 위 5개의 곡 중 “◐◐ ◐◐ ◐◐◐”를 제외한 4곡이 삽입되어 있다. 한편, 피고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저작권자로 주장하는 소외 1이 1991. 5.에 ◇◇◇◇극단의 상임연출가로서 “□□□ □□□”에 관하여 작성한 ‘음향 음악 플랜’에 의하면, 원고의 극본에 삽입된 것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제목의 5곡[(ⅰ) ◐◐ ◐◐ ◐◐◐, (ⅱ) ★★★★ ★★ ★★, (ⅲ) ▒▒, ▒▒, (ⅳ) ●●●● ●●●, (ⅴ) ▲▲ ▲▲▲]이 삽입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인정근거 : 갑제2호증, 갑제3호증, 갑제6호증의 2, 갑제8호증의 1, 2, 변론 전체의 취지]

나.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의 극본과 피고의 극본 및 공연은 등장인물, 줄거리, 상황 설정, 소품, 대사, 삽입된 곡 등의 점에서 전체적으로 보아 동일·유사하므로, 피고가 “△△△△ △△△” 공연을 함으로써 원고의 극본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피고의 극본 및 공연은 저작권자인 소외 1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 스스로도 소외 1이 극본을 작성한 시기가 1991년경이라고 주장하고 있음에 반하여, 원고가 극본을 작성하고 공연윤리위원회로부터 공연물심의를 받았으며 그에 기하여 공연을 한 시기는 그보다 훨씬 더 앞선 1987년경인 점, 소외 1이 피고의 극본에 대한 저작권자라는 점에 관하여는 이를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손해배상액의 산정

저작권법 제126조 는 “법원은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제125조 의 규정에 따른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때에는 변론의 취지 및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가 2008. 8. 14.경부터 2012. 7. 19.경 사이에 적어도 69회 이상 “△△△△ △△△” 공연을 하였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각 공연 당 피고가 최소 800,000원 상당의 수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하여 산정된 금액 범위 내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손해액을 50,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액 5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송달 다음날인 2012. 10. 18.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한다.

판사 김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