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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101343 판결

[손해배상(의)][미간행]

판시사항

[1] 민법 제758조 제1항 에 정한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의 의미 및 그 존부에 관한 판단 기준

[2] 제3자 또는 피해자의 행위와 경합하여 발생한 손해도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볼 것인지 여부(적극)

[3] 정신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진료를 받던 환자가 병원 옥상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안에서, 망인의 사망 원인이 투신에 의한 사망일 개연성이 아주 높고 병원이 망인의 자살 자체를 예견하기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위 옥상에 존재한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가 사고의 공동원인의 하나가 되었다면, 그 공작물의 설치 또는 관리자는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1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광 담당변호사 최규호)

피고, 피상고인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보무외 3인)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1에 대하여는 69,881,6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을, 원고 2에 대하여는 68,381,6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민법 제758조 제1항 에서 말하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라 함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와 같은 안전성의 구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당해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자가 그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였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8다61615 판결 등 참조), 또한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로 인한 사고라 함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만이 손해발생의 원인이 되는 경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며, 다른 제3자의 행위 또는 피해자의 행위와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가 공동원인의 하나가 되는 이상 그 손해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다10139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원고들의 아들인 소외인(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이 피고 법인이 운영하는 연세대학교 영동세브란스병원(이하 ‘피고 병원’이라고 한다)에 내원하여 진단받은 내용과 입원 경위, 이후 망인에 대한 치료 과정과 증상의 변화 내용, 피고 병원 측과 망인 사이의 퇴원에 관한 협의와 그 당시 망인의 언동, 피고 병원 옥상(이하 ‘이 사건 옥상’이라고 한다)에서 발생한 망인의 사망 경위와 당시 현장상황 등의 사실을 인정한 다음, 망인의 사망이 자살이고 그에 대한 예방조치를 취할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을 들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원고들의 주위적 주장에 관하여는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망인의 자살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옥상의 설치 및 보존상의 하자로 인하여 망인이 실족하여 추락하여 사망하였다는 원고들의 예비적 주장에 관하여는 이 사건 옥상에 설치 및 보존상의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를 모두 배척하였다.

3. 그러나 이 사건 옥상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에 관한 원심의 판단 부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 및 제1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이 사건 옥상이 설치된 병동에는 망인과 같은 정신과 환자도 입원하고 있었고 망인이 입원한 병실은 8층 건물의 6층에 위치하여 그 입원환자가 옥상에 출입하기에 비교적 용이한 곳인 점, 이 사건 옥상은 비상시는 피난과 방화의 용도로 사용되지만 평상시는 입원환자를 포함하여 이 사건 병동을 출입하는 다수인이 휴식 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는 곳으로 인정되는 점(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난간을 따라 설치된 돌출부는 이 사건 옥상 이용자가 앉아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좌석의 기능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옥상에 설치된 난간 높이는 그 바닥으로부터 115㎝에 이르나 옥상 바닥으로부터 30㎝ 넓이의 돌출부가 설치된 관계로 그 돌출부 상단으로부터 옥상 난간의 가장 높은 곳까지의 높이가 48㎝에 불과하여 이 사건 옥상의 이용자가 일반적인 성인이라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위 돌출부를 딛고 난간을 넘어가는 것이 가능할 뿐더러, 특히 난간의 높이와 동일한 높이까지 가로와 세로가 각 51㎝인 정사각형 모양의 돌출부가 설치되어 있어 한 사람 정도라면 그 위에 올라가 충분히 머무를 수도 있을 정도의 공간이 확보되어 있었던 사실, 피고 병원은 이 사건 옥상 난간에 설치된 돌출부 주변을 따라 별도의 안전시설은 설치하지 아니하였고 이 사건 옥상에 출입자의 관리나 안전사고 등에 대비한 관리원을 특별히 배치하지는 않았던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옥상은 질병으로 인하여 정신적·육체적 건강 상태가 일반인과 동일하지 아니한 환자나 정상적인 정신능력이나 인지적 판단 능력이 부족한 정신과 환자도 이용하는 시설물임에 분명하고(망인도 피고 병원에 입원하여 받은 정신과적 검사에서 강박증상으로 인한 이차적 우울증과 함께 재수 생활로 인하여 밀접한 대인관계나 사회적 활동 자체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내적 소외감과 외로움도 고조되어 있는 상태로 나타나 강박증, 의증 회피성 인격장애로 진단되었다),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옥상의 장소적 환경과 특히 난간 돌출부의 구조·모양과 면적 등에 비추어 보면 정신과적 질환을 가진 환자 등 옥상 이용자 중에서는 호기심이나 그 밖의 충동적 동기로 이 사건 옥상의 돌출부에 올라가거나 이를 이용하여 이상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피고 병원이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고는 보이지 않으며, 그럼에도 피고 병원이 이러한 행동에 제약을 가할 수 있는 보호시설이나 그 밖의 방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면 이 사건 옥상에 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비록 원심 판시와 같이 망인의 사망 원인이 투신에 의한 사망일 개연성이 아주 높고 피고 병원이 망인의 자살 자체를 예견하기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옥상에 존재한 위와 같은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가 이 사건 사고의 공동원인의 하나가 되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옥상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로 말미암은 망인의 사망에 대하여 그 공작물의 설치 또는 관리자인 피고는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임에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단정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따라서 원심판결은 파기를 면할 수 없다 할 것이지만, 원고들이 이 사건 청구금액의 일부만을 상고취지로 하여 상고를 제기하였으므로, 파기 범위는 이 사건 상고취지에 한정된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1에 대하여는 69,881,6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을, 원고 2에 대하여는 68,381,6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일영(재판장) 김영란 이홍훈(주심) 김능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