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헌재 2006. 4. 27. 선고 2005헌마406 공보 [의료법 제5조 위헌확인]

[공보115호 667~675] [전원재판부]

판시사항

가.외국 치과대학 졸업자에게 국내면허취득을 위한 국가시험 응시자격으로 ‘예비시험의 합격’을 추가로 요구하는 의료법(2002. 3. 30. 법률 제6686호로 개정된 것) 제5조의 “제9조의 규정에 의한 해당 예비시험(제3호의 자에 한한다) 중 치과의사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나.1994. 1. 7. 법률 제4732호로 의료법이 개정될 당시 필리핀 소재 치과대학에서 치의학사의 학위를 취득하였거나 또는 위 대학에 재학중이던 자들로서 개정 의료법 부칙 제4조에 근거하여 종전 의료법 조항에 따라 국가시험 응시자격이 부여되어 왔던 청구인들에게, 3년의 유예

기간만을 부여하고 이후에는 예비시험의 합격을 요구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신뢰보호원칙을 위배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사례

결정요지

가.우리 재판소는 2003. 4. 24. 2002헌마611 사건에서 예비시험제도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는바,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예비시험조항은 외국 의과대학 졸업생에 대해 우리 나라 의료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과 자질이 있음을 검증한 후 의사면허 국가시험에 응시하도록 함으로써 외국에서 수학한 보건의료인력의 질적 수준을 담보하려는 데 취지가 있으므로 그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고, 이로써 학제나 교육내용이 다른 외국에서 수학한 예비의료인들의 자질과 능력을 좀더 구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그 방법의 적절성이 인정되며, 예비시험제도를 통한 자격검증보다 덜 제약적이면서도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상정하기도 어렵다. 또한 예비시험이 외국 의과대학 졸업생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게 될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반면, 외국 의과대학의 교과 내지 임상교육 수준이 국내와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국민의 보건을 위하여 기존의 면허시험만으로 검증이 부족한 측면을 보완할 공익적 필요성이 있으므로 이로 인하여 청구인들이 받게 되는 부담이 얻게 되는 공익에 비하여 과중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리고 의료인의 직업적 특성과 의료인력 양성체제의 제도적 특수성으로 인하여 의료인력의 수급에 대한 국가의 관리 및 통제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이러한 요청은 헌법 제36조 제3항이 정하는 국민보건을 위한 국가의 의무에 기초한 것이다. 따라서 예비시험제도가 의료인력의 수급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기능을 하더라도 그 목적의 정당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치과의사면허를 일정한 치료행위에 한하여 조건부로 부여하거나 개업의 형태를 제한하는 방법 또는 의무적으로 일정 기간 실무수습을 거치게 하는 등의 방법은 의료행위의 본질이나 의료인 양성체계 및 의료시장의 현실을 감안할 때, 장기적인 과제로서 고려함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실현할 현실적인 대안으

로서는 그 적실성이 없다고 판단된다.

나.1994. 1. 7. 법률 제4732호로 의료법이 개정될 당시 외국대학을 졸업하였거나 또는 외국대학에 재학중이던 청구인들로서는 부칙 제4조에 근거하여 외국면허 취득요건이 면제되어 외국대학을 졸업하기만 하면 바로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다. 따라서 1994년 이래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개정된 2002년에 이르기까지 이미 수차례에 걸쳐 국가시험에 응시할 기회가 보장되었고, 실제로도 이 사건 청구인들 대부분이 2002년을 비롯하여 그 이전 또는 그 이후에도 계속하여 국가시험에 응시하여 왔다. 그리고 응시자격에 대한 신뢰의 법적 근거는 과거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강화하면서 이들의 신뢰보호를 위하여 잠정적인 조치로서 경과규정(부칙 제4조)을 둔 것에 기초하므로, 입법자가 이후에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국가시험의 응시자격을 변경할 수도 있으리라는 예측은 어느 정도 가능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사정들과 국민의 건강보호를 위하여 외국대학 졸업자의 지적·임상적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과 평가가 필요하다는 공익상의 이유가 존재하는 점, 예비시험의 구체적인 내용이 국가시험의 범위와 정도를 넘지 않고 외국대학 졸업자의 국내 적응능력을 검증하는 정도의 수준에 머무르는 점, 통계적인 결과이기는 하지만 외국대학 졸업자가 국가시험에 약 4.32회 응시하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청구인들에게 주어진 3년의 유예기간은 법률의 개정으로 인한 상황변화에 적절히 대처하기에 지나치게 짧은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들의 신뢰이익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고 볼 것이다.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예비시험제도 자체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예비시험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이미 외국대학을 졸업하고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취득한 청구인들에게 단지 3년 동안만 예비시험을 유예한 것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 예비시험제도를 새롭게 도입한 이유는 외국대학 졸업생이 우리 나라 의료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검증을 좀더 강화하기 위해서인데, 이들에 대한 자질 검증은 기존의 제도로서도 충분히 담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사후적으로 변경된 제도가 공익에 기여하는 바가 그리 크지 않을 경우에는 제도의 변경으로 인해 기존의 제도를 신뢰한 자들이 지나치게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장치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법률조항과 경과규정은 청구인들에게 단지 3년 동안만 예비시험 없이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기존의 제도를 신뢰한 자들에 대한 보호로서는 충분하지 않으므로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된다.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

예비시험은 1차 필기시험과 2차 실기시험으로 구분되는데, 필기시험과는 달리 실기시험을 국내에서 공부한 사람에게는 요구하지 않으면서 외국에서 공부한 사람에게만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인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 우선 국내에서 의학사·치과의학사·한의학사의 학위를 받는 과정에서 의학·치과의학·한의학의 이론을 배우도록 교과과정이 편성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의학·치과의학·한의학의 이론에 대한 필기시험(국가시험)을 거치도록 요구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학위를 받는 과정에서 임상수련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고 하여 실기시험이 필요하지 않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국내에서 의학사·치과의학사·한의학사의 학위를 받은 사람에 대하여는 실기시험을 면제하면서, 외국에서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면허를 취득한 사람에 대해서는 실기시험을 요구하는 이유를 알 수 없고, 외국에서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면허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진료를 위하여 필요한 실기능력을 배우고 검증받았는지 여부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실기시험을 거치도록 하는 근거도 납득하기 어렵다.

심판대상조문

의료법(2002. 3. 30. 법률 제6686호로 개정된 것) 제5조의 “제9조의 규정에 의한 해당 예비시험(제3호의 자에 한한다) 중 치과의사에 관한 부분”

의료법 제9조, 부칙 제1조

참조판례

가.헌재 2003. 4.24. 2002헌마611 , 판례집 15-1, 466, 476-476

헌재 1996. 12. 26. 93헌바65 , 판례집 8-2, 785, 793-794

나. 헌재 1996. 2. 16. 96헌가2 등, 판례집 8-1, 84-88

헌재 1995. 3. 23. 93헌바18 등, 판례집 7-1, 376, 385

헌재 1995. 6. 29. 94헌바39 , 판례집 7-1, 896, 910

당사자

청 구 인 강○희 외 83인(청구인들 명단은 별지와 같다)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신창언 외 2인

주문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들은 1994. 1. 7. 법률 제4732호로 개정된 의료법이 시행될 당시, 개정 전 의료법 제5조 제3호(1973. 2. 16. 법률 제2533호로 개정된 것)의 보건사회부장관이 인정하는 필리핀의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치의학사의 학위를 취득하였거나 위 치과대학에 재학중이던 자들로서, 위 개정된 의료법 부칙 제4조에 근거하여 개정 전 의료법 제5조 제3호가 정하는 바에 따라 치과의사 면허취득을 위한 국가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인정받아 현재까지 이에 응시하여 왔다.

그런데 2002. 3. 30. 법률 제6686호로 개정된 의료법 제5조 중 “제9조의 규정에 의한 해당 예비시험(제3호의 자에 한한다)” 부분에 의하여 청구인들도 예비시험에 합격하여야만 비로소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됨으로써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취득한 국가시험의 응시자격이 박탈되게 되었다.

이에 청구인들은 위 의료법 조항 부분이 신뢰보호원칙을 위배하여 자신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2005. 4. 20.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의료법(2002. 3. 30. 법률 제6686호로 개정된 것) 제5조의 “제9조의 규정에 의한 해당 예비시험(제3호의 자에 한한다) 중 치과의사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고, 그 조항 및 관련규정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5조(의사·치과의사 및 한의사의 면허)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되고자 하는 자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격을 가진 자로서 제9조의 규정에 의한 해당 예비시험(제3호의 자에 한한다)과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

1.의학 또는 치과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을 졸업하고 의학사 또는 치과의학사의 학위를 받은 자

2.한방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의학사의 학위를 받은 자

3.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외국의 제1호 또는 제2호에 해당하는 학교를 졸업하고 외국의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면허를 받은 자

제9조(국가시험 등)①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또는 간호사의 국가시험과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예비시험(이하 “국가시험 등”이라 한다)은 매년 보건복지부장관이 이를 시행한다.

②보건복지부장관은 국가시험 등의 관리를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시험관리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관계전문기관으로 하여금 하게 할 수 있다.

③보건복지부장관은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국가시험 등의 관리를 하게 한 때에는 그 관리에 필요한 예산을 보조할 수 있다.

④국가시험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부칙 제1조(시행일) 이 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다만, …… 제5조, 제9조 및 제10조의 개정규정은 공포 후 3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요지

가.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1)청구인들은 보건사회부장관이 인정하는 필리핀의 대학에서 치의학을 전공하고 치의학사의 학위를 받은 자들로서 종전 의료법 조항에 의하여 치과의사면허 취득을 위한 국가시험의 응시자격을 획득하여 현재까지 여러 차례 이에 응시하여 왔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들의 국가시험 응시자격에 대한 기득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이를 박탈하면서 예외적으로 예비시험에 합격하는 경우에 이를 다시 회복시켜 주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신뢰보호원칙을 위배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

(2)청구인들의 국가시험 응시자격은 종전 의료법 조항에 의하여 얻은 자격 또는 권리로서 이미 과거에 완성된 사실 또는 법률관계라고 할 것인데, 이러한 기득권은 입법자가 새로운 입법을 함에 있어서도 그대로 존중되어야 하고 이는 입법형성권의 한계에 해당한다.

(3)헌법재판소는 2003. 4. 24. 2002헌마611 사건에서 의료법 제5조 본문 중 예비시험 부분에 대하여 합헌결정을 하였다. 그러나 위 사건의 청구인들은 자신들과는 달리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개정될 당시 외국 치과대학에 재학중이었던 자들로서 아직 그 법률관계가 진행중인 상태였으므로 그 기득권의 법적 성격이 청구인들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4)외국대학 졸업자에게 예비시험을 요구하는 취지는 외국대학 졸업자의 경우 국내 특유의 질병양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국내 의료제도·관행·법규·용어 등에 익숙하지 않아 국민의 보건위생에 위해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는 데 기인한다. 그러나 종전 의료법 조항에 의하더라도 모든 외국대학 졸업자에게 국가시험 응시자격이 부여된 것이 아니라 국내대학과 동일한 교육과정, 학사관리 등이 보장되어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외국대학의 졸업자에게만 응시자격이 부여되었고, 실제로 종전 의료법 조항에 따라 국가시험에 응시하여 치과의사면허를 취득한 자들이 위와 같은 사정으로 국민의 보건위생에 위해를 가져왔다는 사례도 전혀 발견할 수 없다. 따라서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을 개정함에 있어서 청구인들의 기득권을 박탈하여야 할 공익은 전혀 인정되지 아니한다.

(5)입법자는 외국대학의 수준(보건복지부장관의 인정 여부)에 따라 예비시험의 실시 여부를 달리 정할 수 있고,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일정 기간 수습을 거칠 것을 요구함으로써 국민의 보건위생에 대한 위해를 제거할 수 있음에도 일률적으로 예비시험의 합격을 강제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나. 보건복지부장관의 의견요지

(1)청구인들은 종전 의료법 조항에 따라 국가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인정되었으므로 국가시험 응시자격에 대하여 이미 기득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가시험 응시자격이란 당해 시험에 한하여 인정되는 것으로 국가시험의 시행목적, 의료기술의 변화, 교육과정의 변경 등에 의하여 변경될 수 있으므로 기득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2)입법자는 적절한 경과규정을 둠으로써 법치국가적 신뢰보호의 요청을 보장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 법률조항의 시행에 앞서 정상적인 치과교육을 받은 자라면 능히 국가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기간인 3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구인들이 국가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것은 개인의 능력에 기인한 것이므로 입법자에게 이러한 사정까지 고려하여 경과규정을 마련할 의무는 없다고 할 것이다.

(3)예비시험은 외국대학 졸업자의 의료행위에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국내 특유의 질병양상에 대한 이해, 의료제도 및 관련 의료법규, 의료관행, 의료용어 등에 대한 교육수준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고, 그 목적은 근본적으로 국내의료수준이 저하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국민의 보건권을 보호하고자 함에 있다. 그리고 예비시험제도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국가시험 응시자격이

영구히 박탈되는 것도 아니고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두어 청구인들의 신뢰도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

(4)국가시험의 합격률을 비교해 보면, 2005년도의 경우 국내대학 출신자의 합격률은 93.87%인 데 반해 외국대학 출신자의 합격률은 7.41%에 불과하고, 국가시험의 재시율(再試率)을 보더라도 국내대학 출신자의 3회 이상 재시율이 응시인원 881명 중 14명으로 1.58%인 것에 반해 외국대학 출신자는 응시인원 162명 중 124명으로 76.54%에 달하는 실정이다.

3. 판 단

가.외국 치과대학 졸업자의 국내면허 취득요건과 예비시험제도의 취지

(1)1973. 2. 16. 법률 제2533호로 개정된 의료법 제5조 제3호는 외국 치과대학 졸업자의 국내(치과의사)면허 취득을 위한 국가시험의 응시자격을 ‘보건사회부장관이 인정하는 외국 치과대학의 졸업과 해당 학위의 취득’으로 정하였고, 1994. 1. 7. 법률 제4732호로 개정된 의료법 제5조 제3호는 졸업 및 학위취득에 더하여 ‘외국면허의 취득’도 아울러 요구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시험 응시자격 요건의 개정과정에서 종전의 자격요건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믿고 외국대학에 유학하여 이미 학위를 취득하였거나 또는 그 과정을 이수하고 있던 자들의 신뢰보호를 위하여 경과규정을 두어 이들에게는 종전의 자격요건에 따라 계속해서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였다(부칙 제4조).

한편 외국대학 졸업자도 이러한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갖추어 합격하면 바로 국내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규범적 상황을 이용하여, 국내 치과대학에 비하여 입학 및 졸업이 용이하고 학비가 저렴한 필리핀 등 외국의 치과대학에 유학하여 응시자격을 갖춘 다음 국가시험에 응시하는 응시자의 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하였고, 이에 비례하여 이러한 절차를 통하여 국내면허를 취득한 다음 치과의원을 개업하는 등 의료현업에 종사하는 치과의사의 수도 점진적으로 증가하였다.1)

(2)그런데 외국대학을 졸업한 국가시험 응시자의 경우 국내 특유의 질병양상이나 국내의 의료제도 및 의료관행·용어 등에 미숙하고, 사실상 임상능력(臨床能力)에 대한 평가를 대체하는 치과대학에서의 임상실습과정을 국가가 전혀 관리·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필기시험만으로 실시되는 국가시험에 합격하였다고 하여 이들에게 바로 면허를 부여하고 독자적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데는 국민보건의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리고 의료행위의 공공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의료인의 직업적 특성상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의료행위에 대한 수요를 자의적으로 창출함으로써 사적 이익을 극대화할 위험성이 늘 상존하고, 의료인력의 양성에는 비교적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어 그 공급이 비탄력적이므로 다른 전문직종의 분야와는 달리 국가가 인력의 개발단계(교육단계)에서부터 장래의 의료수요를 정확히 예측하여 대학입학정원을 조정하는 등 그 인력수급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관리의 필요성이 크다고 할 것인데, 외국대학 졸업자의 경우 그 인력양성과정에서 국가의 관리 및 통제가 전혀 개입할 여지가 없어 인력관리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였다.

(3)이러한 상황에 직면하여 입법자는 의료법을 개정하여 외국대학 졸업자가 국내 의료시장에서 바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추었는지를 검증하고, 의료인력의 수급을 국가의 정책방향에 따라 적절하게 조절하려는 취지에서 국가시험의 응시자격을 가중하여 예비시험에 합격할 것을 요구하였고, 아울러 급격한 제도변화로 인하여 초래될 수 있는 외국대학 졸업자의 신뢰보호를 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의 시행일을 그 공포일로부터 3년간 유예하도록 하는 경과규정을 두었다(부칙 제1조 단서).

나. 예비시험제도의 구체적 내용과 실시경과

(1)예비시험은 필기시험(1차)과 실기시험(2차)으로 나누어 실시하며 실기시험은 필기시험의 합격자에 한하여 응시할 수 있다. 필기시험의 과목은 ‘치의학의 기초’와 ‘한국어’ 두 과목인데, ‘치의학의 기초’는 구강악안면(口腔顎顔面)의 구조와 발생, 성장, 기능 및 대사, 병력청취 및 진찰, 구강악안면 부위의 영상, 기능, 병리검사, 구강악안면 질환, 형태이상의 진단과 치료, 치과생체재료의 이해, 공중구강보건과 구강질환의 예방과 교육, 한국치과의료의 이해 등으로 구성되고, ‘한국어’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장이 지정하는 한국어능력평가 전문기관이 시행하되 국내에서 한국어로 수업하는 초·중등교육법에 의한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모두 이수한 자에 대해서는 이를 면제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실기시험은 병력청취, 신체진찰, 환자와의 의사소통, 진료태도, 기본 기술적 수기(basic technical skill)로 구성되는데, 합격자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장이 정하는 실기시험 합격기준에 의하여 ‘적격’의 판정을 받은 자로 한다(의료법 시행규칙 별표 1의2. 예비시험의 시험과목·시험방법 및 합격자결정방법 참조).

(2)예비시험의 주무관청인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2005. 9. 11.(필기시험)과 같은 해 10. 16.(실기시험)에 제1회 치과의사 예비시험을 실시하였는바, 54명이 응시하여 그 중 11명이 필기시험을, 그리고 11명 중 1명이 실기시험을 통과하여 예비시험에 최종합격하였다.

다.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 법률조항은 외국대학 졸업자에게 국가시험의 응시자격으로서 ‘예비시험의 합격’을 추가적으로 요구하고 있는바, 이와 관련하여 우선 외국대학 졸업자에게 일률적으로 예비시험을 요구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되고, 다음으로 청구인들의 경우 1994. 1. 7. 법률 제4732호로 개정된 의료법 부칙 제4조에 의하여 이미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확정적으로 부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예비시험에 합격하지 않으면 다시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종전의 법적 상태를 신뢰한 청구인들의 신뢰보호가 문제된다.

라. 과잉금지원칙의 위배 여부에 관한 판단

(1)외국대학 졸업자에게 일률적으로 예비시험을 요구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우리 재판소는 2003. 4. 24. 2002헌마611 사건에서 예비시험제도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판례집 15-1, 466, 476-476)하였는바,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예비시험조항은 외국 의과대학 졸업생에 대해 우리나라 의료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과 자질이 있음을 검증한 후 의사면허 국가시험에 응시하도록 함으로써 외국에서 수학한 보건의료인력의 질적 수준을 담보하려는 목적에서 마련된 것(제16대 국회 제226회 2002. 1. 7.자 보건복지위원회 회의록 참조)으로 …… (중략) …… 이는 외국 의과대학을 졸업한 응시자

에 대해 우리 나라 의료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과 자질이 있음을 먼저 검증한 후 의사면허 국가시험에 응시토록 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보건이라는 공공복리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위한 것이므로, 예비시험 제도를 통하여 달성하려는 입법목적은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한편 예비시험 제도는 외국 대학 졸업생에 대한 능력과 자질 검증의 필요성이라는 입법목적 달성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 즉 예비시험 제도는 학제나 교육내용이 다른 외국에서 수학한 예비의료인들의 자질과 능력을 좀더 구체적으로 평가하는 데 기여할 것임이 인정되므로 예비시험 조항은 수단의 적정성을 갖춘 것이라 볼 것이며 예비시험 제도를 통한 자격검증보다도 덜 제약적이면서도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다른 입법수단도 상정하기 어렵다.

또한 현재로서는 장차 시행될 예비시험이 외국 의과대학 졸업생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게 될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반면, 외국 의과대학의 교과 내지 임상교육 수준이 국내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국민의 보건을 위하여 기존의 면허시험만으로 검증이 부족한 측면을 보완할 공익적 필요성이 있다. 그렇다면 예비시험으로 인하여 청구인들이 받게 되는 부담은 동 시험으로 인하여 얻게 되는 공익에 비하여 과중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2)이에 대하여 청구인들은 예비시험제도를 둔 실제의 목적이 예비시험제도를 통하여 국내 의료시장에 진입장벽을 설치하고 이를 통하여 국내 의료인력의 수급조절을 도모하는 데 있다고 주장하므로 보건대, 이미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의료인의 직업적 특성과 의료인력 양성체제의 제도적 특수성으로 인하여 의료인력의 수급에 대한 국가의 관리 및 통제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이러한 요청은 헌법 제36조 제3항이 정하는 국민보건을 위한 국가의 의무에 기초한 것이므로 청구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3)나아가 청구인들은 예비시험 대신에 외국대학 졸업자에게도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종전과 같이 부여하고, 면허취득 후 일정한 영역으로 의료행위를 제한하거나 또는 일정 기간 임상실습을 의무화하는 등 덜 제한적인 조치로써도 능히 그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료행위는 의학적 전문지식으로 질병의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및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를 하는 일련의 행위를 의미(헌재 1996. 12. 26. 93헌바65 , 판례집 8-2, 785, 793-794)

하므로 이를 담당하는 의료인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자신의 책임으로 그리고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지적·실무적 능력을 갖출 것이 요구된다. 그러므로 국가가 치과의사면허 등 의료면허를 부여함에 있어서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절차와 기준에 따라 의료인으로서의 능력을 갖추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이를 부여하여야 하고, 이러한 당위성은 일반의사와는 달리 전문적인 수련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의료면허를 취득함으로써 바로 개업 등 의료현업에 종사하게 되는 치과의사의 경우에 더욱 강조된다.

따라서 치과의사면허를 일정한 치료행위에 한하여 조건부로 부여하거나 개업의 형태를 제한하는 방법 또는 의무적으로 일정 기간 실무수습을 거치게 하는 등의 방법은, 의료행위의 본질이나 우리의 의료인 양성체계 및 의료시장의 현실을 감안할 때 장기적인 과제로서 이를 고려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현실적인 대안으로서는 그 적실성이 없다고 판단된다.

(4) 그렇다면 청구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고, 이 사건에서도 위 2002헌마611 사건의 결정과 달리 판단할 사정의 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다만, 위 나. (2)항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예비시험 응시자 54명 중에서 1명만이 합격할 정도로 엄격하게 합격기준을 정하여 예비시험을 시행할 경우, 사실상 예비시험제도가 의료시장의 진입장벽 역할을 하여 외국대학 졸업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으므로, 그 운영을 적정하게 할 필요성이 있음을 지적하여 둔다.

마. 신뢰보호원칙의 위배 여부에 관한 판단

(1)청구인들은 자신들의 국가시험 응시자격이 의료법 부칙 제4조(1994. 1. 7. 법률 제4732호로 개정된 것)에 의하여 적법하게 취득된 것으로 과거에 이미 완성된 사실 또는 법률관계에 해당하여 이를 존중하고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새로운 입법을 하는 입법자에게 부여된 입법형성권의 한계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위 2002헌마611 사건의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예비시험이 도입될 당시, 외국대학에 유학중이던 자들로서 아직 그 법률관계가 형성중인 상태였으므로 그 기득권의 법적 성격이 자신들과는 전혀 달라 신뢰보호의 정도가 다르다고 주장한다.

(2) 법률이 이미 종료된 사실관계에 작용하는가 아니면 현재 진행 중인 사실관계에 작용하는가에 따라 소급효를 진정 또는 부진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진정소급효는 헌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국

민이 소급입법을 예상할 수 있었거나 또는 법적 상태가 불확실하거나 혼란스러워 보호할 만한 신뢰이익이 적은 경우, 소급입법에 의한 당사자의 손실이 없거나 아주 경미한 경우, 그리고 신뢰보호의 요청에 우선하는 심히 중대한 공익상의 사유가 소급입법을 정당화하는 경우 등 특단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반면, 부진정소급효는 원칙적으로 허용되고 단지 소급효를 요구하는 공익상의 사유와 신뢰보호의 요청 사이의 교량과정에서 신뢰보호의 관점이 입법자의 형성권에 제한을 가할 뿐이다(헌재 1996. 2. 16. 96헌가2 등, 판례집 8-1, 84-88 등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개정 전 의료법 조항이 종래의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강화(외국대학 졸업 및 학위취득에 더하여 외국의 면허취득을 요구)하면서 당시 이미 외국대학을 졸업하였거나 외국대학에 재학중이던 자들의 종전 의료법 조항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경과규정(부칙 제4조)을 두어 종전 의료법 조항에 의하여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계속 부여하여 왔던 청구인들에게, 국가시험에 앞서 예비시험의 합격이라는 응시요건을 추가적으로 부과하고 있는바, 이는 적어도 과거의 법적 상태를 새로이 평가한다는 의미에서 진정소급효의 문제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청구인들이 국가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예비시험에 합격할 것이 추가적으로 요구되지만, 기존에 외국대학을 졸업하였다거나 외국면허를 따로 취득하지 않아도 종전과 같이 국가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부여된다는 등의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는 것이다.

물론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종전에는 예비시험을 거치지 않고도 응시자격이 인정된 것에 반하여 향후에는 예비시험에 합격할 것이 추가적으로 요구된다는 점에서 그 응시자격에 변동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외국대학 졸업자에 대한 국내면허 부여의 요건을 강화하는 법률조항의 개정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개정법률(조항)의 과거사실에 대한 적용문제에 불과하다.

(3)신뢰보호원칙의 위배 여부는 침해받은 신뢰이익의 보호가치, 침해의 중한 정도, 신뢰침해의 방법 등과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입법을 통해 실현코자 하는 공익목적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1995. 3. 23. 93헌바18 등, 판례집 7-1, 376, 385; 헌재 1995. 6. 29. 94헌바39 , 판례집 7-1, 896, 910 등 참조).

우선 청구인들이 장래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요건에 관하여 가진 종전 의료법 조항에 대한 신뢰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것이므로 보호할 가치 있는 신뢰에 해당한다. 그리고 입법자는 종전 의료법 조항을 통하여 청구인들을 비롯하여 치과의사가 되고자 계획하는 일반 국민들에게 스스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치과의사 면허취득을 위한 국가시험을 준비하도록 유도하였으므로, 이러한 경우 종전의 응시자격에 대한 청구인들의 신뢰는 특히 그 보호의 정도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미 존재하는 면허제도에 부과된 법적 규제에 또 다른 규제를 추가하였다고 하여 면허시험 응시자의 구법에 대한 신뢰가 지나치게 침해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입법자는 이미 면허제도가 성립되어 있는 경우 이에 대한 입법형성의 여지를 가져야 할 것이고, 오늘날과 같이 변화가 많은 경제·사회적 환경에서 새로운 제도개선을 해야 할 때마다 구법에 대한 신뢰를 일일이 보장하여야 한다면, 입법정책의 형성은 상당부분 제약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기존의 국가시험 응시자격에 더하여 예비시험을 요구하는 취지는 국내 의료계에서 활동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한 다음, 국가시험에 응시하도록 함으로써 외국에서 수학한 보건의료인력의 질적 수준을 담보하려는 것에 있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취지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할 국가의 의무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하고 시급한 정책적 과제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들과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시행 이전에 이미 외국 치과대학을 졸업한 자들의 신뢰보호와 조화되는 한도에서 일률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공익적 필요성이 긍정된다.

결국 이러한 관련이익의 형량문제는 공포일로부터 3년간 이 사건 법률조항의 시행을 유예한 것이 청구인들의 신뢰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충분한 기간에 해당하는지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하겠다.

(4) 청구인들은 1994. 1. 7. 법률 제4732호로 의료법이 개정될 당시 외국대학을 졸업하였거나 또는 외국대학에 재학중이던 자들로서 부칙 제4조에 근거하여 외국면허 취득요건이 면제되어 외국대학을 졸업하기만 하면 바로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다. 따라서 1994년 이래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개정된 2002년에 이르기까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청구인들에게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국가시험에 응시할 기회가 보장되었고, 실제로도 이 사건 청구인들 대부분은 2002년을 비롯하여 그 이전 또는 그 이후에 계속하여 국가시험에 응시

하여 왔다[보건복지부장관이 제출한 ‘신청인들(청구인들)의 국내 치과의사국가시험 응시현황’ 참조].

그리고 이에 더하여 응시자격에 대한 신뢰의 법적 근거도 과거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강화하면서 청구인들의 신뢰보호를 위하여 잠정적인 조치로서 경과규정(부칙 제4조)을 둔 것에 기초하므로, 입법자가 이후에 이 사건 법률조항과 같이 국가시험의 응시자격을 변경할 수도 있으리라는 예측은 어느 정도 가능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사정들과 국민의 건강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외국대학 졸업자의 지적·임상적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과 평가가 필요하다는 공익상의 이유가 존재하는 점, 예비시험의 구체적인 내용이 국가시험의 범위와 정도를 넘지 않고 외국대학 졸업자의 국내 적응능력을 검증하는 정도의 수준에 머무르는 점, 통계적인 결과이기는 하지만 외국대학 졸업자가 국가시험에 약 4.32회 응시하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청구인들에게 주어진 3년의 유예기간은 법률의 개정으로 인한 상황변화에 적절히 대처하기에 지나치게 짧은 것이라고 볼 수 없다.

(5)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들의 신뢰이익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4. 결 론

결국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주선회의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조대현의 아래 6.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주선회의 반대의견

우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는 다수의견에 반대하므로 종전의 2002헌마611 사건에서 위헌의견을 밝혔듯이, 이 사건에서도 위헌의견을 밝힌다.

가.이 사건 예비시험제도 자체가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예비시험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이미 외국대학을 졸업하고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취득한 청구인들에게 단지 3년 동안만 예비시험을 유예한 것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 다수의견도 인정하고 있듯이 청구인들이 장차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응시자격에 관하여 가지고 있던 구법에 대한 신뢰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것으로서 헌법상 보호할 가치가 있다. 특정 직업에 대한 국가의 면허시험제도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입법자에게 상당한 정도의 입법재량이 헌법상 허용되지만, 이 사건과 같이 종전의 제도 하에서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요건을 모두 갖춘 자들에게 사후적으로 또 다른 요건을 추가하여 그 요건을 한층 강화하는 경우에는 입법재량의 범위가 보다 엄격히 한정되어야 한다.

나.청구인들은 1994년 당시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한 외국의 대학을 졸업하였거나 재학 중이던 자들로 1994년에 개정된 의료법 부칙 제4조에 의해 1973년의 의료법을 적용 받을 수 있었으므로 별도의 추가적 요건 없이 국내의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다. 1973년 의료법은 외국치과의사면허취득이나 예비시험의 합격과 같은 요건의 충족 없이도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한 대학을 졸업하고 치과의학사 학위를 취득하면 국내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주었던 것이다. 위와 같이 의료법이 외국대학 졸업자들에게 국내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주었던 이유는, 보건복지부장관의 외국대학의 인정 여부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발행한 ‘보건의료인 국가시험 응시자격 관련 외국대학인정기준’에 의해 외국대학의 학제 및 교과과정, 학사관리 등이 국내대학의 수준과 비교하여 동등하거나 그 이상인지 여부, 신청자의 학위취득 및 면허취득이 적절한지 여부 등의 심사로 결정되었으므로 이러한 심사과정을 통과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의 인정을 받은 외국대학의 졸업생이라면 국내대학을 졸업한 자들과 동등하게 취급하더라도 그 질적 수준에 있어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보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사건 2002년 개정 의료법은 외국대학을 졸업한 자들이라 하더라도 국내 국가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예비시험에 합격할 것을 요구하면서, 다만 경과규정으로서 3년의 기간동안 예비시험을 유예하고 있는바, 이와 같이 기존 제도를 변경하여 사후적으로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경우에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으로서 추구하려는 공익이 기존 제도를 신뢰한 자들에 대한 사익 보호의 필요성보다 커야 한다.

다.이 사건 예비시험제도를 새롭게 도입한 이유는 외국대학 졸업생이 우리 나라 의료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검증을 좀더 강화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자질 검증은 기존의 제도로서도 충분히 담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한 외국대학에서 치과

의학사 학위를 취득한 자들이라면 이미 예비의료인으로서 일차적인 자격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것인데, 여기에 더하여 국내의 국가시험에 대한 합격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의료인으로서의 질적 검증은 이로써도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국회의 입법자료를 보더라도 예비시험이 실시되지 않을 당시의 외국대학 출신의 국내 의사면허 취득자가 국내대학 출신자보다 의료과실이 더 많았다는 객관적 자료는 없다. 한편, 외국의 입법례에서도 우리의 기존 제도와 같은 방법만으로 의료인 자격 검증을 하고 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일본은 후생노동대신의 인정을 받은 외국대학을 졸업하면 국내대학 졸업자와 동일하게 국내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고 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에도 담당 위원회가 승인한 외국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면 미국대학 졸업자와 똑같은 응시자격을 주고 있다. 결국 이 사건 예비시험제도는 외국대학을 졸업한 자들의 의료인으로서의 자질에 대한 질적 검증을 하는데 있어 그렇게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라.한편, 사후적으로 변경된 제도가 공익에 기여하는 바가 그리 크지 않을 경우에는 제도의 변경으로 인해 기존의 제도를 신뢰한 자들이 지나치게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장치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과 경과규정은 이 사건 예비시험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에 외국대학졸업과 치과의학사 학위취득으로서 국내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취득한 자들에게 단지 3년 동안만 예비시험 없이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바, 이것은 기존의 제도를 신뢰한 자들에 대한 보호로서는 충분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적어도 기존의 제도하에서 국내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완전히 취득하고 있던 자들에게는 예비시험에 대한 유예를 지속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신뢰보호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결국 이 사건에서 침해된 사익과 공익을 비교형량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과 3년의 유예기간 부여는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6.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가 되려면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하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외국의 의학·치과의학·한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의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면허를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국가시험을 치르기 전에 예비시험에 합격하도록 요구하면서, 국내에서 의학·치과의학·한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을 졸업하고 의학사·치과의학사·한의학사의 학위를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예비시험 합격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차별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합치되려면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

예비시험은 1차 필기시험과 2차 실기시험으로 구분된다. 필기시험은 외국에서 의학·치과의학·한의학을 공부한 사람이 대한민국 내에서 진료행위를 하기 위하여 필요한 적응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서 필요하고 정당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차 실기시험을 국내에서 공부한 사람에게는 요구하지 않으면서 외국에서 공부한 사람에게만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인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 우선 국내에서 의학사·치과의학사·한의학사의 학위를 받는 과정에서 의학·치과의학·한의학의 이론을 배우도록 교과과정이 편성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의학·치과의학·한의학의 이론에 대한 필기시험(국가시험)을 거치도록 요구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학위를 받는 과정에서 임상수련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고 하여 실기시험이 필요하지 않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국내에서 의학사·치과의학사·한의학사의 학위를 받은 사람에 대하여 실기시험을 면제할 근거가 미약하다. 또한 국내에서 의학사·치과의학사·한의학사의 학위를 받은 사람에 대하여는 실기시험을 면제하면서, 외국에서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면허를 취득한 사람에 대해서는 실기시험을 요구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더구나 외국에서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면허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진료를 위하여 필요한 실기능력을 배우고 검증받았는지 여부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실기시험을 거치도록 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예비시험 중 실기시험 부분은 국내에서 의학사·치과의학사·한의학사의 학위만을 취득한 사람보다 외국에서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면허까지 취득한 사람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더 불리하게 차별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주심) 이공현 조대현

별지

〔별 지〕 청구인 목록: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