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물침입,업무방해,재물손괴
2017노3100 건조물침입,업무방해,재물손괴
A
피고인
하지수(기소), 이정호(공판)
법무법인 AA
담당변호사 AB
2018. 1. 25.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1) 건조물침입죄와 관련하여
가) P 내지 N(이하 'P 등'이라 한다)이 피해자 H에 대하여 공사대금채권을 가지고 있고, 피해자 H이 하자보수공사를 요청하여 2016. 2. 12.경 피해자 H 소유의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하게 되었으므로 P 등은 이 사건 건물에 대하여 유치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할 것인데, 피고인은 P 등의 유치권 행사를 위하여 점유보조자 내지 직접점유자로서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은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할 적법한 권원을 가지고 이 사건 건물로 들어간 것이므로, 이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이하 '제1 항소이유'라 한다).
나) 설령 유치권이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서 P 등 다른 유치권자로부터 평온하게 점유를 허락받으면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변호사 자문을 받아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하게 된 것이므로, 이 사건 건물에 대하여 유치권을 가지고 있다고 착오하였고, 피고인이 이와 같이 착오하게 된 것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이하 '제2 항소이유'라 한다).
다) 또한 피고인은 P 등의 요청을 받고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하게 된 것인데, 이를 두고 유치권이 성립할 수 있는 적법한 점유의 개시로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이유만으로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이하 '제3 항소이유'라 한다).
2) 재물손괴죄와 관련하여
피고인은 시정장치의 비밀번호를 변경하여 피해자 H의 출입을 제한하였을 뿐인데, 이는 위 시정장치의 효용을 해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를 재물손괴죄에서 정한 재물손괴로 볼 수 없거나 재물손괴의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없다(이하 '제4 항소이유'라 한다). 가사 이를 재물손괴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건조물침입의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불과하다(이하 '제5 항소이유'라 한다).
설령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 내지 P 등의 유치권 행사의 일환으로 한 것이므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이하 '제6 항소이유'라 한다).
3) 업무방해죄와 관련하여
피해자 H이 이 사건 건물을 관리하는 업무를 하였다는 점에 대한 아무런 증거가 없고, 그 당시 피해자 K도 약국을 개설하여 업무를 개시한 것이 아니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의 업무를 방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이하 '제7 항소이유'라 한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700만 원)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제1, 6 각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1) 판단의 전제
피고인은 P 등의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유치권 행사를 위하여 직접점유자 내지 점유보조자로서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직접점유자와 점유보조자는 관념상 구분되므로, 피고인이 직접점유자임을 전제로 한 경우와 점유보조자임을 전제로 한 경우로 나누어서 살펴보기로 한다.
2) 피고인을 직접점유자로 전제한 경우
유치권의 성립요건인 유치권자의 점유는 직접점유이는 간접점유이는 관계없지만(대법원 2002. 11. 27. 자 20023516 결정), 유치권자는 채무자 또는 소유자의 승낙이 없는 이상 그 목적물을 타에 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므로(민법 제324조 제2항 참조), 유치권자의 그러한 대여행위는 소유자의 처분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소유자에게 그 대여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3다56694 판결).
한편, 간접점유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간접점유자와 직접점유를 하는 자 사이에 일정한 법률관계, 즉 점유매개관계가 필요한데, 점유매개관계는 직접점유자가 자신의 점유를 간접점유자의 반환청구권을 승인하면서 행사하는 경우에 인정된다(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다61424, 61431 판결).
위 법리를 기초로 하여 이 사건에 대하여 보건대, 피고인이 주장하는 점유매개관계가 분명하지 아니하나,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이 사건의 경위에 비추어 보면 P 등과 피고인 사이의 사용대차 내지 점유권의 양도를 상정할 수 있는데, ① 사용대차라고 보는 경우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소유자인 피해자 H의 처분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피해자 H을 상대로 그 효력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이고, ②) 점유권의 양도라고 보는 경우, 이는 간접점유자인 P 등의 피고인에 대한 반환청구권이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으로, 점유매개관계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용대차의 경우와 같이 피해자 H의 처분권한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그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할 것이어서 (P는 이 사건 건물의 유치권자로서 피고인에게 이를 양도하였다는 취지로도 진술하였으나, 유치권은 담보물권의 일종이므로 그 특성상 P가 자신의 피해자 H에 대한 피담보채권을 그대로 둔 채 자신의 유치권만 피고인에게 양도할 수도 없다) 어느 모로 보나, 피고인이 직접점유자로서 적법하게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하게 되었다고 볼 수 없다.
3) 피고인을 점유보조자로 전제한 경우
점유보조자란 가사상, 영업상 기타 유사한 관계에 의하여 타인의 지시를 받아 물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하는 자로서(민법 제195조), 여기서 말하는 기타 유사한 관계는 타인의 지시를 받고 이에 따라야 할 관계로서 사회관념상 점유를 보조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3다84971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N이 2016. 2. 12. 피해자 H에게 유치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하고 피고인에게 "유치권 행사 중이니 빨리 들어오라"라는 문자를 보내자, 피고인은 용역업체 직원 2명과 이 사건 건물에 들어온 사실, ② N은 피고인에게 "저는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었고, 피고인이 "가도 좋다."고 하자 이 사건 건물에서 나온 사실, ③ 이후 P 등은 이 사건 건물 점유에 관여하지 않았고, 피고인이 건물 점유에 관한 비용을 부담하고, 그 방법도 정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피고인이 P 등의 지시를 받아 이 사건 건물을 사실상 지배하는 점유보조자라고 할 수 없다.
4) 소결
이상과 같이 피고인이 P 등의 점유보조자로서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하게 된 것이라거나, 직접점유자로서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없어, 피고인에 에게 유치권이 성립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제1 항소이유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또한 피고인의 유치권을 직접 또는 P 등의 유치권을 그들의 직접점유자 내지 점유보조자로서 각 행사하였다는 점을 전제로 한 제6 항소이유도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제2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형법 제16조는 자기가 행한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범죄가 성립하지만 자신의 특수한 사정에 비추어 법령에 따라 허용된 행위로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러한 인식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이때 정당한 이유는 행위자에게 자기 행위의 위법 가능성에 대해 심사숙고하거나 조회할 수 있는 계기가 있어 자신의 지적 능력을 다하여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더라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하여 위법성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는데도 이를 다하지 못한 결과 자기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인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위법성의 인식에 필요한 노력의 정도는 구체적인 행위정황과 행위자 개인의 인식능력 그리고 행위자가 속한 사회집단에 따라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4도12773 판결 참조).
2) 판단
피고인은, 다른 유치권자로부터 평온하게 점유를 허락받으면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변호사의 자문을 받은 다음 P 등으로부터 점유의 개시를 허락받고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하였기 때문에, 피고인이 유치권을 행사한 것으로 정당행위에 해당되어 건 조물침입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오인한 것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나, 설령 변호사의 자문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앞서 2. 가. 3)항에서 든 사정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피고인이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하게 된 경위, 즉 피고인이 피해자 H으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던 중 P 등이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하고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을 기화로 자신도 유치권을 행사하고자 하였다는 점에 비추어,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오인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제2 항소이유도 이유 없다.
다. 제3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1) 관련 법리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당해 주거에 거주하는 각각의 사람이 누리는 주거에 대한 사실상의 평온상태로 복수의 주거권자가 있는 경우 한 사람의 승낙이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직접·간접으로 반하는 경우에는 그에 의한 주거에의 출입은 그 의사에 반한 사람의 주거의 평온 즉 주거의 지배 관리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대법원 1984. 6. 26. 선고 83도685 판결 등 참조).
2)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즉 ① P 등은 피해자 H의 창호에 대한 하자보수공사를 의뢰받고 2016. 2. 12. 이 사건 건물에 들어가 위 하자보수공사를 한 사실, ② P의 직원인 N은 같은 날 이 사건 건물에 있던 피해자 H에게 기존 창호공사대금의 지급을 요구하였으나, 피해자 H이 이를 거절하자, 그 자리에서 위 피해자에게 유치권을 행사할 것임을 통지한 사실, ③ N은 같은 날 피고인에게도 "유치권 행사 중이니 빨리 들어오라"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피고인은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1항과 같이 같은 날 16:50경 용역직원 9명과 함께 이 사건 건물로 들어온 사실, ④ N은 피고인으로부터 "가도 좋다."는 말을 듣고 같은 날 저녁 무렵 이 사건 건물에서 나온 사실, ⑤ 한편, 피고인은 2016. 2. 15. 09:00경 이 사건 현관 자물쇠 비밀번호를 변경하거나 임의로 교체하였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 H은 이 사건 건물로 출입하지 못하게 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건물로 들어올 당시인 2016. 2. 12. 16:50경에는 피해자 H의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점유가 완전히 배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피고인이 현관 자물쇠 비밀번호를 변경하거나 임의로 교체한 2016. 2. 15. 09:00경에 이르러서야 피해자 H의 점유가 배제되고 피고인 내지 P 등이 이 사건 건물을 배타적으로 점유하기 시작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용역직원 9명과 함께 이 사건 건물에 들어올 당시인 2016. 2. 12, 16:50경에는 피해자 H도 여전히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로서 위 건물의 관리인 내지 간수자의 지위도 겸하고 있었다고 할 것인바, 피고인이 N의 요청을 받고 이 사건 건물에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해자 H의 의사에 직접적으로 반할 것임은 명백한바, 피고인의 위 행위는 건조물침입행위에 해당한다. 피고인의 제3 항소이유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라. 제4, 5 각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및 직권 정정
1) 판단
우선, 제4 항소이유에 대하여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자신의 직원인 Q에게 지시하여 이 사건 건물의 출입문 시정장치를 임의로 교체하거나 비밀번호를 변경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데(공판기록 제83면, 증거기록 제49, 141, 150면), 시정장치를 임의로 교체한 부분은 당연히 재물손괴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측이 시정장치의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그 소유자인 피해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아니한 부분과 관련하여서도 물질적인 파괴행위로 물건 등을 본래의 목적에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경우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물건 등의 구체적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효용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재물손괴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인데, 피해자들이 열쇠수리공에 의뢰하여 시정장치의 비밀번호를 재차 변경할 수도 있을 것이나,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피해자들로서는 위 시정장치를 사용할 수 없을 것이므로, 그러한 행위도 재물손괴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에게 재물손괴의 고의도 있었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의 제4 항소이유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음으로, 제5 항소이유에 대하여 본다. 재물손괴죄의 보호법익은 소유권의 이용가치 또는 기능으로서의 소유권이고, 건조물침입죄의 보호법익은 건조물의 지배 관리의 평온이므로, 서로 그 보호법익이 같지 아니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재물손괴행위가 건조물침입죄에 대하여 새로운 법익의 침해를 수반하지 않는 이른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인의 제5 항소이유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직권 정정
이 부분 공소사실에는 시정장치를 모두 임의로 교체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건물 시정장치 중 일부는 그 비밀번호만 변경하였을 뿐 임의로 교체하지는 아니하였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약국 자물쇠를 임의로 교체하여 그 효용을 해하였다."에서 "약국 자물쇠를 임의로 교체하거나, 비밀번호를 변경하여 그 효용을 해하였다."로 변경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지는 아니한 것으로 보이므로, 직권으로 이와 같이 정정한다.
마. 제7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해자 H이 이 사건 건물의 창호공사, 인테리어공사 등을 마무리하고 이 사건 건물을 임대하는 등으로 사용·수익하려고 하였다는 점이 인정되고, ② 피해자 K도 이 사건 건물 1층에서 약국을 개설하기 위하여 인테리어를 마무리하고, 2016. 2. 15.경 관할 보건소에 약국개설을 위한 실사를 신청한 점이 인정되며, ③ 피고인이 이 사건 건물을 점유함으로 인하여 피해자 H으로서는 이 사건 건물을 타에 임대하는데 방해를 받았을 것이라는 점은 경험칙상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피해자 K도 실제로 관할 보건소에 약국 개설을 위한 실사 신청을 취하한 점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피고인이 위력으로 이 사건 건물을 점거함으로 인하여 피해자들의 업무가 방해되었다.는 점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바,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피해자 H이 피고인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으로 그 발생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으나,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기까지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는 등 개전의 정이 없는 점, 무단점거한 기간이 한 달이 넘는 점, 이 사건 범행경위에 비추어 그 죄질이 나쁜 점, 피해회복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해 보면,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고, 2. 라. 2)항과 같이 공소사실 중 일부를 직권으로 정정한다.
재판장판사이현숙
판사문종철
판사어준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