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공1997.10.15.(44),3063]
대학의 학생 징계가 학칙에 정한 절차에 따라 징계위원들의 자율적 판단에 의해 행해진 경우, 그 징계양정이 결과적으로 재량권 일탈로 인정된다고 하여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한정 소극)
학생에 대한 징계가 징계대상자의 소행, 평소의 학업 태도, 개전의 정 등을 참작하여 학칙에 정한 징계 절차에 따라 징계위원들이나 징계권자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행하여진 것이고, 실제로 인정되는 징계사유에 비추어 그 정도의 징계를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비록 그 징계양정이 결과적으로 재량권을 일탈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률전문가가 아닌 징계위원들이나 징계권자가 징계의 경중에 관한 법령의 해석을 잘못한 데 기인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징계의 양정을 잘못한 것을 이유로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원고
학교법인 동의학원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장희)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은, 학교법인인 피고가 설치·경영하는 동의대학교의 학생들 중의 일부가 1989. 5. 2. 시위 도중 전투경찰대원 5명을 붙잡아 위 대학 도서관에 감금한 후 경찰의 구출작전을 저지하기 위하여 도서관 복도에 신나와 석유 등을 뿌렸는데, 그 다음날 05:20경 전투경찰 선발대가 도서관에 진입할 때 누군가가 화염병 1개를 투척하여 신나와 석유에 인화되고 그로 인하여 전투경찰 17명이 죽거나 중상을 입은 이른바 동의대사건이 발생한 사실, 학생들에 대한 징계권자인 동의대학교 총장은 위 동의대사건의 관련자들 120명을 일괄 징계함에 있어서, 동의대사건으로 구속기소된 75명은 전원 제적처분을 하고, 구속되었다가 석방된 학생 10명 전원과 처음부터 불구속으로 입건된 16명 중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15명은 전원 무기정학처분을 하였으며, 무기정학처분을 받은 학생들 중 단순가담자 23명에 대하여는 곧바로 징계해제조치를 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동의대사건의 단순가담자로서 처음부터 불구속으로 입건되어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법정대학 1학년생인 원고에 대하여는 가장 무거운 징계인 제적(출학)처분을 한 사실,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는 위와 같이 동의대사건에 가담하였다는 것과 1989년도 학기초에 결성된 신입생 등록금 인상분반환투쟁위원회의 위원장의 지위에서 수차 신입생 등록금 인상분의 반환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함으로써 동의대사건이 일어나는 데 간접적인 동기를 제공하였다는 것의 두 가지인 사실, 그러나 원고가 입학하기 전인 1988년도 학기말부터 전국의 사립대학에서는 학생들이 등록금의 과도한 인상에 반발하여 등록금인상거부운동을 벌였는데, 동의대에서도 1988년도 겨울방학 중에 1989년도 1학기 등록금을 인상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가 성립된 사실, 그런데 피고는 1989년 1학기에 2, 3, 4학년에 대하여는 등록금을 인상하지 아니하면서 1학년 신입생들에 대하여는 등록금을 인상하였는데, 이를 이유로 1989년도 학기초에 2, 3, 4학년생들이 규탄시위를 하다가 신입생들로 하여금 등록금반환투쟁위원회를 결성하도록 하였고, 이에 따라 각 단과대학별로 투쟁위원회가 결성되고 1989. 4. 21. 전체 투쟁위원회 발대식이 있었는데, 그 때 원고는 신입생 중 가장 연장자라는 이유로 위원장으로 선발된 사실, 등록금반환투쟁위원회의 활동은 위 4. 21.의 발대식과 같은 해 4. 26.의 집회 등 단 2차례 있었을 뿐인데, 모두 평화적인 학내집회였던 사실, 한편 1989년도에는 학기초부터 현대중공업 사태, 문익환 목사 방북 사태, 팀스피리트 훈련 등을 문제삼아 과격한 학생시위가 계속되었는데도, 동의대사건으로 120명의 학생을 일괄 징계함에 있어서 위와 같은 과격한 학생시위는 일체 징계 대상으로 삼지 아니하였으나 유독 원고의 등록금반환투쟁위원회의 집회에 대하여는 그 집회가 동의대사건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로 그 위원장인 원고에 대하여만 이를 징계사유로 삼은 사실, 그러나 동의대사건은 학생들이 1989. 5. 1. 세계노동절 100주년 기념으로 노동자파업동조결의대회를 마치고 교문 밖으로 진출하여 가두시위를 벌이다가 촉발된 사건으로서, 등록금반환투쟁위원회의 활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실, 이에 원고는 자신에 대한 위 제적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한 무효의 처분이라는 이유로 그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확정판결을 받은 사실 등을 인정한 후, 원고에 대한 제적처분은 재량권의 일탈 내지 남용의 정도가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러 위법하고, 이러한 제적처분을 함에 있어서 동의대학교 총장 등에게 과실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제적처분이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다.
학생에 대한 징계가 징계 대상자의 소행, 평소의 학업 태도, 개전의 정 등을 참작하여 학칙에 정한 징계 절차에 따라 징계위원들이나 징계권자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행하여진 것이고, 실제로 인정되는 징계사유에 비추어 그 정도의 징계를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비록 그 징계양정이 결과적으로 재량권을 일탈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률전문가가 아닌 징계위원들이나 징계권자가 징계의 경중에 관한 법령의 해석을 잘못한 데 기인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이러한 경우에는 징계의 양정을 잘못한 것을 이유로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1995. 2. 14. 선고 94다22125 판결 , 1996. 2. 27. 선고 95다1169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동의대학교의 상벌규정은 허가 없이 서클을 조직하거나 집회를 한 경우를 무기정학의 사유로, 총장의 허가 없이 집단적인 행위를 하거나 수업을 방해하고 학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한 경우 또는 폭행으로 타인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 경우를 제적사유로 각 규정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므로, 비록 원고가 주도한 2차례의 등록금반환투쟁위원회의 집회가 동의대사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친 바 없어서 징계혐의사실 중의 일부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전투경찰대원을 도서관에 감금하고 집단적인 농성을 시작할 때부터 그 다음날 새벽 경찰의 도서관 진입시까지 계속하여 도서관의 농성에 참여하였고 또 경찰의 도서관 진입시에 저항하다가 연행되었다는 징계사유만으로도 일단 위 학칙이 정하는 제적사유에 해당함은 명백하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원고에 대한 징계로 학칙에 따라 제적처분을 선택한 것이 다른 학생들에 대한 징계에 비하여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률전문가가 아닌 징계위원들이나 징계권자가 징계의 경중에 관한 법령의 해석을 잘못한 것으로 보아야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가 제적처분을 할 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제적처분을 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원심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징계위원들이나 징계권자인 동의대학교 총장에게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학생의 징계와 불법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