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저당권말소이행 ][하집1998-2, 44]
채권자 아닌 제3자 명의로 설정된 저당권의 효력
채권담보를 위하여 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 제3자 명의로 저당권을 설정하는 데 대하여 채권자와 채무자 및 제3자 사이에 합의가 있었고, 나아가 제3자에게 그 채권이 실질적으로 귀속되었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제3자 명의의 저당권등기도 유효하다.
이선규 (소송대리인 성심종합법무법인 담당변호사 김무식)
주식회사 한국중매인유통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수근)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별지목록 기재 제1 부동산에 관하여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고양등기소 1993. 10. 25. 접수 제46106호로 경료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
1. 기초 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2, 4호증, 갑 제6호증의 1, 2, 갑 제7 내지 9호증, 을 제1호증의 1, 2, 을 제5 내지 8호증, 을 제9호증의 1, 2, 을 제10 내지 12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정용근의 증언과 증인 최희둔의 일부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증인 최희둔의 일부 증언은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가. 피고는 축산업협동조합중앙회 서울공판장(이하 축협 중앙회라고 한다)에서 축산물 중개 등의 영업을 하는 약 39명의 중도매인들이 축산물 등의 구입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한 회사이다.
나. 피고 회사의 주주들인 중도매인들은 축협중앙회와 외상거래를 하면서 외상대금 채무에 관하여 서로 연대보증을 하거나 축협중앙회에 제출할 보증보험증권의 발급시에도 보증보험회사의 구상금 채무에 관하여 서로 연대보증을 하여 주었는데, 1993. 10.경 중도매인 중의 1인인 최희둔이 발행한 가계수표가 1차 부도가 나서 그에게 연대보증을 한 중도매인들이 피해를 입게 되었다.
다. 이에 중도매인들은 최희둔이 발행한 가계수표가 최종 부도처리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최희둔에게 94,000,000원을 빌려주면서 위 대여금의 지급을 담보하고, 최희둔을 위하여 이미 연대보증을 하였거나 장래에 연대보증하게 될 중도매인들이 보증금을 지급함으로써 최희둔에게 가지게 될 구상금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물적 담보를 요구하였고, 이에 원고와 최희둔, 중도매인들 및 피고 회사는 각 중도매인들을 근저당권자로 할 경우의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하여 중도매인들이 주주가 되어 설립한 피고 회사 명의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하기로 합의하고, 같은 달 21. 최희둔의 중도매인들에 대한 위 차용금 채무 및 구상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피고 회사 명의로 별지목록 기재 각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최고액을 200,000,000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면서, 최희둔이 중도매인들에게 지급하여야 한 차용금 채무 또는 구상금 채무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근저당권자인 피고가 지급받아 주주인 중도매인들 사이에서 정산할 수 있도록 약정하였다.
라. 위 근저당권 설정계약에 따라 원고는 피고 회사에게 별지목록 기재 각 부동산에 관하여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고양등기소 1993. 10. 25. 접수 제46106호로 된 근저당권을 각 설정하여 주었다.
마. 원고는 1996. 7.경 피고 회사에게 위 각 부동산에 설정되어 있던 근저당권을 말소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당시에 이미 발생한 최희둔의 채무를 변제하는 조건으로 위 각 부동산 중 1필지의 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권만 말소하여 주되, 나머지 필지에 대하여는 근저당권을 존속시키기고 약정하였다.
바. 이에 따라 피고는 1996. 8. 20. 위 각 부동산에 설정된 위 근저당권을 일부 포기한다는 취지의 서류를 작성하여 주었으며, 원고는 같은 달 22. 피고에게 100,000,000원을 송금하고, 같은 달 27., 같은 달 20. 일부 포기를 원인으로 하여 별지목록 기재 제2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를 마쳤고, 피고는 위 1993. 10. 21.자 차용금 중 남아 있던 75,750,000원을 공제하고, 원고에게 나머지 24,250,000원을 반환하였다.
사. 한편 최희둔은 1997. 4. 30.경 축협중앙회와의 외상거래를 담보하기 위하여 대한보증보험 주식회사로부터 보험가입금액을 130,000,000원, 보험기간을 1997. 4. 1.부터 1998. 3. 31.까지로 하는 보증보험증권을 발급받아 축협중앙회에 제출하였는데, 이 때 최희둔의 대한보증보험 주식회사에 대한 구상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중도매인인 유풍작, 김덕천 및 중도매인인 김형복의 처인 김창순, 최희둔의 형수인 김미자 등 7명이 연대보증을 하였다.
아. 축협중앙회는 최희둔에게 외상공급한 축산물 판매 대금 123,249,022원을 지급 받지 못하자 1998. 3. 23.경 대한보증보험 주식회사에게 위 금액 및 연체료의 지급을 청구하였고, 대한보증보험 주식회사는 1998. 4 10. 축협중앙회에 위 보증보험금으로 129,949,944원을 지급한 후 위 연대보증인들에게 구상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자. 이에 위 연대보증인 중 1인인 김미자가 같은 해 7. 1.까지 대한보증보험 주식회사에 위 돈을 대위변제하고, 같은 달 6. 서울지방법원에 다른 연대보증인들을 상대로 하여 구상금 합계 111,428,568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2. 원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인무효의 주장
먼저, 원고는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최희둔에 대한 채권자는 피고가 아니라 피고의 주주인 중도매인 개개인이어서 근저당권자인 피고는 피담보채권을 갖지 아니하므로 별지목록 기재 제1 부동산에 관한 이 사건 근저당귄설정등기는 처음부터 원인 무효이어서 말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채권과 그를 담보하는 저당권은 담보물권의 부수성에 의하여 원칙적으로 그 주체를 달리할 수 없으나, 채권 담보를 위하여 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 제3자 명의로 저당권을 설정하는 데 대하여 채권자와 채무자 및 제3자 사이에 합의가 있었고, 나아가 제3자에게 그 채권이 실질적으로 귀속되었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제3자 명의의 저당권등기도 유효하다( 대법원 1995. 9. 26. 선고 94다33583 판결 참조).
그런데 위 인정 사실과 같이 최희둔의 중도매인들에 대한 차용금 채무 및 구상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피고 명의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한 것이기는 하지만, 피고는 중도매인들만을 주주로 하여 설립한 회사이고 중도매인들 모두를 근저당권자로 할 경우에 발생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하여 피고 명의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되, 최희둔의 중도매인들에 대한 채무를 피고에게 변제함으로써 정산할 수 있도록 원고와 최희둔, 각 중도매인 및 피고가 합의하였다면 피고도 실질적으로 최희둔에 대한 채권자의 지위에 서게 되어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가 피담보채권 없이 경료된 무효의 등기라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근저당권 말소 약정 및 채무 소멸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1993. 10. 21. 최희둔이 피고로부터 150,000,000원을 차용하기로 약정하면서 위 차용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피고에게 별지목록 기재 각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최고액을 200,000,000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었는데, 최희둔이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돈은 75,750,000원이었고, 그 후 피고가 1996. 7.경 원고에게 별지목록 부동산 중 1필지에 관한 근저당권을 먼저 말소하여 줄테니 원고가 이를 매각하여 위 차용금 채무를 변제하면 나머지 필지에 관한 근저당권도 말소하여 주겠다고 약정하여, 위 약정에 따라 피고가 먼저 같은 해 8. 20. 원고에게 별지목록 기재 제2 부동산에 관한 위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하고 원고가 같은 달 22. 피고에게 위 차용금을 변제하였는데, 피고가 위 약정에 따라 원고에게 별지목록 기재 제1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을 말소하여 주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는 (가) 위 1996. 7.경의 근저당권 말소 약정에 기하여, 또는 (나) 위 각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인 피고의 최희둔에 대한 대여금 채권이 모두 소멸되었음을 이유로 피고에게 별지목록 기재 제1 부동산에 관한 위 근저당권의 말소등기 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2) 판 단
(가) 근저당권 말소 약정의 존부에 관한 판단
먼저 피고가 별지목록 기재 각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을 모두 말소하여 주기로 약정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고의 위 주장에 부합하는 증인 최희둔의 일부 증언은 믿지 아니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제1항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는 1996. 7.경 당시에 이미 발생한 최희둔의 차용금 채무를 변제하는 조건으로 위 각 부동산 중 1필지의 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권만 말소하여 주기로 약정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담보채권이 소멸되었다는 주장에 관한 판단
다음으로 이 사건 근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 피담보채권이 소멸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에 관하여 살피건대, 피고가 1993. 10. 21. 최희둔에게 150,000,000원을 대여하기로 약정하고 위 차용금 채무를 담보할 목적으로, 원고가 피고에게 위 각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었는데, 피고가 최희둔에게 실제로 대여한 돈은 75,450,000원뿐이었고, 위 대여금은 모두 변제되었다는 취지의 증인 최희둔의 일부 증언은 믿지 아니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제1항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최희둔이 축협중앙회와 외상거래를 계속할 수 있도록 중도매인들이 축협중앙회 또는 보증보험회사에 대하여 연대보증함으로써 장래에 입게 될 손해를 담보하기 위하여 원고 소유의 위 각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 명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면서, 원고와 최희둔, 각 중도매인 및 피고는 최희둔이 중도매인들에게 차용금 채무 또는 구상금 채무를 부담하게 될 경우에는 피고가 이를 지급받아 중도매인들 사이에서 정산할 수 있도록 약정하였는데, 그 후 중도매인들이 연대보증하였던 보증보험계약에 따라 보증보험회사가 1998. 4. 10. 축협중앙회에 보험금 129,949,944원을 지급하였고, 위 금액을 연대보증인 중의 1인인 김미자가 같은 해 7. 1. 대위변제하고, 같은 달 6. 다른 연대보증인인 중도매인들에 대하여 구상금으로 합계 111,428,568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는 것이므로, 위 중도매인들은 김미자에게 구상금을 지급함으로써 입게 되는 손해를 최희둔에게 구상할 수 있고, 피고도 또한 중매인들을 대신하여 위 구상금 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근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 피담보채권은 김미자로부터 위 구상금의 지급을 청구 받은 중도매인들이 구상금 지급 후에 또는 사전구상권의 행사로서 미리 갖게 되는 구상금 채권을 피고가 위 중도매인들을 대신하여 행사할 수 있는 채권이라 할 것이므로, 위 근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 피담보채권이 피고의 최희둔에 대한 위 75,450,000원의 대여금 채권뿐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