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
2017도17643 모욕
A
피고인
대구지방법원 2017. 10. 20. 선고 2017노2108 판결
2021. 3. 25.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해자 작성의 "B"라는 제목의 기사(이하 '이 사건 기사'라고 한다)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 'C'의 D란에 게재되자, 피고인이 댓글로 "이런걸 기레기라고 하죠?"라는 내용의 글(이하 '이 사건 댓글'이라고 한다)을 게시함으로써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하였다는 것이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이를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16. 10. 13. 선고 2016도9674 판결 등 참조).
다만 어떤 글이 모욕적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에도 그 글이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사실을 전제로 하여 그 사실관계나 이를 둘러싼 문제에 관한 자신의 판단과 피해자의 태도 등이 합당한가 하는 데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자신의 판단과 의견이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이 사용된 것에 불과하다면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도3972 판결, 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5도1453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인터넷 게시판 등의 공간에서 작된 단문의 글에 모욕적 표현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그 글이 동조하는 다른 의견들과 연속적·전체적인 측면에서 볼 때, 그 내용이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사정에 기초하여 관련 사안에 대한 자신의 판단 내지 피해자의 태도 등이 합당한가 하는 데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거나 압축하여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 그 표현도 주로 피해자의 행위에 대한 것으로서 지나치게 악의적이지 않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글을 작성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한다.
나.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일반적으로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은 EPS(Electric Power Steering)라는 용어로 통칭되는데 E그룹은 이를 F라고 칭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F에 대해서는 안전성과 관련한 많은 논란이 있었고 G언론는 'H'의 'I' 편에서 F 결함 의심 사고를 방송하기도 하였다.
2) 그 무렵 자동차 정보 관련 인터넷 신문사 소속 기자인 피해자는 "B"라는 제목으로 이 사건 기사를 작성하였는데 위 기사는 많은 부분을 일반적인 EPS의 장점을 밝히는 데 할애하고 있다. 이 사건 기사가 게재된 'C' 사이트 D란에는 위 기사를 읽은 독자들이 의견을 남길 수 있는 '네티즌 댓글'란이 마련되어 있었다.
3) '네티즌 댓글'란에는 이 사건 기사와 관련하여 1,000건이 넘는 댓글이 게시되었는데 이 사건 댓글 전후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댓글이 등록되어 있다.
가) 기자님께서 말씀하신 모든 장점이 실제로 존재한다손 치더라도 운전 중 핸들이 잠겨서 운전자가 생명의 위협을 받는 일은 없게끔 만들었어야죠 ... 단가에 유리한 점이 있다고 하셨는데 회사에나 유리하지 운전자, 소비자 입장에선 유리한게 아니잖아요.
나) "따라서 각각의 EPS들은 상대적인 일장일단을 가질 뿐이다. 콕 집어 어떤 타입이 좋고 나쁘다고 말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얘기." 풋....그럼 이러면 되겠네....J에 들어가는 EPS를 K에 넣어라...됐지? 어디서 이런 기레기가......
다) E 공식 블로거에 가서 확인해보세여. 이번 사건에 대해서 완전 어이없는 글 올라왔습니다. E 왈 부품 마모로 인하여 소음발생으로 불편하게 해줬다고 수리 받으랍니 다~~~ 리콜도 아닌 핸들잠김 원인을 알고서 방문하는 사람들만 수리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생명을 담보로 이런 회사 차를 계속 사실 겁니까???
라) H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
다. 위와 같은 사정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1) 피고인이 이 사건 댓글에서 기재한 '기레기'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서 자극적인 제목이나 내용 등으로 홍보성 기사를 작성하는 행위 등을 하는 기자들 또는 기자들의 행태를 비하한 용어이므로 기자인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기는 한다.
2) 그러나 피고인이 이 사건 댓글을 작성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독자들은 이 사건 기사의 내용 및 이를 작성·게재한 언론의 태도 등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펼칠 수 있고 'C' 사이트는 그러한 의견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네티즌 댓글'란을 마련하였다. 피고인도 '네티즌 댓글'란에 이 사건 댓글을 게시하였다.
나) 이 사건 기사는 F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많은 가운데 F를 옹호하는 제목으로 게시되었고, 한편 그 내용의 많은 부분은 일반적인 EPS의 장점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이 사건 기사가 게재되기 직전 G언론는 'H'을 통해 F와 관련한 부정적인 내용을 방송하였고, 이 사건 기사를 읽은 상당수의 독자들은 위와 같은 방송 내용 등을 근거로 일반적인 EPS의 장점에 기대어 E그룹의 F를 옹호하거나 홍보하는 듯한 이 사건 기사의 제목과 내용, 이를 작성한 피해자의 행위나 태도를 비판하는 의견이 담긴 댓글을 게시하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의견은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타당성 있는 사정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 이 사건 댓글의 내용, 작성 시기와 위치, 이 사건 댓글 전후로 게시된 다른 댓글의 내용과 흐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댓글은 그 전후에 게시된 다른 댓글들과 같은 견지에서 방송 내용 등을 근거로 이 사건 기사의 제목과 내용, 이를 작성한 피해자의 행위나 태도를 비판하는 의견을 강조하거나 압축하여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기레기'는 기사 및 기자의 행태를 비판하는 글에서 비교적 폭넓게 사용되는 단어이고, 이 사건 기사에 대한 다른 댓글들의 논조 및 내용과 비교해 볼 때 이 사건 댓글의 표현이 지나치게 악의적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3.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모욕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안철상
주심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김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