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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두5566 판결

[유족보상일시금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공2002.12.15.(168),2889]

판시사항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간질환이 발생되거나 악화된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학적 소견과 다르게 인과관계를 추단하기 위하여는 당해 근로자의 경우 예외적으로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간질환이 발생하거나 기존 간질환이 정상적인 경우보다 더 악화되었다는 점에 대한 자료가 있어야 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은 과로나 스트레스가 없어도 악화될 수 있고 임상적으로는 과로나 스트레스 없이 악화되는 경우가 더 많으며, 과로나 스트레스 자체가 간질환의 발생이나 악화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근거를 찾을 수가 없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을 경우, 이는 결국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간질환이 발생되거나 악화된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그러한 일반적인 의학적 소견과 다르게 인과관계를 추단하기 위하여는 당해 근로자의 경우 예외적으로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이 발생되었거나 기존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이 정상적인 경우보다 더 악화되었다는 점에 관한 자료가 있어야 한다고 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환기)

피고,상고인

근로복지공단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은, 원고의 남편 소외인은 1957. 3. 5.생으로, 1979. 12. 1. 소외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고만 한다)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1998. 6. 20. 퇴사한 후 1999. 3. 31. 간경화, 신증후군으로 인한 출혈신부전, 간성혼수로 사망한 사실, 망인은 1985. 8. 27. 업무상 재해(교통사고)를 당하여 상장간막정맥열상 등의 중상을 입고 상장간막정맥 봉합술 등을 시행받고 요양을 하다가 1986. 6. 30. 퇴원하여 업무에 복귀하였고, 그 후 주로 영업담당사원으로 근무하였는데, 주된 업무는 레미콘공급계약의 수주, 현장관리 및 수금업무 등으로서 주로 외근을 하고, 수주 및 수금실적은 인사고과에 반영되며, 현장에서 작업할 경우에는 철야로 근무하는 때도 있는데, 망인은 소외 회사의 다른 영업사원과 마찬가지로 통상 20여 곳의 공사현장을 관리하고 있다가, 1997. 초부터 퇴사하기 직전까지는 10여 곳을 추가로 맡게 되면서 연장근무와 휴일근무를 많이 하게 되어, 그 해 가을부터 심한 피로감을 호소한 사실, 망인은 1987. 9.경 만성 B형 간염 보균자로 진단받았으며, 1993. 9.경 간낭종 진단을 받고, 1994. 5. 및 9.경 만성 B형 간염으로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1995. 8. 23. 간경변 진단을 받고, 1998. 2.경부터 임상적으로 하지부종, 복부팽만, 복수의 소견을 보였으며, 1998. 6.경 간경변증과 그 합병증인 만성신장염(신증후군)으로 진단되었고, 그 이후부터 상태가 점점 악화되어 간기능부전증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며, 같은 해 8.경 세균성복막염이 합병되고 늑막에 물이 고여 늑막삼출액이 생기고 복수가 심하게 나타났으며, 1999. 3. 27.부터 3. 31.까지 입원하였으나 합병증으로 점차 말기의 간부전증과 말기의 신부전증으로 악화되어 구역, 구토, 간성뇌증이 나타났고, 입원 직후 의식상실, 혼수증세, 신부전증(요독증)의 증세가 악화되어 1999. 3. 31. 사망한 사실, 일반적으로 B형 간염은 주로 혈액, 타액, 성적 접촉에 의하여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모체로부터의 수직 감염이 대부분이고, 망인의 경우도 모체로부터의 수직감염에 의하여 B형 간염에 이환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B형 간염 바이러스의 감염에 의하여 만성 B형 간염이 발병되고 오랫동안 병 경과 중에 간염 바이러스 항원과 항체의 면역복합체에 의한 신장염(신장증후군)이 발병하여 이로 인하여 환자의 상태가 계속 악화되었을 것이며,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은 과로나 스트레스가 없어도 악화될 수 있고 임상적으로는 과로나 스트레스 없이 악화되는 경우가 더 많으며, 과로와 스트레스 자체가 직접 간질환을 악화시키거나 간염을 간경변 또는 간암으로 진행시키는 것으로 알려지거나 임상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으나, 환자가 치료를 받는 도중에도 계속 업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 등의 요인이 가해졌다면 그것이 신체의 면역능력을 저하시켜 자연적인 경과보다 병의 진행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는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러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하여 망인이 교통사고의 치료과정에서 만성 B형 간염이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려우나, 망인이 영업업무를 담당하면서 주로 외근을 하는 관계로 육체적으로 부담이 크고, 수금업무 등과 관련하여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아왔는데, 특히 1997년부터 수원정자지구 등의 대형 공사현장 10여 곳을 추가로 담당하게 됨으로 말미암아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중된 점, 과로나 스트레스를 간경변의 독립한 발생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만성 B형 간염을 간병변으로 악화시키는 인자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는 점, 망인은 만성 B형 간염이 발병된 지 약 7년 6개월만에 간병변으로 진행되었고, 그로부터 약 3년 만에 합병증을 동반한 간경변(비대상성 간경변)으로 진행되었으며, 만성 B형 간염이 발병된 지 약 11년 6개월(간경변으로 진행된 지 약 4년)만에 42세의 나이로 사망하였으므로 그 진행경과에 의하면 기존질환인 만성 B형 간염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의학적ㆍ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망인의 업무내용이 평균인에게는 과중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만성 B형 간염에 걸린 망인의 건강과 신체조건으로 보아서는 쉽사리 피로를 느낄 수 있고, 이러한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됨으로 인하여 망인의 기존질환인 만성간염이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어 간경변으로 이어져 사망에까지 이르렀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결국 망인의 사망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먼저, 원심의 사실인정 자체에 의하더라도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은 과로나 스트레스가 없어도 악화될 수 있고 임상적으로는 과로나 스트레스 없이 악화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며, 기록에 의하더라도, 과로나 스트레스 자체가 간질환의 발생이나 악화요인으로 작용하였다는 근거를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므로, 결국 현재의 의학적 소견은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간질환이 발생되거나 악화된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인바, 사정이 그러하다면, 원심으로서는 그러한 의학적 소견과 다르게 인과관계를 추단하기 위하여는 망인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기존질환인 만성 B형 간염이 정상적인 경우보다 더 악화되었다는 점에 관한 자료가 있어야 할 터인데, 기록을 살펴보아도 그에 관한 자료를 찾기가 어렵다.

나. 또한, 망인의 경우에는 특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기존질환인 만성 B형 간염을 정상적인 경우보다 더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볼 만한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기록에 의하면, 망인이 1997년경 추가로 담당한 수원정자지구 10군데 정도를 포함한다 하더라도 일반적인 영업사원의 업무와 비슷하거나 다소 적은 편으로 보이고, 그것이 과중한 업무라 하더라도, 이미 1995. 8. 23. 간경변으로 진단된 망인에 대하여 그 이후의 업무가 만성간염을 간경변으로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할 수는 없고, 그 밖에 달리 기록상 망인의 동료 또는 망인과 같은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비하여 업무시간 및 업무강도에 있어 과중한 업무를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를 찾기 어렵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업무상 재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송진훈(재판장) 변재승 윤재식(주심) 이규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