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집17권 1집 254~260] [전원재판부]
1.교도소에 수용된 때에는 국민건강보험급여를 정지하도록 한 국민건강보험법 제49조 제4호가 수용자의 건강권,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2.위 조항이 미결수용자에게 있어서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3.위 조항이 수용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4.위 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1.교도소에 수용된 때에는 국민건강보험급여를 정지하도록 한 국민건강보험법 제49조 제4호는 수용자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의 보호, 감독을 받는 수용자의 질병치료를 국가가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수용자에 대한 의료보장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갖고 있다. 가사 국가의 예산상의 이유로 수용자들이 적절한 의료보장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수용자에 대한 국가의 보건의무불이행에 기인하는 것이지 위 조항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위 조항은 수용자의 의료보장수급권을 직접 제약하는 규정이 아니며, 입법재량을 벗어나 수용자의 건강권을 침해하거나 국가의 보건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수용자의 건강권,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2.위 조항은 수용자의 의료보장체계를 일원화하기 위한 입법 정책적 판단에 기인한 것이며 유죄의 확정 판결이 있기 전인 미결수용자에게 어떤 불이익을 주기 위한 것은 아니므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3.위 조항에 의하여 수용자에게 보험급여가 정지되는 경우 보험
료 납부의무도 면제되므로, 수급자의 자기기여가 없는 상태에서 수용자가 위 조항을 재산권 침해로 다툴 수는 없다.
4.위 조항은 수용자에게 의료급여를 정지함으로써 수용자를 차별하고 있으나, 이는 수용자에 대한 의료보장을 일괄적으로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수용자간 의료급여의 형평문제와 구금의 목적실현 등을 고려한 것으로 합리적 이유가 있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법(1999. 2. 8. 법률 제5854호로 제정된 것) 제49조(급여의 정지)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게 된 때에는 그 기간중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
1.~3. 생략
4. 교도소 기타 이에 준하는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때
국민건강보험법(1999. 2. 8. 법률 제5854호로 제정된 것) 제66조(보험료의 면제) ① 공단은 직장가입자가 제49조 제2호 내지 제4호의 1에 해당되는 때에는 당해 가입자의 보험료를 면제한다. 다만, 제49조 제2호에 해당하는 직장가입자의 경우에는 국내에 거주하는 피부양자가 없는 경우에 이를 적용한다.
②지역가입자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되는 때에는 그 가입자가 속한 세대의 보험료를 산정함에 있어서 그 가입자의 소득을 제외한다.
1. 제49조 제2호 내지 제4호의 1에 해당되는 때
2.대학이하의 각급 학교에의 재학 등 소득활동에 종사하지 아니하는 것이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때
3. 제1호 및 제2호에 준하는 것으로서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되는 때
행형법(1999. 12. 28. 법률 제6038호로 개정된 것) 제26조(병실수용) 소장은 질병에 걸린 수용자에 대하여 병실수용 기타 적당한 치료를 하여야 한다.
행형법(1999. 12. 28. 법률 제6038호로 개정된 것) 제28조(자비치료) 수용자가 자비로써 치료를 원하는 때에는 필요에 의하여 당해소장은 이를 허가할 수 있다.
4.헌재 2000. 6. 29. 99헌마289 , 판례집 12-1, 913, 948-949
청 구 인 1. 이○한(2003헌마31)
국선대리인 변호사 이동형
2. 황 ○( 2004헌마695 )
대리인 변호사 김현익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 이○한은 광주교도소에 수용중 좌측전완부 심부열상 등으로, 청구인 황 ○은 대구구치소 재감중 지병인 당뇨병의 합병증인 신생혈관녹내장 등으로 각 외부병원에서 자비치료를 받았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9조 제4호는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가 교도소에 수용된 때에는 보험급여를 정지하고 있다. 청구인들은 위 법률규정이 청구인들의 헌법상 보장된 건강권, 재산권, 평등권 등을 침해하고 특히 청구인 황 ○은 위 치료 당시 확정판결을 받기 전의 미결수용자였으므로 무죄가 추정되는데도 보험급여를 받지 못했다면서 위 법률규정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국민건강보험법(1999. 2. 8. 법률 제5854호로 제정된 것) 제49조 제4호(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며, 그 규정과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49조(급여의 정지)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게 된 때에는 그 기간중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
1. 국외에 여행중인 때
2. 국외에서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때
3.하사(단기복무자에 한한다)·병 및 무관후보생으로 복무중인 때
4.교도소 기타 이에 준하는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때
제66조(보험료의 면제) ① 공단은 직장가입자가 제49조 제2호 내지 제4호의 1에 해당되는 때에는 당해 가입자의 보험료를 면제한다. (이하 생략)
② 지역가입자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되는 때에는 그 가입자가 속한 세대의 보험료를 산정함에 있어서 그 가입자의 소득을 제외한다.
1.제49조 제2호 내지 제4호의 1에 해당되는 때(이하 생략)
제26조(병실수용) 소장은 질병에 걸린 수용자에 대하여 병실수용 기타 적당한 치료를 하여야 한다.
제28조(자비치료) 수용자가 자비로써 치료를 원하는 때에는 필요에 의하여 당해 소장은 이를 허가할 수 있다.
제29조(병원이송) ① 소장은 수용자에 대한 적당한 치료를 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당해 수용자를 교도소 등의 밖에 있는 병원(정신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경우에는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받은 치료감호소를 포함한다)에 이송할 수 있다.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1)구금시설 내의 의료서비스가 충분하지 않아 외부치료를 받아야 할 경우가 있는데, 이 사건 규정은 수용자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정지함으로써 수용자는 치료비를 스스로 부담하여야 한다. 특히 열악한 수용생활과 노역으로 인하여 수용자가 병이 들게 될 때 예산상의 이유로 국가에서 치료를 해 줄 수 없다면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은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 사건 규정은 청구인들과 같은 수용자에 대하여 국민건강보험급여를 정지함으로써 청구인들의 건강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건강권),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한다.
(2)이 사건 규정은 단지 구금시설에 수용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보험급여를 정지하여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이용을 수용자라는 신분에 따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으로써 헌법 제11조 평등원칙에 어긋난다.
(3)이 사건 규정은 형사사건으로 구금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급여를 정지함으로써 청구인 황 ○과 같이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기 전인 미결수용자를 죄있는 자에 준하여 취급하는 것으로 헌법 제27조 제4항의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
(4)이 사건 규정은 재소자의 그 동안의 국민건강보험료 납부를 무시하고 수용 즉시 보험급여를 정지하는 것으로 일종의 공법상 부당이득이며 입법자가 입법형성권을 남용하여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나. 보건복지부장관의 의견
국민건강보험법 제66조에 의하면 이 사건 규정에 해당하는 건강보험가입자에 대하여는 보험료를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행형법 제26조의 규정에서 보듯이 수용자나 군복무 중에 있는 자에 대하여는 특별권력관계에서 파생하는 국가의 무상의료급여책임이 따르므로, 이와 별도로 사회보험인 건강보험에서 중복적으로 급여를 실시하는 것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국가가 재정으로 부담하여야 할 부분을 건강보험에서 처리할 경우 그 부담부분을 건강보험가입자의 보험료에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다.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이사장의 의견
보건복지부장관의 의견과 같다.
3. 판 단
가. 이 사건 규정의 입법목적
헌법 제36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하여 국가에 보건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구금시설에 수용되어 국가의 보호, 감독하에 있는 수용자(수형자 및 미결수용자)에 대한 국가의 의료 보호의 필요성은 일반 국민에 비하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행형법 제26조는 교도소 등 구금시설의 “소장은 질병에 걸린 수용자에 대하여 병실수용 기타 적당한 치료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이들에 대한 치료의무 내지 의료보장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입법자는 모든 국민에게 건강보험에의 가입과 보험료 납입을 강제하는 의료보험제도를 마련하고 가입자의 보험료를 건강보험재정의 기반으로 하고 있다(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68조). 그 결과 국민건강보험가입자가 구금시설에 수용되는 경우 중복적으로 의료급여를 받게 된다. 따라서 국가로부터 무상의료급여를 받는 수용자에 대하여 국민건강보험급여를 받도록 하는 것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수입원이 차단된 수용자에게 계속 보험료 납입의무를 부과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으며 수용자에게 건강보험급여를 받도록 한다면 국가가 부담하여야 할 의료부담을 건강보험가입자들의 보험료에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에 따라 입법자는 수용자에 대하여 국민건강보험에 의한 보험급여를 정지하고 보험료 납입의무를 면제함으로써 수용자에 대한 의료보장 체계를 일원화하고 있는 것이다.
살피건대 수용자에게 국민건강보험급여를 정지하는 이 사건 규정의 입법취지는 수형자나 미결수용자에 대한 제재의 일환이거나 재소자라는 이유로 불
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구금시설에 수용된 자에 대한 의료보장 체계를 일원화하고 수입원이 차단된 수용자의 건강보험료 납입부담을 없애 줌으로써 수용자에 대한 의료보장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입법 정책적 판단에 기인한 것이라 할 것이다.
나. 기본권 침해 여부
(1)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규정은 국가의 보호, 감독을 받는 수용자의 질병치료를 국가가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의료보장 체계를 일원화하여 수용자에 대한 의료보장 제도의 합리적 운영이라는 공익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고 이와 같은 공익은 입법자가 추구할 수 있는 헌법적 정당성을 갖는다고 할 것이다.
(2)먼저 이 사건 규정이 청구인들의 건강권, 인간의 존엄, 행복추구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이하 ‘건강권 등’으로 약칭한다)를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보건대, 이 사건 규정은 수용자가 국가로부터 무상으로 의료급여를 받는 것을 전제로 건강보험급여를 정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용자가 무상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간접적으로 건강권 등을 침해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 규정은 수용자에 대한 의료보장제도의 합리적 운영이라는 공익을 위하여 일시적으로 보험급여를 정지하는 것일 뿐, 수용자의 의료보장수급권을 직접 제약하는 규정이 아님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가사 국가의 예산상의 이유로 수용자들이 적절한 의료보장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수용자에 대한 국가의 보건의무불이행에 기인하는 것이지 이 사건 규정에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한편, 수용자에 대한 의료보장을 국비로 처리할 것인지, 아니면 건강보험체계로 할 것인지는 수형자에 대한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 및 미결수용자에 대한 구금의 목적과 국민건강보험 체계를 고려하여 입법자가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다. 이 사건 규정은 수용자의 의료보장을 일차적으로 국가가 부담한다는 전제하에 건강보험급여를 일시 중지하는 것으로 그러한 입법자의 판단이 자의적이거나 입법 재량을 벗어나 수용자의 건강권을 침해하거나 수용자에 대한 국가의 보건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볼 수 없다.
(3)다음으로 이 사건 규정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보건대, 헌법 제27조 제4항의 무죄추정이란 유죄의 확정판결 전에 죄있는 자에 준하여 취급하는 불이익을 금하는 것을 말하고, 여기서의 불이익이란 죄있는 자에 준하는 취급을 함으로써 법률적, 사실적 측면에서 사회생활에 유형, 무형의 불
이익과 불편을 주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규정은 수용자의 의료보장체계를 일원화하고 수입원이 차단된 수용자의 건강보험료 납입부담을 면제하기 위한 입법 정책적 판단에 기인한 것이지 유죄의 확정 판결이 있기 전에 재소자라는 이유로 어떤 불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4)또 이 사건 규정이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보건대, 건강보험수급권과 같이 공법상의 권리가 헌법상의 재산권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국가의 일방적인 급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수급자의 상당한 자기기여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은 개인의 보험료와 국가의 재정으로 운영되고 이 사건 규정의 적용에 의하여 청구인들과 같은 수용자에게 보험급여가 정지되는 경우 동시에 보험료 납부의무도 면제된다. 그렇다면 수급자의 자기기여가 없는 상태이므로 이 사건 규정에 의하여 건강보험수급권이 정지되더라도 이를 사회보장수급권(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으로 다툴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재산권 침해로 다툴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헌재 2000. 6. 29. 99헌마289 , 판례집 12-1, 913, 948-949 참조).
(5)끝으로 이 사건 규정이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이용을 수용자라는 신분에 따라 차별을 하는 것으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에 대하여 보건대, 수용자는 국가의 보호, 감독하에 있는 점, 수용자에 대한 의료보장체계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는 점, 수용자에게 건강보험을 계속 적용할 경우 보험료 부담능력의 유무에 따라 수용자간 의료급여에 형평문제가 생길 수 있고 구금의 목적실현에도 장애가 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수용자에 대한 의료보장을 일괄적으로 국가가 부담하는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할 것이므로 이 사건 규정이 평등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없다.
4. 결 론
따라서 청구인들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 김경일(주심)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 이상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