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1998. 9. 4. 선고 96다11327 판결

[손해배상(기)][공1998.10.1.(67),2377]

판시사항

[1] 본인의 승낙 범위를 초과하여 승낙 당시의 예상과는 다른 목적이나 방법으로 그의 사생활에 관한 사항을 공개한 경우, 위법성 여부(적극)

[2] 피해자가 자신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해 달라는 조건하에 사생활에 관한 방송을 승낙하였는데 모자이크 처리나 음성변조 등 방송기술상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신분이 노출된 사안에서, 사생활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본인의 승낙을 받고 승낙의 범위 내에서 그의 사생활에 관한 사항을 공개할 경우 이는 위법한 것이라 할 수 없다 할 것이나, 본인의 승낙을 받은 경우에도 승낙의 범위를 초과하여 승낙 당시의 예상과는 다른 목적이나 방법으로 이러한 사항을 공개할 경우 이는 위법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2] 피해자가 자신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해 달라는 조건하에 사생활에 관한 방송을 승낙하였는데 방영 당시 피해자의 모습이 그림자 처리되기는 하였으나 그림자에 옆모습 윤곽이 그대로 나타나고 음성이 변조되지 않는 등 방송기술상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피해자의 신분이 주변 사람들에게 노출된 사안에서, 피해자의 승낙 범위를 초과하여 승낙 당시의 예상과는 다른 방법으로 부당하게 피해자의 사생활의 비밀을 공개하였다고 하여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부일 담당변호사 김종선)

피고,상고인

피고 1 외 1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후 외 1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공공성과 공익성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같은 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같은 법 제21조 제4항은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각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316조, 제317조에는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평온을 보호하기 위하여 일정한 개인의 비밀을 침해하거나 누설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바, 이러한 여러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사람은 자신의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사항을 함부로 타인에게 공개당하지 아니할 법적 이익을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에 관한 사항은, 그것이 공공의 이해와 관련되어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이 아닌 한, 비밀로서 보호되어야 하고, 이를 부당하게 공개하는 것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할 것이다.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 2 회사 PD수첩 프로그램 제작진은 1994. 6.경 실리콘 백을 이용한 유방성형수술의 현황과 문제점을 취재, 방영함으로써 YMCA를 통한 수술 부작용에 대한 보상이 가능함을 알려줌과 아울러 유방성형수술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의도하에 취재를 시작하면서 유방확대수술로 인한 부작용에 관한 사례를 찾던 중 유방확대수술 후 부작용으로 고생하고 있던 원고를 알게 되어 그녀를 취재하게 된 사실, 위 프로그램 제작진의 일원인 피고 1은 같은 달 4. 피고 2 회사를 찾아 온 원고를 취재한 다음 같은 해 7. 5. PD수첩 프로그램 방송시간 40여 분 중 2차례에 걸쳐(1회 약 28초, 2회 약 24초) 원고의 본명 대신 가명을 사용하고 원고의 얼굴 우측에서 조명을 투사하여 벽에 나타난 그림자를 방영하는 방식으로 화면 처리하는 한편, 원고의 육성을 그대로 방송하는 방법으로 원고가 유방확대수술의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실상을 방영한 사실, 방영 당시 원고의 모습이 그림자 처리되기는 하였으나, 그림자에 원고의 옆모습 윤곽이 그대로 나타나고 음성이 변조되지 아니한 관계로 방송을 시청한 원고의 친척이나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은 그 당사자가 원고임을 알 수 있었고 이로 인하여 그들에게 원고가 유방확대수술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는 것인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 회사가 이 사건 프로그램을 방송한 것은 일반 국민들에게 실리콘 백을 이용한 유방확대수술의 위험성을 알리고 그로 인한 보상 방법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서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공익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할 것이나, 그러한 수술을 받고 부작용으로 고생하고 있는 사례로 위 방송에서 소개된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점은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에 속한 사항이지 공중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이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위 방송이 시청자들에게 위와 같은 의학적, 법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제작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위하여 위 방송에서 소개된 사람이 원고임을 밝힐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므로, 피고들이 이 사건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원고의 신분노출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원고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원고가 위 수술을 받은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한 것은 원고의 사생활의 비밀을 무단 공개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은 옳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사생활의 침해에 대한 위법성의 판단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승낙의 효력 등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본인의 승낙을 받고 승낙의 범위 내에서 그의 사생활에 관한 사항을 공개할 경우 이는 위법한 것이라 할 수 없다 할 것이나, 본인의 승낙을 받은 경우에도 승낙의 범위를 초과하여 승낙 당시의 예상과는 다른 목적이나 방법으로 이러한 사항을 공개할 경우 이는 위법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기록에 의하면, 취재 당시 원고는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것을 우려하여 피고 1에게 아무도 원고를 알아볼 수 없도록 하여 달라는 조건하에 취재 및 방영을 승낙한 사실, 방송기술상 그림자 처리 방법으로도 어느 정도 피촬영자의 신분노출을 막을 수 있기는 하나 피촬영자의 영상을 모자이크 무늬로 가리거나 뭉개는 등의 방법으로 보다 확실히 그의 신분노출을 막을 수 있었고, 음성도 기계처리에 의하여 손쉽게 변조할 수 있었는데, 피고 1은 이러한 사항에 관하여 방송기술에 관한 문외한인 원고와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아니한 채 앞서 본 바와 같은 방법으로 방영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피고 1이 원고로부터 아무도 원고를 알아볼 수 없도록 하여 달라는 조건하에 취재 및 방영을 승낙받은 이상 영상을 모자이크 무늬로 가리고 음성을 변조하는 등 원고 주변 사람들을 포함한 일반인들이 피촬영자가 원고임을 알아 볼 수 없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한 다음 이를 방영하여야 하고, 그러한 방법에 의하여 원고의 신분노출을 막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방편으로 이러한 방법을 취하지 아니한 채 원고의 육성을 그대로 방송하는 등 앞서 본 바와 같은 방법으로 방송함으로써 원고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피촬영자가 원고임을 알 수 있도록 한 이상 이는 원고의 승낙 범위를 초과하여 승낙 당시의 예상과는 다른 방법으로 부당하게 원고의 사생활을 공개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피고 회사가 종전 뉴스데스크 프로그램에서 원고의 뒷모습을 방영하고 육성을 그대로 방송함에 대하여 원고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든가 원고가 피고 1의 전화 인터뷰에 응하여 주고 나아가 방송출연을 승낙하는 등의 사정이 있었다 하여 이 사건 방송에 있어 원고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도록 방영하는 것에 대한 승낙까지 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은 옳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불법행위 성립요건으로서의 귀책사유 및 사생활의 공개에 대한 승낙의 효력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3. 손해배상액에 관한 주장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이 원고의 나이, 직업, 결혼 및 이혼 경력, 이 사건 방송 경위와 방송 내용, 방송시간 및 방송 후의 결과 등을 참작하여 이 사건 방송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금 10,000,000원으로 산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위자료 산정 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성택(재판장) 천경송(주심) 지창권 송진훈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6.2.2.선고 95나25819
본문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