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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5다220955 판결

[보험금][미간행]

판시사항

처분문서상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 계약 내용의 해석 방법

참조조문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우리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외 8인)

피고, 피상고인

한국무역보험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고현철 외 6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각 상고이유보충서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각 수출보증보험계약 및 이 사건 공문의 해석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공문은 원가투입계획서만으로 선수금을 인출해 준 행위가 이 사건 각 수출보증보험계약의 특별약정 제3조에 위반된다고 하더라도 사후에 세금계산서 등과 같은 구체적 증빙을 갖추고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피고가 보험금을 지급할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원고가 사후적으로 구체적 증빙을 갖추었다고 인정된다면 피고는 특별약정 제3조의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으나,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사후적으로도 선수금에 관한 구체적인 증빙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여전히 피고는 원고가 특별약정 제3조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① 특별약정 제3조의 의미는 원고가 원가투입계획서와 이에 상응하는 관련 증빙, 즉 선수금이 호선별 해당 선박에 지출되었거나 구체적으로 지출이 확정되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징수한 후 선수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② 이 사건 공문 후문에 기재된 ‘구체적 증빙’의 의미도 당초 특별약정 제3조에 따른 ‘관련 증빙’의 해석과 동일하게 원가투입계획서에 따라 지급된 선수금이 호선별 해당 선박에 사용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의미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③ 원고가 워크아웃 개시 이후에 마련한 세금계산서 등의 증빙이 원가투입계획서에 의하여 지급된 선수금이 이 사건 각 선박에 투입되었음을 증빙하는 서류라는 점에 관하여는 원고가 입증의 부담을 진다고 할 것인데, 이를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없으므로, 결국 원고가 적법한 증빙을 구비하였다고 할 수 없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1)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 여하에 관계없이 그 문언의 내용과 그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당사자 사이의 계약의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것이고,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거나 그가 보유하는 소유권 등 권리의 중요한 부분을 침해 내지 제한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3103 판결 ,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4다14115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특별약정 제3조의 ‘관련 증빙’ 및 이 사건 공문 후문에 기재된 ‘구체적 증빙’은 호선별 해당 선박을 건조하기 위하여 ‘선수금 상당 금원’을 지출하였음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① SLS조선 주식회사(이하 ‘SLS조선’이라고만 한다)는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 및 선수금 환급보증계약에 따라 지급받은 선수금을 이 사건 각 선박의 건조에만 사용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② 특별약정 제3조는 호선별 해당 선박의 공정률을 확보하여 선박의 완성 및 인도 지체 또는 불능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보험사고의 발생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으로, SLS조선이 먼저 자신의 자금으로 이 사건 각 선박을 건조하기 위한 금원을 지출하고 원고에게 세금계산서 등 실제 선수금 상당 금원을 지출하였음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면서 선수금 지급을 요청하면, 원고는 위 관련 증빙 자료를 수령한 후 원가투입계획에 따라 선박 건조에 실제로 지출된 금액을 선수금으로 지급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통제하도록 한다.

③ 특별약정 제3조의 ‘관련 증빙’은 호선별 해당 선박을 건조하기 위하여 ‘선수금 상당 금원’을 지출하였음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로 선수금을 지급받기 위해 제출하는 자료이므로 ‘선수금’을 지출하였음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다.

④ SLS조선이 이 사건 각 선박의 건조를 완료한 이상 ‘원가투입계획서에 따라 지급된 선수금’을 그대로 이 사건 각 선박의 건조에 사용한 것과 달리 ‘선수금 상당 금원’을 이 사건 각 선박의 건조에 사용한 것이 특별약정 제3조의 취지에 반한다고 볼 이유가 없다.

⑤ 이 사건 공문의 전문에 ‘관련 증빙’의 예로 기재되어 있는 ‘원가투입계획서, 세금계산서, 거래명세서, 계약서, 입금표 등’은 자금의 출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다.

⑥ 이 사건 공문의 후문에 ‘구체적 증빙’의 예로 기재되어 있는 ‘세금계산서 등’은 전문에 기재되어 있는 ‘세금계산서, 거래명세서, 계약서, 입금표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특별약정 제3조의 ‘관련 증빙’과 동일하게 해석함이 타당하다.

⑦ 원고가 이 사건 각 수출보증보험계약에 따라 피고에게 청구한 보험금 중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한 부분(1차 및 2차 선수금 중 일부와 3차 및 4차 선수금) 역시 원고가 사후적으로 원가투입계획서에 따라 지급된 선수금이 호선별 해당 선박에 사용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문 후문에 기재된 ‘구체적 증빙’은 원가투입계획서에 따라 지급된 선수금이 호선별 해당 선박에 사용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를 의미한다고 해석하면서 원고가 사후적으로도 선수금에 관한 구체적인 증빙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이 사건 각 수출보증보험계약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에게는 특별약정 제3조에서 부과한 에스크로 계좌 관리의무자로서의 선관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이 존재하고, 원고가 특별약정 제3조에 따라 호선별 원가투입계획에 의한 관련 증빙을 수령한 다음 선수금을 인출·지급하였다면, 이 사건 에스크로 계좌에 피고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돈 상당의 선수금이 남아 있었거나 이미 선수금이 지급되었다 하더라도 피고로부터 보험금을 환급받을 수 있었을 것이므로, 이후에 발주자가 이 사건 선박건조계약을 취소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에게 손실이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며, 따라서 원고가 특별약정 제3조를 위반한 과실로 인하여 피고가 지급을 거절한 보험금 상당의 손실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1) 피고가 이 사건 각 수출보증보험계약의 일반약관에 따라 원고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라는 이유로 보상 책임을 지지 아니하거나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하기 위해서는 원고의 과실과 손해 사이에 자연적 또는 사실적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이념적 또는 법률적 인과관계, 즉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각 수출보증보험계약의 일반약관은 피고가 ‘보상하는 손실’을 ‘원고가 수출보증 상대방으로부터 보증채무의 이행을 청구받아 그 보증조건에 따라 보증채무를 이행함으로써 입은 손실’이라고 규정(제3조)하고 있고, 피고는 원고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는 보상할 책임을 지지 않으며 원고의 과실로 손실이 발생한 경우에는 당해 보험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제7조, 제8조)하고 있는 사실, 원고는 특별약정 제3조에 위반하여 호선별 원가투입계획에 의거 관련 증빙을 수령하지 않은 채 원가투입계획서만 제출받고 각 선수금 전액을 지급한 사실, 이후 SLS조선은 이 사건 각 선박의 건조를 완료하였으나, 선박발주자인 유나이티드 아랍 케미컬 캐리어스 리미티드(United Arab Chemical Carriers Limited, 이하 ‘UACC’라고 한다)는 이 사건 각 선박의 구조적 결함을 문제 삼아 SLS조선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을 해제하고 원고에게 선수금 환급의무의 이행을 청구한 사실, 원고는 이 사건 선수금 환급보증계약에 따라 UACC에 각 선수금 및 지연손해금을 환급하여 준 사실을 알 수 있다.

(3)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비록 원고가 특별약정 제3조에 위반하여 SLS조선에게 각 선수금 전액을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이 사건 각 선박의 구조적 결함이 발생하였거나 인도기일이 지체되는 등 이 사건 각 선박건조계약 해제의 원인이 발생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가 이 사건 선수금 환급보증계약에 따라 환급하여 준 각 선수금 및 지연손해금이 곧바로 특별약정 제3조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4)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가 환급하여 준 각 선수금 및 지연손해금 중 피고가 지급을 거절한 보험금 상당이 곧바로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이상훈 김창석(주심) 조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