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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7. 2. 14. 선고 96도2904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횡령·배임·증재)·사기·업무상횡령·부정수표단속법위반·상법위반·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뇌물공여·근로기준법위반][공1997.3.15.(30),850]

판시사항

[1] 특별한 자금공급 없이는 도산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신용과대조작, 변태적 지급보증 및 재력과시 등의 방법으로 변제자력을 가장하여 대출, 지급보증 및 어음할인을 받은 행위가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2] 채권자를 기망하여 이루어진 채무변제기의 연장 또는 대환의 사기죄 성부(적극)

[3] 어음할인 행위가 사기죄로 되는 경우

[4] 주금납입금을 설립등기 또는 증자등기 후 즉시 인출하였으나 회사를 위하여 사용한 경우, 납입가장죄의 성부(소극)

판결요지

[1] 특별한 자금공급 없이는 도산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신용과대조작, 변태적 지급보증 및 재력과시 등의 방법으로 변제자력을 가장하여 대출, 지급보증 및 어음할인을 받은 행위가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2] 대환이라 함은 현실적인 자금의 수수 없이 형식적으로만 신규대출을 하여 기존채무를 변제하는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대환은 형식적으로는 별도의 대출에 해당하나 실질적으로는 기존채무에 대한 변제기의 연장에 해당하는 것이고, 기망에 의하여 채무의 변제기를 연장받은 경우에도 사기죄가 성립하므로, 타인을 기망하여 대출을 받은 것이 신규대출이 아니라 대환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사기죄로 의율함에 지장이 없다.

[3] 어음이 지급기일에 결제되지 않으리라는 점을 예견하였거나 지급기일에 지급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서도 그러한 내용을 수취인에게 고지하지 아니하고 이를 속여서 할인을 받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

[4] 상법 제628조 제1항 소정의 납입가장죄는 회사의 자본충실을 기하려는 법의 취지를 유린하는 행위를 단속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므로, 당초부터 진실한 주금납입으로 회사의 자금을 확보할 의사 없이 형식상 또는 일시적으로 주금을 납입하고 이 돈을 은행에 예치하여 납입의 외형을 갖추고 주금납입증명서를 교부받아 설립등기나 증자등기의 절차를 마친 다음 바로 그 납입한 돈을 인출한 경우에는, 이를 회사를 위하여 사용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질적으로 회사의 자본이 늘어난 것이 아니어서 납입가장죄 및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가 성립하고, 다만 납입한 돈을 곧바로 인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인출한 돈을 회사를 위하여 사용한 것이라면 자본충실을 해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주금납입의 의사 없이 납입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상고인

피고인들

변호인

변호사 이정락 외 2인

주문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피고인 1에 대하여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110일을 원심 판시 별지 16 기재 제2의 죄에 대한 본형에 산입한다.

이유

1. 피고인들 변호인들의 각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가. 피고인 1 및 피고인들의 각 사기의 점(제1심판결 판시 제1의 가. 및 제2의 다.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1) 피고인 1의 편취의 범의 및 기망행위의 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1이 경영하던 그룹 1 은 1994. 9월 말 현재 무리한 기업확장과 만성적인 적자누적으로 인하여 그 보유자산이 1,100억 원 정도에 불과한 반면 그 순부채액이 5,000억 원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월 60억 원에 불과한 경상수입에 비하여 채무원리금상환 등 과중한 자금수요로 인하여 매월 100억 원 이상의 채무가 누적되어 가는 형편이어서 특별한 자금공급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도산이 불가피한 상황에 있었던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1은 위와 같은 사정을 감추고서 신용과대조작(가장납입에 의한 사세의 위장과시 및 금융차입금의 결산서·감사보고서상의 기재 누락), 변태적 지급보증 및 재력과시 등의 방법으로 변제할 자력이 있는 것처럼 가장하여 제1심판결 별지 1 내지 2-1 기재와 같이 각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대출 및 지급보증을 받거나 어음할인을 받은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이 피고인 1이 그가 경영하는 그룹 1 의 도산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와 같은 사정을 감추고서 변제할 자력이 있는 것처럼 가장하여 각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그룹 1 계열회사들 명의로 대출 및 지급보증을 받거나 어음할인을 받았다면 위 피고인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사기) 내지 사기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비록 피고인 1이 그룹 1 계열회사의 명의로 위와 같이 대출 등을 받을 당시 피고인 정애리시가 경영하는 고려시멘트그룹 계열회사인 주식회사 1 및 주식회사 2가 연대보증이나 지급보증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기록에 의하면 주식회사 1는 1994. 9월 말 현재 금융기관 등으로부터의 자체 대출금채무가 약 1,500억 원, 고려시멘트그룹 계열회사 등에 대한 보증채무액이 약 2,000억 원, 그룹 1 에 대한 지급보증채무가 2,340억 원에 이르고 있었고, 주식회사 2 역시 같은 시기에 금융기관 등으로부터의 자체 대출금채무가 약 900억 원, 고려시멘트그룹 계열회사 등의 채무에 대한 보증채무액이 약 2,300억 원, 그룹 1 에 대한 지급보증채무가 1,813억 원에 이르고 있었던 관계로, 만약 그룹 1 이 도산할 경우 보증인인 주식회사 1 등도 그룹 1 계열회사에 대한 보증채무까지는 변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주식회사 1 및 주식회사 2가 그룹 1 계열회사의 대출금채무 등을 연대보증 또는 지급보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보증인인 주식회사 1 등이 충분한 담보를 제공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보증사실이 위 피고인의 편취의 범의를 인정함에 장애가 될 수 없다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논지는 모두 이유가 없다.

(2) 대환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대환이라 함은 현실적인 자금의 수수 없이 형식적으로만 신규대출을 하여 기존채무를 변제하는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대환은 형식적으로는 별도의 대출에 해당하나 실질적으로는 기존채무에 대한 변제기의 연장에 해당하는 것이고, 기망에 의하여 채무의 변제기를 연장받은 경우에도 사기죄가 성립하므로, 타인을 기망하여 대출을 받은 것이 신규대출이 아니라 대환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사기죄로 의율함에 지장이 없다 할 것이다. 논지도 이유가 없다.

(3) 피고인 정애리시의 편취의 범의에 대하여

어음이 지급기일에 결제되지 않으리라는 점을 예견하였거나 지급기일에 지급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서도 그러한 내용을 수취인에게 고지하지 아니하고 이를 속여서 할인을 받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 할 것인바,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이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정애리시는 이 사건 어음을 할인받을 당시 그 어음이 지급기일에 결제되지 않으리라는 점을 예견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심이 위 피고인의 이 사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범행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논지도 이유가 없다.

나. 피고인들의 각 횡령의 점(제1심판결 판시 제1의 다. 및 제3의 가.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이 채용한 증거들을 기록에 의하여 검토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들의 이 사건 각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내지 업무상횡령 범행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소론이 지적하는 대법원판결은 사안을 달리하는 이 사건에 적절한 것이 아니다. 논지는 모두 이유가 없다.

다. 피고인들의 공동배임의 점(제1심판결 판시 제2의 가. 나.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1) 배임행위와 배임의 범의 등에 대하여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이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면, 그룹 1 은 1992. 3월 현재 이미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만성적인 적자로 손실액 및 채무액이 누적되어 가고 있는 형편이어서 그 당시 이미 그 재무구조가 상당히 불량한 상태에 이른 사실, 피고인 정애리시는 위와 같은 사정을 알면서도 아들인 피고인 1의 간곡한 요청에 못이겨 주식회사 1 및 주식회사 2의 이사회의 결의도 거치지 아니한 채 위 각 회사들의 이름으로 자력이 불충분한 그룹 1 계열회사들의 채무를 연대보증 또는 지급보증하거나 위 계열회사들에게 대여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피고인들은 공범으로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배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소론이 지적하는 대법원판결은 사안을 달리하는 이 사건에 적절한 것이 아니다. 논지는 모두 이유가 없다.

(2) 피해액이 이중으로 계산되었다는 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변호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 정애리시가 임무에 위배하여 주식회사 1 명의로 보증한 피보증채무와 주식회사 2 명의로 보증한 피보증채무는 금 136,497,000,000원 범위 내에서는 동일한 채무를 보증한 것으로 보이지만, 배임죄에 있어서 각 피해자의 보호법익이 독립한 것인 이상, 각 배임행위로 인한 손해액이나 이득액은 각 피해자별로 독립하여 계산하여야 할 것이다. 논지도 이유가 없다.

(3) 대환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변호인들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피고인 정애리시는 주식회사 1의 이름으로 그룹 1 계열회사들에 자금을 대여하여 그룹 1 계열회사들이 기왕에 주식회사 1의 지급보증을 받아 채권자인 광주투금 등으로부터 차용한 대출금채무의 변제에 사용하였다는 것인바, 대환이라 함은 현실적인 자금의 수수 없이 형식적으로만 신규대출을 하여 대출받은 자의 대출자에 대한 기존채무를 변제하는 것인 이상 피고인 정애리시의 위와 같은 대여행위가 대환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고, 뿐만 아니라 기록에 의하면 위 피고인은 기왕에 있었던 임무위배의 보증행위로 인한 보증채무금을 채권자인 광주투금 등에게 직접 지급하여 변제한 것이 아니라, 위 피고인이 자금부족을 겪고 있던 그룹 1 계열회사들에게 임무에 위배하여 대여를 하였더니 위 계열회사들이 그 대여받은 자금 일부를 임의로 위 광주투금 등에 대한 대출금채무의 변제에 사용한 것으로 인정되는바, 사정이 위와 같다면 위 피고인은 위 임무위배의 대여행위로 인한 죄책을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다. 소론이 지적하는 대법원판결은 사안을 달리하는 이 사건에 적절한 것이 아니다. 논지도 모두 이유가 없다.

라. 피고인 1의 상법위반·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및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의 점(제1심판결 판시 제1의 나.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상법 제628조 제1항 소정의 납입가장죄는 회사의 자본충실을 기하려는 법의 취지를 유린하는 행위를 단속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므로, 당초부터 진실한 주금납입으로 회사의 자금을 확보할 의사 없이 형식상 또는 일시적으로 주금을 납입하고 이 돈을 은행에 예치하여 납입의 외형을 갖추고 주금납입증명서를 교부받아 설립등기나 증자등기의 절차를 마친 다음 바로 그 납입한 돈을 인출한 경우에는, 이를 회사를 위하여 사용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질적으로 회사의 자본이 늘어난 것이 아니어서 납입가장죄 및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가 성립하고, 다만 위와 같이 납입한 돈을 곧바로 인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인출한 돈을 회사를 위하여 사용한 것이라면 자본충실을 해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주금납입의 의사 없이 납입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이 채용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1은 17회에 걸쳐 그룹 1 계열회사를 설립하거나 증자를 함에 있어 일단 주금을 납입하였다가 법인설립 또는 증자등기를 마치자 마자 곧바로 주금납입금을 인출한 사실, 위 피고인은 그룹 1 계열회사의 자금을 주주 등에 대한 가지급금 형식으로 빼내어 위 자금으로 위와 같이 주금을 납입하였다가 이를 곧 인출한 다음 그 인출금으로 위 가지급금을 변제한 것으로 인정되는바,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위 피고인은 납입가장죄 및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와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논지도 이유가 없다.

마. 피고인 정애리시의 부정수표단속법위반의 점(제1심판결 판시 제3의 나. 및 다.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이 채용한 증거들을 기록에 의하여 검토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 정애리시의 이 사건 부정수표단속법위반 범행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원심판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논지도 이유가 없다.

2. 그러므로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피고인 1에 대하여 상고 후의 구금일수 중 일부를 원심 판시 별지 16 기재 제2의 죄에 대한 본형에 산입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성택(재판장) 천경송 안용득(주심) 지창권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6.10.18.선고 95노2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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