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도639 판결

[협박][공2011하,1672]

판시사항

[1] 신문기자가 기사 작성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취재에 응해줄 것을 요청하고 취재한 내용을 관계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도하는 것이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2] 신문기자인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2회에 걸쳐 증여세 포탈에 대한 취재를 요구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으면 자신이 취재한 내용대로 보도하겠다고 말하여 협박하였다는 취지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행위가 설령 협박죄에서 말하는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행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신문은 헌법상 보장되는 언론자유의 하나로서 정보원에 대하여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취재한 정보를 자유로이 공표할 자유를 가지므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3조 제2항 참조), 종사자인 신문기자가 기사 작성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취재활동을 하면서 취재원에게 취재에 응해줄 것을 요청하고 취재한 내용을 관계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도하는 것은 신문기자의 일상적 업무 범위에 속하는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행위라고 보아야 한다.

[2] 신문기자인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2회에 걸쳐 증여세 포탈에 대한 취재를 요구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으면 자신이 취재한 내용대로 보도하겠다고 말하여 협박하였다는 취지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취재와 보도를 빙자하여 고소인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기 위한 취지는 아니었던 점, 당시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취재를 요구하였다가 거절당하자 인터뷰 협조요청서와 서면질의 내용을 그 자리에 두고 나왔을 뿐 폭언을 하거나 보도하지 않는 데 대한 대가를 요구하지 않은 점, 관할 세무서가 피고인의 제보에 따라 탈세 여부를 조사한 후 증여세를 추징하였다고 피고인에게 통지한 점, 고소인에게 불리한 사실을 보도하는 경우 기자로서 보도에 앞서 정확한 사실 확인과 보도 여부 등을 결정하기 위해 취재 요청이 필요했으리라고 보이는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위 행위가 설령 협박죄에서 말하는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사 작성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보도하기 위한 것으로서 신문기자의 일상적 업무 범위에 속하여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행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서해 담당변호사 황기환 외 3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검찰신문(Examination a Newspaper) 서울취재본부의 취재부장으로 근무하던 중, 공소외 1의 조카 공소외 2로부터는 “고모 공소외 1이 남편과 자식이 없기 때문에 공소외 1이 소유하는 상가와 주택은 공소외 2의 아버지 등이 상속받을 수 있는데, 고모가 공소외 3 법무사, 공소외 4 등에게 증여하여 빼앗겼으니 되찾아와야 한다.”라는 말을, 공소외 5로부터는 “법무사 공소외 3이 공소외 1이라는 할머니로부터 상가와 주택을 증여받았는데, 조세포탈의 의혹이 있고, 공소외 3이 공소외 1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은 후 공소외 1을 방치하여 가족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라는 말을 듣게 되자, ① 2008. 6. 19. 15:00경 고소인 공소외 3이 운영하는 법무사 사무실에서 취재수첩을 꺼내어 놓고 고소인에게 “검찰신문 서울취재본부의 취재부장인데,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 있는 공소외 1의 증여재산과 관련하여 취재하러 왔다. 당신과 공소외 4는 로또에 당첨된 것과 마찬가지인데 남의 재산 80억 원 상당을 불법으로 먹어버리고 공소외 1을 방치할 수 있느냐, 공소외 1이 불쌍한데 이 사실을 검찰신문에 보도하려고 한다. 취재에 응하지 아니하면 지금까지 내가 조사한 내용을 그대로 신문에 보도하겠다.”라고 말하고, ② 2008. 6. 27. 13:00경 같은 장소에서 고소인에게 “지금부터 하는 모든 대화는 녹음되고 있다. 공소외 1의 재산을 불법으로 편취하고, 증여세를 포탈한 점에 대해 독자들의 알권리를 위해 취재에 응해 달라. 공소외 6이 공소외 1로부터 증여받은 부동산을 다시 공소외 1에게 반환하라고 법무사인 당신에게 주었는데, 당신이 서류를 위조하여 공소외 7, 8에게 증여했는데 범법행위가 아니냐.”라고 말하면서 미리 준비한 인터뷰(서면질의) 협조요청서와 서면질의 내용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취재에 응하지 않으면 내가 조사한 공소외 1 재산의 불법편취, 증여세 탈세, 공소외 6의 사문서위조 등에 관한 내용을 그대로 다음 주 신문, 방송에 보도하겠다. 마지막으로 한 번의 기회를 주겠다. 다음 주 월요일까지 시간을 주는데 응하지 않으면 불리할 것이다.”라고 말하여 각 고소인을 협박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고소인을 협박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의 그러한 행위는 취재 요구의 과정과 방법, 피고인과 고소인의 관계, 취재대상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정당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

3. 이 법원의 판단

가.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은 논리와 경험칙에 반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에 속한다. 원심판결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채용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말한 사실을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 등의 위법이 없다.

나. 그러나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신문은 헌법상 보장되는 언론자유의 하나로서 정보원에 대하여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그 취재한 정보를 자유로이 공표할 자유를 가지므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3조 제2항 참조), 그 종사자인 신문기자가 기사 작성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취재활동을 하면서 취재원에게 취재에 응해줄 것을 요청하고 취재한 내용을 관계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도하는 것은 신문기자로서의 일상적인 업무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행위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공소외 1이 2005. 12.경 이후 고소인 등에게 상가와 주택을 증여하였다가 2008. 6.경에 이르러 그 증여의 효력을 다투며 부동산의 반환 요구와 처분금지가처분 신청을 하는 상황에서, 그 무렵 공소외 1의 조카인 공소외 2 및 공소외 2의 친구인 공소외 5로부터 ‘고소인이 공소외 1로부터 위 부동산을 증여받은 것은 상속인들로부터 이를 빼앗은 것이고 그 과정에서 증여세 포탈의 의혹이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동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일 뿐 위 공소외 2 등과 공모하여 취재와 보도를 빙자하여 고소인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취지는 아니고, 피고인이 고소인에 대하여 한 행위 역시 고소인을 찾아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2회에 걸쳐 증여세 포탈에 대한 취재를 요구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으면 자신이 취재한 내용대로 보도하겠다고 말하였다는 것에 불과하며, 기록에 의하면, 고소인은 70대의 노인인 공소외 1로부터 상당한 가액의 재산을 증여받으면서 그 과정에서 실제 운영하지 아니하는 종교단체인 대한예수교장로회 ○○○○교회를 설립하여 기부받은 사실,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취재에 응해줄 것을 요구하였다가 거절당하자 인터뷰 협조요청서와 서면질의 내용을 두고 자리를 나왔을 뿐 폭언을 하거나 보도를 하지 않는 대가를 요구하지 않은 사실, 종로세무서는 피고인의 탈세 제보에 따라 탈세 여부를 조사한 후 2008. 9. 30. 피고인에게 대한예수교장로회 ○○○○교회로부터 증여세 560,260,800원을 추징하였다고 통지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앞서 본 법리와 위와 같이 고소인에게 불리한 사실을 보도하는 경우 신문기자로서는 그 보도에 앞서 정확한 사실의 확인과 보도 여부 등을 결정하기 위해 고소인에 대한 취재 요청이 필요했으리라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살펴보면, 신문기자인 피고인이 고소인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취재에 응해줄 것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아니할 경우 자신이 조사한 바대로 보도하겠다고 한 것이, 설령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협박죄에서의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사 작성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보도하기 위한 것으로서 신문기자로서의 일상적인 업무 범위 내에 속하는 것이어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행위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이유로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가 포함된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일영(재판장) 김능환(주심) 안대희 이인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