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횡령
2016노495 업무상횡령
A
피고인
정수진(기소), 박종엽(공판)
법무법인 B 담당변호사 C
청주지방법원 2016. 5. 3. 선고 2016고정91 판결
2016. 10, 20.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D 주식회사(이하 'D'이라 한다)의 노조위원장 E 등이 기자회견에서 피고인과 D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하여,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당시 D의 대표이사였던 피고인은 그와 D을 당사자로 하여 민, 형사사건을 진행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위 민, 형사사건을 모두 F 변호사에게 위임하였고, 이에 대한 변호사 비용 및 인지비용을 피고인과 D이 1/2씩 부담하기로 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D의 자금을 인출하여 사용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D의 자금을 횡령할 고의가 없었고, 불법영득의사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1,000,000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0. 3. 18.부터 2015. 2. 23.까지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D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였던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3. 12월경 위 법인의 노조위원장인 E 등 3명이 "대표이사가 개인적으로 불법, 부정, 부실운영을 하면서 노동자의 주식을 빼돌리거나 착복한 사실이 있다."라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하자 위 기자회견 내용이 피고인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위 E 등 3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기관에 형사고소를 하고 법원에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후 변호사를 선임하여 형사 고소사건 및 민사소송을 진행하였다.
피고인은 2013. 12. 10. 청주시 흥덕구 G 소재 피해자 D 주식회사의 사무실에서 업무상 피해자 회사의 자금을 보관하던 중 1,650,000원을 인출하여 위 형사 및 민사 사건의 변호사 비용으로 임의로 사용하고, 2014. 1. 3.경 업무상 피해자 회사의 자금을 보관하던 중 다시 167,500원을 인출하여 위 민사소송의 인지대로 임의로 사용함으로써 합계 1,817,500원을 횡령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기자회견과 관련한 분쟁의 실질적인 이해관계가 D이 아니라 그 대표이사인 피고인 개인에게 있음이 분명한 이상 비록 피고인이 변호인의 잘못된 조력을 받은 탓에 D 또한 분쟁의 한 당사자로 여기고 D에게 소송비용의 일부를 부담시킬 의도로, 위와 같이 D의 자금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횡령의 범의를 인정하는데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다. 당심의 판단
1) 관련법리
원칙적으로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있는 변호사 선임료는 단체 자체가 소송당사자가 된 경우에 한하므로 단체의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가 된 민·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은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분쟁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관계는 단체에게 있으나 법적인 이유로 그 대표자의 지위에 있는 개인이 소송 기타 법적 절차의 당사자가 되었다거나 대표자로서 단체를 위해 적법하게 행한 직무행위 또는 대표자의 지위에 있음으로 말미암아 의무적으로 행한 행위 등과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한 경우와 같이, 당해 법적 분쟁이 단체와 업무적인 관련이 깊고 당시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단체의 이익을 위하여 소송을 수행하거나 고소에 대응하여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단체의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할 수 있다(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도6280 판결 등 참조).
또 횡령죄에 있어서의 불법영득의 의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위탁취지에 반하여 권한 없이 스스로 소유권자의 처분행위(반환 거부를 포함한다)를 하려는 의사를 의미하므로, 보관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소유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처분한 경우에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9도495 판결 등 참조).
2) 판단,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인정한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D의 노조위원장 E 등이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은 피고인 뿐만 아니라 D의 명예와 관련된 내용으로서, 이에 관하여 피고인 뿐만 아니라 D도 민, 형사상 대응을 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변호사 비용 및 인지대 중 절반을 D의 자금으로 지출한 행위는 횡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업무상 횡령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가) D의 노조위원장인 E 등이 2013. 12.경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 중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현 대표이사가 보조금을 악용하여 불법, 부정한 운영을 반복해서 그로 인해 부실 경영이 초래된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현 A 대표이사가 취임한 이래 3년 여 동안 불법, 부정, 부실운영에 쏟아 부은 돈이 확인된 것만 5억 원이 넘습니다.(중략) 그것만 아닙니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D분회를 와해시키기 위해 정원에도 없는 노무관리 |
담당자 2명을 채용하여 이들에게 지급한 임금, 또한 정원을 넘는 기사들을 신규채용하여 이 들이 전부 H노조 조합원으로 가입하였는데 이들에게 지급한 임금을 합하여 또한 1억 원에 이릅니다. 거기다 대표이사 A씨의 개인 주식소송이 벌어질 때 소송비용은 개인이 부담해야 마땅한데도 회사 돈으로 수천만원의 소송비용을 부담하였습니다.(중략) D 대표이사와 H노동조합이 벌인 무료환승 거부 사태는 대표이사의 불법, 부정한 운영을 시민들에게 전가한 것으로 그 목적이 불순한 것입니다, 도저히 용납되어서는 안 됩니다. D 대표이사와 노동조합 및 뒤에서 이들을 부추긴 한국노총 자동차노조연맹충북도지부는 청 주시민과 청원군민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합니다. 청주시는 이들의 비양심적이고 불순 하기 짝이 없는 행위에 대하여 시의 업무를 방해한 것에 대한 고발조치 및 행정처분을 포 함하여 가장 중한 처벌을 내려야 합니다.(중략) |
기자회견에서 이루어진 위와 같은 발언 중에는, D의 대표이사인 피고인 개인에 대한 문제제기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D의 대표이사로서 D의 노사관계 및 직원 신규 채용, 무료 환승 등에 관하여 행한 직무행위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 기자회견문에 첨부된 관련 자료 중에는 '폭행을 사주하고 그 비용을 회사가 부담해 준 사례'라는 문서도 있었다. 이는 피고인 개인 뿐만 아니라 D에 대한 명예나 신뢰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서 피고인 개인 뿐만 아니라 D 또한 그 명예훼손 등과 관련하여 민사소송을 하거나 형사고소를 할 필요성이 있었고, 사안의 성질상 민사소송과 형사고소가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 당시 D의 대표이사였던 피고인은 위와 같은 기자회견에서 이루어진 발언에 대응하기 위하여 노조위원장인 E 등을 명예훼손죄로 형사고소하는 한편, 이들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도 함께 진행하기로 하고, 이를 위하여 F 변호사에게 민, 형사사건을 모두 위임하였다. 당시 F 변호사 사무실에서 작성된 민, 형사사건의 각 사건위임계약서에 위임인은 'D 주식회사 대표이사 A'으로 기재되어 있고, 전화번호와 주소란에는 피고인의 전화번호와 주소가 기재되어 있으며, 주민등록번호 또는 사업자등록번호란에는 D의 사업자등록번호가 기재되어 있다.
라) 이에 따라 F 변호사는 2013. 12.경 고소인을 피고인 및 D으로 하여 E 등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는 고소장을 작성하여 경찰에 제출하였다. 또 피고인은 F 변호사가 고소장을 제출한 직후인 2013. 12. 10. 수임료 3,300,000원 중 1,650,000원은 자신이 직접 지급하고, 나머지 1,650,000원은 D의 자금으로 지급하였다[앞서 본 각 사건위 임계약서 중 민사사건의 사건위임계약서에는 수임료가 기재되어 있지 않고, 형사사건의 사건위임계약서에만 수임료로 3,300,000원(부가가치세 포함)이 기재되어 있는데, 이는 만, 형사사건을 합한 수임료가 3,300,000원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위와 같이 수임료를 지급한 이유는 피고인 및 D이 민, 형사사건의 당사자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마) 다만, F 변호사가 2013. 12. 24. D을 제외한 채 피고인만을 원고로 정하여E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청주지방법원 2013가단159493)을 제기하였음에도, 피고인이 2014. 1. 3.경 인지대 335,000원 중 167,500원은 자신이 직접 지급하고, 나머지 167,500원은 D의 자금으로 지급한 사실은 인정이 된다. 그런데 위 피고인만이 위 민사소송의 원고가 된 사실을 피고인이 알고 있었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다. 설령 이러한 사실을 피고인이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은 피고인이 민, 형사사건을 진행하게 된 경위, 사건위임계약서의 기재내용, 형사고소 사건의 경과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자신 뿐만 아니라 D의 이익을 위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생각하고 인지대 중 절반을 D의 자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에서 본 바와 같고, 위 제2의 다항에서 살펴본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 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판사정선오.
판사이화송
판사조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