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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방법원 2015.9.10.선고 2015노197 판결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

사건
피고인

A

항소인

검사

검사

김일권(기소), 박명희(공판)

변호인

변호사 B

원심판결

제주지방법원 2015. 4. 16. 선고 2014고정993 판결

판결선고

2015. 9. 10.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200만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위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의 발언은 사용자측에 허용된 언론의 자유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에게 근로자가 노조를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추단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제주시 C에 있는 학교법인 D E대학교의 총장으로서 상시 165명을 사용하여 교육서비스업을 경영하고 있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E지부(이하 '이 사건 노조'라 한다) 설립 움직임이 있자 위 지부 설립 직전인 2013. 3. 17.경 위 지부 설립을 주도하던 F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위 F에게 "노조는 만들지 마세요. 노조라는 게 우리 전체 직원에 의해서 직원들의 의견을 결집할 수 있어요? 노조라는 건 제3의 세력이 충돌을 일으켜요.", "노조는 만들지 말고, 직원 전체회의 그 기구를 만들 테니까 거기에서 소통하세요."라고 말하고, 같은 달 18.경 대학교 G 2층 대회의실에서 전체 직원들을 상대로 "노조는 정당성을 만들기 위해 언론을 통해 온갖 혐의를 씌워 극한 투쟁과 대립을 하는 싸움의 명분을 만든다. 노조를 절대 만들지 말아 달라"라는 취지로 말하여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에 개입하는 행위를 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 발언의 전체적인 내용과 그것이 행하여진 경위, 방법 및 그 결과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의 이러한 발언은 사용자 입장에서 E대학교의 전반적인 현황과 노조 설립이 E대학교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면서 노조 설립 참여에 신중할 것을 호소 설득하는 등 노조 설립에 대하여 비판적 견해를 표명한 것으로서 사용자측에 허용된 언론의 자유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와 달리 피고인의 발언이 사용자 입장에서 단순히 노조 실립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수준을 넘어 F 등 직원들에 대하여 회유 네지 보복이나 위협적 효과를 가지는 등의 사정이 있어, 피고인에게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추단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다. 당심의 판단

1) 관련 법리

가) 대한민국헌법상 노동3권의 의미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같은 조 제2항에서 공무원인 근로자인 경우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다르다. 이처럼 공무원 아닌 근로자가 가지는 노동3권에는 법률상의 유보가 없으므로 대한민국헌법상 공무원 아닌 근로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은 기본적으로 제한 없이 보장된다.

나) 노동조합 조직에서 근로자의 자주성이 가지는 의미

나아가 헌법 제33조 제1항은 노동3권이 '자주적인' 것이라고 부가하고 있다.

이러한 권리는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이하 생략)"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1조)에서 구체화되는데, 노동조합법 제5조 본문은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처럼 헌법노동조합법은 노동조합의 조직과 가입에서 근로자의 자주성, 자유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다) 사용자의 의견표명과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판례 법리

사용자가 연설, 사내방송, 게시문, 서한 등을 통하여 의견을 표명하는 경우 표명된 의견의 내용과 함께 그것이 행하여진 상황, 시점, 장소, 방법 및 그것이 노동조합의 운영이나 활동에 미치거나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 및 활동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의사가 인정된다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4호에 규정된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로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고, 또 그 지배·개입으로서 부당노동행위의 성립에 반드시 근로자의 단결권 침해라는 결과 발생까지 요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용자 또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으므로,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활동에 대하여 단순히 비판적 견해를 표명하거나 근로자를 상대로 집단적인 설명회 등을 개최하여 회사의 경영상황 및 정책방향 등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행위 또는 비록 파업이 예정된 상황이라 하더라도 파업의 정당성과 적법성 여부 및 파업이 회사나 근로자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설명하는 행위는 거기에 징계 등 불이익의 위협 또는 이익제공의 약속 등이 포함되어 있거나 다른 지배·개입의 정황 등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해칠 수 있는 요소가 연관되어 있지 않는 한, 사용자에게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 및 활동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의사가 있다고 가볍게 단정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3. 1. 10. 선고 2011도15497 판결).

2) 인정사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① 피고인이 2013. 3. 17. F에게 전화하여 한 말은 '노조를 만들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노조는 만들지 말라, 노조를 만들면 제3의 세력이 충돌을 일으켜서 E대학교가 국가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노조를 만들지 말고 직원 전체회의라는 기구를 만들테니 그 기구를 통해서 직원들과 소통하라'라는 것이다.

피고인이 다음날인 2013. 3. 18. E대학교 직원회의를 소집하여 발언한 내용은 '노조는 일부러 극한투쟁, 내립, 싸움을 위한 명분을 만든다. 노조를 절대 만들지 말라고 당부한다. E대학교 내부적으로 분산되고 싸우면 다 죽을 수 있으니 꼭 그런 일이 없도록 당부한다'라는 등의 내용이다.

② 2012. 4.경부터 E대학교 직원 취업규칙 제정 등을 둘러싸고 사용자측과 직원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였다. 2013. 3. 초에는 일부 직원들이 사용자에 대한 항의 표시로 직원 친목모임인 'I'에서 탈퇴하기도 하였다. 한편 F는 2013. 3. 초경 E대학교에 노조를 만들고자 백여 명의 직원 중 약 스무 명과 E대학교 사무실을 빌려 노조 설립을 위한 모임을 가졌다.

③ 위 모임 후 E대학교 총장인 피고인이 F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공소사실 기재 발언을 하였는데, F는 2007년 또는 2008년 이후 위 사건일까지 피고인과 휴대전화로 통화한 적이 없다.

(4) 피고인은 이어 다음날인 2013. 3, 18. 직원회의를 소집하였다. 위 직원회의는 기획팀장의 인사말, 피고인의 발언 순서로 이루어졌고 위 회의에서 다른 사람이 발인한 사실은 없다. 피고인의 발언은 직원 급여문제에 관한 총장의 입장 설명, E대학교의 재정 상황이 어려워 4년제 대학으로의 전환 등 생존정책이 필요하다는 내용, 국가에서 재정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할 경우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에 이어 노조를 만들면 재정지원이 중단될 수 있으므로 노조를 만들지 말라는 내용, 노조 대신 직원 전체회의에서 의사소통을 하라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위 직원회의는 F가 1997. 3. 1. E대학교에 입사한 이래 처음 소집된 것이었다.

3) 피고인의 행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행위에 앞서 본 법리의 다른 지배, 개입의 정황 등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해칠 수 있는 요소가 연관되어 있는지 여부"를 본다.

위 인정사실과 같이 ① F는 이 사건 노조를 설립하는 데 단순히 참가하거나 개인의 참가 여부만을 결정한 근로자가 아니라 위 노조 설립을 주도하던 사람이고, 2008년경부터 이 사건 공소사실의 2013. 3. 17.경까지 약 5년 동안 피고인과 아무런 개인적인 교류가 없던 사이인데, 피고인은 이 사건 노조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는 상황에서 위 노조 설립을 주도하는 F에게 노조를 만들지 말라고 매우 분명하게 말한 점, ② 피고인이 E대학교 총장일 뿐만 아니라 E대학교 운영주체인 학교법인 D 이사장의 아들이기도 하여 E대학교 직원들로서는 피고인이 실질적, 장기적으로 자신들의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바, 그럼에도 피고인이 2014. 3. 18. 직원회의를 소집하여 노조 설립은 재정지원을 중단시켜 결국 구조조정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말한 점, ③ 피고인은 공소사실 기재 행위 이후 이 사건 노조가 설립되자 2014. 10.경까지 위 노조원들에 대하여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부당정직 등 부당노동행위를한 점 등을 앞서 본 노동3권의 헌법적 의미, 노동조합에서 근로자의 자주성이 가장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점 등 관련 법리에 비추어 평가하면, 피고인의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행동에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해칠 수 있는 요소가 상당하다. 또한 마찬가지의 이유에서 위 행위는 사용자의 단순한 견해표명, 입장설명, 이해를 구하는 행위의 정도를 초과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은 E대학교 노동조합의 조직에 개입하려는 의사로 위 공소사실 기재 행위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피고인의 행위는 사용자의 의견표명의 자유로 정당화되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워 제2의 가.항과 같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F의 진술

1. 각 녹취록

1. 제주특별자치도 지방노동위원회의 각 판정서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1. 노역장유치

1.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양형의 이유 피고인이 선과 없는 초범인 점, 이 사건 범행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노조가 설립되어 현실적으로 근로자의 단결권이 침해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도 있는 점 등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 요소이다.

그러나 앞서 본 E내학교에서의 피고인의 지위를 고려하면 피고인이 행한 부당노동행위의 성도가 가볍다고 볼 수 없다. 특히 피고인이 F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래서 노조를 만들겠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고 다닙니까?"라고 말하고(수사기록 제199쪽), 다음날 직원회의에서 "노조를 만들어야 되겠다. 이런 얘기도 들었어요"라고 말하는 등(수사기록 제179쪽) 이 사건 범행 당시 노조설립의 움직임을 알고 노조설립을 막기 위해 위 범행을 저질렀음이 객관적인 증거에 명백히 드러나 있는데도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당시 F 등이 노조를 설립하고자 한다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그 죄가 무겁다.

이상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이준희

판사황미정

판사김봉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