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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7다290057 판결

[사해행위취소][공2019상,370]

판시사항

[1] 송금 등 금전지급행위가 증여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및 과세 당국 등의 추적을 피하기 위하여 일정한 인적 관계에 있는 사람이 그 소유의 금전을 자신의 예금계좌로 송금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이를 승낙 또는 양해하였다거나 그러한 목적으로 자신의 예금계좌를 사실상 지배하도록 용인하였다는 것만으로, 송금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에 송금액을 계좌명의인에게 무상으로 증여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추단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2] 채권자의 사해행위의 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으로서 목적물의 가액반환이 인정되는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의 의미 / 출연자와 예금주인 명의인 사이의 예금주 명의신탁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하여 취소되는 경우, 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의 방법 및 신탁자가 사실상 수탁자의 계좌를 지배·관리하고 있음이 명확하지 않고 신탁자가 명의인의 예금계좌에서 예금을 인출하거나 이체하여 사용했다는 점을 수탁자가 증명하지 못한 경우, 수탁자가 예금을 인출·사용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송금 등 금전지급행위가 증여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에 금전을 무상으로 수익자에게 종국적으로 귀속시키는 데에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예금계좌에 금전을 이체하는 등으로 송금하는 경우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는데, 과세 당국 등의 추적을 피하기 위하여 일정한 인적 관계에 있는 사람이 그 소유의 금전을 자신의 예금계좌로 송금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에게 자신의 예금계좌로 송금할 것을 승낙 또는 양해하였다거나 그러한 목적으로 자신의 예금계좌를 사실상 지배하도록 용인하였다는 것만으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송금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에 송금액을 계좌명의인에게 무상으로 증여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쉽사리 추단할 수 없다. 이는 금융실명제 아래에서 실명확인절차를 거쳐 개설된 예금계좌의 경우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의인이 예금계약의 당사자로서 예금반환청구권을 가진다고 해도, 이는 계좌가 개설된 금융회사에 대한 관계에 관한 것으로서 그 점을 들어 곧바로 송금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의 법률관계를 달리 볼 것이 아니다.

[2] 사해행위의 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은 원칙적으로 목적물 자체의 반환으로 해야 하고, 그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가액반환으로 해야 한다.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란 원물반환이 단순히 절대적·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생활상 경험법칙이나 거래 관념에 비추어 채권자가 수익자나 전득자로부터 이행의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도 포함한다.

출연자와 예금주인 명의인 사이의 예금주 명의신탁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하여 취소되는 경우 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은 수탁자인 명의인이 금융회사에 대한 예금채권을 출연자에게 양도하고 아울러 금융회사에 대하여 양도통지를 하도록 명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예금계좌에서 예금이 인출되어 사용된 경우에는 위와 같은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므로 가액반환만이 문제 되는데, 신탁자와 수탁자 중 누가 예금을 인출·사용하였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신탁자가 수탁자의 통장과 인장, 접근매체 등을 교부받아 사용하는 등 사실상 수탁자의 계좌를 지배·관리하고 있을 때에는 신탁자가 통상 예금을 인출·사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신탁자가 사실상 수탁자의 계좌를 지배·관리하고 있음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신탁자가 명의인의 예금계좌에서 예금을 인출하거나 이체하여 사용했다는 점을 수탁자가 증명하지 못하면 수탁자가 예금을 인출·사용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예금을 인출·이체하는 데 명의인 본인 확인이나 본인 인증 등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 비추어 일반적으로는 명의인이 예금을 사용했다고 보는 것이 보다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원고, 상고인

대한민국

피고, 피상고인

피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새천년 담당변호사 김정완)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등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증여 해당 여부에 관한 자유심증주의의 한계

가. 송금 등 금전지급행위가 증여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에 금전을 무상으로 수익자에게 종국적으로 귀속시키는 데에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예금계좌에 금전을 이체하는 등으로 송금하는 경우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는데, 과세 당국 등의 추적을 피하기 위하여 일정한 인적 관계에 있는 사람이 그 소유의 금전을 자신의 예금계좌로 송금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에게 자신의 예금계좌로 송금할 것을 승낙 또는 양해하였다거나 그러한 목적으로 자신의 예금계좌를 사실상 지배하도록 용인하였다는 것만으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송금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에 송금액을 계좌명의인에게 무상으로 증여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쉽사리 추단할 수 없다. 이는 금융실명제 아래에서 실명확인절차를 거쳐 개설된 예금계좌의 경우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의인이 예금계약의 당사자로서 예금반환청구권을 가진다고 해도, 이는 계좌가 개설된 금융회사에 대한 관계에 관한 것으로서 그 점을 들어 곧바로 송금인과 계좌명의인 사이의 법률관계를 달리 볼 것이 아니다 ( 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2다30861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소외 1은 2010. 3. 26. 소외 2에게 남양주시 (주소 생략) 답 1,699㎡(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를 매매대금 12억 6천만 원으로 정하여 매도하고 매매대금을 본인 명의의 농협 계좌와 수표로 받은 다음 2010. 9. 17. 소외 2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2) 소외 1은 이 사건 토지의 양도에 따른 양도소득세 신고를 하지 않았다. 북광주세무서장은 2015. 4. 1. 소외 1에게 양도소득세(이하 ‘이 사건 양도소득세’라 한다)를 2015. 4. 30.까지 납부할 것을 고지하였으나 소외 1은 원심 변론종결일까지 납부하지 않았다. 2016. 10. 4. 기준 소외 1의 양도소득세 체납액은 794,839,090원이다.

(3) 피고 1은 소외 1의 배우자이고, 피고 2는 소외 1의 아들이다.

(4) 소외 1은 농협 계좌 또는 수표로 받은 매매대금을 자신의 국민은행 계좌 2곳에 나누어 입금하였다가 2010. 6. 30. 위 입금액 중 8억 원을 자신의 또 다른 국민은행 계좌(계좌번호: 생략)로 이체하였다.

(5) 소외 1은 2010. 8. 30. 위 국민은행 계좌(계좌번호: 생략)를 해약하고 해약금 801,325,406원 중 701,325,406원을 피고 1 명의의 국민은행 계좌(이하 ‘피고 1 계좌’라 한다)로, 1억 원을 피고 2 명의의 국민은행 계좌(이하 ‘피고 2 계좌’라 하고, 위 두 계좌를 합하여 ‘이 사건 계좌’라 한다)로 이체하였다(이하 ‘이 사건 이체행위’라 한다).

다. 원심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소외 1이 이 사건 이체행위로 이 사건 계좌에 입금된 돈을 피고들에게 증여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았다. 그 이유로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었다.

(1) 소외 1은 2010. 8.경 피고 1에게 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해 달라고 요청하여, 피고 1로부터 2010. 8. 27. 개설된 피고 1 계좌의 통장과 도장을 건네받았다.

(2) 피고 1은 2006년경 뇌출혈로 쓰러진 다음 건강상 이유로 경제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하여 광주 서구 ○○동에 있는 아파트에서 자녀 소외 3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반면, 소외 1은 2010년 이 사건 토지를 매도하여 12억 원이 넘는 매매대금을 직접 받았고, 2010년과 2011년 수차례 해외에 출입국하기도 하였으며, 주민등록상 주소도 2009년 이래 광주 서구 ○○동에서, 남양주시 △△동, □□군, 정읍시, ◇◇군, ☆☆군으로 순차 이전하면서 활발하게 경제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3) 피고 1 계좌에 입금된 701,325,506원은 2010. 8. 30. 이후부터 2010. 12. 29.까지 약 4개월간 대체출금이나 신탁출금이 되거나 수천만 원 이상의 거래금액이 수차례 현금으로 출금되어 잔액이 5만 원이 되었다. 소외 1이 피고 1 계좌에 돈을 입금한 다음 신탁출금, 대체출금 또는 현금출금을 하여 소비한 것으로 보인다.

(4) 소외 1의 가족들인 피고 1, 피고 2, 소외 3 명의의 신규 계좌들은 대부분 국민은행 ▽▽▽ 지점에서 소외 1이 매매대금을 송금받은 자신의 계좌를 해지하면서 동시에 개설되었다. 소외 1은 국민은행 ▽▽▽ 지점에서 자신의 계좌로도 반복적으로 거래하였다. 이에 비추어 소외 1은 자신의 자금을 분산 투자하거나 관리할 목적으로 이 사건 계좌를 비롯한 가족 명의의 계좌를 일시적으로 사용하거나 임의 개설하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5) 피고 2 계좌의 해지에 따른 해약금 101,332,450원 중 이자 1,332,450원은 소외 1의 국민은행 계좌로, 원금 중 일부인 6천만 원은 소외 1이 당시 전적으로 관리·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피고 1 계좌로 이체되었다. 피고 2 계좌의 개설 경위 등을 감안하면, 소외 1이 자금관리를 목적으로 피고 2 계좌를 이용하여 위 계좌에 1억 원을 입금하였다가 다시 해지하면서 해지 당시 잔액을 자신의 계좌 또는 피고 1 계좌로 이체하거나 현금으로 받아 모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라.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예금주 명의신탁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할 때 원상회복 범위에 관한 증명책임

가. 사해행위의 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은 원칙적으로 목적물 자체의 반환으로 해야 하고, 그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가액반환으로 해야 한다.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란 원물반환이 단순히 절대적·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생활상 경험법칙이나 거래 관념에 비추어 채권자가 수익자나 전득자로부터 이행의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도 포함한다 ( 대법원 1998. 5. 15. 선고 97다58316 판결 ,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7다63102 판결 등 참조).

출연자와 예금주인 명의인 사이의 예금주 명의신탁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하여 취소되는 경우 그 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은 수탁자인 명의인이 금융회사에 대한 예금채권을 출연자에게 양도하고 아울러 금융회사에 대하여 양도통지를 하도록 명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예금계좌에서 예금이 인출되어 사용된 경우에는 위와 같은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므로 가액반환만이 문제 되는데, 신탁자와 수탁자 중 누가 예금을 인출·사용하였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신탁자가 수탁자의 통장과 인장, 접근매체 등을 교부받아 사용하는 등 사실상 수탁자의 계좌를 지배·관리하고 있을 때에는 신탁자가 통상 예금을 인출·사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신탁자가 사실상 수탁자의 계좌를 지배·관리하고 있음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신탁자가 명의인의 예금계좌에서 예금을 인출하거나 이체하여 사용했다는 점을 수탁자가 증명하지 못하면 수탁자가 예금을 인출·사용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예금을 인출·이체하는 데 명의인 본인 확인이나 본인 인증 등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 비추어 일반적으로는 명의인이 예금을 사용했다고 보는 것이 보다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나. 원심은, 피고들이 이 사건 각 계좌에 입금된 돈을 인출하여 사용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사용된 금액에 대한 가액반환을 구할 수는 없고, 예금채권양도 방법으로 원상회복을 구해야 하는데, 이 사건 계좌의 잔액이 남아 있지 않아 피고들이 해당 예금채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점에 비추어 원상회복을 구할 수도 없다고 보았다.

원심이 가액반환의 요건에 관해서 채권자인 원고가 항상 피고들이 이 사건 계좌에 입금된 돈을 인출해서 사용하였다는 점에 관해서 증명책임을 지는 것처럼 판단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위에서 보았듯이 소외 1이 이 사건 계좌를 지배·관리하면서 출금하여 사용한 사실이 인정됨을 이유로 소외 1에게 원상회복의 대상이 되는 돈이 반환되었다고 보아 원고의 가액반환 청구를 배척한 원심의 결론은 옳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에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은 없다.

3. 결론

원고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희대 김재형(주심) 민유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