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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03. 10. 30. 선고 2002헌라1 공보 [국회의원과 국회의장간의 권한쟁의]

[공보(제86호)]

판시사항

가.국회의원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당사자적격이 있는지 여부(적극)

나.국회의장인 피청구인이 국회의원인 청구인을 그 의사에 반하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사임시키고 환경노동위원회로 보임한 행위(이하 “이 사건 사·보임행위”라 한다)가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적극)

다.제16대 국회의 제2기 원구성이 완료되고 청구인이 보건복지위원회에 다시 배정된 상태이지만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있어 심판의 이익이 있다고 판시한 사례

라.피청구인의 이 사건 사·보임행위가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청구인의 법률안

심의·표결 권한을 침해한 것인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가.헌법재판소는 1997. 7. 16. 선고한 96헌라2 국회의원과 국회의장간의 권한쟁의 사건에서 국회의원과 국회의장을 헌법 제111조 제1항 제4호 소정의 ‘국가기관’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이들의 당사자능력을 인정한 바 있으며, 이러한 입장은 2000. 2. 24. 선고한 99헌라1 국회의원과 국회의장간의 권한쟁의 사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인 청구인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당사자능력이 있다.

나.피청구인은 2001. 12. 24. 한나라당 교섭단체대표의원이 요청한, 같은 한나라당 의원으로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던 청구인과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던 박혁규의원을 서로 맞바꾸는 내용의 상임위원회 위원 사·보임 요청서에 결재를 하였고, 이는 국회법 제48조 제1항에 규정된 바와 같이 교섭단체대표의원의 요청에 따른 상임위원 개선행위이다. 위와 같은 피청구인의 개선행위에 따라 청구인은 같은 날부터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사임되고, 위 박혁규 의원이 동 위원회에 보임되었다. 따라서, 청구인의 상임위원 신분의 변경을 가져온 피청구인의 이 사건 사·보임행위는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할 것이다.

다.현재의 제16대 국회는 4년 임기중 전반기를 이미 마쳤고, 후반기 들어 2002. 7.경 새로이 각 상임위원회의 위원배정이 이루어졌으며, 이 때 청구인은 다시 보건복지위원회에 배정되어 현재까지 동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므로 청구인이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청구에 의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은 이미 이루어져 청구인이 주장하는 권리보호이익은 소멸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상임위원회 위원의 개선, 즉 사·보임행위는 법률의 근거하에 국회관행상 빈번하게 행해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당해 위원의 의사에 반하는 사·보임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으므로 청구인에게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도 다시 반복될 수 있는 사안이어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있으므로 이 사건은 심판의 이익이 있다.

라.(1)정당은 국민과 국가의 중개자로서 정치적 도관(導管)의 기능을 수행하여 주체적·능동적으로 국민의 다원적 정치의사를 유도·통합

함으로써 국가정책의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당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정당의 자유로운 지위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정당의 자유는 민주정치의 전제인 자유롭고 공개적인 정치적 의사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므로 그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2)현대의 민주주의가 종래의 순수한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정당국가적 민주주의의 경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다만, 국회의원의 국민대표성보다는 오늘날 복수정당제하에서 실제적으로 정당에 의하여 국회가 운영되고 있는 점을 강조하려는 견해와, 반대로 대의제 민주주의 원리를 중시하고 정당국가적 현실은 기본적으로 국회의원의 전체국민대표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인정하려는 입장이 서로 맞서고 있다. 국회의원의 원내활동을 기본적으로 각자에 맡기는 자유위임은 자유로운 토론과 의사형성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당내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정당의 독재화 또는 과두화를 막아주는 순기능을 갖는다. 그러나 자유위임은 의회내에서의 정치의사형성에 정당의 협력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며, 의원이 정당과 교섭단체의 지시에 기속되는 것을 배제하는 근거가 되는 것도 아니다. 또한 국회의원의 국민대표성을 중시하는 입장에서도 특정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이 정당기속 내지는 교섭단체의 결정(소위 ‘당론’)에 위반하는 정치활동을 한 이유로 제재를 받는 경우, 국회의원 신분을 상실하게 할 수는 없으나 “정당내부의 사실상의 강제” 또는 소속 “정당으로부터의 제명”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당론과 다른 견해를 가진 소속 국회의원을 당해 교섭단체의 필요에 따라 다른 상임위원회로 전임(사·보임)하는 조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정당내부의 사실상 강제”의 범위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3)또한 오늘날 교섭단체가 정당국가에서 의원의 정당기속을 강화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기능할 뿐만 아니라 정당소속 의원들의 원내 행동통일을 기함으로써 정당의 정책을 의안심의에서 최대한으로 반영하기 위한 기능도 갖는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국회의장이 국회의 의사(議事)

를 원활히 운영하기 위하여 상임위원회의 구성원인 위원의 선임 및 개선에 있어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협의하고 그의 “요청”에 응하는 것은 국회운영에 있어 본질적인 요소라고 아니할 수 없다. 피청구인은 국회법 제48조 제1항에 규정된 바에 따라 청구인이 소속된 한나라당 “교섭단체대표의원의 요청”을 서면으로 받고 이 사건 사·보임행위를 한 것으로서 하등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바가 없다.

(4) 요컨대, 피청구인의 이 사건 사·보임행위는 청구인이 소속된 정당내부의 사실상 강제에 터 잡아 교섭단체대표의원이 상임위원회 사·보임 요청을 하고 이에 따라 이른바 의사정리권한의 일환으로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서, 그 절차·과정에 헌법이나 법률의 규정을 명백하게 위반하여 재량권의 한계를 현저히 벗어나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할것이다.

재판관 권 성의 반대의견

라.오늘날 대의제 민주주의에 있어서 국회의원의 국민대표성이 정당국가적 현실에 의하여 사실상 변질되고 의원의 정당에의 예속이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현상이 헌법규범상의 대의제 민주주의를 보충하는 현실의 한 모습에 그치는 정도를 넘어서서, 대의제 민주주의 원리를 부정하고 그 틀을 뛰어 넘는 원칙의 변화를 의미한다면 이것은 결단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대표적으로 이 사건과 같이 양자의 이념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자유위임을 근본으로 하는 대의제 민주주의 원리를 우선시켜야만 한다. 국회 본래의 사명인 입법을 위한 심의·표결에 관한 한, 본회의에 있어서든 상임위원회에 있어서든, 국회의원이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표결하는 권한은 불가침·불가양의 권한이라 할 것이다. 한나라당 교섭단체대표의원의 요청에 따른 피청구인의 이 사건 사·보임행위는 우선 청구인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으로서 상임위원회에서 ‘건강보험의 재정통합’ 여부라는 중요한 쟁점, 즉 국민건강보험법중개정법률안에 관하여 심의·표결할 권한을 침해하였음이 명백하다. 또한, 국회법 제48조는 상임위원의 ‘개선’은 교섭단체대표의원의 요청이 있는 경우 국회의장이 이를 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그 외 특별한 요건을 규정하지 않고 있으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이고 내재적인 한계는 법

률해석상 당연히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본인이 계속 동 위원회에서 활동하기를 원하고 있다면 국회법 제48조 제6항과 같은 사유, 즉 “의원이 기업체 또는 단체의 임·직원 등 다른 직을 겸하게 되어 그 직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상임위원회의 위원으로 계속 활동하는 것이 공정을 기할 수 없는 현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나 기타 “그 위원회와 관련하여 위법하거나 부당한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위원회에서 사임시킬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의 청구인에 대한 이 사건 사·보임행위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국민건강보험법중개정법률안에 대하여 심의·표결할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고, 아울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 위원회의 상임위원으로서 2년의 임기 동안 활동할 수 있는 청구인의 권한을 역시 침해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참조판례

가. 헌재 1997. 7. 16. 96헌라2 , 판례집 9-2, 154

헌재 2000. 2. 24. 99헌라1 , 판례집 12-1, 115

나. 헌재 1997. 7. 16. 94헌라2 , 판례집 9-2, 154

헌재 2000. 2. 24. 99헌라1 , 판례집 12-1, 115

다. 헌재 1997. 11. 27. 94헌마60 , 판례집 9-2, 675

라. 헌재 2000. 2. 24. 99헌라1 , 판례집 12-1, 115

헌재 1997. 7. 16. 94헌라2 , 판례집 9-2, 154

헌재 1994. 4. 28. 92헌마153 , 판례집 6-1, 415

당사자

청 구 인 국회의원 김홍신

대리인 변호사 장유식

피청구인 국회의장

대리인 법무법인 한결

담당변호사 이동직외 17인

주문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은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였다. 여야 합의로 1999. 2. 8. 법률 제5854호로 제정된 국민건강보험법 제33조 제2항 및 부칙 제10조에 의하면 건강보험의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재정을 2002. 1. 1.부터 통합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한나라당은 이와 같은 건강보험재정통합방안에 반대하여 ‘재정분리’안을 당론으로 결정한 후 이를 2001년 12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정하였다.

(2)청구인은 평소 건강보험재정문제와 관련하여 ‘재정통합’이 올바른 길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는바, 한나라당 지도부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위원 중 유일하게 당론에 반대하고 있는 청구인을 동 위원회에서 강제로 사임시켜서라도 당론을 관철하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2001. 12. 24. 한나라당의 교섭단체대표의원인 원내총무 이재오는 피청구인에게 청구인을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사임시키고 청구인 대신 같은 당 소속 박혁규 의원의 보임을 요청하는 서류를 제출하였고, 당일 피청구인이 이 서류에 결재함으로써 그 결과 청구인은 위 위원회에서 강제 사임되고 위 박혁규 의원이 보임된 후 “건강보험재정분리법안”의 심의·표결이 이루어졌다.1)

(3)이에 청구인은 2002. 1. 24. 위와 같이 피청구인이 한나라당 교섭단체대표의원이 제출한 사·보임 요청서에 결재함으로써 청구인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강제 사임시킨 행위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국회의원으로서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그 권한침해의 확인 및 피청구인의 위 사·보임행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심판의 대상은 피청구인이 위와 같이 2001. 12. 24. 한나라당 교섭단체대표의원이 제출한 사·보임 요청서에 결재함으로써 청구인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강제 사임시킨 행위가 헌법 또는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은 청구인의 법률안 심의·표결 권한을 침해한 것인지의 여부와 아울러 위와 같은 피청구인의 사·보임행위가 무효인지의 여부이다.

다. 관계법령

제48조(위원의 선임 및 개선) ① 상임위원은 교섭단체소속의원수의 비율에 의하여 각 교섭단체대표의원의 요청으로 의장이 선임 및 개선한다. 이 경우 각 교섭단체대표의원은 국회의원총선거 후 최초의 임시회의 집회일부터 2일 이내에 그리고 국회의원총선거 후 처음 선임된 상임위원의 임기가 만료되는 때에는 그 임기만료일 전 3일 이내에 의장에게 위원의 선임을 요청하여야 하며, 이 기한내에 요청이 없는 때에는 의장이 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

②어느 교섭단체에도 속하지 아니하는 의원의 상임위원선임은 의장이 이를 행한다.

③정보위원회의 위원은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으로부터 당해 교섭단체소속의원 중에서 후보를 추천 받아 부의장 및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협의하여 선임 또는 개선한다. 다만, 각 교섭단체대표의원은 정보위원회의 위원이 된다.

④특별위원회의 위원은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의장이 상임위원 중에서 선임한다. 이 경우 그 선임은 특별위원회구성 결의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된 날부터 5일 이내에 하여야 한다.

⑤위원의 선임이 있은 후 교섭단체소속의원수의 이동이 있을 때에는 의장은 위원회의 교섭단체별 할당수를 변경하여 위원을 개선할 수 있다.

⑥ 의장 및 교섭단체대표의원은 의원이 기업체 또는 단체의 임·직원 등 다른 직을 겸하고 있는 경우 그 직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상임위원회의 위원으로 선임하는 것이 공정을 기할 수 없는 현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해당 상임위원회의 위원으로 선임하거나 선임을 요청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피청구인의 답변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법 제48조 제1항은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의 요청으로 상임위원회 위원을 선임·개선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어떠한 경우에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이는 국회의장과 당해 위원과의 분쟁을 예측하지 못한 입법의 불비이다.

국회의장이 상임위원회 위원을 개선할 수 있는 경우란 당해 위원이 위원회 구성원으로서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될 만한 불법 또는 부당한 사유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 한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청구인을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강제로 사임케 한 행위는 헌법 및 법률에 반하는 처사로서 청구인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고, 또한 무효인 행위이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요지

(1) 적법요건에 대하여

국회의원 개인이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으려면 헌법 제111조 제1항 제4호 소정의 국가기관성을 가지고 이들 국가기관간의 권한의 존부 및 범위에 대한 다툼에 해당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은 국회 상임위원회의 위원개선에 관한 문제로서 국회내부의 조직구성행위일 뿐 청구인이 주장하는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의 침해와는 무관하므로 청구인은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피청구인의 사·보임행위는 국회의 자율권에 속하는 행위로서 사법심사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2) 본안에 대하여

피청구인이 한나라당 교섭단체대표의원의 요청을 받고 청구인의 사임을 승인한 것은 국회의 오랜 관행일 뿐만 아니라 법 제48조에 의한 적법한 행위이다. 또한, 청구인은 위와 같은 재정통합문제 및 상임위원회 사·보임과 관련하여 국회 본회의에서 반대토론의 기회 및 신상발언의 기회를 얻어 발언하였기 때문에 충분히 토론 및 심의권을 보장받았으므로 국회의원으로서의 심의·표결권을 침해당한 것이 아니다.

3.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가. 당사자능력

헌법재판소는 1997. 7. 16. 선고한 96헌라2 국회의원과 국회의장간의 권한쟁의 사건에서 국회의원과 국회의장을 헌법 제111조 제1항 제4호 소정의 ‘국가기관’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이들의 당사자능력을 인정한 바 있으며(판례집 9-2, 154, 164), 이러한 입장은 2000. 2. 24. 선고한 99헌라1 국회의원과 국회의장간의 권한쟁의 사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판례집 12-1, 115, 126). 따라서 이 사건의 청구인과 피청구인은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나.피청구인의 행위가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입법기관으로서 폭넓은 자율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국회의장인 피청구인이 국회의원인 청구인의 헌법 및 법률상 보장된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권한쟁의심판이 청구된 사건이므로, 피청구인의 이 사건 사·보임행위는 헌법재판소가 심사할 수 없는 국회내

부의 자율에 관한 문제라고 할 수 없다(헌재 1997. 7. 16. 96헌라2 , 판례집 9-2, 154, 165 참조).

한편, 이 사건에서 피청구인은 2001. 12. 24. 한나라당 교섭단체대표의원이 요청한, 같은 한나라당 의원으로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던 청구인과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던 위 박혁규를 서로 맞바꾸는 내용의 상임위원회 위원 사·보임 요청서에 결재를 하였고, 이는 법 제48조 제1항에 규정된 바와 같이 교섭단체대표의원의 요청에 따른 상임위원 개선행위이다. 위와 같은 피청구인의 개선행위에 따라 청구인은 같은 날부터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사임되고, 위 박혁규 의원이 동 위원회에 보임되었다. 따라서, 청구인의 상임위원 신분의 변경을 가져온 피청구인의 이 사건 사·보임 결재행위는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할 것이다.

다.헌법 또는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은 권한의 침해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이 사건 사·보임행위로 말미암아 헌법 및 법률에 의하여 부여된 청구인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청구인이 주장하는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은 헌법 제41조 제1항에 따라 국민의 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헌법상의 국가기관으로서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부여받은 독자적인 권한임이 틀림없다(헌재 1997. 7. 16. 96헌라2 , 판례집 9-2, 154, 163). 청구인은 2001. 12. 24. 피청구인의 이 사건 사·보임행위로 말미암아 같은 날 열린 제226회 국회(임시회) 보건복지위원회 제3차 회의 때부터 보건복지위원회의 위원으로 법률안, 특히 이 사건 건강보험재정분리법안에 대한 심의·표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일응 이러한 권한침해의 개연성을 인정할 수 있다.

라. 권리보호이익과 헌법적 해명

상임위원회 위원의 임기는 2년이다(법 제40조). 그리고 현재의 제16대 국회는 2000. 4. 13. 실시된 총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되어 4년 임기중 전반기를 이미 마쳤고, 후반기 들어 2002. 7.경 새로이 각 상임위원회의 위원배정이 이루어졌다. 국회사무처에서 보내온 2002. 9. 30.자 ‘상임위원회 위원명단’을 보면, 청구인은 다시 보건복지위원회에 배정되어 현재까지 동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므로 청구인이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청구에 의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은 이미 이루어져 청구인이 주장하는 권리보호이익이 소멸하였다.

그러나 헌법소원심판과 마찬가지로 권한쟁의심판도 주관적 권리구제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헌법질서 보장

의 기능도 겸하고 있으므로, 청구인에 대한 권한침해 상태가 이미 종료하여 이를 취소할 여지가 없어졌다 하더라도 같은 유형의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고,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그에 대한 헌법적 해명이 긴요한 사항에 대하여는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헌재 1997. 11. 27. 94헌마60 , 판례집 9-2, 675, 688 참조). 이 사건과 같이 상임위원회 위원의 개선, 즉 사·보임행위는 국회법 규정의 근거하에 국회관행상 빈번하게 행해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당해 위원의 의사에 반하는 사·보임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으므로 청구인에게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도 다시 반복될 수 있는 사안이어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있으므로 이 사건은 심판의 이익이 있다고 할 것이다.

마. 소 결

이 사건 심판청구는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국회의원인 청구인이 국회의장인 피청구인을 상대로, 피청구인이 청구인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강제로 사임케 하고 위 박혁규 의원을 보임하는 사·보임 요청을 허가함으로써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여 권한침해의 확인과 아울러 그 행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것으로서 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4. 본안에 대한 판단

가.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 권한

국회의원은 국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지위뿐만 아니라 국민의 대표로서의 지위를 가지며, 국민의 선거에 의하여 선출되고(헌법 제41조 제1항)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여러 가지 특권과 권한 내지 책임이 부여되어 있으며{헌법 제42조(임기보장), 제44조(불체포특권), 제45조(면책특권), 제46조 제2항(국가이익을 우선하고 양심에 따른 직무수행), 제52조(법률안제출권) 등과 국회법의 여러 규정들}, 이를 토대로 입법활동 및 국정의 비판·감시 활동을 수행함으로써 결정적으로 국가의사형성에 관여하고 있다. 이 중 청구인이 주장하는 법률안 심의·표결권에 대하여 보면, 이러한 권한은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원회(특별위원회 포함. 이하 같다)에서의 그것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즉, 국회의원은 2 이상의 상임위원회의 위원이 되므로(법 제39조 제1항),2)국회의원은 상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의제 또는 의사진

행에 관하여 발언하고 동의를 함으로써 의제를 성립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여기에는 의제에 대한 찬반토론을 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다(법 제99조 내지 108조). 또한 국회의원은 상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표결에 참가할 권리를 가진다(법 제54조, 제109조 참조).

나. 위원회제도의 의의와 그 구성방법

(1) 교섭단체와 상임위원회제도의 의의

교섭단체(Negotiation Group)는 원칙적으로 국회에 일정수 이상의 의석을 가진 정당에 소속된 의원들로 구성되는 원내의 정당 또는 정파를 말한다.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이다. 따라서, 원내에 의석을 확보한 정당은 정당의 정강정책을 소속의원을 통하여 최대한 국정에 반영하고 소속의원으로 하여금 의정활동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권고·통제할 필요가 있다. 법은 국회에 20인 이상의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은 하나의 교섭단체가 되며,3)국회내 상임위원회의 구성은 교섭단체 소속의원수의 비율에 의하여 각 교섭단체대표의원의 요청으로 의장이 선임 및 개선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제33조 제1항, 제48조 제1항), 국회운영에 있어 교섭단체의 역할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교섭단체는 정당국가에서 의원의 정당기속을 강화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기능할 뿐만 아니라 정당소속 의원들의 원내 행동통일을 기함으로써 정당의 정책을 의안심의에서 최대한으로 반영하기 위한 기능도 갖는다.

상임위원회(Standing Committee)를 포함한 위원회는 의원 가운데서 소수의 위원을 선임하여 구성되는 국회의 내부기관인 동시에 본회의의 심의 전에 회부된 안건을 심사하거나 그 소관에 속하는 의안을 입안하는 국회의 합의제기관이다. 위원회의 역할은 국회의 예비적 심사기관으로서 회부된 안건을 심사하고 그 결과를 본회의에 보고하여 본회의의 판단자료를 제공하는 데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 법률안 심의는 본회의 중심주의가 아닌 소관 상임위원회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심사·의결된 내용을 본회의에서는 거의 그대로 통과시키는 이른바 “위원회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헌재 2000. 2. 24. 99헌라1 , 판례집 12-1, 115, 127). 오늘날 의회의 기능에는 국민대표기능, 입법기능, 정부감독기능, 재정에 관한 기능 등이 포함된다. 의회가 이러한 본연의 기능을 수행함에 있

어서는 국민대표로 구성된 의원 전원에 의하여 운영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나, 의원 전원이 장기간의 회기동안 고도의 기술적이고 복잡다양한 내용의 방대한 안건을 다루기에는 능력과 시간상의 제약이 따른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위원회제도가 창설된 것이다. 그리하여 상임위원회의 구성과 활동은 의회의 업적과 성패를 실질적으로 결정짓는 변수가 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2) 상임위원회의 구성방법

법 제48조 제1항은 국회내 상임위원회의 구성에 관하여 “상임위원은 교섭단체 소속의원수의 비율에 의하여 각 교섭단체대표의원의 요청으로 의장이 선임 및 개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임위원회는 의장이 상임위원회의 위원정수에 맞도록 위원을 선임함으로써 구성된다. 즉, 273명의 전체 의원수에서 의장을 제외한 272인의 위원을「상임위원회위원정수에관한규칙」에 규정된 위원회별 정수(법 제38조 참조)에 맞게 선임하는데, 교섭단체별로 위원수 비율을 산출하고 소수점 이하 단수를 조정하여 상임위원회별로 위원수를 할당하여 선임한다.

다. 국회의장의 직무

(1)국회의장은 헌법 제48조에 따라 국회에서 선출되는 헌법상의 국가기관이다.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사무를 감독할 지위에 있고(법 제10조), 이러한 지위에서 본회의 개의일시의 변경, 의사일정의 작성과 변경, 의안의 상정, 의안의 가결선포 등의 권한을 행사한다(헌재 1997. 7. 16. 96헌라2 , 판례집 9-2, 154, 163-164). 이 사건과 같은 상임위원의 선임 또는 개선은 이와 같은 국회의장의 직무 중 의사정리권한(議事整理權限)에 속하는 것이다.

(2)국회의장이 상임위원회 위원의 선임·개선시 교섭단체대표의원의 요청을 따르도록 한 것은 현행 헌법에 맞추어 국회법을 전면 개정한 1988. 6. 15. 법률 제4010호로 개정된 국회법 제46조에서 “① 상임위원은 교섭단체소속의원수의 비율에 의하여 각 교섭단체대표의원의 요청으로 의장이 선임한다. ② 어느 교섭단체에도 속하지 아니하는 의원의 상임위원선임은 의장이 이를 행한다.”라고 처음으로 규정되었다.

종전에는 국회의장이 상임위원회 위원을 선임함에 있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의 ‘추천’을 받아 선임하였으나, 위와 같이 제13대 국회부터 각 교섭단체대표의원의 ‘요청’으로 국회의장이 선임하도록 한 것은 “국회의장의 권한을 일부 축소·조정하여 각 교섭단체 등의 의

견을 존중·수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위 개정국회법의 취지의 일환으로 보인다(1988. 6. 15.자「대한민국 관보」79면 참조).

라. 이 사건 사·보임행위에 대한 평가

(1) 정당은 국민과 국가의 중개자로서 정치적 도관(導管)의 기능을 수행하여 주체적·능동적으로 국민의 다원적 정치의사를 유도·통합함으로써 국가정책의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각종 선거에서의 입후보자 추천과 선거활동, 의회에서의 입법활동, 정부의 정치적 중요결정에의 영향력 행사, 대중운동의 지도 등의 과정에 실질적 주도권을 행사한다. 이와 같은 정당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정당의 자유로운 지위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정당의 자유는 민주정치의 전제인 자유롭고 공개적인 정치적 의사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므로 그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한편, 정당은 그 자유로운 지위와 함께 “공공(公共)의 지위”를 함께 가지므로 이 점에서 정당은 일정한 법적 의무를 지게 된다. 현대정치의 실질적 담당자로서 정당은 그 목적이나 활동이 헌법적 기본질서를 존중하지 않으면 안되며, 따라서 정당의 활동은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장되는 것이다. 또한 정당은 정치적 조직체인 탓에 그 내부조직에서 형성되는 과두적(寡頭的)·권위주의적(權威主義的) 지배경향을 배제하여 민주적 내부질서를 확보하기 위한 법적 규제가 불가피하게 요구된다.

그러나 정당에 대한 법적 규제는 위와 같은 한정된 목적에 필요한 범위 안에서 행해져야 하며, 그것이 국민의 정치활동의 자유나 정당의 단체자치에 부당한 간섭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특히 정당의 내부질서에 대한 규제는 그것이 지나칠 때에는 정당의 자유에 대한 침해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민주적 내부질서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규제로 그쳐야 한다.

(2) 국회는 중요한 헌법기관으로서 스스로의 문제를 자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폭넓은 자율권을 갖는다. 국회의 자율권은 의회주의사상에 그 뿌리를 두고 권력분립의 원칙에 입각하여 현대 헌법국가의 의회에서는 당연한 국회기능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국회의 자율기능은 국회가 갖는 입법·재정·통제·인사기능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불가결한 전제조건을 뜻하기 때문이다. 규칙제정(헌법 제64조 제1항, 법 제166조), 신분보장(헌법 제44조, 제45조, 제64조 제2항~제4항), 질서유지(법 제143조, 제144조, 제150조) 등의 규정은 그

제도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 국회가 외부의 간섭 없이 독자적으로 그 내부조직을 할 수 있는 권능, 즉 국회의 기관인 의장 1인과 부의장 2인을 선거하고 그 궐위시에 보궐선거를 실시하고 의장·부의장의 사임을 처리하며, 필요할 때 임시의장을 선출하고 그 직원을 임면하고 교섭단체와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 등은 모두 자율적인 국회내부의 조직구성행위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 사건 사·보임행위는 기본적으로 국회의 조직자율권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고,4)따라서 이를 평가함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에 명백히 위반되는 것이 아닌 한 성급하게 위헌이라는 평가를 내려서는 안 된다.

(3) 현대의 민주주의가 종래의 순수한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정당국가적 민주주의의 경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다만, 국회의원의 국민대표성보다는 오늘날 복수정당제하에서 실제적으로 정당에 의하여 국회가 운영되고 있는 점(헌재 1997. 7. 16. 96헌라2 , 판례집 9-2, 154, 164 참조)을 강조하려는 견해와, 반대로 대의제 민주주의 원리를 중시하고 정당국가적 현실은 기본적으로 국회의원의 전체국민대표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인정하려는 입장이 서로 맞서고 있다.

무릇 국회의원의 원내활동을 기본적으로 각자에 맡기는 자유위임은 자유로운 토론과 의사형성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당내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정당의 독재화 또는 과두화를 막아주는 순기능을 갖는다. 그러나 자유위임은 의회내에서의 정치의사형성에 정당의 협력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며, 의원이 정당과 교섭단체의 지시에 기속되는 것을 배제하는 근거가 되는 것도 아니다. 또한 국회의원의 국민대표성을 중시하는 입장에서도 특정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이 정당기속 내지는 교섭단체의 결정(소위 ‘당론’)에 위반하는 정치활동을 한 이유로 제재를 받는 경우, 국회의원 신분을 상실하게 할 수는 없으나 “정당내부의 사실상의 강제” 또는 소속 “정당으로부터의 제명”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당론과 다른 견해를 가진 소속 국회의원을 당해 교섭단체의 필요에 따라 다른 상임위원회로의 전임(사·보임)하는 조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법

상 용인될 수 있는 “정당내부의 사실상 강제”의 범위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4)또한 앞에서 본 교섭단체의 역할에 비추어 볼 때, 국회의장이 국회의 의사(議事)를 원활히 운영하기 위하여 상임위원회의 구성원인 위원의 선임 및 개선에 있어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협의하고 그의 “요청”에 응하는 것은 국회운영에 있어 본질적인 요소라고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교섭단체대표의원의 “요청”이 헌법 또는 법률에 명백히 위반되는 것이 아닌 한, 교섭단체대표의원이 상임위원의 개선에 있어 청구인의 주장대로 “당해 위원이 위원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될 만한 불법 또는 부당한 사유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의 개선을 요청할 수 있다고 볼 것은 아니다. 교섭단체대표의원의 상임위원 개선 “요청”이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반되는 것이 아닌 한 국회의장이 이에 따르는 것은 정당국가에서 차지하는 교섭단체의 의의와 기능을 고려할 때 입법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피청구인은 법 제48조 제1항에 규정된 바와 같이 청구인이 소속된 한나라당 “교섭단체대표의원의 요청”을 서면으로 받고 이 사건 사·보임행위를 한 것으로서 하등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바가 없다. 부수적으로, 상임위원회 위원의 임기는 2년으로 한다는 법 제40조 제1항의 규정을 두고 그 기간 동안 사·보임을 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은, 보임 또는 개선된 상임위원의 임기는 전임자의 잔임기간으로 한다고 규정한 같은 조 제3항에 비추어 받아들일 수 없다. 나아가, 비록 청구인이 피청구인에게 이 사건 사·보임 요청을 거부해 줄 것을 바라는 서한을 보냈다고 하여 피청구인이 이에 기속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5) 요컨대, 피청구인의 이 사건 사·보임행위는 청구인이 소속된 정당내부의 사실상 강제에 터잡아 교섭단체대표의원이 상임위원회 사·보임 요청을 하고 이에 따라 국회의장인 피청구인이 이른바 의사정리권한의 일환으로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서, 그 절차·과정에 헌법이나 법률의 규정을 명백하게 위반하여 재량권의 한계를 현저히 벗어나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

5. 결 론

따라서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아래와 6.과 같은 재판관 권 성의 반대의견을 제외하고는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6. 재판관 권 성의 반대의견

국회의장이 청구인을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퇴출시킨 것은 헌법국회법(이하 “법”이라 한다)이 청구인에게 보장한 법률안에 대한 심의·표결 권한을 침해하고, 또한 법 제40조가 규정하는 바 2년의 임기 동안 보건복지위원회의 상임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권한을 역시 침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종래 자유주의적 대의제 민주주의는 정당국가의 발전과 더불어 획기적인 변화를 맞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정당국가현상은 미국과 같이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5)현대국가의 일반적 경향이다. 그리하여 정치적 중심이 ‘의회’로부터 ‘정당’으로 점차 이행하고 있고 이에 따라 국회의원의 지위도 변화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즉, 원래 대의제 민주주의에 있어 국회의원은 국민전체의 대표자를 의미하였으며 자유위임의 원리에 따라 어느 누구의 지시나 구속도 받지 않고 자신의 판단에 따라 독자적으로 행동하였으나 정당국가의 발전에 따라 국회의원은 특정 정당의 당원으로서 사실상 소속정당의 규율과 지시·통제에 구속되고 그 정당의 의사를 대변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헌법(제8조)은 정당조항을 두고 있고, 법 제33조는 20인 이상의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을 하나의 교섭단체로 하고 본회의나 상임위원회는 교섭단체를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국회의원은 현실적으로 정당의 지시나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정당국가적 민주주의는 긍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긍정적

인 측면으로는, ① 정당을 통하여 국민의 의사가 다양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국가의사 형성과정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 ② 정당 사이에서 의회내의 의견이 사전에 조정됨으로써 의회내의 의사결정이 효율적으로 정리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반면에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① 수뇌부의 결정에 따라 당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를 원하는 정당조직의 요청 때문에 개개의 국회의원들이 소신에 따라 의정활동을 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 ②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보다는 정당들의 막후협상을 통한 사전조율에 의하여 의회의 의결과 운영이 좌우된다는 점, ③ 같은 정당의 당원이 여당과 정부를 구성하므로 의회가 정부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 등이 거론된다. 이처럼 정당국가적 현실이 반드시 긍정적 측면만을 갖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당의 기능과 활동의 민주성 확보, 정당의 소속의원에 대한 구속의 합리적 제한 등을 통하여 정당국가의 부정적 효과를 상쇄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6)

나.우리 헌법 제40조(입법권), 제41조 제1항(국회의원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 제66조 제4항(행정권), 제67조 제1항(대통령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 제101조 제1항(사법권),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라고 규정한 제7조 제1항, 국회의원에 대한 특권 및 의무를 규정한 제44조(불체포특권), 제45조(면책특권), 제46조 제2항(국가이익을 우선하고 양심에 따른 직무수행의무) 등의 규정을 고려할 때, 우리 헌법은 ‘기본적으로’ 대의제 민주주의에 기초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국회의원의 국민전체대표성과 자유위임관계를 인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헌법 제7조 제1항의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규정, 제45조의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규정 및 제46조 제2항의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규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헌법은 국회의원을 자유위임의 원칙하에 두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1994. 4. 28. 92헌마153 , 판례집 6-1, 415, 425).

독일에서도 한때 라이프홀쯔(G. Leibholz)의 정당국가이론에 영향을 받아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오늘날 민주주의는 필연적으로 정당국가이다”라고 말한 바 있

지만,7)1970년대 이후 정당에 대한 불신의 증가, 정치적 힘의 중심이 거대기업이나 이익단체 그리고 매스미디어로 이동하는 현상, 정당의 중개적·통합적 기능의 약화, 참여민주주의를 표방한 국민적 이니셔티브의 증대 등을 경험하면서 정당국가에 대한 반성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도 “기본법 제21조에 의하여 정당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의 의사형성을 좌우하는 데 있어 정당이 독점권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그와 함께 시민개인·단체·그룹·결사체도 국민의 의사형성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판시하여8)지나친 정당국가론을 경계하였다.

오늘날 대의제 민주주의에 있어서 국회의원의 국민대표성이 정당국가적 현실에 의하여 사실상 변질되고 의원의 정당에의 예속이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현상이 헌법규범상의 대의제 민주주의를 보충하는 현실의 한 모습에 그치는 정도를 넘어서서, 대의제 민주주의 원리를 부정하고 그 틀을 뛰어 넘는 원칙의 변화를 의미한다면 이것은 결단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근대 민주주의의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민주주의는 국회의원을 “국민의 대표”로 간주하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그 핵심적 기본원리로 삼아 출발한 것이었고 다만, 투표권의 확대로 민주주의가 대중적 민주주의로 변모하면서 민주주의의 효율성을 높이는 하나의 유용한 장치로서의 정당의 역할이 긍정되어 정당국가적 민주주의가 받아들여지게 된 것일 뿐, 민주주의 핵심적 기본원리로서의 대의제 민주주의 자체가 폐기된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표적으로 이 사건과 같이 양자의 이념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자유위임을 근본으로 하는 대의제 민주주의 원리를 우선시켜야만 한다. 특히 국회 본래의 사명인 입법을 위한 심의·표결에 관한 한, 본회의에 있어서든 상임위원회에 있어서든, 국회의원이 양

심에 따라 독립하여 표결하는 권한은 불가침, 불가양의 권한이라 할 것인데 이러한 불가침의 권한을 보장하는 것이 바로 대의제 민주주의에 따른 자유위임의 원리라고 할 것이다.

다.피청구인의 이 사건 사·보임행위 당시 보건복지위원회의 구성을 보면 청구인이 소속된 한나라당 의원이 8명,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이 7명이어서 청구인의 1표는 의결의 정족수(과반수)를 결정하는 캐스팅보트(casting vote)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제226회 국회(임시회) 보건복지위원회 제3차 회의가 예정되어 있던 2001. 12. 24. 한나라당의 교섭단체대표의원인 이재오는, 한나라당의 당론인 건강보험재정분리법안을 유일하게 반대하던 청구인을 동 위원회에서 배제하기 위하여, 청구인을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사임시키고 청구인 대신 같은 당 소속 박혁규 의원의 보임을 요청하는 서류를 피청구인에게 제출하였고, 피청구인이 이 서류에 결재함으로써 그 결과 청구인은 동 위원회에서 강제사임되고 위 박혁규 의원이 보임된 후 같은 날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한나라당의 당론대로 “건강보험재정분리법안”의 심의·표결이 이루어졌던 것이다.9)

따라서 한나라당 교섭단체대표의원의 요청에 따른 피청구인의 이 사건 사·보임행위는 우선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으로서 상임위원회에서 ‘건강보험의 재정통합’ 여부라는 중요한 쟁점, 즉 국민건강보험법중개정법률안에 관한 심의·표결 권한을 침해하였음이 명백하다. 국회의원은 한 정당의 대표만이 아니므로 전체국민의 이익을 희생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만 소속정당의 정책과 결정에 기속된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정당기속’ 내지 ‘교섭단체기속’보다는 자유위임관계가 우선하는 효력이 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당내 의사결정과정의 민주화가 일천한 우리나라의 경우, “의원에 대한 정당적 통제”의 관대한 허용은 ‘정당국가’라는 부차적 명분을 내세워 “자유위임에 따른 국민대표성의 구현”이라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시원적(始原的) 헌법규범을 침해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자칫 우정있는 설복을 쉽게 포기하는 정당의 자제력 약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할 것이다.

라.또한, 법 제48조는 상임위원의 ‘개선’은 교섭단체대표의원의 요청이 있는 경우 국회의장이 이를 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그 외 특별한 요건을 규정하지 않고 있으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이고 내재적인 한계는 법률해석상 당연히 있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다수의견과 같이 국민의 정치활동의 자유 및 정당의 단체자치는 존중되어야 하고 정당이 정당으로서 충분히 기능하기 위하여는 구성원간의 이념적 용해점이 존재해야 하므로 내부에서의 분쟁처리를 자율적으로 행할 필요가 있고, 또한 교섭단체대표의원 등 정당간부들이 상임위원회 위원의 “선임 내지는 배정” 문제에 관하여 소속의원들의 의견을 조율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은 수긍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일단 상임위원회의 위원으로 배정되었다면 법이 보장하는 임기 동안에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상임위원회에서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즉, 국회의원은 2 이상의 상임위원회의 위원이 되고(법 제39조 제1항) 상임위원회 위원의 임기는 2년이므로(법 제40조), 청구인의 경우 보건복지위원회의 상임위원으로 배정되었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년 동안은 동 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 것이라고 해석해야 마땅하다.

따라서 본인이 계속 동 위원회에서 활동하기를 원하고 있다면 법 제48조 제6항과 같은 사유, 즉 “의원이 기업체 또는 단체의 임·직원 등 다른 직을 겸하게 되어 그 직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상임위원회의 위원으로 계속 활동하는 것이 공정을 기할 수 없는 현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나 기타 “그 위원회와 관련하여 위법하거나 부당한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위원회에서 사임시킬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소속 정당(녹색당)에서 축출된 의원이 그 정당으로부터의 상임위원회 배제요청에 따라 상임위원회에서 배제된 사안에서,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독일연방공화국의회는, 청구인으로 하여금 어느 하나의 위원회에서 그 소속위원으로서 발언권과 신청권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하지 않음으로 인하여 기본법 제38조 제1항 제2문 소정의 청구인의 권리(권한)를 침해하였다.”는 인용판결을 한 예가 있듯이,10)국회의원을 어떤 상임위원회에도 소속하지 못하도록 배제하

는 조치가 국회의원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과 같이 강제로 다른 상임위원회로 보내는 조치 또한 국회의원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마.그렇다면 국회의장의 청구인에 대한 이 사건사·보임행위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국민건강보험법중개정법률안에 대하여 심의·표결할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고 아울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 위원회의 상임위원으로서 2년의 임기 동안 활동할 수 있는 청구인의 권한을 역시 침해한 것이라 할 것이다.

재판관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주심) 주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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