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문]
2008헌바23 구 행정심판법 제24조 제4항 등 위헌소원
김○일
국선대리인 변호사 정해영
부산지방법원 2007나12750 손해배상(기)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청구인은 2005. 8. 30.경 부산 남구 대연6동 부근에서 한○태가 소란을 피우는 것을 목격하여 경찰에 신고를 하였고, 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한○태의 음주운전 사실을 적발하였다.
(2) 부산지방경찰청장은 2005. 10. 9. 음주운전을 이유로 한○태의 운전면허를 취소하였고, 이에 한○태는 같은 달 17.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이하 행정심판위원회라고만 한다)에 위 운전면허취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하
였다(이하 이 사건 행정심판이라 한다).
(3) 부산지방경찰청장은 행정심판위원회에 신고자인 청구인의 인적사항 및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진술조서를 증거서류로 첨부한 ‘위원회용’ 답변서와 이를 첨부하지 않은 ‘상대방용’ 답변서를 제출하였고, 행정심판위원회는 부산지방경찰청장의 ‘위원회용’ 답변서와 이에 첨부된 증거서류를 상대방인 한○태에게 송달하였다.
(4) 그런데 한○태는 2006. 3.경 위 진술조서에 적힌 청구인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여 폭언을 하였고, 이에 청구인은 청구인의 전화번호가 유출되어 청구인이 입은 피해에 대하여 대한민국과 한○태를 상대로 부산지방법원 2007가소17280호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청구인은 제1심 법원에서 일부 승소판결을 받고(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07. 7. 24. 선고 2007가소17280 판결), 항소심 소송 계속중 ‘당사자가 제출한 답변서 및 증거서류의 부본을 상대방에게 송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사생활의 자유 등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구 행정심판법 제24조 제4항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
(5) 항소심 법원은 2008. 2. 13. 청구인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이유 없다고 기각하는 한편 대한민국의 한○태에 대한 답변서 및 증거서류 송달 행위는 행정심판법 제24조 및 제27조에 의한 적법한 행위라고 판시하면서 원심판결을 일부 취소하고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인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으며(부산지방법원 2008. 2. 13. 선고 2007나12750 판결), 위 판결은 2008. 6. 12.경 대법원이 청구인의 상고를 기각함에 따라 확정되었다.
(6) 한편 항소심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기각결정은 2008. 3. 5. 청구인에게 송달되었고, 이에 청구인은 2008. 3. 28.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행정심판법(1995. 12. 6. 법률 제5000호로 개정된 후, 2008. 2. 29. 법률 제88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4조 제4항 및 제5항, 행정심판법(1984. 12. 15. 법률 제3755호로 제정된 것) 제27조의 위헌 여부이고(이하 구 행정심판법 제24조 제4항, 제5항, 행정심판법 제27조를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24조(답변서의 제출) ④ 답변서에는 다른 당사자의 수에 따르는 부본을 첨부하여야 한다.
⑤ 피청구인으로부터 답변서가 제출된 때에는 위원회는 그 부본을 다른 당사자에게 송달하여야 한다.
제27조(증거서류 등의 제출) ① 당사자는 심판청구서․보정서․답변서 또는 참가신청서에 덧붙여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서류 또는 증거물을 제출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증거서류에는 다른 당사자의 수에 따르는 부본을 첨부하여야 한다.
③ 위원회는 당사자로부터 제출된 증거서류의 부본을 지체 없이 다른 당사자에게 송달하여야 한다.
2. 청구인의 주장과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가. 청구인의 주장 요지
(1) 심판대상조항은 행정심판절차에서 답변서 및 증거서류를 제출, 송달하는 과정에서 행정심판당사자 외의 개인정보가 타인에게 유출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제한하는 법률조항에 해당한다.
(2)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규정이나 행정심판위원회의 별도의 조치에 관한 규정 등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정조차 두고 있지 아니하여, 청구인 등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침해하는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나. 법원의 위헌제청신청 기각이유 요지
(1) 우리 헌법은 행정심판절차에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행정심판의 절차는 법률로 정하되, 사법절차가 준용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따라서 행정심판법에서는, 청구인과 피청구인을 당사자로 대립시키고 행정심판위원회가 중립적인 지위에서 심리를 진행하도록 하기 위하여 일방 당사자로부터 제출받은 답변서와 증거서류 부본을 그대로 다른 당사자에게 송달하게 하여 다른 당사자가 그 내용을 보고 효과적으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공격과 방어의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인 만큼,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에 규정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3.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에 있어서는 일반법원에 계속중
인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당해사건의 재판의 전제로 되어야 한다. 이 경우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하려면 우선 그 법률이 당해 사건에 적용할 법률이어야 하고 그 법률의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져야 한다(헌재 1995. 7. 21. 93헌바46 , 판례집 7-2, 48, 58; 헌재 1999. 9. 16. 92헌바9 , 판례집 11-2, 262, 269).
나. 청구인은 부산지방법원 2007나12750 손해배상(기) 사건이 계속중에 위헌제청신청을 하였고, 비록 현재 당해 소송사건이 확정되어 종료되었으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는 당해 헌법소원과 관련된 소송사건이 이미 확정된 때라도 당사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7항), 판결이 확정되었더라도 재판의 전제성이 소멸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헌재 1998. 7. 16. 96헌바33 등, 판례집 10-2, 116, 142).
다. 그런데 청구인은 당해 소송사건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청구원인으로, 부산지방경찰청장이 청구인의 인적사항이 기재된 서류를 행정심판의 증거자료로 제출하고, 행정심판위원회에서 이를 상대방인 한○태에게 송달한 행위로 인하여 청구인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청구인의 인적사항이 기재된 서류는 답변서에 첨부된 증거서류인 진술조서에 한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상, 심판대상조항 중 증거서류의 제출 및 송달에 관한 법률조항인 행정심판법 제27조 이외에 나머지 법률조항, 즉 답변서의 부본 제출 및 송달에 관한 구 행정심판법 제24조 제4항, 제5항은 당해 소송사건에 적용되는 것이라거나 그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 소송사건을 담당한 법원이 다른 내용
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라. 한편 심판대상조항 중 행정심판법 제27조는 당해사건에서 문제된 청구인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기재된 증거서류의 제출 및 송달에 관한 근거규정인 만큼,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에 적용되는 것으로 볼 수는 있지만, 이에 대하여 위헌결정이 선고된다 하더라도, 당시 청구인의 인적사항이 기재된 증거서류의 제출 및 송달에 관여한 공무원들로서는 그 행위 당시에 위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심사할 권한이 없이 오로지 위 법률조항에 따라 증거자료를 제출하고 이를 송달하였을 뿐이라 할 것이므로 당해 공무원들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 할 수 없어 대한민국의 청구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성립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헌재 2008. 4. 24. 2006헌바72 , 판례집 20-1 상, 585, 590 참조). 따라서 행정심판법 제27조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 즉 대한민국의 청구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여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므로, 그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당해 소송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마. 결국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적법요건인 재판의 전제성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부적법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조대현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조대현의 반대의견
이 사건 헌법소원의 당해사건은 행정심판법 제27조가 행정심판의 증거로 제출된 진술조서 부본을 상대방 당사자에게 교부하게 함으로써 진술자인 청구인의 인적사항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어 피해를 입었다는 사유로 그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사건이다.
당해사건에서 행정심판의 증거서류를 소송당사자에게 교부하게 한 근거법률인 행정심판법 제27조가 위헌이라면, 그 위헌성은 행정심판법 제27조가 제정된 때부터 존재하여 온 것이므로, 그러한 위헌법률을 제정하고 집행하여 온 국가작용은 위법성을 가진다고 보지 않을 수 없고, 국가가 위헌법률을 제정하고 집행하여 온 이상 헌법의 최고규범력을 무시한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은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법적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고, 그 법률의 제정시부터 존재하여 온 위헌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위헌법률을 제정하고 집행함으로써 헌법의 최고규범력을 무시한 국가의 잘못까지 없애주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위헌법률의 집행으로 인하여 피해가 생겼다면 국가가 이를 배상하게 함이 마땅하고,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을 내세운 형식논리에 의하여 면책시키는 것은 우리의 일반적인 정의관념에 맞지 아니한다.
따라서 행정심판법 제27조의 위헌 여부는 당해사건의 재판에 영향을 줌이 분명하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갖추어졌다고 보고 본안에 들어가 심판하여야 한다.
2009. 9. 24.
재판장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해외출장으로서명날인불능
재판장
재판관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