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공1997.6.15.(36),1724]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방법을 정한 민법 제394조 소정의 '금전'의 의미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394조 는 다른 의사표시가 없는 한 손해는 금전으로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법조 소정의 금전이라 함은 우리 나라의 통화를 가리키는 것이어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채권은 당사자가 외국통화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액이 외국통화로 지정된 외화채권이라고 할 수 없다.
페터 크레머 유한합자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종준)
주식회사 유진당밀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을지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이한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원고는 1990. 8. 10.부터 1991. 3. 14.까지 사이에 원고의 대리인이자 중개인인 케이에스무역의 대표 소외 신병헌의 중개로 피고와의 사이에 7차례에 걸쳐 총 56,000용적톤(MT)에 이르는 당밀 매매계약을 체결한 바 있는데, 그 방식은 위 신병헌과 피고 사이에 당밀 수입을 구두로 협상한 후 구두 매매가 성립하면 위 신병헌이 그 날짜 또는 다음 날짜로 매매계약의 성립을 확인하는 의미의 전문{통상 전문에는 수신인으로 피고를 기재한 후 "귀측에 아래와 같은 조건으로 판매하였음을 확인하게 되어 기쁩니다(WE ARE PLEASED TO CFM HAVG SOLD TO YOU UNDER THE FOLLOWING TERMS AND CONDITIONS)."라는 문언을 기재하였다.}을 원·피고에게 텔렉스 또는 팩스로 발송하고, 원고가 위 매매 확인 전문을 받은 후 정식 매매계약서{통상 매매계약서에는 그 작성일자를 기재한 후 이와 별도로 구두 매매계약 성립일자의 당밀 계약이라는 취지의 문언을 부가하고 그 하단에 "아래와 같은 조건으로 귀측에 매도하였음을 확인합니다(We herewith confirm having sold to you)."라고 기재하였다.}를 작성·서명하여 위 신병헌을 통하여 이를 피고에게 교부 또는 송부하면 피고가 이에 서명한 후 위 신병헌을 통하여 다시 원고에게 이를 송부하는 것이었고, 위 각 정식 매매계약서에는 특별 조건으로서 기타 모든 조건은 함부르크사료계약서 제13호(Hamburg Feeding Stuff Contract No. 13, 갑 제21호증)에 따른다는 취지의 문언이 기재되어 있은 사실, 원고의 대리인인 위 신병헌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1991. 12. 2. 피고와 사이에 비포장의 타일랜드산 사탕수수당밀{브릭스(Brix) 최소한 80도의 것} 28,500용적톤에 관하여 인천항까지 운임을 포함하여 용적톤당 미화 62.75불에 수출입하기로 합의하고 1992. 1.부터 같은 해 6.까지 매월 4,750용적톤씩 하역항에서 인도하여 주되, 피고는 대금지급을 위하여 즉시 일람불의 100% 취소불능신용장을 개설하여야 하고, 기타 사항은 통상적인 원고와의 계약조건에 따른다는 등의 특약을 한 후 같은 날 원고에게는 텔렉스로, 피고에게는 팩스로 위와 같은 내용의 매매가 성립하였음을 확인하는 전문{위 전문에는 수신인을 피고로 하여 "귀측에 아래와 같은 조건으로 판매하였음을 확인하게 되어 기쁩니다(We are pleased to cfm havg sold to you under following terms and conditions)." 라는 문언이 기재되어 있었다.}을 송부하였고, 원고는 위 구두계약에 따라 정식계약서{위 계약서에는 작성일자로 1991. 12. 5.를 기재한 후 그 하단에 "1991. 12. 2.자 계약서 브이(v) 65086호(CONTRACT NO. V65086 DATED DECEMBER 02. 1991) 아래와 같은 조건으로 귀측에 매도하였음을 확인합니다(We herewith confirm having sold to you)."라는 문언이 기재되어 있었다.}를 작성하여 서명한 후 같은 달 5. 위 신병헌을 통하여 피고에게 이를 송부한 사실, 그런데 피고는 같은 달 20. 위 당밀의 국제시세가 하락하자 위 1991. 12. 2.자 팩스를 취소하고자 하며 케이엘티씨(KLTC) 구매가로 가격조건을 변경하지 않는 한 당밀의 매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팩스를 원고에게 발송하면서 위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였고, 이에 위 신병헌은 원고를 대리하여 같은 달 31. 위 당밀의 첫회분 선적을 위하여 '카피탄 그리빈(KAPITAN GRIBIN)'호를 지정하면서, 피고에게 신용장 개설을 요구하였고, 피고가 이에 불응하자 다시 원고는 1992. 1. 7. 피고에게 같은 달 10.까지 첫회분 선적을 위한 신용장을 개설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계속 이에 불응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원고와 피고 사이의 종전의 거래관계, 1991. 12. 2.자 매매 확인 전문 및 1991. 12. 5.자 매매계약서에 기재된 각 문언과 피고가 위 1991. 12. 2.자 매매 확인 전문을 송부받고서도 즉시 서면 등에 의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같은 날 20.에야 이를 취소하고자 하였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위 1991. 12. 2.자 수출입 합의를 청약의 유인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는 이 때 이미 당밀 수출입계약이 적법히 성립하였다고 할 것이고, 달리 원·피고 사이에 계약서의 작성을 매매계약의 성립조건으로 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는 이상 단지 양 당사자가 서명한 계약서의 작성이 없었다고 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이 성립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 당시 일방의 채무불이행의 경우에 채무불이행자가 지급하여야 할 손해배상액으로 위 함부르크사료계약서 제13호 제25조에 의한 절차에 의하여 결정된 가격과 계약가격과의 차액 상당을 예정하였다고 인정한 제1심의 조치를 유지한 원심의 인정·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판단이 정당한 이상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원고가 현실적으로 입은 손해액을 심리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3.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위 손해배상예정액은 그 판시와 같이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부당히 과다하다고 보인다는 이유로 이를 미화 50,000불 정도로 감액함이 상당하다고 인정한 다음,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서 원고에게 미화 50,000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394조 는 다른 의사표시가 없는 한 손해는 금전으로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법조 소정의 금전이라 함은 우리 나라의 통화를 가리키는 것이어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채권은 당사자가 외국통화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액이 외국통화로 지정된 외화채권이라고 할 수 없다 ( 당원 1995. 9. 15. 선고 94다61120 판결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는 원고에게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외국통화인 미달러화로 표시된 금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방법으로 규정된 금전채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